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KLPGA 그때를 아시나요?

미국·일본에 절대 꿇리지 않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내 여자부가 있었고 대회도 남자대회 때 여자부 경기가 함께 치러지는 정도였다. 당시 대회는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다. 정식 투어는 1988년 KLPGA가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첫 해 대회 수는 8개였고, 연간 총상금은 8440만원이었다.

그렇게 닻을 올린 KLPGA는 28년 만인 올해 총상금 200억원을 돌파하면서 무려 251배의 폭풍 성장을 이뤘다. 상금규모로는 미국과 일본에 이은 세계 3대 투어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KLPGA투어는 총 33개 대회가 열리고 총상금은 212 억원에 달한다.

폭풍성장 거듭

대회 평균 총상금액도 6억4000 만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29개보다 4개 더 늘었고, 총상금도 27억원 더 많아졌다. 사상 처음 200 억원을 돌파했다. 총상금이 111억6000만원(20개 대회)이었던 것이 2012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4년 만에 2배 가까운 성장을 이룬 셈이다.

이는 올해 정규대회만 33개 대회에 총상금이 6310만달러(약 724억원)인 LPGA와 37개 대회에 33억5000만엔(약 352억원)인 JLPGA에 이은 3번째 규모다. 3국의 경제규모를 생각하면 KLPGA의 규모는 엄청난 것이다. 과거 돈과 명예를 위해 무작정 미국과 일본으로 향했던 선수들이 이제는 경쟁이 치열한 해외 대신 국내 무대로도 만족하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1978년부터…세계 3대 투어 급성장
박세리와 ‘세리 키즈’들이 원동력


KLPGA가 급성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 LPGA에서 박세리의 활약과 그를 동경한 ‘세리 키즈’가 꾸준히 뒤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보이며 우승했던 1998 년 KLPGA투어는 겨우 7개 대회에 총상금이 7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과 2년 뒤인 2000 년 대회 수는 2배인 14개 대회로 늘어났고, 총상금은 24억1000 만원까지 증가했다.

박세리에 이어 신지애, 최나연, 유소연, 박인비 등 소위‘세리 키즈’들이 세계 정상권으로 도약하면서 2012년에는 총상금이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하게 된다.

한국여자골프는 화수분 같다. 수많은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했지만 뒤를 잇는 유망주들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KLPGA투어는 스타 공백을 가장 염려한 한 해였다.

2014년 KLPGA투어 상금랭킹 10위 선수 가운데 무려 5명이 미국과 일본으로 빠져나갔다. 김효주, 장하나, 김세영, 백규정, 김하늘이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KLPGA 수뇌부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장강의 앞물을 뒷물이 밀어내듯 전인지, 박성현 등이 스타덤에 오르며 곧바로 빈자리를 메웠다.

전인지는 한·미·일 메이저대회를 한 해에 석권하면서 앞서 해외로 진출했던 동료들의 인기를 능가했다. 박성현은 지난해 10월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LPGA를 대표하는 장타자 렉시 톰슨(미국)과 장타 대결을 펼쳐 톰슨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전인지가 떠난 올해 박성현은 출전한 3개 KLPGA대회(현대차 중국오픈, 삼천리 투게더오픈,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제쳤다. 미국 전지훈련 뒤 가진 3차례 LPGA투어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며 KLPGA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내기 스타
이제 세계로…글로벌 투어 지향


22세 동갑내기인 조정민과 장수연도 생애 첫 우승을 거두며 새로운 스타 반열에 올랐다. 베트남 달랏대회에서 첫 우승한 조정민은 지난달 24일 끝난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박성현에 이어 공동 2위에 올라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올해 6차례 대회에서 4차례나 톱10에 들었다. 장수연은 지난 10일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하와이에서 열린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 출전해 마지막까지 우승을 다투기도 했다.

KLPGA투어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넘버원 투어’가 되는 것이다. KLPGA는 이같은 염원을 로고송에 담았다. 로고송을 들어보면 “세계넘버원 KLPGA, 세계를 향해”라는 말이 계속 반복된다. 이제 KLPGA 상위권 선수들은 미국, 일본 등 어느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KLPGA는 지난해 5대 핵심 과제를 발표하면서 인터내셔널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통해 문호를 개방하고 해외선수들이 국내 투어에서 뛸 기회를 제공했다. 아울러 해외공동주관대회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넘버원 투어로 발돋움하려 노력했다.

이를 위해 KLPGA는 겨울철 국내에서는 대회를 치를 수 없는 점에 착안해 따뜻한 동남아에서 ‘윈터 투어’를 적극 개최하기로 했다. 정규투어인 ‘더 달랏 at 1200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신설해 지난 달 베트남 달랏에서 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내년 초 정규대회 신설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꿈나무 화수분

원래 중국과 유럽투어가 공동 주관하던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중국과 공동 주관하면서 대회가 신설된 효과를 누렸다. KLP GA의 이같은 움직임은 아시아 공략을 본격화한 LPGA에 맞서 “아시아 무대는 더 이상 내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저변에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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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