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라이즈F&T’ 미심쩍은 6년 행적

죽지 않는 관피아…제식구 봐주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해외 자본 및 기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은 각종 인프라, 세제 및 행정적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일종의 경제특구 개념이다. 당연히 외국인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세제 감면부터 규제 완화까지 파격적인 혜택이 뒤따른다. 하지만 평택항을 거점으로 삼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서는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2010년 설립된 '(주)선라이즈에프앤티(이하 선라이즈)'는 고관세 농산물을 수입해 가공하는 회사다. 선라이즈는 여타 농산물 가공업체와 차별화된 입지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바로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업체라는 점이다. 경제자유구역에 터전을 잡았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선라이즈는 이득을 얻고 있다. 수입한 농산물 원재료를 인근 가공설비로 곧바로 보낼 수 있게 돼 유통비 절감 효과를 불러왔고 줄어든 유통비는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경쟁사 밟고
나홀로 쑥쑥

선라이즈 홀로 누리는 입지 혜택에 볼멘소리가 곳곳서 나왔지만 지금껏 선라이즈는 황해자유경제구역에 들어선 유일한 농산물 가공업체로 등록돼있다. 2012년 이후 경제자유구역에 농산물 가공 제조 업종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세관장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법 개정이 이뤄진 탓이다. 정부 차원서 더 이상 농산물 가공업체를 자유경제구역에 들이지 않겠다고 공표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자 몇몇 업계 종사자는 선라이즈가 특혜를 누린다고 주장한다. 자유경제구역에는 애초부터 농산물 가공설비가 들어설 수 없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제법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들은 무슨 이유로 항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가공공장을 짓고 유통비를 추가로 투입하면서 공장을 운영하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선라이즈가 지금의 자리에 농산물 가공설비를 갖추자 수많은 경쟁업체들이 경기도 해양항만정책과에 불만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자유구역 안에 가공설비 인허가를 내달라고 요구하자 법 개정을 거치며 더 이상의 업체 진입을 막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반면 경기도 측은 원래 이 구역에 농산물 가공업체가 들어서는 건 허가되는 일이었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즉, 허용된 곳에 선라이즈만이 설비를 들였고 이후 개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경기도 해양항만정책과 관계자는 “법 개정 전에는 가공업체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해당 업무를 하던 직원이 없기 때문에 서류상 차원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점점 커지는
밀수 논란

입지를 둘러싼 구설은 시작에 불과하다. 한술 더 떠 몇몇 사람들은 선라이즈가 조직적인 밀수를 벌인다는 충격적인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관세청은 국내 농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농산물에 대해서는 고관세 정책을 취하고 있다. 다만 가공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수입해오는 농산물은 고관세 정책서 한발 비껴간다. 콩나물콩을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콩을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의 관세만 반영된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11월말까지 선라이즈가 국내에 수입한 농산물은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이다. 이들 모두 세율이 높은 고관세 품목이다. 건조녹두의 관세율은 607.5%에 달한다. 물론 가공 목적이라면 관세는 현격이 낮아진다. 

조직적인 밀수 가능성 제기
눈에 안보이는 무언가 있나

문제는 밀수 가능성이다. 가공용 수입 농산물을 시중에 유통하면서 당국의 적발을 비껴갈 수 있다면 엄청난 폭리가 가능해진다. 한 수입 농산물 유통업자는 “이미 평택항에선 선라이즈가 밀수를 저지른다고 보는 시각이 다수”라며 “당장 공장만 가도 알 수 있다. 현재 갖춘 설비만으로는 대단위 수입물량을 온전히 소화해낼 여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고추가루(관세 270%)를 24톤 컨테이너에 가득 실어서 밀수한다고 가정하면 1톤당 1000만원 가량의 차액이 생긴다. 선라이즈가 2010년부터 현재까지 수입한 고추가루는 약 1만4609톤. 만약 수입한 고추가루를 선라이즈가 온전히 밀수에 이용했다면 무려 1460억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고추가루는 그나마 관세가 낮은 축에 속한다. 관세가 높은 품목일수록 밀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차익이 클 수밖에 없다.

선라이즈 측은 이 같은 세간의 인식에 대해 터무니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적법한 통관을 거쳐 수입 농산물을 가져왔고 이를 통해 가공해왔는데 음해세력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펼친다는 주장이다. 엄청난 금액을 착복했다면 공장이 가동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외부의 시각과 달리 설비를 운영하는 것 조차 빠듯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선라이즈 관계자는 “행여 밀수를 했다면 엄청난 이득을 취해야 하는데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우리 회사는 경기 불황의 여파를 체감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외부인들의 논조에는 지극히 불온한 발상이 담겨 있다”고 성토했다.

곳곳에 퍼진
불법 흔적들

그러나 지난해 생강구근(종자) 유통 과정을 돌이켜 보면 선라이즈의 해명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엿보인다. 국내서 유통되는 생강 종자는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국내산보다 발아율이 뛰어나고 품질 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생강 종자철인 매년 3∼4월에는 중국산 생강이 200컨테이너(4800톤) 이상 수입된다.

선라이즈 역시 생강을 대단위로 수입하던 업체다. 특히 지난해에는 3월25일부터 4월14일까지 24차례에 걸쳐 생강구근를 국내에 다량 들여왔다. 공교롭게도 선라이즈는 이 시기에 수입한 상당수 생강 물량을 충남·경북에 위치한 다수의 지역 농협에 종자용으로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농산물 가공업체가 수입 농산물을 직접 유통하는 것은 법으로 엄격히 금기시되는 행위다.

다만 충남·경북의 지역 농협과 직접 거래한 곳이 선라이즈의 자회사인 천하무역이라는 점에서 해석의 여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자회사의 이름으로 거래가 이뤄졌더라도 선라이즈가 수입한 농산물의 상당량을 천하무역이 유통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쉽사리 떨치긴 힘들다.

이 경우 제조가공을 목적으로 수입한 생강이 원재료로 유통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77.3%의 관세가 아닌 가공용 8% 관세가 매겨진 생강이라면 이는 보통 사안이 아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천하무역 측은 강력히 부인했다. 천하무역 대표는 “정식 허가를 받고 종자용으로 들여온 상품”이라며 “천하무역은 선라이즈의 자회사지만 그렇다고 밀수로 무작정 규정짓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선라이즈가 유독 구설에 휘말리는 이유는 뭘까. 농산물 수입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관공서와 선라이즈의 연계 가능성 때문이다. 선라이즈의 태생 과정을 되짚어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관 공무원 출신 모여 퇴직후 새살림
심증 가득한 특혜 의혹과 수많은 구설

선라이즈는 세관에 몸담았던 공무원들이 퇴직 후 주축이 돼 만들어진 회사다. 대표인 유모씨를 비롯해 핵심 창립멤버로 꼽히는 8명 가운데 5명이 세관 공무원 출신이다. 얼마 전 회사에 합류했던 조모씨 역시 평택세관서 실세로 손꼽히던 인물이다.

평택세관, 식물검역소 등 통관 관련 업무처들이 선라이즈 품목을 검사할 때 유독 통과 빈도가 높다는 공공연한 소문도 떠돈다. 고관세 품목 수입 시 세관, 식물검역소의 감시 아래 유통경로와 원자재 사용내역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데 선라이즈는 여기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지적이다.

한 농산물 수입업자는 “선라이즈는 관련 관공서의 도움 없이 커왔다고 말하겠지만 업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며 “그게 아니라면 굳이 다들 퇴직 후 같은 곳에 모여 사업을 차렸겠나”고 반문했다.

물론 선라이즈와 관련 관공서의 연결고리가 표면상으로 명확히 드러난 건 없다. 세관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석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평택세관 역시 선라이즈와 관련된 소문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평택세관 관계자는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드러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평택세관서 불거진 공무원의 금품수수 사건은 선라이즈와 몇몇 공무원들의 유착 가능성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지난 13일 평택직할세관 직원이 보세창고 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던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평택직할세관 직원 박모씨(6급)는 2013부터 2014년까지 보세창고 업자로부터 수십만원씩 수십차례에 걸쳐 1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관련 보세창고와 관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평택세관은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박씨를 직위 해제했다.

소문으로 떠도는
유착관계

놀랍게도 박씨는 지난 18일 “경찰 조사를 받게 돼 힘들고 가족들한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후 자신의 아파트 다용도실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더구나 박씨는 그동안 선라이즈와의 유착설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인물이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선라이즈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세관본부와 중앙지검 외사부 역시 선라이즈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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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