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순실 게이트> ⑤최씨 어른거리는 국책사업 총정리

올림픽부터 안보까지…업종불문 ‘기웃’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관련 의혹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국내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혈세가 담긴 국책사업까지 최씨 측근들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그가 노린(?) 국책사업을 정리했다.

지난 1일, 비선 실세로 꼽히는 최순실씨가 린다 김(본명 김귀옥)과 친분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최씨의 지근거리에 김씨가 있다는 의혹만으로도 눈길이 쏠렸다. 최씨가 무기 로비스트인 린다 김과 방산업 관련 사업에 손을 뻗을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로비스트 린다김
어쩌다 친분을?

언론보도에 따르면, 린다 김과 지난 8월 접촉했던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린다 김이 최순실씨 이야기를 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F-X(차기전투기) 사업에 최씨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동시에 제기됐다.

방산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최씨와 린다 김의 친분이 2000년대 이전 형성됐을 것이란 분석이 중론이다. 현재로선 두 사람이 실제 같이 일했는지 확인은 어려운 상황이다. 린다 김과 친분이 있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두 사람이 알고 지낸 것은 맞으나 동업을 했는지 확인은 어렵다”고 했다.

최씨가 글로벌 방산업체의 일을 대행해주는 국내 에이전트 쪽에 전화를 걸어 동업 제의 등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방산업 분야의 전문가인 린다 김이 최씨의 사업을 도와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서도 최씨와 김씨의 관계에 주목하며 방산업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야권서 제기하는 의혹이 가장 큰 사업은 F-X 사업으로 공군이 보유한 F-4 등 노후된 전투기들을 대체하는 7조3000억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2013년 9월 보잉사의 F-15SE를 낙점할 예정이었지만 국방부 당국자가 기종을 결정할 당시 방위사업추진위원 20여명에게 전화를 걸어 부결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안다”며 “9월 24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F-15SE를 부결했고, 두 달여 뒤 록히드마틴의 F-35A를 단독으로 올려 결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최씨는 올해 국가 안보 최대 현안인 사드배치에도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조력자는 이번에도 린다 김이 꼽힌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자신의 SNS에 최순실씨가 지난해 말부터 사드배치에 대해 말하고 다녔다는 내용의 글과 박근혜 대통령이 린다 김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이권 개입 혈안…걸림돌은 과감히 제거
방위산업에 문화산업까지 손뻗어 ‘섬뜩’

자연스레 이 둘이 사드배치에 관여했을 개연성을 암시한 것이다. 최씨가 국내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책사업에까지 손을 댔다는 정황이 나오자 국민들의 허탈감은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최씨 측근이 각종 국책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최씨와 측근들이 주요 국책사업에 영향력을 미친 사업으로는 문화 관련 사업이 대표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최씨 측근으로 꼽히는 차은택 광고감독이 부당한 위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문화 콘텐츠 기획·제작·판매·재투자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 상암동 문화창조융합센터, 청계천 문화창조벤처단지, 고양시 K컬처밸리, 홍릉 문화창조아카데미 등 다양한 문화사업 거점을 국내 곳곳에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차 감독은 지난해 2월, 박 대통령이 “문화창조융합벨트가 문화 콘텐츠 산업의 중추적 플랫폼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지 약 두 달 만에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 자리를 꿰차 의혹의 시선이 쏠렸다.

특히 문화창조융합본부의 핵심 프로젝트 K컬처밸리 사업자로 선정된 CJ그룹이 차 감독과 연관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직간접적으로 차씨가 K컬처밸리 사업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일각에선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면을 전제로 차씨가 CJ그룹에 대형 투자를 약속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CJ그룹은 당초 1조원의 투자 금액보다 40% 증액된 1조4000억원의 통큰 투자를 감행했고, 올해 광복절 특사로 이 회장이 사면되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문화부분의 국책사업 외에도 서민들의 희노애락이 담긴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작업에도 최씨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무기도입 입김?
사드도 구설수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에도 최순실 게이트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들이 이권에 깊숙히 개입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최근 일부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며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차은택씨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태스크포스(TF)의 자문위원으로 일했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다른 핵심 인물인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역시 TF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재정상태가 불량한 수협 측이 노량진수산시장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현 정권의 비선실제인 차은택과 이성한이라는 인물을 활용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년의 공사기간 동안 사업비가 4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며 “수협 측이 능동적으로 비선 실세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사업에도 최순실씨의 압력 정황이 보인다. 지난 5월 조양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후에 최씨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순실 씨가 의도를 가지고 평창 올림픽에서 사기행각을 벌이며 이권에 개입하자, 유진룡 문체부 장관과 조 위원장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2일, 조 위원장과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마주앉은 자리서 김 장관은 조 위원장에게 “이만 물러나 주셔야겠습니다”라고 했고 조 위원장은 다음날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평창에도 그림자
정황 속속 드러나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조 위원장이 당시 김 장관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나갔다. 평범한 조찬으로 생각하고 간 자리서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며 “조 위원장이 3억∼5억원대의 각종 용역 및 컨설팅 프로그램에 대한 결재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며 사인을 거부했다. 그게 결정적으로 조 위원장의 ‘해고’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평창 동계올림픽의 각종 이권 사업을 겨냥하다 걸림돌이었던 조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선 최순실 회사로 알려진 더블루K가 이권 개입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다.

조 위원장 후임인 이 위원장 체제서도 사업 수주에 실패했지만 올해 말 조직위가 입찰할 예정인 1500억원 규모의 올림픽 시설공사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 문제로 이견이 많았던 설악산 케이블카에도 최순실 입김 의혹이 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최씨와 그 측근들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이권을 챙기려 하고 있다는 정황을 보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도 이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계획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최씨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모금을 주도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의 건의와 박 대통령의 지시, 김 전 차관이 주도한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TF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무리하게 진행돼 왔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양양군 숙원 사업인 오색케이블카는 오색마을과 설악산 끝청(해발 1480m)을 잇는 3.5㎞ 노선으로 2012년과 2013년 잇따라 퇴짜를 맞았지만 지난해 8월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을 따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작년 8월 환경부는 국립공원위원회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7가지 부대조건을 달고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통과가 돼야 설악산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확인한 결과, 진행됐던 환경영향평가 과정서 상당한 비리와 의혹이 밝혀졌다. 당시 국책연구기관에조차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을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까지 나와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올해 여름 조건부 승인이 난 것이다. 그는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려 했으나 환경부에서 통과시키기 어렵다며 계속 거부를 해왔던 상태”라고 말했다.

혈세가 그녀의 주머니로∼
각종 의혹에 관계자는 부인

이어 “그런데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속도로 추진이 됐다. 올해 8월 9일 전경련서 산악관광활성화정책에 관련된 발표가 한 번 있었다. 그 다음에 저희가 문광부에 이런 일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는데 주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후 우연히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케이블카 사업을 위해 김종 전 차관이 주도했던 친환경케이블카확충 TF(태스크포스)라는 것이 결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잘 몰랐는데 최씨 사건이 터지고 나서 보니까 이 부회장이 모금사업을 주도했고 그 다음에 김 전 차관이 문화대통령으로서 최씨 라인으로 권력을 행사했다. 이것을 저희가 알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최씨가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상당한 이권을 챙기려 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씨가 평창에 상당히 많은 땅을 매입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케이블카 사업을 통해 여러 관광지를 조성하는 과정서 승마사업까지, 게다가 산지 초지에 승마장을 건립하겠다는 그런 계획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낸 것으로 알려진 산지관광개발안을 바탕으로 산지와 초지 안에 승마장 건립을 신고제로 전환한다는 것에 대해 이 의원은 “(최씨가)탐냈다기보다는 계획적으로 주도했다는 것이 맞다. 그래서 전경련은 이것을 추진하고 정부가 이 산지관광개발사업을 대부분 수용해서 초기에 건립사업이 안 된다고 돼 있던 것은 2014년 8월에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서 설악산 케이블카를 건립하겠다고 박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현재 사업 승인이 최종적 나지 않은 상황서 양양군이 케이블카업체인 ‘도펠마이어’와 계약을 하면서 25억원을 선납금을 지불한 것도 권력실세 개입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했다.

그는 “환경영향평가 부실 문제 등이 제기돼도 이 사업은 어차피 추진될 것이라는 확실한 권력이 작동하지 않고서는 25억이라는 돈을 미리 지급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최씨의 영향력 아래 사업이 추진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부처들은 그와의 관계를 부정했다. 경기도는 “K컬처밸리 부지 공급 과정에 법적 하자나 특혜는 없었다”며 “CJ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누가 관련됐는지 알지 못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큰 사업마다
최순실 거론

강원도 역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은 양양군의 직접 사업으로 민간의 이권개입 여지가 없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자치단체들은 관련 사업 예산이 줄줄이 삭감될 위기에 놓였다”며 “최씨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각 단체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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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