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심 계열사 농산물 밀반출 스캔들

6년을 끌어온 티끌 찾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장지선·구동환 기자 = 피고인의 유죄를 자신했던 검찰이 ‘유니패스’로 인해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 유니패스에 남겨진 통관 기록이 검찰의 기존 입장과 상충되는 형태를 보여준 덕분이다. 이참에 사건의 도화선 역할을 했던 태경농산마저 소환되는 양상이다.

2019년 6월 검찰은 이성열씨와 그의 동생에 대한 불구속구공판을 결정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슈퍼마린종합물류(창고보관업, 이하 슈퍼마린), 슈퍼코리아종합물류(무역업)의 실질적 운영 주체로 인식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현재 검찰과 피고인 측은 수원지검 평택지원에서 치열한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치열한
공방전

검찰은 피고인이 중국에서 2013년 12월4일부터 12월30일 사이에 순차적으로 수입한 태경농산 소유의 냉동홍고추 1848톤을 본인 소유의 슈퍼마린 보세창고에 업무상 보관하던 중 일부를 특정 시기에 임의 처분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성열의 주도 하에 해당 품목에 대한 계획적인 밀반출이 행해졌다는 뜻을 분명히 한 상태다. 검찰 측 주장에 따르면 피고인이 2013년 12월8일부터 2015년 1월29일 사이에 임의 처분한 냉동홍고추는 1064톤에 달한다. 약 10억원에 해당하는 가치다.

검찰 측 주장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은, 피고인이 냉동홍고추 1064톤 가운데 57.58톤을 특정 일자에 임의 처분 했는가에 관한 것이다. 


공소 내용을 보면, 검찰은 피고인들이 2015년 1월29일 공모관계에 따라 창고에 보관 중이던 냉동홍고추 57.58톤을 지게차를 이용해 트럭에 옮겨싣고, 매입업자들에게 운송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처분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정 일자를 지목한 것에서 검찰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검찰 측 주장을 백지화시킬만한 증거가 뚜렷하게 부각되면서 재판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이 특정한 2015년 1월29일라는 피고인의 냉동홍고추 임의 처분 시기가 오히려 검찰의 발목을 잡는 배경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앞서 검찰은 2015년 1월29일 피고인 측이 태경농산 소유의 냉동홍고추 수입 물량 가운데 ▲SNKo024131102857(중량 10만8600kg) ▲SiTRAPT218666(중량 12만kg) ▲SiTRAPT218667(중량 12만kg) ▲SNKo024131202039(중량 11만6100kg) ▲NoLDY349E819(중량 24만kg) ▲NoLDY350E814(중량 16만kg) ▲SNKo024131203027(중량 10만3600kg) ▲NoLDY350E815(중량 16만kg) 등 '화물상환증번호(B/L NO)'가 붙은 8개 화물에서 임의로 57.58톤을 빼돌렸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개별 화물 당 임의 처분 중량은 ▲SNKo024131102857 1만8460kg ▲SiTRAPT218666 1만9200kg ▲SiTRAPT218667 1만6800kg ▲SNKo024131202039 480kg ▲NoLDY349E819 600kg ▲NoLDY350E814 720kg ▲SNKo024131203027 620kg ▲NoLDY350E815 700kg 등이다. 피고인이 불법 행위가 확연히 드러나는 걸 방지하고자 각각의 B/L NO를 지닌 화물에서 일정량을 덜어내는 번거로움을 감수했다고 판단한 검찰의 시각이 드러난다. 

손발 안 맞는 
불협화음

흥미로운 점은 ‘유니패스’라고 불리는 ‘한국형 전자통관시스템’ 상에서 검찰 측 주장과 대치되는 흔적이 눈에 띈다는 사실이다. 피고인 측이 빼돌렸다는 냉동홍고추가 2015년 1월29일 이후에도 창고에 잔존했음을 유니패스가 확인시켜 준 것이다.

한 예로 앞서 언급한 8개 화물 가운데 SNKo024131102857라는 B/L NO가 부여된 화물의 경우 유니패스에서 총 중량 10만9143kg 중 9만590.7kg에 관해 2015년 7월13일자로 반출이 기록돼있다. 그리고 해당 B/L NO에서 나머지 총중량 1만8552.3kg에 대해서는 동일 날짜에 미반출로 정리됐고, ‘폐기촉탁’이 기재돼있다.


이를 기존 검찰 측 주장에 대입해 보면, 피고인이 해당 B/L NO에서 임의 처분했다는 태경농산 소유의 냉동고추 1만8460㎏는 정황상 미반출로 정리된 냉동홍고추에 포함돼있었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즉, 피고인들이 임의 처분했다는 냉동홍고추는 2015년 1월29일 이후에도 창고에 존재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B/L NO가 붙은 나머지 7개 화물에서도 동일하게 목격됐다. 이들 모두 2015년 7월13일자로 미반출로 정리됐고, 폐기촉탁 결정이 내려졌음을 유니패스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검찰 측 주장과 상반된 유니패스 상에서의 냉동홍고추 57.58톤에 대한 기록은, 곧 검찰과 유니패스 가운데 한 곳의 사실관계가 잘못됐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일단 유니패스에 기재된 내용의 오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희박하다.

유니패스는 개인과 기업이 물품을 수입 혹은 수출할 때 거치는 신고, 검사, 세금 납부 등의 통관절차를 온라인으로 처리 및 확인 가능한 시스템이다. UN 세계전자정부평가 6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면서 시스템의 우수성을 재확인 시킨 바 있다. 관세청 역시 유니패스의 신뢰도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관세청 대변인은 “유니패스에 등록된 정보와 실제 화물 정보가 다른 경우는 없다. 유니패스의 신뢰도는 100%”라며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입력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순 있지만, 관세를 매기는 과정에서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2년 걸린 태경농산 고추 통관
유니패스 신뢰도에 작아진 검 왜?

유니패스에서 목격된 '반입신고' 중량과 '수입신고' 중량 사이에서의 알 수 없는 간극은, 검찰 측 주장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또 다른 증거나 마찬가지다. 검찰의 공소 내용을 흔들만한 흔적이라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은 한층 커진다.

앞서 언급한 SNKo024131102857 화물의 경우 유니패스 상에서 2013년 12월4일 반입신고가 이뤄졌고, 엿새 뒤에는 수입신고가 뒤따랐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은 중량 감소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반입신고 당시 10만9143kg였던 중량은 수입신고를 거치며 9만590.7kg로 줄었다.

통상 '반입신고' 물량과 '수입신고' 물량의 변동이 없다는 점에서 해당 사례는 지극히 이례적이다. 반입신고일과 수입신고일 사이에 창고에 쌓여 있던 물량 일부를 빼돌린다는 건 위험요소가 클 수밖에 없다. 해당 행위가 곧바로 감시망에 걸릴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이 같은 광경은 앞서 언급한 특정 B/L NO 화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SiTRAPT218666(반입 12만kg, 수입 10만800kg, 누락 1만9200kg) ▲SiTRAPT218667(반입 12만kg, 수입 10만3200kg, 누락 1만6800kg) ▲SNKo024131202039 (반입 11만6100kg, 수입 11만5620kg, 누락 480kg) ▲NoLDY349E819(반입 24만kg, 수입 23만9400kg, 누락 600kg) ▲NoLDY350E814(반입16만kg, 수입, 15만9280kg, 누락 720kg) ▲SNKo024131203027(반입 10만3600kg, 수입10만2980kg, 누락 620kg) ▲NoLDY350E815(반입16만kg, 수입15만9300kg, 누락 700kgk) 등 나머지 7개 B/L NO 화물에서도 연속적으로 비슷한 광경이 목격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8개 B/L NO 화물의 누락중량의 합산이 57.58톤이라는 데 있다. 앞서 검찰 측에서 피고인들이 2015년 1월29일 임의 처분했다고 주장한 중량과 반입 및 수입 과정에서 누락된 중량이 일치하는 셈이다.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하면 이번 사안은 기막힌 우연이기에 앞서, 수입신고 단계에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8개의 화물에서 중량을 따로 떼어냈다고 보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다. 또한 2015년1월29일 이전에 슈퍼마린 창고에서 일부 수량이 잠적했거나 잠적처리됐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임의 처분 의혹을 해소시키는 증거로 작용한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기막힌 우연
예고된 오류

다만 오랜 기간 피고인을 주목해 온 검찰의 지난 행적을 감안하면 소송 결과는 물론이고, 검찰의 향후 대처 역시 섣불리 예단하긴 힘든 상황이다. 태경농산의 형사 고소에서 촉발된 해당 사건은 최초 수원지검 평택지청이 맡았다가 2015년 8월7일 수원지검으로 이송됐고, 이듬해 1월 수원지검 여주지청, 같은 해 5월 수원지검 평택지청으로 이송됐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달 뒤 다시 여주지청, 같은해 12월 수원지검 안산지청, 2017년 3월 평택지청으로 이송됐다가 2017년 6월이 돼서야 기소중지가 결정됐다. 그러나 2018년 9월에 기존 평택지청에서 제주지검으로 이송이 결정됐고, 2019년 6월이 돼서야 사건번호가 생성되기에 이른다. 재판이 열리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족히 흐른 것이다.

이렇게 되자 최근 들어 해당 사건 관련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형사소송의 시작점 역할을 담당했던 태경농산으로 향하고 있다. 농심의 자회사인 태경농산은 2015년 피고인을 형사 고소했고, 검찰의 피고인에 대한 조사가 시작했다.

다만 태경농산은 2013년 12월 경 수입된 자사 냉동홍고추 1848톤이 약 2년 가까이 지나서야 통관이 완료되는 동안 사태 수습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통상 수입에서부터 통관까지는 길어야 2주가량이 소요된다. 더욱이 통관이 지체되는 과정에서 태경농산이 신용장대금결제, 수입신고필증, 물류비 집행 내역, 창고비 결제 내역 등을 제대로 처리했느냐에 대한 의문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태경농산 측은 민사소송을 통해 모든 부분이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태경농산 관계자는 “2017년 민사소송을 통해 승소판결을 받았고 충분히 소명했다”며 “아직 형사건이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평소 피고인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몇몇 관련업종 종사자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부산에서 무역업에 종사했던 피고인은 2010년 4월 평택항 인근에 슈퍼마린을 설립했고, 2012년 1월 보세창고업 특허를 취득하며 평택항에서 빠르게 입지를 키웠다. 

다만 슈퍼마린과 비슷한 시기에 평택항 인근 황해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선 선라이즈에프앤티(농산물 수입 및 원자재 가공)와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출범 초기부터 각종 규제 면제, 특혜 의혹은 물론이고, 고관세 품목 밀반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선라이즈에프앤티와 대립각을 세웠던 사람이 피고인이었다.

이유 있는
죽이기?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수많은 구설에 휘말린 근본적인 이유는 이 회사가 평택세관 공무원들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는 점 때문이었다. 더욱이 정치권과의 연루설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최근 ‘윤석열 X-파일’을 통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친인척과의 연결고리에 대한 의혹이 쏟아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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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