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대기업 살생부 막전막후

‘이랬다 저랬다’ 기준도 줏대도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알맹이 없는 대기업 살생부를 만든 금융감독원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린 회사에 정부가 의도적으로 호흡기를 부착한 형국이다. 형평성 및 특혜시비 등이 불거질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채권은행들이 대출금 500억원 이상 대기업 1973개사 중 602개 세부평가대상 업체를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완료했다. 이를 토대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2016년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를 내놨다.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으로 확정된 곳은 총 32개사로 지난해보다 3곳 줄었다.

발걸음 빨라지는
대기업 구조조정


채권은행들은 당초 34개사를 구조조정 대상 업체로 선정했지만 5개사가 주채권은행에 이의를 제기하자 재심사를 거쳤다. 지난해까지는 재심사 과정이 없었지만 올해 새로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제정되면서 기업 권익 보호 차원에서 이의제기 절차를 두게 됐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32개사를 확정해 13곳을 C등급, 19곳을 D등급으로 분류했다. A와 B등급 정상기업, C등급은 워크아웃, D등급은 법정관리 대상으로 분류된다.

장복섭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기업의 자구계획 여부가 등급 상향 조정의 결정적인 부분”이라며 “재무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기업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등급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사는 7곳으로 해운·조선·전자가 각 2곳, 건설 1곳이다. 이 가운데 1곳은 상장폐지, 2곳은 거래 정지 처분을 받았다. 업종별로는 조선·건설·해운·철강·석유화학 등 5대 취약업종 기업이 17개사로 절반(53%)을 웃돌았다. 전자업종은 2년 연속 5곳 이상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주택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건설업종은 지난해 13곳에서 6곳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들 기업이 금융권에 빌린 신용공여액은 1년 사이에 12조4000억원에서 19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중대형 조선·해운사의 비중이 80%에 달했다.

부채 500억 이상 32곳 구조조정 급물살
부실덩어리 조선 빅3는 정상기업 분류?


금감원은 금융권의 손실흡수 여력을 감안할 때 금융사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반기 중 은행권이 쌓은 충당금 규모는 3조8000억원으로 올해 추가 적립액은 은행 2300억원, 저축은행 160억원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C등급 기업에 대해서는 신속한 금융지원과 자산매각,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신규 여신을 중단하고 만기도래 여신을 회수할 수 있다. D등급 기업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된다.
 

올해 초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진행했던 대기업 9곳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들 가운데 6곳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3곳은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즉, 9개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착수는 자구안 실행이 6개월만에 사실상 실패로 끝났음을 의미한다. 지난해에는 17개 기업이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 대상으로 선정됐다가 3곳이 경영정상화에 실패해 지난해 말 C등급을 받은 바 있다.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으로 분류된 기업은 B등급과 C등급 사이에 속해 있다. 성공적으로 자구안을 이행하면 정상기업인 B등급으로 올라가지만 실패해서 C등급으로 떨어지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다.

구조조정대상 업체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취약한 업체 중 자산매각이나 증자 등을 통한 자체 자구계획을 수립하거나 진행 중인 업체는 26곳이다. 이들이 제출한 자구계획은 약 1조3000억원이며 부동산 등 자산매각이 1조원을 차지했다.

자구안 이행에 실패한 기업 대부분은 취약업종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업황 침체와 연결 지을 수 있다. 올해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 기업으로 선정된 26곳은 전자(7곳) 철강(4곳) 건설(3곳) 화학(2곳) 조선(1곳) 기타(9곳) 등이다.

펼쳐진 리스트
누가 살아남나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가 나오자 재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빅3’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으로 모아졌다. 당초 빅3는 C등급이나 D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수주 부진의 여파로 자금난이 현실화 될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채권단과 해당 기업들은 자구계획안을 두고 커다란 진통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빅3 모두 B등급 이상으로 평가됐다. 특히 논란이 되는 건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3조3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냈다. 부채비율도 7308%에 달한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은 3년 연속으로 1을 밑돈다. 과거 5조원대 회계사기 혐의에 이어 현 경영진도 올 초 1200억원대 영업손실 축소 의혹이 불거져 충격을 줬다. 검찰은 채권단 지원이 중단될 것을 우려해 회계사기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2년 연속 B등급으로 판정했다. 시장 판단과 달리 대우조선해양을 정상기업으로 분류한 것은 정부와 대주주의 의지를 반영한 결과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이 C이하 등급을 받으면 조선업 특성상 보증 문제가 생겨 영업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견해에 대해 장 국장은 “수주가 개선돼 기업이 살아나는 것이 최선이다. 굳이 C등급으로 해 RG(선수금환급보증) 콜 등의 문제를 유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우조선해양은 대주주의 의지와 자구계획으로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경우”라고 부연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줄 것이라는 점을 반영했고 사실상 정부주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이 정상기업으로 분류된 만큼 국책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대신 유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제외한 대다수 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여신 등급을 ‘정상’보다 한 단계 아래인 ‘요주의’로 낮췄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다. 다만 시중 은행들이 당분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적인 충당금 쇼크에서 자유롭게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뒤봐주는 대우조선 ‘B등급’
선제적 부실 차단 효과는 ‘글쎄∼’

특혜에 가까운 대우조선해양의 B등급 판정은 해운업 구조조정의 주 대상이었던 현대상선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현대상선의 경우 최근 자산매각과 용선료 인하 등 자구안 이행을 통해 5000%대의 부채비율을 200%대까지 낮추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이달 중으로 정부가 운용하는 선박펀드를 신청하고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이용해 비용절감에 나선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상선은 C등급을 부여받았다.

예상치 못한
대우조선 B등급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이 이미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자금 문제로 드릴십 2척을 인도하지 않아 인도대금 1조원을 못 받고 있다. 소난골에 자금을 대주고 있는 글로벌 채권단이 기존 여신을 연장해줄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배 인도가 차일피일 미뤄진 탓이다. 글로벌 채권단은 이달 중순 무렵에 소난골에 대한 여신 회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은 다음달에 CP(기업어음) 4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또 다른 논란거리는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의 사전적 부실 차단 실효성 여부다. 금감원은 올해 평가 기준이 과거보다 한층 엄정해졌다고 밝혔다. 엄정한 기준이란 평가 기준이 강화됐다는 의미가 아닌 평가 대상 기업수의 확대를 뜻한다.

이전 신용위험평가에서는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 기업이 평가대상이었지만 올해부터는 모든 기업(금융회사 등 일부 예외대상 제외)으로 적용대상이 확대됐다. 하지만 선제적 부실 차단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한계가 명확하다. 금감원 역시 이 같은 지적에 대해서 일정부분 인정하고 있다. 

장 국장은 “기존 구조조정은 여신이 분산돼 있는 기업들에 대해선 특정 시점에 한번 걸러주는 사후적 차원의 구조조정”이라며 “신용위험 평가를 통해 기업의 부실을 막고 기업 스스로가 자구계획을 추진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 정상기업으로 분류됐지만 산업은행이 수시로 자금 확보 방안을 압박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대우조선을 비롯한 빅3 조선사는 신용평가에 앞서 실시한 주채무계열 소속 대기업 평가에서 ‘심층관리대상’으로 지정돼 이미 채권은행과 재무개선 약정을 맺고 관리를 받고 있다.

커지는 특혜 의혹
평가 신뢰도 타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의 판단이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신뢰도 회복과 자력 회생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드는 시점이기도 하다. 윤석헌 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다른 기업들을 평가한 잣대로 똑같이 적용하면 대우조선은 D등급을 받아야 한다”며 “이번 평가는 형평성과 특혜시비 등으로 신용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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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