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골프 미래는?

해외서 잇단 승전보 ‘황금기 오나’

최경주, 양용은을 이은 후배들이 올 들어 세계 각처에서 우승 소식을 전해오며 다시 황금기를 꿈꾸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쇠퇴하면서 국내선수들이 생존을 위해 해외 투어를 두드린 결과다.

왕정훈·이수민 유럽투어 연이은 승리
쪼그라든 국내리그 신예들이 되살리나

한국 남자 프로골프는 2000년대 들어 최경주(46·SK텔레콤), 양용은(44·KB금융그룹)의 활약으로 황금기를 맞는다. 국내무대를 정복하고 2001년 미국프로골프(PGA)에 뛰어든 최경주는 2011년까지 통산 8승을 거두며 한국남자골프의 저력을 세계무대에 소개했다.

영건의 반란

‘꿈의 무대’ 마스터스에서는 2004 년 3위, 2010년 공동 4위까지 올라 우승이 눈앞에 잡히는 듯 했다. 2011년 ‘제5의 메이저’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선수생활의 절정을 맞기도 했다. 최경주에 이어 미국무대에 뛰어든 양용은은 더 극적인 활약을 펼쳤다. 2009년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을 석권했다. 당시 세계최강 타이거 우즈(미국)를 상대로 펼친 역전우승은 지금도 회자된다.

이후 여자 선수들에 밀려 한동안 잠잠했던 한국 남자선수들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안투어에서 뛰는 왕정훈(21)은 지난 5월9일 모로코 라바트의 로열골프 다르에스살람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하산 2세 트로피 대회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다음 대회에서 또다시 우승해 아시아인 최초로 유럽투어 2연승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 시즌 유럽 투어 최연소 우승자(만 20세, 256일)가 된 그는 한국 선수로는 8번째 유럽 투어 챔피언에 오른것이다. 왕정훈은 우승 후 “지난밤에 거의 잠을 못 잤다. 마지막 3개 홀 연속 버디는 어떻게 한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왕정훈은 17세의 나이로 2012년 중국프로골프(CPGA) Q스쿨을 준우승으로 통과해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시우와 중고교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던 왕정훈은 좀더 골프에 집중하자는 부모의 뜻에 따라 필리핀으로 건너가 주니어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왕정훈은 필리핀 주니어 대회에서만 10승을 기록하는 등 필리핀 내 주니어와 아마추어대회를 휩쓸었다.

2013년 프로 데뷔 후 주로 아시안투어 무대서 활약한 왕정훈은 올해 3월 히어로 인디안 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오르며 우승 시동을 걸었다. 왕정훈은 이번 우승으로 2018시즌까지 유럽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차세대 스타들 확실한 세대교체
‘포스트 최경주’여기저기서 출몰

지난 4월 유럽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는 이수민(23·CJ오쇼핑)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PGA 전초전쯤으로 여겨지는 유럽투어는 상위권 선수들의 실력은 PGA투어 못지않다. 유럽투어는 지난해 안병훈(25·CJ)이 신인왕에 오르면서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투어가 되고 있다.

일본투어는 국내선수의 또 다른 무대가 됐다. 2010년과 2015년에는 김경태(30·신한융그룹)가 상금왕에 올랐고 배상문(30·군입대)은 2011년 상금왕을 차지한 뒤 미국으로 진출했다. 김경태는 올 시즌 2승을 거두며 상금왕 2연패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아시안투어와 일본투어를 겸한 싱가포르오픈에서 송영한(25·신한금융그룹)이 당시 세계 1위였던 조던 스피스(미국)를 꺾고 우승, 한국골프의 매운맛을 알렸다. 이 대회는 올해는 아시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의 공동개최로 열렸지만 이전에는 유럽골프투어(EPGA)투어 대회로 열리기도 했다.

지난해 안병훈(25·CJ·EPGA BMW 챔피언십 우승)을 제외하고는 아시아권을 벗어난 투어에서 우승이 없었던 한국 남자 골프는 올해 벌써 세 번이나 정상에 오르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남자 골프에 비해 여자골프가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태극낭자군단’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이 인기는 국내투어로까지 이어졌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규모는 매년 커지고 스타 선수들의 산실로 자리잡았다.


남자 골프는 그 반대였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의 경우 대회가 12개에 불과하지만 매년 이를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타선수가 없다보니 스폰서의 참여가 적고, 대회수가 적으니 스타가 나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 셈이다. 그러다보니 몇 안 되는 스타골퍼들도 줄줄이 미국, 일본 등으로 일찌감치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남자 골프의 위기설이 몇 년째 줄기차게 제기된 이유였다.

그런 점에서 올해 송영한, 이수민, 왕정훈 등 신예들의 우승 소식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시금 남자 골프의 인기에 불을 지필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침체에 빠졌던 한국 남자 골프가 ‘영건’들의 잇따른 승전고로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주목된다.

지난 5월8일 끝난 GS칼텍스 매경오픈은 이런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EPGA투어 우승자 이수민과 일본에서 활약 중인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 등이 출전한 이 대회에는 나흘동안 1만명이 넘는 갤러리들이 골프장을 찾아 남자 골퍼들의 샷에 열광했다. 안병훈, 노승열, 김경태가 출전했던 지난해 신한동해오픈에 이어 또 한번 ‘스타효과’를 입증한 대회였다.

‘남풍’선봉

KPGA 관계자는 “최근에는 나흘간 1만명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해외투어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의 출전과 황금연휴 등이 맞물리면서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