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듣보잡’ 대선후보들 열전

안 될 줄 알면서도…3억짜리 얼굴도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후보에 대한 주목도는 ‘빈익빈 부익부’다. 대선 레이스가 막판에 접어들수록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은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집중된다. 지지율이 낮은 후보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외면받기 일쑤다. 그럼에도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있다. <일요시사>가 현재 주목도가 높은 원내 5당 후보들을 제외한 10명의 후보를 조명해봤다.

19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달 9일이면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게 된다. 15∼16일은 대선 후보 등록기간이었다. 양일간 등록한 후보는 15명에 달했다. 역대 최다 후보 등록으로, 17대 대선 때 12명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경제애국당 오영국 후보,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 통일한국당 남재준 후보, 한국국민당 이경희 후보, 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 후보, 홍익당 윤홍식 후보, 무소속 김민찬 후보(기호순) 등이다.

역대 최다 후보
투표용지만 30센티

선거법상 국회 원내 의석이 있는 정당 후보가 우선 순위이며 원내 정당의 경우 의석수 순으로 기호를 배정받는다. 원외 정당 후보들은 정당명의 가나다순이다. 무소속 후보는 추첨을 통해 기호가 정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후보자 15명 기준 투표용지의 길이는 약 28.5㎝에 이른다. 선관위 안내문을 포함, 16장에 이르는 벽보를 이어 붙이면 그 길이만 10m가 넘는다.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조 후보는 지난 8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박(친 박근혜) 세력이 주축이 돼 만든 신생 정당이다. 이후 새누리당은 지난 11일 조 후보를 19대 대선 후보로 추대했다.


새누리당은 “단독 입후보한 조 의원을 당헌당규 규정에 따라 별도 국민 참여경선 없이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로 결정해주셔서 한편으로는 영광스럽고 한편으로는 가시밭길에 큰 짐을 지고 가는 것 같다”며 “새누리당 돌풍이 실감날 정도의 관심과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원내 1석을 배경으로 기호 6번을 배정받은 조 후보는 유세송, 선거 포스터 등을 이용,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 후보는 태극무늬 티셔츠를 입은 곰을 넣은 공식 선거 포스터나 동요 ‘곰 세 마리’를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을 넣어 개사한 유세송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 장 후보는 DJ의 젊은 가신, 국회의원, 시사 프로그램 MC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가졌다. 그는 지난 1월 서울장충체육관서 자신의 책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 <큰 바위 얼굴>로 북콘서트를 열고 세를 과시했다. 당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장 후보는 국민의당 입당을 타진했으나 종편 TV 프로그램 진행 중 5·18 민주화운동 폄훼발언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3월14일 광주시의회서 공식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국민대통합당 창당을 선언했다. 올해 53세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젊은 편인 장 후보는 SNS, 유튜브 등을 통해 표심 잡기에 나섰다.

유튜브 공식채널을 개설, 자신의 정책을 담은 동영상으로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장 후보는 지난 18일 대전 중앙시장을 찾아 “1%의 기득권이 아닌 골목상권과 제조업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99%의 서민들의 희망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강력한 경제성장 정책으로 쪼들린 경제와 복지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 5선 국회의원이자 MB정부 시절 특임장관을 지낸 이 후보 역시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복면을 쓴 뒤 “소속 당과 이름, 얼굴을 가리고 누가 위기에 처한 나라를 살릴 수 있는 후보인지 정책토론을 하자”며 복면토론을 요구했다.

3월20일 이 후보는 “대통령이 돼 1년 안에 나라의 틀을 바꾸고 물러나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늘푸른한국당은 원외정당이기 때문에 국고지원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또 창당 3개월 만에 치르는 선거라 조직력서도 열세다.


역대 최다 15명 등록 ‘후보 난립’
군소후보들도 메이저·마이너 갈려

늘푸른한국당 측은 5억원 규모의 ‘초절약’ 대선을 치르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돈 안 드는 선거운동은 불편하지만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 정치가 나아갈 길”이라며 “대선서 돈 덜 쓰고 선거운동하는 새로운 기록을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 김 후보는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해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이다. 앞서 2011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을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서 최루탄을 터트린 사건으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대법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후보는 지난해 3월 흙수저당, 비정규직철폐당, 농민당이 연합해 창당한 민중연합당에 입당, 1년 뒤인 올 3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17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유세를 펼치며 “대통령이 되면 전시작전지휘권을 환수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주권자인 국민의 동의 없이 미국의 압력에 굴종해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통일한국당 남재준 후보= 박근혜정부 첫 국정원장 출신인 남 후보도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남 후보는 서해 북방한계선 논란과 관련해 2013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을 당시 원장이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한창 피어오를 무렵이었다.

그는 지난달 24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지키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사드 배치를 넘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술핵 재배치와 경우에 따라 독자적인 핵무장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안홍준 전 의원이 2015년 창당한 통일한국당은 남 후보를 대선 후보로 추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한국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 정신 및 박정희 전 대통령의 민족중흥 정신 등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한 보수 정당이다.

남 후보는 14일 “지금 제도로는 무소속 후보의 승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과 충고를 토대로 정체성과 일치하는 통일한국당의 후보 추대 제의를 받아들인다”며 수락 의사를 밝혔다.

이색 홍보로
한 표만 호소

조원진·장성민·이재오·김선동·남재준(기호순) 후보는 정치에 관심 있는 유권자들에게는 미약하나마 지명도가 있는 경우다. 국회의원을 지냈거나 국정 요직을 맡는 등 언론에 오르내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주목도가 절정에 이른 원내 5당 후보나 미미하게라도 알려진 5명의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말 그대로 ‘누구세요’ 수준의 인지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직선거 기탁금 납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기탁금 납부제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선거 등에서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후보등록 신청 시 관할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 법률이 정한 일정금액을 기탁하도록 하는 제도다. 후보자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기탁금을 반액 또는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기탁금 3억 내야
득표율 10% 이하 ‘0원’


공직선거법 제56조에 따르면 대선 후보는 기탁금으로 3억원을 내야 한다. 후보들은 최종득표율이 15% 이상인 경우 전액, 10% 이상 15% 미만인 경우 반액을 선거일 후 30일 이내에 보전받을 수 있다. 10% 이하일 경우 기탁금은 국고로 귀속된다. TV토론회에 출연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원내 5당 후보 중에도 기탁금 반환 여부가 불분명한 후보가 있을 정도로 득표율 10%는 매우 높은 수치다. 반전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군소정당 후보들에게는 꿈의 득표율이나 다름없다.

▲경제애국당 오영국 후보= 포털사이트서 오 후보를 검색하면 ‘하하그룹 회장’이라는 이력이 나온다. 하하그룹은 의료용 대장 세정기를 판매하는 업체다. 오 후보는 국제금융 혁신 주도국을 건설하겠다는 이색 공약을 내놨다. “지구촌을 운영하는 국제금융그룹 산하의 금융·법리·재단·과학 등 7개 본부를 유치해 한국을 글로벌 중심축으로 우뚝 세우겠다”는 공약이다.

방문판매 등과 관련한 법령을 개정하고 폐지해 유통업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공약은 자신의 사업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오 후보는 이 공약을 통해 800만명 이상의 사업자를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1976년과 1982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각각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0년에는 사기죄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는 등 대선후보들 중에서 전과 이력으로는 공동 2위다. 또 후보들 중 여성인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군복무를 하지 않았다.

▲한국국민당 이경희 후보= 이 후보는 전과 이력에 있어서만큼은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후보는 2004년 공직선거법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으로 벌금 1500만원, 2005년에는 소음진동규제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08년 8·15특사로 사면받았다. 이후 2010년 업무방해와 권리행사방해로 벌금 100만원, 2012년 상해죄로 벌금 300만원, 2014년 식품위생법과 공중위생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 전과 5범의 이력이 있다. 벌금 총합계만 2500만원에 이른다.

올해 43세로 최연소 후보인 이 후보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고, 2004년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역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떨어졌다. 부동산개발업 및 임대업을 해왔다는 이 후보는 65억3947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안철수 후보(1196억9000여만원)에 이어 재산 순위 2위를 기록했다.


그는 국정원장·대법원장·감사원장 선거로 선출, 초·중·고·대학교 통폐합, 군 복무기간 16개월로 단축 등의 공약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후보가 바로 나”라며 “선거 기간이 좀 더 길었다면 당선 가능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 후보= 국가보훈처 산하 제대군인지원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 후보는 김영란법 폐지, 기초의원 폐지, 사이버특수군 10만명 양병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각양각색 이력과 출마 이유
인지도 높이려 훗날 도모?

김 후보는 사기 2건 등 전과 3범의 이력을 갖고 있다. 200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듬해에도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 2003년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후보 측은 서울, 경기지역 외 일부 지방에 벽보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지역에선 김 후보의 벽보 없이 14명 후보자들의 것만 부착됐다.

▲홍익당 윤홍식 후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이어받은 후보도 있다. 윤 후보는 “내가 받고자 하는 것을 남에게 베풀자는 정신을 사회 제반 분야를 넘어 정치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대학서 사학과 철학을 전공한 후 13년간 20대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인문학 학원을 운영해왔다. 5년 전부터는 유튜브서 무료 인문학 강의도 진행했다.

그가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지난해 11월 윤 후보는 창당발기인 서명 작업에 돌입하면서 대권을 꿈꿨다. 독립운동가·순직자·의인 등의 후손에 최대한 지원, 공직자 채용 시 양심평가지표 도입, 방산비리 추적 전담조직 구성 등의 공약을 앞세웠다.

윤 후보는 대선 기탁금 3억원을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인터넷을 통해 그의 강의를 듣는 해외동포들이 선거 자금을 후원해 4억원 정도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최순실 사태 이후 기존 정치권서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하게 됐다”며 “평범한 국민도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출마했다”고 밝혔다.

▲무소속 김민찬 후보= 김 후보는 15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당적이 없는 무소속 후보다. 원광디지털대 자연건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템플턴대 상담심리학과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문화예술학회인 ‘월드마스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월드마스터위원회는 김 후보가 국내외를 오가며 발굴한 장인들을 한데 모아 관리하는 단체다.

비무장지대(DMZ)에 세계문화예술도시 건설, 전통 문화 보존에 전념하는 각계 명인 및 명장 발굴, 문화예술인을 위한 다각적인 일자리 창출 등 주요 공약은 문화예술 분야에 치중돼있다. 그는 한국을 세계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외에도 부처 및 공공기관 내부서 이뤄지는 상시 감사 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국가진단위원회 설치 등을 주장했다. 빚을 내 기탁금을 마련했다는 김 후보는 “장난으로 출마한 게 아니다”며 “국민은 국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열패감을 타파하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24일 군소후보 10명을 대상으로 비초청 후보자 토론회를 진행한다. 공중파, 종편, 선관위 등이 주관하는 총 6번의 토론회 중 군소후보가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이번 한 번에 불과하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는 이른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식으로 대선 주자를 나눠 TV토론회를 실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마이너 후보들
토론도 한 번뿐

이 후보는 “후보자들이 3억원의 기탁금을 동일하게 냈음에도 똑같은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불평등하다”며 “특히 토론회를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나눠 후보자를 차별하면 선거 결과에 치명적인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82조는 국회 5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추천한 후보만 초청후보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다.

한편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이들 군소후보의 눈은 대선 너머에 고정돼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후보들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 등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포석으로 출사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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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