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첫승’ 지미 워커의 저력

데뷔 15년 만에 감격의 승리

지미 워커(38·미국)가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처음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98회 PGA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에서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의 추격을 뿌리치고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워커는 지난달 1일 미국 뉴저지 주 스프링필드 발투스롤 골프장(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14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데이가 1타 뒤진 13언더파 267타로 2위다. 워커는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2001년 프로로 데뷔해 5년 동안을 2부 투어에서 보냈다. PGA투어 무대는 2006년 처음 밟았다. 그 뒤로도 한동안 우승이 없었다. 8년 만인 2014시즌 개막전 프라이스닷컴오픈에서 첫 우승을 신고했다. 당시 나이 35세였다. 멀리 돌아왔지만, 워커는 금세 PGA투어의 새 강자가 됐다. 첫 우승 이후 지난해 발레로 텍사스오픈까지 5번이나 우승했다.

1위 제이슨 제치고 PGA챔피언십 정상 올라
아내는 마장마술 선수 출신 ‘스포츠 가족’

올해도 기대가 컸다. 그러나 예상 밖의 부진이 찾아왔다. 특히 메이저대회에서 성적이 나빴다. 마스터스에서는 공동 29위에 올랐지만, US오픈과 디오픈에서 연속 컷 탈락했다. 당연히 이번 대회 우승 후보 명단에서도 빠져 있었다. 역대 성적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2010년과 2013년 그리고 지난해 대회에선 예선 탈락했고, 2012년 공동 21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부진을 한방에 씻어냈다. PGA투어 258번째 경기, 37세 6개월 15일의 나이로 마침내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우승으로 안정된 투어 생활의 기반도 닦아 놨다. 2020∼2021시즌까지 PGA투어 카드를 확보했고, 마스터스 등 다른 메이저대회에 나갈 수 있는 출전권도 최소 3년을 보장받았다.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페덱스랭킹은 50위에서 14위로 뛰었다. 우승상금은 자그마치 180만달러(약 19억9600만원)다.

드디어 우승

워커의 우승으로 이번 시즌 메이저대회에서는 모두 첫 우승자가 탄생했다. 대니 윌렛(마스터스), 더스틴 존슨(US오픈), 헨릭 스텐손(디오픈)에 이어 워커까지 모두 메이저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다. 2016년 마지막 메이저 98번째 PGA챔피언십에서 드디어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일궈낸 지미 워커(미국)는 야구선수에서 프로골퍼로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다. 올해 37세, 2001년 프로에 데뷔해 2부 투어를 오가며 가시밭길을 걷다가 2014시즌 개막전 프라이스닷컴오픈에서 ‘186전 187기’를 달성한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이다. 당시 초반 8개 대회에서 단숨에 3승을 쓸어 담아 ‘얼리버드(early bird)’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지난해 역시 1월 소니오픈 타이틀방어에 성공했고, 3월 발레로 텍사스오픈 2승을 수확하는 등 통산 5승을 모두 3월 이전에 수확했다. 4월 이후 첫 우승을 특급 매치에서 일궈냈다는 게 재미있다. 지난해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과 세계연합의 대륙 간 골프대항전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했지만, 국내 골프팬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하다.

어린 시절에는 야구로 주목받았다. 6이닝으로 진행된 리틀야구 오클라호마주 챔피언십에서 14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적이 있다. 뒤늦게 골프에 입문해 대학을 졸업한 뒤 2001년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아내 에린과의 만남도 골프가 맺어줬다. 2004년 네이션와이드(2부) 투어에서 선수와 자원봉사자로 조우했다. 행운의 동반자를 만나 2승을 올려 네이션와이드(2부) 투어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예전 라이벌 캐디로 호흡
포기 모르는 선수로 정평

결혼하면서 스포츠가족이 완성됐다. 아내는 마장마술 선수, 장인 마크 스타이그마이어는 1975년 프리스타일 스키부문 세계 챔피언이다. 프로 7년차이던 2007년에는 위기가 찾아왔다. 지독한 슬럼프에 빠지며 선수 생활을 접고, 평범한 직업을 얻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어려워도 늘 포기하지 않은 당신의 모습에 반해 결혼했다”는 아내의 말에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월드스타로 성장하는 데는 세계적인 스윙코치 부치 하먼(미국)의 도움이 컸다. 2013년 하먼으로부터 쇼트 게임 기술을 전수받은 뒤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하먼은 “워커의 스윙은 정말 좋다”며 “더 이상 고칠 부분이 없다”고 극찬했다. 그는 낚시와 자동차 경주, 사진촬영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낭만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오늘의 천문사진’에 선정되면서 별도의 웹사이트를 운영할 정도다.

캐디 앤디 샌더스(미국)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휴스턴대에서 아마추어 최강자로 이름을 날렸고, 2000년 US 아마추어선수권에서 워커와 처음으로 만났다. 2001년 프로로 전향한 샌더스는 그러나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 면역계 질환 ‘다발성 경화증’ 등 병을 얻어 은퇴했고, 2008년부터 워커의 캐디를 맡았다. 워커는 “샌더스를 처음 만났던 발터스롤에서 메이저 우승을 일궈냈다”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대기만성


지미 워커의 홈 코스인 미국 텍사스주의 코르디예라 랜치 골프장에는 ‘지미 워커 바위’로 불리는 판석이 있다. 이 바위에는 워커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 기록들이 새겨져 있다. 워커가 PGA투어 첫 승을 거뒀던 2013년 프라이스닷컴 오픈부터 2014년의 소니 오픈,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2015년의 소니 오픈, 발레로 텍사스 오픈 우승이 기록돼 있다. 그리고 지난달 1일 워커가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면서 기록이 추가됐다.

‘지미 워커 바위’에는 워커의 PGA투어 6승 기록들로 채워져 있다. 2001년 프로 전향 후 오랜 무명 시절을 거친 워커는 3년 만에 6승을 수확하며 PGA투어 스타로 떠올랐다. 코르디예라 골프장의 관계자도 워커의 빠른 우승 레이스를 예상하진 못한 모양이다. 판석에는 앞으로의 기록들을 담을 공간이 충분치 않다. 만약 워커의 우승이 추가된다면 워커 바위가 1개 더 생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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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