문재인정부 NGO 성골들 대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31 11:22:45
  • 호수 1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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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만 하던 사람들이 과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에 시민단체 출신들이 대거 입성했다. 참여연대·경실련 등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단체 출신들이 눈에 띈다. 내각뿐만 아니라 청와대 핵심요직에도 자리해 이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정부 1기가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지난 20일 국회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정부는 새로 개편된 8개 부처의 조직개편 작업을 완료했다. 인선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낙마 이후 김영주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새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자리만 채워지면 청문회 정국도 마무리된다. 

참여연대 활약
조·박 투톱

사실상 문재인정부의 1기 내각이 마무리된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부처에 시민단체 출신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경제계 검찰’로 통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시민단체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통한다.

1999년 참여연대서 재벌개혁감시단장을 시작으로 경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역임한 그는 2006년 경제개혁연대를 창립하고 소장으로 활동했다. 대선과정에선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20년 가까이 재벌체제 감시와 비판활동을 이어와 문재인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수행할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에 대해 재벌해체가 아니라 재벌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위원장은 2007년부터 대기업집단법을 재정해 재벌을 효과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서 해당 법에 대한 입법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위원장은 대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회사들의 ‘갑질’과 1차 협력사의 불공정행위로 이른바 ‘을의 갑질’ 단속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중소·중견기업 단체와의 간담회서 “하도급법 위반 제재의 80%가 중소사업자”라며 “더 작은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불공정행위를 하면서 정부에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문 정부 1기 출범…인선 작업 막바지
시민단체 출신 강세…참여연대 대세?

김 위원장이 시민단체 출신으로서 재계의 적폐 및 모순 척결에 발 벗고 나섰다면, 조국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검찰개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5월 청와대에 입성한 조국 민정수석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로서 현실 정치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폴리페서’로 불린다. 

그는 시민단체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을 지냈고, 이후 해당 센터의 소장을 역임했다. 2007년부터는 1년간 참여연대서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교수로 지냄과 동시에 참여연대 활동을 통해 외부자의 시각서 사법 감시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문재인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으로서 권력기관 사정과 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민정수석은 국정원·경찰·검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의 업무를 총괄하고 검찰과 법무부의 인사검증 권한을 갖고 있다. 특히 검찰 개혁을 위해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권익위 수장
김영란법 수정?

조 민정수석과 함께 검찰개혁의 선봉장으로 불리는 박상기 신임 법무부장관도 시민단체서 오랜시간 활약했다. 박 장관은 지난 2012년부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중앙위원회 의장을 맡아 지속적으로 활동을 해왔다. 

지난 5월에는 공동대표에 선출되기도 했다. 경실련은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경실련 활동을 하면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박 장관은 문 대통령 당선 뒤 경실련 공동대표로서 쓴 ‘새 정부에 바란다’라는 칼럼서 “검찰개혁은 검찰을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법과 정의가 평등하게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검찰의 문민화를 통해서 법무부를 검찰조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고취하고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국내 형사법, 형사정책의 권위자로 꼽히는데 2010년 형사정책연구원장 시절에는 세미나를 열고 검찰 기소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형소법 개정시안을 내놓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이런 박 장관의 경력을 높이 사 법무부장관으로 지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 장관은 조 수석과 마찬가지로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 가운데 하나인 공수처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검찰과 마찬가지로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가지면서 장·차관과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뇌물수수 등 비위행위를 수사하는 기관이다.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꾸준히 설립이 추진됐지만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무산된 바 있다. 

박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공수처 설치를 위해 노력하고 방산비리를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서 열린 취임식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국민의 검찰상 확립을 위해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작업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국회 여야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선 “앞장서서 검찰을 개혁하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 번 포부를 다졌다. 이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용기 있게 헤쳐 나가길 바라고 그럴 때 민주당은 무한한 신뢰로 뒷받침해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화답했다.  

최근 제6대 국민권익위원장(이하 권익위)으로 임명된 박은정 위원장도 시민단체 출신이다. 박 위원장은 이화여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1994년부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으로 활동했고 2000년부터 2002년에는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김대중정부에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중앙인사위원회 비상임위원,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자율화구조 개혁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박 위원장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대한 개정 여부가 박 위원장의 의지에 달렸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 각계각층에선 김영란법의 기준인 ‘3·5·10만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취임 1달여를 맞은 지난 27일 “청탁금지법이 다가오는 추석에 친지와 이웃 간에 선물을 주고받는 데 지장을 초래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시행령이 허용하는 기준인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가액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당장 수용할 뜻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다만 “거시적인 경제에 미치는 지표들을 검토해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합리적 절차를 거쳐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여성·환경부 접수
새로운 비전 수립

이번 문재인정부에서 초대 여성부장관에 임명된 정현백 여성부장관은 ‘여성단체의 대모’로 통한다. 서울대 사회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서 서양사 석사학위를 취득한 정 장관은 독일 보훔대학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목소리를 낸 정 장관은 1989년 한국여성연구회(현 한국여성연구소) 공동대표를 시작으로 1997년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공동대표, 2002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및 공동대표를 지냈다.


2010년부터는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목소리를 냈다. 남북공동선언 이행, 밀양송전탑 건설, 국정원 대선개입, 철도 민영화 관련 파업, 삼척시 신규원전 유치, 역사 국정교과서 등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서 논란이 됐던 굵직한 문제들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2015년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석한 자리서 그는 “지난 3000일 동안 제주도지사가 3번이나 바뀌었지만 누구도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려 하지 않았다”며 제주해군기지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서 시민단체 중 특히 참여연대 출신들이 요직에 앉은 가운데 참여연대 이외의 시민단체 출신들도 입각에 성공했다. 김은경 환경부장관은 전업주부이던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 당시 대구 시민대표로 나서며 환경운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서울시 노원구로 이주한 뒤에는 상계쓰레기소각장 주민대책위원회서 일했다. 

박상기-조국 검 개혁 쌍두마차
김혜애·하승창…청와대도 장악

노원구의회 의원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한 김 장관은 민주당서 환경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환경연구와 공공분야 컨설팅을 수행하는 민간 연구기관인 ‘지속가능성센터지우’를 2010년 설립해 대표를 지냈다. 지속가능센테지우서 박 장관은 책 집필, 기고, 강연, 컨설팅 등을 전개하면서 지속가능발전이란 개념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힘썼다. 

대표로 재임당시 쓴 책인 ‘성장에서 지속가능한발전으로’에서 김 장관은 “지속가능발전은 보다 형평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민주화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라며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측면의 삶의 질을 담보하는 통합적 국가발전정책으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김 장관은 국정기조인 지속가능발전을 주도할 환경부의 비전과 원칙을 만들고 공유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27일 그동안 4대강 사업, 가습기 살균제 등 여러 환경 현안에 대해 주도적인 대응이 부족했다는 내외부의 반성과 비판을 감안해 일시적 자성론을 넘어 국민과 정책이해관계자,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새로운 비전 수립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이달 말 4~6급 실무진이 참여하는 비전 수립 워크숍을 시작으로 8월 말까지 조직 진단을 비롯해 핵심가치와 원칙을 도출해 나가기로 했다. 해당 자리서 김 장관은 “환경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부 직원들부터 소통해 비전과 원칙을 다시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시민운동가 
잇단 청와대 입성

부처의 수장뿐만 아니라 청와대 핵심 인사들도 시민단체 출신들로 채워졌다. 지난달 2일 청와대 사회수석실 기후환경비서관에 임명된 김혜애 비서관은 녹색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또 사회혁신수석실의 시민사회비서관에는 김금옥 비서관이 이름을 올렸는데 그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김 기후환경비서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여성 환경운동가로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시민사회 인사다. 김 시민사회비서관은 전북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단체연합서 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거쳐 2010년부터 7년간 여성단체연합을 이끈 여성운동가다. 

문재인정부서 시민단체 출신 인사 등용은 새삼스럽지 않다. 앞서 문 대통령은 조직개편을 통해 사회혁신수석실을 신설했다. 해당실의 수석에는 시민운동가 출신의 하승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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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