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리는’ 포스코 수난사 막전막후

더는 국민기업을 흔들지 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포스코를 주목하는 시선이 부쩍 많아졌다. 문재인정부가 포스코 인사권에 개입할 수 있다는 추측이 더해진 탓이다. 순탄치 않았던 회장 교체 이력을 돌이켜보면 단순 억측쯤으로 치부하기 힘든 구석이 존재한다. 하지만 권오준체제 ‘2기’를 막 가동한 포스코 입장서 보자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풍문임에 분명하다.  
 

포스코는 2000년 9월 정부 지분 전량 매각과 함께 민영기업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여전히 완전한 민영기업으로 불리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의 의중이 반영되는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데다 민영화와 상관없이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던 탓이다. 혼란스러웠던 역대 포스코 회장 변천사 때문에 재계는 권오준 현 회장이 임기를 제대로 채울지 주목하고 있다. 예정된 재임 기간을 꽉 채울 거란 낙관론과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혼재된 양상이다. 

정권만 바뀌면
계속되는 교체

정권이 바뀌고 친정권 성향의 새 회장이 포스코에 부임하는 과정서 기존 회장의 비리 혐의는 단골 메뉴처럼 부각됐다. 초대 회장부터 이 같은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다. 관련 업계에선 정권마다 기업 수장이 바뀌는 것을 두고 ‘포스코 잔혹사’라고 표현할 정도다. 

포스코를 일으켜 세운 고 박태준 전 회장은 김영삼정부 출범 직전 24년 6개월간 자리를 지키던 회장직서 물러나야 했다. 박 전 회장은 1993년 회사기밀비 7300만원을 횡령하고 포항제철 계열사와 협력사 20개 업체로부터 39억7300만원을 받은 특가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포항제철 명예회장직도 이때 박탈당했다. 여전히 박 전 회장이 보복성 조치를 당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 전 회장은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각제 대통령선거 공약화를 요구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의 뒤를 이은 황경로 회장(1992년 10월∼1993년 3월)은 김영삼정부 출범과 함께 자리서 물러났다. 약 5개월 남짓한 그의 재임 기간은 포스코 역대 회장들 중 가장 짧다. 황 전 회장은 거래업체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9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정명식 3대 회장은 1993년 3월부터 1994년 3월까지 1년간 회장직을 유지했다. 4대 김만제 회장(1994년 3월∼1998년 3월)은 1998년 김대중정부 출범 직후 사임했다. 

그는 1994년부터 4년여에 걸쳐 회사기밀비 4억2415만원을 유용한 업무상 횡령 혐의로 1999년 2월 불구속 기소됐다.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교체에 따른 회장 변동은 여전했다. 5대 유상부 회장(1998년 3월∼2003년 3월)은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노무현정부가 출범하면서 자리서 물러났다. 6대 이구택 회장(2003년 3월∼2009년 1월)도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검찰이 정기세무조사 무마 청탁설 조사에 나서자 돌연 사퇴했다.

정준양 7대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은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끝에 2015년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부실기업 인수로 회사에 16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지난 1월 1심 무죄 판결을 내린 상태다.

혹시나 하는
섣부른 비관론

이전 사례들은 권 회장의 앞날이 마냥 순탄치 않을 거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진짜 문제는 정부 차원서 코드 인사를 감행할 경우 막아내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물론 포스코는 나름대로 독자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포스코는 2004년 이사 선임에 있어서 소액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집중 투표제를 도입했다. 
 


2006년에는 사외이사들로 꾸려진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가 회장 후보를 결정하고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하도록 했다. 주요 인사 선임과 관련해 정권의 외풍에 시달린다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그러나 각종 장치를 마련해도 포스코는 정부의 입김서 벗어나는 데 한계를 드러낸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권 회장 체제도 언제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민영기업의 회장 자리를 정부 차원서 내정한다는 건 당사자의 입장서 매우 불쾌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다만 포스코를 흔들고자 마음먹는다면 포스코는 상대적 약자 입장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실 쌓는 권
내칠 명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재계 관계자들은 권 회장의 임기 완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연임이 결정된 지 얼마 안된 상태서 코드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이 적고, 능력 검증은 이미 끝났기 때문에 예정된 재임 기간을 꽉 채울 거란 분석이다. 

2014년 포스코 8대 수장에 오른 권 회장은 지난 3월 ‘최순실 게이트’라는 악재를 딛고 연임에 성공했다. 원칙대로라면 권오준체제 2기의 종료 시기는 2020년 3월이다. 중간에 위기도 있었다. 

포스코는 2015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권 회장의 임기가 절반도 안 남았던 시점이다. 외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권 회장은 임기 연장에 성공했다. 그 어렵다던 포스코 체질개선에 일정부분 성공시켰다는 점이 임기 연장에 영향을 미쳤다.

2014년 3월 권 회장 부임 당시 포스코는 철강시장 여건 악화와 경기불황, 내부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큰 혼란에 직면했다. 이때 권 회장이 내세운 경영 전략은 본연에 충실한 내실 다지기였다. 

이때부터 포스코는 철저한 다이어트와 체질개선에 돌입했다. 철강사업과 관련이 없거나 입지가 불완전한 못한 계열사는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2014년 49개였던 포스코 계열사는 10개 이상 줄어들었다.

순탄치 않았던 회장 교체 잔혹사 ‘이제 끝’
굳건해지는 ‘권오준 2기’ 체제  

체질개선의 순기능은 올해 1분기부터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포스코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5조772억원, 영업이익 1조3650억원, 당기순이익 9769억원을 기록했다. 권 회장 취임 이래 가장 좋은 실적이다. 


매출액은 평년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은 껑충 뛰었다. 지난해 3분기의 영업이익 1조342억원도 가볍게 넘어섰다. 포스코의 1분기 실적은 ‘권오준 2기’의 첫 성적표란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외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작업도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권 회장 취임 초 글로벌 철강시장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안정적이지 못했다. 다행히 권 회장 취임 후 줄곧 ‘고부가제품’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포스코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이익률 개선에 성공했다. 

당장 권 회장을 대신할 만한 인물도 마땅치 않다. 과거 포스코 회장이 교체되던 당시에는 기존 회장을 대신할 만한 인물이 여럿 거론됐다. 그러나 최근엔 권 회장 외에 거론되는 유력한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등 크고 작은 구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권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건 권 회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본인의 연임 의지도 강하다. 권 회장은 지난 2월 초 임원인사서 조직개편을 단행해 COO(Chief Operating Officer, 철강부문장) 체제를 도입했다. 기존 철강부문의 운영은 COO가 책임 경영토록 하고, 회장인 자신은 비철강 부문, 신사업 등 미래성장 동력을 챙기며 그룹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여기에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막고 임기를 무사히 끝내면 내부 인물을 차기 후계자로 인선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코드 인사커녕
정부만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무작정 포스코 인사권에 개입하지 않을 거란 낙관적 전망이야말로 그의 임기 만료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 적폐 청산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해온 문 대통령의 성향상 권 회장에게 큰 압박을 가하기 힘들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문재인정부의 코드에 부합하는 인물을 내세워 낙하산 인사를 자행할 경우 자가당착에 빠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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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