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리는’ 포스코 수난사 막전막후

더는 국민기업을 흔들지 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포스코를 주목하는 시선이 부쩍 많아졌다. 문재인정부가 포스코 인사권에 개입할 수 있다는 추측이 더해진 탓이다. 순탄치 않았던 회장 교체 이력을 돌이켜보면 단순 억측쯤으로 치부하기 힘든 구석이 존재한다. 하지만 권오준체제 ‘2기’를 막 가동한 포스코 입장서 보자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풍문임에 분명하다.  
 

포스코는 2000년 9월 정부 지분 전량 매각과 함께 민영기업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여전히 완전한 민영기업으로 불리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의 의중이 반영되는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데다 민영화와 상관없이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던 탓이다. 혼란스러웠던 역대 포스코 회장 변천사 때문에 재계는 권오준 현 회장이 임기를 제대로 채울지 주목하고 있다. 예정된 재임 기간을 꽉 채울 거란 낙관론과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혼재된 양상이다. 

정권만 바뀌면
계속되는 교체

정권이 바뀌고 친정권 성향의 새 회장이 포스코에 부임하는 과정서 기존 회장의 비리 혐의는 단골 메뉴처럼 부각됐다. 초대 회장부터 이 같은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다. 관련 업계에선 정권마다 기업 수장이 바뀌는 것을 두고 ‘포스코 잔혹사’라고 표현할 정도다. 

포스코를 일으켜 세운 고 박태준 전 회장은 김영삼정부 출범 직전 24년 6개월간 자리를 지키던 회장직서 물러나야 했다. 박 전 회장은 1993년 회사기밀비 7300만원을 횡령하고 포항제철 계열사와 협력사 20개 업체로부터 39억7300만원을 받은 특가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포항제철 명예회장직도 이때 박탈당했다. 여전히 박 전 회장이 보복성 조치를 당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 전 회장은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각제 대통령선거 공약화를 요구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의 뒤를 이은 황경로 회장(1992년 10월∼1993년 3월)은 김영삼정부 출범과 함께 자리서 물러났다. 약 5개월 남짓한 그의 재임 기간은 포스코 역대 회장들 중 가장 짧다. 황 전 회장은 거래업체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9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정명식 3대 회장은 1993년 3월부터 1994년 3월까지 1년간 회장직을 유지했다. 4대 김만제 회장(1994년 3월∼1998년 3월)은 1998년 김대중정부 출범 직후 사임했다. 

그는 1994년부터 4년여에 걸쳐 회사기밀비 4억2415만원을 유용한 업무상 횡령 혐의로 1999년 2월 불구속 기소됐다.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교체에 따른 회장 변동은 여전했다. 5대 유상부 회장(1998년 3월∼2003년 3월)은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노무현정부가 출범하면서 자리서 물러났다. 6대 이구택 회장(2003년 3월∼2009년 1월)도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검찰이 정기세무조사 무마 청탁설 조사에 나서자 돌연 사퇴했다.

정준양 7대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은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끝에 2015년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부실기업 인수로 회사에 16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지난 1월 1심 무죄 판결을 내린 상태다.

혹시나 하는
섣부른 비관론

이전 사례들은 권 회장의 앞날이 마냥 순탄치 않을 거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진짜 문제는 정부 차원서 코드 인사를 감행할 경우 막아내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물론 포스코는 나름대로 독자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포스코는 2004년 이사 선임에 있어서 소액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집중 투표제를 도입했다. 
 


2006년에는 사외이사들로 꾸려진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가 회장 후보를 결정하고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하도록 했다. 주요 인사 선임과 관련해 정권의 외풍에 시달린다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그러나 각종 장치를 마련해도 포스코는 정부의 입김서 벗어나는 데 한계를 드러낸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권 회장 체제도 언제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민영기업의 회장 자리를 정부 차원서 내정한다는 건 당사자의 입장서 매우 불쾌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다만 포스코를 흔들고자 마음먹는다면 포스코는 상대적 약자 입장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실 쌓는 권
내칠 명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재계 관계자들은 권 회장의 임기 완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연임이 결정된 지 얼마 안된 상태서 코드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이 적고, 능력 검증은 이미 끝났기 때문에 예정된 재임 기간을 꽉 채울 거란 분석이다. 

2014년 포스코 8대 수장에 오른 권 회장은 지난 3월 ‘최순실 게이트’라는 악재를 딛고 연임에 성공했다. 원칙대로라면 권오준체제 2기의 종료 시기는 2020년 3월이다. 중간에 위기도 있었다. 

포스코는 2015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권 회장의 임기가 절반도 안 남았던 시점이다. 외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권 회장은 임기 연장에 성공했다. 그 어렵다던 포스코 체질개선에 일정부분 성공시켰다는 점이 임기 연장에 영향을 미쳤다.

2014년 3월 권 회장 부임 당시 포스코는 철강시장 여건 악화와 경기불황, 내부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큰 혼란에 직면했다. 이때 권 회장이 내세운 경영 전략은 본연에 충실한 내실 다지기였다. 

이때부터 포스코는 철저한 다이어트와 체질개선에 돌입했다. 철강사업과 관련이 없거나 입지가 불완전한 못한 계열사는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2014년 49개였던 포스코 계열사는 10개 이상 줄어들었다.

순탄치 않았던 회장 교체 잔혹사 ‘이제 끝’
굳건해지는 ‘권오준 2기’ 체제  

체질개선의 순기능은 올해 1분기부터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포스코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5조772억원, 영업이익 1조3650억원, 당기순이익 9769억원을 기록했다. 권 회장 취임 이래 가장 좋은 실적이다. 


매출액은 평년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은 껑충 뛰었다. 지난해 3분기의 영업이익 1조342억원도 가볍게 넘어섰다. 포스코의 1분기 실적은 ‘권오준 2기’의 첫 성적표란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외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작업도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권 회장 취임 초 글로벌 철강시장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안정적이지 못했다. 다행히 권 회장 취임 후 줄곧 ‘고부가제품’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포스코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이익률 개선에 성공했다. 

당장 권 회장을 대신할 만한 인물도 마땅치 않다. 과거 포스코 회장이 교체되던 당시에는 기존 회장을 대신할 만한 인물이 여럿 거론됐다. 그러나 최근엔 권 회장 외에 거론되는 유력한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등 크고 작은 구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권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건 권 회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본인의 연임 의지도 강하다. 권 회장은 지난 2월 초 임원인사서 조직개편을 단행해 COO(Chief Operating Officer, 철강부문장) 체제를 도입했다. 기존 철강부문의 운영은 COO가 책임 경영토록 하고, 회장인 자신은 비철강 부문, 신사업 등 미래성장 동력을 챙기며 그룹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여기에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막고 임기를 무사히 끝내면 내부 인물을 차기 후계자로 인선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코드 인사커녕
정부만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무작정 포스코 인사권에 개입하지 않을 거란 낙관적 전망이야말로 그의 임기 만료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 적폐 청산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해온 문 대통령의 성향상 권 회장에게 큰 압박을 가하기 힘들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문재인정부의 코드에 부합하는 인물을 내세워 낙하산 인사를 자행할 경우 자가당착에 빠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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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