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순실 게이트> ③검찰이 풀어야 할 난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1.08 09:09:12
  • 호수 10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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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국민이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순실 게이트’의 공이 드디어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공언하면서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땅에 떨어진 검찰 신뢰는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비선실세 의혹 규명의 칼을 쥔 검찰의 대국민 숙제를 살펴봤다.

검찰은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를 지난달 31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최씨가 각종 혐의에 대해 부인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이미 국외로 도피한 사실이 있는 데다 도망의 우려가 있어 긴급체포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씨가 극도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표출하는 등 예기치 못한 문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최대한 약하게
봐주기 속셈?

체포된 최순실씨에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사기미수 등이다. 검찰 수사 지휘부는 이날 영장 청구 직전까지 적용 혐의를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최순실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16개 대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을 강제 모금하고, K스포츠재단을 통해 45억원을 출연한 롯데그룹을 압박 70억원을 추가로 받아낸 혐의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씨의 개인회사인 ‘더블루K’가 연구용역 수행이 미비함에도 불구하고 K스포츠재단에 7억원의 용역을 제안한 점을 들어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직권남용은 수사 실무에선 가장 나중에 고려하는 죄목”이라며 “현재로써는 구속영장을 받기 위해 직권남용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겠지만, 수사가 초기인 만큼 앞으로 혐의가 바뀌거나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순실씨와 함께 재단 출연금을 강제 모금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도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지난 2일 긴급체포했다. 수사본부는 “주요 혐의에 대해 범행을 부인하고, 출석 전 핵심 참고인들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며 체포 사유를 밝혔다.

또 “최순실씨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점을 고려할 때 정범인 피의자를 체포하지 않을 경우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안종범 게이트’로 축소하는 일종의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본격 수사 착수…석연찮은 온정 수사
‘의문의 31시간’ 검이 비상구 터줬나

검찰은 최씨가 안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을 교사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관행적으로 직권남용은 교사범이 아닌 공모공동정범을 적용하기 때문에 ‘직권남용 공범’이라는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다. 이 과정서 안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일은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박 대통령 수사가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최씨의 구속영장 청구 혐의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문제는 이렇게 흘러갈 경우 박 대통령에게는 아무런 혐의도 적용할 수 없게 돼 자연스럽게 꼬리자르기가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씨가 검찰에 출두하기 전까지 검찰은 수사를 차일피일 미뤄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9월29일 시민단체가 최순실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고 각종 의혹과 관련 증거가 나오는 상황에서조차 검찰은 수사속도를 내지 않았다. 재단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자금 추적조차 없었다.


지난달 20일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불법행위가 있으면 엄정 처벌하라”는 발언이 나온 후에야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 달 가까이 검찰이 청와대의 ‘명’만 기다린 셈이다. 결국 최씨가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충분히 벌어줬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게다가 지난달 31일 귀국한 최씨는 ‘몸 상태가 안 좋다’는 이유로 하루 동안 검찰 출석을 미뤘다. 귀국부터 출석까지 31시간 동안 최씨는 은행을 방문해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출두를 앞둔 31시간 동안 최씨는 관련자들과 말을 맞추고 증거인멸을 시도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최씨가 자유롭게 현금을 출금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검찰이 최씨의 계좌를 압수수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의혹의 중심인 최씨는 배제한 채 차인택씨의 법인 및 계좌만 압수수색했다.

야당은 최씨를 31시간 동안 풀어준 검찰을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31시간은 어떤 말을 맞추고 증거인멸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며 “검찰은 최순실씨가 31시간 동안 어디서 누구와 왜 무엇을 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검찰 수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검찰의 석연치 않은 온정을 보며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최씨가 저지른 국정농단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국민은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이미 차고 넘칠 만큼 많은 의혹들이 드러났지만 아직도 빙산의 일각이다. 검찰수사는 사건의 전모를 확인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공항서 안잡고…
청 수사하나?

검찰이 최씨과 안 전 수석을 체포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과연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조계에서도 "최씨의 국정농단을 수사한다는 검찰이 아직도 주변만 맴돌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씨의 국정문건 유출 부분에 해당하는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적용치 않은 부분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문건유출과 관련한 최씨의 혐의 일부를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 상태인 만큼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찰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최씨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죄 적용이 대통령 수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검찰이 미적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씨에게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특정할 경우 박 대통령 등 청와대 관계자들의 범죄 혐의가 특정되기 때문이다.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공무원이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되기 때문에 최씨가 직접 혐의 당사자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안 전 수석 등의 공무기밀 누설 행위에 최씨가 공조했다는 점이 밝혀지면 공범 혹은 교사범 등으로 규율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이 이번 의혹 최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을 겨눌 수 있을 지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하자 이틀간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검찰이 다시 압수수색을 하자 7상자 분량의 자료를 임의제출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달 31일 “지난달 30일 청와대로부터 상자 7개 분량의 압수물을 임의 제출받았다”며 “향후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더 건네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검으로 갔다간…
청와대 조사 딜레마

이 자료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서류와 최순실씨 관련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민변은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청와대 압수수색 재개를 촉구했다.

민변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적 공분에 맞서 증거를 인멸하고 진실을 감추려는 추악한 시도의 일환”이라며 “형사소송법 취지와 문언에 합당하게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청와대가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111조를 방패삼아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것은 진실 은폐라는 시각이다.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을 수사 중인 만큼 정치권에선 검찰의 대통령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3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서 “국민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선 박 대통령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하고 검찰수사를 받는 것이 선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도 “박 대통령까지 포함하는 성역 없는 특검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서도 비박계 중진들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에 직접 수사 수용을 요청하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모든 진실을 국민 앞에 그대로 밝히고 사죄드리고, 특검이든 검찰이든 모든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자청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이 원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청와대 수사를 촉구하는 분위기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검찰수사 상황을 보고 그때 가서 생각할 것”이라며 조사에 응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동안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했던 김현웅 법무부장관도 “수사진행에 따라 박 대통령 수사 필요성을 건의하겠다”고 말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수사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의 의지와 법해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현직 대통령의 재직중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의거, 수사가 가능한 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현직 대통령을 수사한 전례 등 종합적 검토도 불가피하다. 보는 눈이 많은 상황에서 어느 선까지 수사를 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검찰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 신뢰
회복 방법은?

검찰이 본격적으로 비선실세 의혹에 들어갔지만 특검을 구성치 않은 검찰이 독립적으로 수사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는 일반적으로 특수부에 배당하는데, 이는 이번 사건을 형사부가 맡을 경우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행보다.

검찰이 특수부 체제로 ‘얼마나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숙제다. 일각에선 성역 없는 수사만이 ‘봐주기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특수부가 독립적으로 수사해 검찰총장에게 수사결과만을 보고토록 해 외압 없는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이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야3당이 특검을 주장하고 있어 검찰의 입장은 다소 난처해진 상황이다.

야3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1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들은 여야 합의로 추천한 특별검사 후보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별도 특검’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여야가 추천한 특검 후보 2명 중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상설특검’으로는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짜맞추기와 은폐 부분들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특별법에 의한 별도 특검만이 국민적 요구에 화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정부와 검찰을 동시에 압박했다.

이 같은 야권의 압박에 검찰은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계속해서 특검 카드를 고수할 경우 20명에 달하는 참고인 소환과 더불어 특수부 설치까지 한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 고위 관계자는 “무조건 특검으로 간다고 해서 더 나은 수사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 능력은 검찰이 더 나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도입되면 ‘봐주기 수사’ ‘정권 거수기’라는 비판 외에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여론이 커질 가능성도 점쳐져 검찰이 난데없는 개혁 압박에 시달릴 수도 있다. 법조계서도 최순실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 신뢰를 잃어버린 검찰의 ‘마지막 기회’라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전직 검찰 관계자는 “처음부터 특수부에 맡겨서 했어야지 형사부에 보냈다가 지금 와서 인원을 늘리고 하면 누가 검찰을 신뢰하겠나”라며 “요즘은 검찰이 100점짜리 수사를 해도 신뢰를 안 하는 판인데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꼬리 자르기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그는 “검찰이 최순실 개인 비리로 이 문제를 잘라버리면 검찰은 문 닫아야 된다”며 “재단 설립에 연루된 청와대 관계자가 있을 수 있고, 연설문과 관련해서도 있을 수 있다. 청와대도 사활을 걸겠지만 검찰이 거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기회
“마음 비워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한 방송서 “최재경 민정수석 아래서 검찰이 최순실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는 질문에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마음을 비우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들이 쥔 칼자루는 법을 우습게 알고 제멋대로 날뛰는 놈들을 죽이라고 국민이 빌려준 것”이라며 “마지막 기회다. 최순실 사건을 제대로 하라”고 당부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더민주가 본 검찰개혁은?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지난달 14일 국회서 “정치검찰의 타락을 더 이상 눈뜨고 볼 수 없다”며 “민주당을 가볍게 보지 말라. 검찰을 근본적으로 재수술할 때”라고 검찰개혁에 운을 띄웠다.

실제로 더민주는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를 관장하기 위해 독립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두는 내용의 공수처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독점주의를 일부 제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백혜련 의원은 “공수처 법안이 가장 중요한데 여러 현안에 묻혀 있었는데 이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며 “국회에 검찰 개혁 특위를 강력하게 띄워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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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