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픈 2연패 이경훈의 힘

바닥서 박박 기다가…

미국프로골프(PGA) 2부투어에서 맛본 쓰디쓴 경험이 한국오픈 2연패를 이루는 고마운 밑거름이 됐다. 한국골프의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오픈 정상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확실하게 지킨 이경훈(25·CJ대한통운)은 올해 2부투어 상금의 5배가 되는 거금을 거머쥐었다. 

7년 만에 달성한 대회 연승
포기 모르는 집념의 도전

이경훈은 지난달 11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7225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오롱 제59회 한국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오픈 2연패는 2008년, 2009년 배상문에 이어 7년 만이다. 이경훈은 양용은, 배상문, 김대섭, 한장상 등과 함께 한국오픈에서 두 차례 이상 우승한 선수로 기록됐다. 이경훈은 이날 5번 홀부터 8번 홀까지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는 등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를 뽐냈다. 이경훈은 동반 플레이한 최진호(32·현대제철)가 12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4타차 선두로 나선 뒤 큰 위기 없이 여유 있게 우승했다.

고진감래

1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마친 뒤 2라운드부터 단독 선두로 치고 나와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은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모두 보기를 적어낸 16번 홀(파3)과 18번 홀(파5)에서 타수를 잃지 않았다면 2011년 이곳에서 열린 한국오픈에서 리키 파울러(미국)가 적어낸 최소타(16언더파) 우승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었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이경훈은 미국 진출을 시도했다.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탈락해 2부 투어에 뛰어야 했다. 올해 닷컴투어 18개 대회에 출전해 컷을 통과한 것은 겨우 8차례. ‘톱10’에 진입한 것도 지난달 말 윈코 푸드 포틀랜드 오픈에서 기록한 공동 4위가 유일했다. 올해 챙긴 상금은 겨우 5만8427달러(6462만원)다. 항공료, 체재비 등 비용을 빼면 적자다. 이경훈은 한국오픈 우승상금 3억원을 챙기면서 적자 시즌을 흑자로 단번에 돌려놨다. 또한, 웹닷컴투어 상금랭킹 78위로 밀려 상위 75명에게 주는 파이널 시리즈에 나가지 못한 아쉬움도 달랬다.


PGA 2부투어 경험한 쓴맛 밑거름
우승 놓칠 뻔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경훈은 “미국에서 뛰는 동안 화를 내봐야 나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마음을 다스리면서 자신감을 가져야 좋은 결과가 온다”며 “올해 다시 PGA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하겠다. 꿈의 무대인 PGA 진출, 꼭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경훈이 한국오픈 우승 뒤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이경훈은 4라운드에서 같은 조의 최진호(현대제철)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다.

4라운드 초반에는 최진호가 2타를 줄이며 공동 선두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경훈은 흔들리지 않았고, 4연속 버디를 성공시키며 1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섰다. 이후 최진호가 연속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17번 홀까지 이경훈은 최진호에 4타 차로 앞서나갔다. 문제는 18번 홀(파5)이었다. 이경훈은 이 홀에서 세컨드 샷을 그린 뒤 러프로 보냈다. 그리고 세 번째 샷을 하기 위해 그린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어프로치 샷을 하려던 이경훈이 갑자기 샷을 멈추고 경기위원을 불렀다. 이유는 이경훈이 샷을 하려던 순간, 또 다른 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경훈의 캐디 최경섭 씨는 “공이 러프 위에 떠올라 있는 걸 분명히 봤는데, 막상 러프 앞에 가보니까 공이 러프에 박혀 있더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을 확인해 보니까 또 다른 공이 있었다. 그래서 바로 경기위원을 불렀다”고 설명했다정말 신기한 것은 러프에 있던 공 두 개가 볼 번호만 제외하고 제조사, 마크까지 똑같았다는 사실이다. 경기위원은 이경훈이 나중에 발견한 공이 실제 이경훈이 18번 홀에서 플레이한 볼이라고 확인해 줬다.

정상에 우뚝

이경훈은 18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했는데, 만일 그가 잘못된 공을 쳤다면 오구 플레이로 2벌타를 받았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이경훈이 잘못된 공을 치고 벌타를 반영하지 않은 채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면 실격까지 당할 수도 있었다. 이경훈과 캐디의 침착한 대응이 우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러프 안에 있던 또 다른 공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아직까지도 미스터리다. 최경섭 캐디는 최근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경훈 프로와 경기 후 ‘우리가 연습 라운드 때 잃어버린 공이 아닐까’라고 이야기했다”며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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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