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순실 게이트> ③검찰이 풀어야 할 난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1.08 09:09:12
  • 호수 10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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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국민이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순실 게이트’의 공이 드디어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공언하면서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땅에 떨어진 검찰 신뢰는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비선실세 의혹 규명의 칼을 쥔 검찰의 대국민 숙제를 살펴봤다.

검찰은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를 지난달 31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최씨가 각종 혐의에 대해 부인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이미 국외로 도피한 사실이 있는 데다 도망의 우려가 있어 긴급체포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씨가 극도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표출하는 등 예기치 못한 문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최대한 약하게
봐주기 속셈?

체포된 최순실씨에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사기미수 등이다. 검찰 수사 지휘부는 이날 영장 청구 직전까지 적용 혐의를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최순실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16개 대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을 강제 모금하고, K스포츠재단을 통해 45억원을 출연한 롯데그룹을 압박 70억원을 추가로 받아낸 혐의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씨의 개인회사인 ‘더블루K’가 연구용역 수행이 미비함에도 불구하고 K스포츠재단에 7억원의 용역을 제안한 점을 들어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직권남용은 수사 실무에선 가장 나중에 고려하는 죄목”이라며 “현재로써는 구속영장을 받기 위해 직권남용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겠지만, 수사가 초기인 만큼 앞으로 혐의가 바뀌거나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순실씨와 함께 재단 출연금을 강제 모금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도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지난 2일 긴급체포했다. 수사본부는 “주요 혐의에 대해 범행을 부인하고, 출석 전 핵심 참고인들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며 체포 사유를 밝혔다.

또 “최순실씨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점을 고려할 때 정범인 피의자를 체포하지 않을 경우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안종범 게이트’로 축소하는 일종의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본격 수사 착수…석연찮은 온정 수사
‘의문의 31시간’ 검이 비상구 터줬나

검찰은 최씨가 안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을 교사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관행적으로 직권남용은 교사범이 아닌 공모공동정범을 적용하기 때문에 ‘직권남용 공범’이라는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다. 이 과정서 안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일은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박 대통령 수사가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최씨의 구속영장 청구 혐의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문제는 이렇게 흘러갈 경우 박 대통령에게는 아무런 혐의도 적용할 수 없게 돼 자연스럽게 꼬리자르기가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씨가 검찰에 출두하기 전까지 검찰은 수사를 차일피일 미뤄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9월29일 시민단체가 최순실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고 각종 의혹과 관련 증거가 나오는 상황에서조차 검찰은 수사속도를 내지 않았다. 재단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자금 추적조차 없었다.


지난달 20일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불법행위가 있으면 엄정 처벌하라”는 발언이 나온 후에야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 달 가까이 검찰이 청와대의 ‘명’만 기다린 셈이다. 결국 최씨가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충분히 벌어줬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게다가 지난달 31일 귀국한 최씨는 ‘몸 상태가 안 좋다’는 이유로 하루 동안 검찰 출석을 미뤘다. 귀국부터 출석까지 31시간 동안 최씨는 은행을 방문해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출두를 앞둔 31시간 동안 최씨는 관련자들과 말을 맞추고 증거인멸을 시도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최씨가 자유롭게 현금을 출금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검찰이 최씨의 계좌를 압수수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의혹의 중심인 최씨는 배제한 채 차인택씨의 법인 및 계좌만 압수수색했다.

야당은 최씨를 31시간 동안 풀어준 검찰을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31시간은 어떤 말을 맞추고 증거인멸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며 “검찰은 최순실씨가 31시간 동안 어디서 누구와 왜 무엇을 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검찰 수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검찰의 석연치 않은 온정을 보며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최씨가 저지른 국정농단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국민은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이미 차고 넘칠 만큼 많은 의혹들이 드러났지만 아직도 빙산의 일각이다. 검찰수사는 사건의 전모를 확인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공항서 안잡고…
청 수사하나?

검찰이 최씨과 안 전 수석을 체포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과연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조계에서도 "최씨의 국정농단을 수사한다는 검찰이 아직도 주변만 맴돌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씨의 국정문건 유출 부분에 해당하는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적용치 않은 부분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문건유출과 관련한 최씨의 혐의 일부를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 상태인 만큼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찰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최씨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죄 적용이 대통령 수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검찰이 미적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씨에게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특정할 경우 박 대통령 등 청와대 관계자들의 범죄 혐의가 특정되기 때문이다.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공무원이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되기 때문에 최씨가 직접 혐의 당사자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안 전 수석 등의 공무기밀 누설 행위에 최씨가 공조했다는 점이 밝혀지면 공범 혹은 교사범 등으로 규율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이 이번 의혹 최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을 겨눌 수 있을 지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하자 이틀간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검찰이 다시 압수수색을 하자 7상자 분량의 자료를 임의제출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달 31일 “지난달 30일 청와대로부터 상자 7개 분량의 압수물을 임의 제출받았다”며 “향후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더 건네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검으로 갔다간…
청와대 조사 딜레마

이 자료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서류와 최순실씨 관련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민변은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청와대 압수수색 재개를 촉구했다.

민변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적 공분에 맞서 증거를 인멸하고 진실을 감추려는 추악한 시도의 일환”이라며 “형사소송법 취지와 문언에 합당하게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청와대가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111조를 방패삼아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것은 진실 은폐라는 시각이다.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을 수사 중인 만큼 정치권에선 검찰의 대통령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3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서 “국민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선 박 대통령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하고 검찰수사를 받는 것이 선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도 “박 대통령까지 포함하는 성역 없는 특검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서도 비박계 중진들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에 직접 수사 수용을 요청하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모든 진실을 국민 앞에 그대로 밝히고 사죄드리고, 특검이든 검찰이든 모든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자청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이 원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청와대 수사를 촉구하는 분위기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검찰수사 상황을 보고 그때 가서 생각할 것”이라며 조사에 응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동안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했던 김현웅 법무부장관도 “수사진행에 따라 박 대통령 수사 필요성을 건의하겠다”고 말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수사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의 의지와 법해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현직 대통령의 재직중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의거, 수사가 가능한 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현직 대통령을 수사한 전례 등 종합적 검토도 불가피하다. 보는 눈이 많은 상황에서 어느 선까지 수사를 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검찰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 신뢰
회복 방법은?

검찰이 본격적으로 비선실세 의혹에 들어갔지만 특검을 구성치 않은 검찰이 독립적으로 수사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는 일반적으로 특수부에 배당하는데, 이는 이번 사건을 형사부가 맡을 경우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행보다.

검찰이 특수부 체제로 ‘얼마나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숙제다. 일각에선 성역 없는 수사만이 ‘봐주기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특수부가 독립적으로 수사해 검찰총장에게 수사결과만을 보고토록 해 외압 없는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이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야3당이 특검을 주장하고 있어 검찰의 입장은 다소 난처해진 상황이다.

야3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1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들은 여야 합의로 추천한 특별검사 후보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별도 특검’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여야가 추천한 특검 후보 2명 중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상설특검’으로는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짜맞추기와 은폐 부분들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특별법에 의한 별도 특검만이 국민적 요구에 화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정부와 검찰을 동시에 압박했다.

이 같은 야권의 압박에 검찰은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계속해서 특검 카드를 고수할 경우 20명에 달하는 참고인 소환과 더불어 특수부 설치까지 한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 고위 관계자는 “무조건 특검으로 간다고 해서 더 나은 수사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 능력은 검찰이 더 나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도입되면 ‘봐주기 수사’ ‘정권 거수기’라는 비판 외에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여론이 커질 가능성도 점쳐져 검찰이 난데없는 개혁 압박에 시달릴 수도 있다. 법조계서도 최순실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 신뢰를 잃어버린 검찰의 ‘마지막 기회’라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전직 검찰 관계자는 “처음부터 특수부에 맡겨서 했어야지 형사부에 보냈다가 지금 와서 인원을 늘리고 하면 누가 검찰을 신뢰하겠나”라며 “요즘은 검찰이 100점짜리 수사를 해도 신뢰를 안 하는 판인데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꼬리 자르기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그는 “검찰이 최순실 개인 비리로 이 문제를 잘라버리면 검찰은 문 닫아야 된다”며 “재단 설립에 연루된 청와대 관계자가 있을 수 있고, 연설문과 관련해서도 있을 수 있다. 청와대도 사활을 걸겠지만 검찰이 거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기회
“마음 비워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한 방송서 “최재경 민정수석 아래서 검찰이 최순실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는 질문에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마음을 비우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들이 쥔 칼자루는 법을 우습게 알고 제멋대로 날뛰는 놈들을 죽이라고 국민이 빌려준 것”이라며 “마지막 기회다. 최순실 사건을 제대로 하라”고 당부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더민주가 본 검찰개혁은?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지난달 14일 국회서 “정치검찰의 타락을 더 이상 눈뜨고 볼 수 없다”며 “민주당을 가볍게 보지 말라. 검찰을 근본적으로 재수술할 때”라고 검찰개혁에 운을 띄웠다.

실제로 더민주는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를 관장하기 위해 독립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두는 내용의 공수처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독점주의를 일부 제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백혜련 의원은 “공수처 법안이 가장 중요한데 여러 현안에 묻혀 있었는데 이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며 “국회에 검찰 개혁 특위를 강력하게 띄워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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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흔들 최대 변수 다섯

대선판 흔들 최대 변수 다섯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구도는 여전히 ‘1강’ 체제로 흘러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시작으로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쳐 조기 대선에 이르는 과정서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로 보인다. 그의 대형 ‘리스크’도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 ‘당선’이 상수가 된 걸까? 12일,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됐다. 이날부터 대선후보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인한 대통령 궐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라 대선후보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 짧은 시간, 최고의 선택을 위한 빠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일 남은 결정의 순간 여론조사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독주 중이다. 어떤 후보와 맞붙어도 지지율 격차가 10~15%p가량 나고 있다. 당락을 가른다는 중도층서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과반인 상태다. 현재 분위기로는 대권에 가장 가까이 자리한 후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모래주머니’처럼 발목에 매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도 일단 털어냈다. 서울고등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대선 이후로 바꾸면서다. 지난 1일 대법원이 항소심서 무죄를 준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 이 후보는 위기를 맞았다. 대법원은 판결 과정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의 취지를 받아들였다. 파기환송심이 진행됐다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이 나올 가능성이 컸던 것. 파기환송심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량을 받고 재상고심서 확정되면 이 후보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었다. 이 후보는 물론 민주당 입장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었다. 실제 민주당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사법부를 압박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탄핵 예고, 대법관 수를 늘리는 내용의 법안 발의 등의 행보를 보였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진행 중인 재판을 중지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과 선거법 위반 사건의 핵심인 ‘허위 사실 공표죄’의 일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했다. 지난 7일 서울고법은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다음 달 18일로 변경한다고 밝히면서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 안팎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재판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기일 연기로 사법 리스크 해소 법원이 정치에 휘둘린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법원의 결정으로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여겨졌던 부분이 사라진 것이다. 이 후보로선 안 그래도 독주 상황서 날개를 단 격이 됐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는 ‘정치는 생물’이라 추가 변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먼저 보수 결집 가능성이 꼽힌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원죄’를 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또다시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배경엔 45년 만에 재현된 비상계엄 사태까지 있다. 헌재는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의 결집력은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이 역대 선거서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등이 대형 선거 때마다 보수 진영을 떠받쳤다. 지금보다 지역 갈등이 강했던 과거에는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과 비교해 표밭이 큰 편이었다. 진보 진영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일정 정도의 표를 얻어야 보수 진영과 비등한 싸움을 할 수 있었다. 실제 이번 대선과 똑같은 이유로 치러진 19대 대선 결과를 보면 대통령은 진보 진영서 나왔지만 전체 표수는 보수 진영이 더 얻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진행된 19대 대선은 투표 전부터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싱거운 싸움이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 간의 표차는 무려 557만표였다. 17대 대선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전신) 정동영 후보 간의 표차인 531만표를 넘어서는 수치였다. 하지만 당시 출마한 후보들의 득표율을 뜯어보면 양 진영의 표 크기가 대략 보인다. 풀린 족쇄 훨훨 날까 19대 대선서 문 전 대통령에 이어 홍 전 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전 국민의힘 의원), 정의당 심상정 후보(전 정의당 의원) 순으로 표를 얻었다. 총 15명의 후보가 출마한 선거서 5% 이상 득표한 후보들이다. 문 전 대통령과 심 후보는 진보 후보로, 홍 전 시장과 안 후보, 유 후보는 보수 후보로 크게 묶인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범진보 후보는 1544만1258표, 범보수 후보는 1705만9962표를 얻었다. 150만표가량 보수 진영이 많이 득표했다. 제3당 후보의 사퇴로 1 대 1 구도로 치러진 18대 대선서도 박 전 대통령이 1577만3128표(51.2%), 문 전 대통령이 1469만2632표(48%)를 얻었다. 108만표 차이다. 당시 투표율은 75.8%였다. 17대 대선보다 12%p 오른 수치로 양 진영에서는 ‘총력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표심 잡기’에 혈안이 된 상태였다. 양 진영 모두 투표장에 나올 만큼 나왔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이냐, 이재명이 아니냐’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명연대’의 선봉에 서서 이 후보 외에 모든 후보를 끌어안는 방식으로 선거전략을 짜는 모양새다. 이 후보에 맞설 단일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후보가 출마했던 20대 대선 때는 역으로 진보 진영의 표가 더 많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639만4815표(48.6%)를, 이 후보는 1614만7738표(47.8%)를 득표하면서 24만표(0.7%p)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당시 제3당 후보로 출마했던 정의당 심 후보가 얻은 표는 80만3358표였다.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대통령이 바뀔 수도 있었던 수치다. 생각보다 복잡하다 결국 표심이 나뉘는 걸 얼마나 저지하느냐에 따라 대통령 당락이 바뀌기도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단일화 이슈가 ‘반드시’라고 해도 될 만큼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선은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서 1명의 후보만 나와 1대 1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 함께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후보가 완주하면 지난 대선 때와 달리 보수표가 갈릴 가능성이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는 지난 5~7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지난 8일 발표했다. 이날 조사에서 이준석 후보는 가상 대결서 6~7% 지지율을 보였다. 민주당 이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3자 대결에서는 6%, 국민의힘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바꿨을 때는 7%였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다. 응답률은 22.1%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도 필요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냈지만 이 후보는 뜨뜻미지근한 상태다.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투표 용지에 후보 이름이 찍히는 오는 25일까지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의 단일화 여부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20~30대 청년층의 표심도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20대와 30대는 지난 대선서 성별에 따라 투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 세대다. 남성은 윤 전 대통령을, 여성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20대에서는 그 격차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여성의 과반이 이 후보를, 남성의 과반은 윤 전 대통령에 표를 던졌다. 보수 결집하고 단일후보 누가 더 지지층 끌어오나 30대 역시 남녀 간 차이를 보였지만 그 격차는 20대보다 작았다. 반면 40~50대는 이재명 후보, 60대 이상은 윤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이번 대선도 비슷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윤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서 20~30대 여성은 탄핵 찬성 쪽에, 남성은 반대 쪽에 선 사례가 많았다. 실제 지난 대선, 탄핵 반대 집회 등을 보고 20~30대 남성의 ‘보수화’를 조명하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화운동 시절 그 선봉에 대학생이 섰던 때와 비교하면 한 세대 만에 젊은 남성이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쪽으로 이른바 ‘전향’이 이뤄진 부분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투표율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선 세 번의 대선은 투표율이 모두 75% 이상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4명 가운데 3명은 투표를 했다는 뜻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이 유리하고 낮으면 보수 진영이 유리하다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은 중년, 노년층은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반면 청년, 장년층은 상대적으로 투표 의지가 약하다는 과거 사례서 비롯됐다. 하지만 투표율이 75% 이상 나온 세 번의 대선서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은 한 번씩 대통령을 배출했다. 단순히 전체 투표율이 높은 걸로 당락을 가를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대별, 성별로 투표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세부 투표율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보 진영 입장에서는 ‘다 된 밥’이라는 인식을 깨야 하고, 보수 진영은 ‘어차피 진 싸움’이라는 생각을 깨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결국 투표 포기층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누가 더 많이 투표장으로 지지 세력을 끌고 올 수 있느냐에 대선 결과가 달린 셈이다. 삐끗하면 골로 간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말실수’를 하나의 변수로 꼽았다. 선거 기간이 짧은 만큼 후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도층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역대 선거서 후보의 말실수가 낙선으로 이어진 경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대선 토론회 등 주목도가 높은 자리에서의 말실수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