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심 계열사 농산물 밀반출 스캔들

6년을 끌어온 티끌 찾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장지선·구동환 기자 = 피고인의 유죄를 자신했던 검찰이 ‘유니패스’로 인해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 유니패스에 남겨진 통관 기록이 검찰의 기존 입장과 상충되는 형태를 보여준 덕분이다. 이참에 사건의 도화선 역할을 했던 태경농산마저 소환되는 양상이다.

2019년 6월 검찰은 이성열씨와 그의 동생에 대한 불구속구공판을 결정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슈퍼마린종합물류(창고보관업, 이하 슈퍼마린), 슈퍼코리아종합물류(무역업)의 실질적 운영 주체로 인식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현재 검찰과 피고인 측은 수원지검 평택지원에서 치열한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치열한
공방전

검찰은 피고인이 중국에서 2013년 12월4일부터 12월30일 사이에 순차적으로 수입한 태경농산 소유의 냉동홍고추 1848톤을 본인 소유의 슈퍼마린 보세창고에 업무상 보관하던 중 일부를 특정 시기에 임의 처분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성열의 주도 하에 해당 품목에 대한 계획적인 밀반출이 행해졌다는 뜻을 분명히 한 상태다. 검찰 측 주장에 따르면 피고인이 2013년 12월8일부터 2015년 1월29일 사이에 임의 처분한 냉동홍고추는 1064톤에 달한다. 약 10억원에 해당하는 가치다.

검찰 측 주장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은, 피고인이 냉동홍고추 1064톤 가운데 57.58톤을 특정 일자에 임의 처분 했는가에 관한 것이다. 

공소 내용을 보면, 검찰은 피고인들이 2015년 1월29일 공모관계에 따라 창고에 보관 중이던 냉동홍고추 57.58톤을 지게차를 이용해 트럭에 옮겨싣고, 매입업자들에게 운송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처분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정 일자를 지목한 것에서 검찰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검찰 측 주장을 백지화시킬만한 증거가 뚜렷하게 부각되면서 재판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이 특정한 2015년 1월29일라는 피고인의 냉동홍고추 임의 처분 시기가 오히려 검찰의 발목을 잡는 배경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앞서 검찰은 2015년 1월29일 피고인 측이 태경농산 소유의 냉동홍고추 수입 물량 가운데 ▲SNKo024131102857(중량 10만8600kg) ▲SiTRAPT218666(중량 12만kg) ▲SiTRAPT218667(중량 12만kg) ▲SNKo024131202039(중량 11만6100kg) ▲NoLDY349E819(중량 24만kg) ▲NoLDY350E814(중량 16만kg) ▲SNKo024131203027(중량 10만3600kg) ▲NoLDY350E815(중량 16만kg) 등 '화물상환증번호(B/L NO)'가 붙은 8개 화물에서 임의로 57.58톤을 빼돌렸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개별 화물 당 임의 처분 중량은 ▲SNKo024131102857 1만8460kg ▲SiTRAPT218666 1만9200kg ▲SiTRAPT218667 1만6800kg ▲SNKo024131202039 480kg ▲NoLDY349E819 600kg ▲NoLDY350E814 720kg ▲SNKo024131203027 620kg ▲NoLDY350E815 700kg 등이다. 피고인이 불법 행위가 확연히 드러나는 걸 방지하고자 각각의 B/L NO를 지닌 화물에서 일정량을 덜어내는 번거로움을 감수했다고 판단한 검찰의 시각이 드러난다. 

손발 안 맞는 
불협화음

흥미로운 점은 ‘유니패스’라고 불리는 ‘한국형 전자통관시스템’ 상에서 검찰 측 주장과 대치되는 흔적이 눈에 띈다는 사실이다. 피고인 측이 빼돌렸다는 냉동홍고추가 2015년 1월29일 이후에도 창고에 잔존했음을 유니패스가 확인시켜 준 것이다.

한 예로 앞서 언급한 8개 화물 가운데 SNKo024131102857라는 B/L NO가 부여된 화물의 경우 유니패스에서 총 중량 10만9143kg 중 9만590.7kg에 관해 2015년 7월13일자로 반출이 기록돼있다. 그리고 해당 B/L NO에서 나머지 총중량 1만8552.3kg에 대해서는 동일 날짜에 미반출로 정리됐고, ‘폐기촉탁’이 기재돼있다.

이를 기존 검찰 측 주장에 대입해 보면, 피고인이 해당 B/L NO에서 임의 처분했다는 태경농산 소유의 냉동고추 1만8460㎏는 정황상 미반출로 정리된 냉동홍고추에 포함돼있었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즉, 피고인들이 임의 처분했다는 냉동홍고추는 2015년 1월29일 이후에도 창고에 존재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B/L NO가 붙은 나머지 7개 화물에서도 동일하게 목격됐다. 이들 모두 2015년 7월13일자로 미반출로 정리됐고, 폐기촉탁 결정이 내려졌음을 유니패스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검찰 측 주장과 상반된 유니패스 상에서의 냉동홍고추 57.58톤에 대한 기록은, 곧 검찰과 유니패스 가운데 한 곳의 사실관계가 잘못됐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일단 유니패스에 기재된 내용의 오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희박하다.

유니패스는 개인과 기업이 물품을 수입 혹은 수출할 때 거치는 신고, 검사, 세금 납부 등의 통관절차를 온라인으로 처리 및 확인 가능한 시스템이다. UN 세계전자정부평가 6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면서 시스템의 우수성을 재확인 시킨 바 있다. 관세청 역시 유니패스의 신뢰도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관세청 대변인은 “유니패스에 등록된 정보와 실제 화물 정보가 다른 경우는 없다. 유니패스의 신뢰도는 100%”라며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입력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순 있지만, 관세를 매기는 과정에서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2년 걸린 태경농산 고추 통관
유니패스 신뢰도에 작아진 검 왜?

유니패스에서 목격된 '반입신고' 중량과 '수입신고' 중량 사이에서의 알 수 없는 간극은, 검찰 측 주장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또 다른 증거나 마찬가지다. 검찰의 공소 내용을 흔들만한 흔적이라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은 한층 커진다.

앞서 언급한 SNKo024131102857 화물의 경우 유니패스 상에서 2013년 12월4일 반입신고가 이뤄졌고, 엿새 뒤에는 수입신고가 뒤따랐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은 중량 감소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반입신고 당시 10만9143kg였던 중량은 수입신고를 거치며 9만590.7kg로 줄었다.

통상 '반입신고' 물량과 '수입신고' 물량의 변동이 없다는 점에서 해당 사례는 지극히 이례적이다. 반입신고일과 수입신고일 사이에 창고에 쌓여 있던 물량 일부를 빼돌린다는 건 위험요소가 클 수밖에 없다. 해당 행위가 곧바로 감시망에 걸릴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이 같은 광경은 앞서 언급한 특정 B/L NO 화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SiTRAPT218666(반입 12만kg, 수입 10만800kg, 누락 1만9200kg) ▲SiTRAPT218667(반입 12만kg, 수입 10만3200kg, 누락 1만6800kg) ▲SNKo024131202039 (반입 11만6100kg, 수입 11만5620kg, 누락 480kg) ▲NoLDY349E819(반입 24만kg, 수입 23만9400kg, 누락 600kg) ▲NoLDY350E814(반입16만kg, 수입, 15만9280kg, 누락 720kg) ▲SNKo024131203027(반입 10만3600kg, 수입10만2980kg, 누락 620kg) ▲NoLDY350E815(반입16만kg, 수입15만9300kg, 누락 700kgk) 등 나머지 7개 B/L NO 화물에서도 연속적으로 비슷한 광경이 목격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8개 B/L NO 화물의 누락중량의 합산이 57.58톤이라는 데 있다. 앞서 검찰 측에서 피고인들이 2015년 1월29일 임의 처분했다고 주장한 중량과 반입 및 수입 과정에서 누락된 중량이 일치하는 셈이다.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하면 이번 사안은 기막힌 우연이기에 앞서, 수입신고 단계에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8개의 화물에서 중량을 따로 떼어냈다고 보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다. 또한 2015년1월29일 이전에 슈퍼마린 창고에서 일부 수량이 잠적했거나 잠적처리됐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임의 처분 의혹을 해소시키는 증거로 작용한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기막힌 우연
예고된 오류

다만 오랜 기간 피고인을 주목해 온 검찰의 지난 행적을 감안하면 소송 결과는 물론이고, 검찰의 향후 대처 역시 섣불리 예단하긴 힘든 상황이다. 태경농산의 형사 고소에서 촉발된 해당 사건은 최초 수원지검 평택지청이 맡았다가 2015년 8월7일 수원지검으로 이송됐고, 이듬해 1월 수원지검 여주지청, 같은 해 5월 수원지검 평택지청으로 이송됐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달 뒤 다시 여주지청, 같은해 12월 수원지검 안산지청, 2017년 3월 평택지청으로 이송됐다가 2017년 6월이 돼서야 기소중지가 결정됐다. 그러나 2018년 9월에 기존 평택지청에서 제주지검으로 이송이 결정됐고, 2019년 6월이 돼서야 사건번호가 생성되기에 이른다. 재판이 열리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족히 흐른 것이다.

이렇게 되자 최근 들어 해당 사건 관련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형사소송의 시작점 역할을 담당했던 태경농산으로 향하고 있다. 농심의 자회사인 태경농산은 2015년 피고인을 형사 고소했고, 검찰의 피고인에 대한 조사가 시작했다.

다만 태경농산은 2013년 12월 경 수입된 자사 냉동홍고추 1848톤이 약 2년 가까이 지나서야 통관이 완료되는 동안 사태 수습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통상 수입에서부터 통관까지는 길어야 2주가량이 소요된다. 더욱이 통관이 지체되는 과정에서 태경농산이 신용장대금결제, 수입신고필증, 물류비 집행 내역, 창고비 결제 내역 등을 제대로 처리했느냐에 대한 의문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태경농산 측은 민사소송을 통해 모든 부분이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태경농산 관계자는 “2017년 민사소송을 통해 승소판결을 받았고 충분히 소명했다”며 “아직 형사건이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평소 피고인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몇몇 관련업종 종사자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부산에서 무역업에 종사했던 피고인은 2010년 4월 평택항 인근에 슈퍼마린을 설립했고, 2012년 1월 보세창고업 특허를 취득하며 평택항에서 빠르게 입지를 키웠다. 

다만 슈퍼마린과 비슷한 시기에 평택항 인근 황해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선 선라이즈에프앤티(농산물 수입 및 원자재 가공)와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출범 초기부터 각종 규제 면제, 특혜 의혹은 물론이고, 고관세 품목 밀반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선라이즈에프앤티와 대립각을 세웠던 사람이 피고인이었다.

이유 있는
죽이기?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수많은 구설에 휘말린 근본적인 이유는 이 회사가 평택세관 공무원들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는 점 때문이었다. 더욱이 정치권과의 연루설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최근 ‘윤석열 X-파일’을 통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친인척과의 연결고리에 대한 의혹이 쏟아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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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