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아마추어 실종사건 전말

대회마다 그 얼굴이 그 얼굴

최근 일본 골프계가 발칵 뒤집혔다. 일본 여자 골프대회 가운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우승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 일본 도치키현 나스가라스야마의 가라스야마조 컨트리클럽(파71·6506야드)에서 열린 일본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하타오카 나사(18)가 쟁쟁한 프로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난이도 높아진 ‘통곡의 벽’
프로선수 기량상승 반대급부

올해 49년째를 맞는 일본여자오픈에 아마추어 선수 우승은 유래가 없던 일이었다. 일본 여자프로골프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아마추어 우승자는 하타오카가 처음이다.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메이저대회 우승은 더욱 어렵기에 하타오카의 일본여자오픈 제패 소식은 일본 골프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골프는 다른 종목보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다. 아마추어 고수가 프로 선수를 능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급 프로 선수가 대부분 출전하는 대회에서 아마추어 선수 우승은 어렵다. 수준 높은 선수가 많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아마추어 선수 우승은 25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높은 벽 실감

1991년 당시 대학생이던 필 미컬슨(미국)이 노던 텔레콤 오픈을 제패한 뒤 아마추어 우승은 씨가 말랐다. 이렇듯 PGA투어의 문턱은 아마추어 선수가 넘기에 너무 높다. 현재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2012년과 201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을 2년 연속 우승했다. 리디아 고에 앞서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아마추어 선수는 1969년 버딘스 인비테이셔널을 제패한 조앤 카너(미국)다. 리디아 고는 LPGA투어에서 무려 43년 만에 나온 아마추어 우승자였다. 2007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아마추어 신분으로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적이 있지만, 악천후로 대회가 18홀 경기로 치러져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한국 남녀 프로골프에서는 한때 ‘프로 잡는 아마추어’가 대세였다. 특히 한국여자프로골프(KL PGA) 투어는 여고생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뉴스도 아니었던 시절이 있었다. 투어 창설 이후 무려 30차례나 아마추어 선수가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서는 광경이 연출됐다. 아마추어 정상급 선수라면 프로 무대에 뛰어들기 전에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필수 과정으로 여겨졌다.


박세리(39·하나금융)는 프로 전향 전 프로 대회에서 6승을 올렸다. 1995년에는 4승을 거둬 다승 1위였다. 1995년에는 KLPGA투어 대회 12개 가운데 절반인 6개 대회 우승컵이 아마추어 선수에게 돌아갔다. 박세리 말고도 김미현, 박소영이 각각 한 차례씩 우승했다. 서아람, 정일미, 강수연, 장정, 이미나, 송보배, 박희영, 최나연, 김효주 등 한국 여자프로골프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선수들은 아마추어 시절에 프로 대회 우승 트로피를 안아봤다.

그렇지만 아마추어 전성기도 막을 내린 지 벌써 4년이 넘었다. 2012년 김효주가 롯데마트여자오픈 정상에 선 이후 아마추어 우승자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 남자 골프 역시 아마추어 우승은 아주 드문 일이 됐다. 2013년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이창우가 우승한 뒤에는 없다. 이창우에 앞서 같은 해 이수민이 군산오픈에서 우승했지만 둘 다 2006년 김경태의 삼성베네스트오픈 우승 이후 7년 만이었다.

한때 프로 잡는 아마추어가 대세였는데…
4년째 트로피 들어 올린 아마선수 ‘제로’

국내에서도 아마추어 우승이 드물어진 이유는 프로 선수의 기량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됐기 때문이다. 2000년 이전에 활동한 KLPGA투어 프로 선수 가운데 상당수는 어깨너머로 골프를 배우고 자신의 재능만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프로 선수가 되려면 재능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게 박소영 국가대표 코치의 분석이다. 아마추어 시절인 1995년 KL PGA투어 휠라 오픈에서 우승했던 박 코치는 “요즘 프로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성장했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프로 무대에 올랐다”며 “기량은 물론 경험과 정신력에서 아마추어들이 상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스 난이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프로 선수들은 매주 어려운 코스에서 경기를 치른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비교적 쉽게 세팅된 코스에서 드문드문 경기하다가 어쩌다 출전한 프로 대회에서 쩔쩔매기 마련이다. 그래도 기량이 워낙 출중하다면 아마추어 선수라도 프로 대회 우승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현격한 실력차

일본여자오픈은 4라운드 우승 스코어가 4언더파에 불과한 난코스에서 열렸지만, 아마추어 하타오카가 우승했을 뿐 아니라 니시무라 유나(공동 6위), 나가노 미노리(공동 10위) 등 3명의 아마추어가 10위 이내에 입상했다. 미국 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와 미국 주니어여자골프선수권대회를 한꺼번에 우승한 성은정(17·영파여고)은 지난 6월 KLPGA투어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연장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언제든 우승이 가능한 재목임을 입증했다. 국가대표 에이스 최혜진(17·학산여고)도 지난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는 등 프로 대회 우승을 넘보는 실력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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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