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박성현 천하 ‘스토리’

‘토종 원톱’ LPGA 안 부럽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1인자로 우뚝 선 박성현(23·넵스)은 지난달 4일 한화금융 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우승 상금 3억원을 추가, 시즌 상금 12억591만원을 획득했다. 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일본 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뛰는 웬만한 한국 선수와 비교해봐도 비슷하거나 능가하는 액수다.

 

상금·세계랭킹 LPGA 선수 능가
시즌 상금 12억원 돌파 초읽기

현재 LPGA투어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벌어들인 한국 선수는 김세영(23·미래에셋)이다. 김세영은 이번 시즌에 2승을 올리며 122만1219달러를 받았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3억4847만원이다. 박성현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한국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시즌 상금이 많은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91만7554달러(약 10억1316만원)로 박성현이 국내에서 번 상금보다 적다. 올해 2차례 우승을 차지한 장하나(24·비씨카드)가 벌어들인 상금 역시 84만1633달러(약 9억2933만원)로 박성현에 미치지 못한다.

4차례 우승을 차지하면서 238만달러(약 26억3038만원)를 번 리디아 고(뉴질랜드)나 5승을 쓸어담아 213만2483달러(약 23억5000만원)를 쌓아 올린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는 한참 떨어지지만 적어도 한국투어에서 활동하다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들에게는 뒤지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상금

일본 여자프로골프투어를 주름잡는 한국 출신 선수들에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상금왕 2연패를 향하고 있는 이보미(28)는 올해 1억3472만엔(약 14억3569만원)을 벌어 박성현보다 2억3000여만원 더 벌었지만 8376만엔(약 8억9268만원)을 받아 상금랭킹 3위에 오른 신지애(28)는 박성현보다 시즌 상금액이 적다. 김하늘(28·하이트진로)도 18개 대회에 출전, 한 차례 우승을 포함해 12차례 톱10에 입상하면서 상금랭킹 4위를 달리지만 벌어들인 상금은 8366만엔(약 8억9156만원)으로 박성현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박성현이 무려 7승이나 거둬 상금을 싹쓸이한 효과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국내 상금랭킹 2위 고진영(21·넵스)이 8억208만원을 벌어들여 일본 여자프로골프 상금랭킹 5위와 LPGA투어 상금랭킹 15위 선수를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상금왕을 다투는 최정상급 선수라면 미국이나 일본투어 선수 부럽지 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올해 시즌 상금 3억원을 넘긴 선수는 11명에 이른다. 우승 한번 없이 3억861만원을 탄 김지현(23·롯데)은 LPGA투어로 치면 상금랭킹 50위 이내에 든다. LPGA투어 상금랭킹 50위 이내에 들면 출전 선수를 제한하는 인비테이셔널 대회에 나갈 수 있다. 일본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도 원화로 3억원 이상을 벌면 상금랭킹 20위 이내에 진입한다. 각종 투어 비용이나 세금과 물가 등을 고려하면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정상급 선수의 실질적인 상금 규모는 더 커진다.

 

박성현이 한화금융 클래식 우승으로 던진 또 하나의 시사점은 세계랭킹이다. 올해 1월 첫째 주 세계랭킹이 27위였던 박성현은 한화금융 클래식 우승 이후 세계랭킹을 12위까지 끌어 올렸다. 미국이나 일본 투어가 주 무대가 아닌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선수로는 전인지 다음으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박성현(23·넵스)은 지난 8월26일의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대회 기권 상황과 관련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동안 박성현의 캐디 장종학 씨를 통해 기권 상황이 설명되기는 했지만, 본인의 입을 통한 해명 기회는 없었다. 박성현은 지난달 1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리조트(파72, 6546야드)에서 벌어진 ‘한화금융 클래식 2016’(총상금 12억원, 우승상금 3억원) 1라운드를 마친 뒤 가진 약식 인터뷰에서 “평균 타수 관리를 위해 기권을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강변했다.

이날 박성현은 미국의 렉시 톰슨(21)과의 장타 대결로 관심이 쏠린 가운데 2오버파 74타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 미국 LPGA무대 진출을 꿈꾸고 있고, 또 상대가 LPGA에서 장타를 주무기로 하는 렉시 톰슨이기에 둘의 맞대결은 골프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카드였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의 렉시 톰슨은 장타를 숨기고 침착하게 난관을 헤쳐나가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했다.

타수 관리? “말도 안돼”
국내 평정 후 해외 진출

상대가 렉시 톰슨인 데다가 과도한 관심이 박성현의 부진을 불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질문에 박성현은 “렉시 톰슨이 별로 의식되지 않았다. 지난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함께 쳐본 선수이기 때문에 부담도 안 됐다. 서로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오늘 렉시 톰슨이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보면서 배운 것도 많았다”고 말했다. 강풍이 부는 날 드라이버를 자제하는 전략은 박성현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드라이버를 잡은 적이 많지 않았다. 같이 잡았을 때는 거리가 비슷하게 나왔던 것 같다. 둘 다 장타가 필요 없는 코스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거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 내용에 대한 대답은 평소의 그녀답게 담담했지만,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기권 상황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2라운드 11번 홀로 넘어갈 때 볼이 해저드 쪽으로 가서 볼을 찾다가 캐디가 발을 헛디뎌 발목 부상을 당했다”며 “아직 대회들도 많이 남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고려해 기권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타수 관리를 한다는 눈총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그런 기록들 하나하나에 신경 쓴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평균 타수 관리를 위해 기권을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많은 대회가 남아 평균 타수는 언제든 변동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플레이할 때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목표

박성현은 지난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이어 보그너MBN여자 오픈에서 평균 66.165타라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2승을 챙겼다. 한 달 가장 많은 대상 포인트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렌타인스테이 트루 어워드’ 역시 그의 차지였다. 지난 4월 발렌타인 스테이 트루 어워드 최초 수상에 이어 8월에도 수상하면서 처음으로 발렌타인 스테이 트루 어워드 다관왕에 오른 선수도 박성현이었다.

바쁜 스케줄에도 올림픽은 꼭 챙겨봤다는 박성현은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다”며 “TV로 중계를 보는데 1번 홀 티박스에서 한국 선수들 이름이 호명되더라. 심장이 뛰는 느낌이었다. 나도 그 속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과 어울려 경기하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박인비(28·KB금융그룹) 이야기가 나오자 박성현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역시 ‘인비’ 언니였다. 박성현은 “(박인비의) 경기하는 동안 일관된 자세나 행동 등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며 “솔직히 금메달 따고 우실 줄 알았다. 그런데 한결같이 똑같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언니들을 보면 박성현의 마음도 같이 뛰기 시작한다. 한국 밖으로 곁눈질을 멈추기 힘들다. 박성현은 “미국 진출에 대한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라고 털어놨다. 다만 “순리대로 진출하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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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