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기피하는 프로골퍼 '왜?'

메달보다 돈이 먼저? 국가보다 내가 우선?

112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골프대회에 세계적 톱 프로들이 왜 출전을 꺼려하는 걸까? 골프가 1904년 세인트루이스 이후 무려 112년 만에 브라질 리우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전 세계적인 골프붐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월드스타들의 골프 기피 현상으로 2020년 도쿄에서는 다시 정식 종목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명예보다 실익”인식 팽배
흥미 요소 반감된 진행 일정

일단 확고한 가족 중심적 사고관이다. 레시먼은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 때문에 가족 건강이 걱정 돼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레시먼의 아내 오드리는 지난해 4월 독성 쇼크 증후군으로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현재 회복 중이다. 지난해 마스터스 역시 아내를 간호하느라 불참했다. “마스터스와 올림픽 모두 중요하지만 가족이 우선”이라고 했다.

잇단 불참 소식
이유는 제각각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빡빡한 스케줄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골프는 매주 대회가 열린다. 올림픽 앞뒤로는 특히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과 디오픈, PGA챔피언십 등 빅 매치가 줄지어 있다. 7주 동안 3개 대륙을 여행하며 소화하는 강행군이다.

올림픽 메달이라는 단순한 명예보다는 메이저 우승의 영광과 엄청난 우승 상금 등 실익을 챙기겠다는 이야기다. 애덤 스콧은 “골프선수는 올림픽을 타깃으로 훈련하는 다른 종목 선수들과는 분명히 다르다”며 “나 역시 매주 호주를 대표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올림픽의 평범한 포맷도 문제다. 4라운드 스트로크 플레이를 펼쳐 개인전 우승을 가리는 게 전부다. 단체전은 아예 없다. 골프를 잘 알지 못하는 세계인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대회 방식부터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며 “이번 리우 올림픽을 통해 골프의 붐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팀 이벤트와 남녀 혼성 게임 등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올림픽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남자골프 전 세계 랭킹 1위 애덤 스콧(호주)은 최근 브라질의 위생 및 보건 상태에 대한 걱정을 나타냈다. 호주 <AAP통신>은 “스콧이 현재 세계 랭킹 1위이자 자신의 친구인 제이슨 데이(호주)를 비롯해 올림픽에 나가는 다른 선수들이 건강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카 공포에 잇단 불참 소식
정식 종목 유지에 ‘빨간불’

지난달 ‘다른 대회 출전 일정에 영향을 주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스콧은 현재 브라질의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 우려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스콧은 <AAP통신>과 인터뷰에서 “올림픽 불참 사유로 지카 바이러스를 들지는 않았지만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털어놨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올림픽 기간 리우데자네이루로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지카 바이러스의 확산을 경고한 바 있는데 이것을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골프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이후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스콧은 출전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스콧은 “올림픽은 선수들에게 있어서 포기할 수 없는 꿈이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도 출전 의지를 불태우는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상황은 심각하게 여겨야 하는데 아직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서 놀랍다”고 덧붙였다.

지카공포 확산
심각한 문제

애덤 스콧이 언급한 것처럼 골프계에선 출전 문제로 어수선한 가운데 리우 올림픽의 지카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과 31일 푸에르토리코 산 후안에서 열릴 예정이던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경기는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 때문에 마이애미로 옮겨서 열렸다.

이런 가운데 오타와 대학의 아미르 아트란 교수는 타임지에 “브라질 북쪽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리우에 도달했다. 연구에 의하면 지카 바이러스는 신생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인에게도 급성 파종뇌척수염 등 심각한 병을 일으킬 수 있다. 브라질의 지카 바이러스는 매우 위험하고 광범위하다”고 경고했다.

지난 1월 IOC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발병률이 높아졌고 군대를 동원한 대대적인 방역 작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비해 댕기열 환자가 6배나 늘었다는 이유다. 또한 심각한 전염병 지역에 50만명이 여행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열지 않아야 한다고 아트란 교수는 지적했다.

“스타가 없다”
속빈강정 전락

특히 여자선수들에게는 브라질에서 퍼지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의 공포가 위협이다. 이 바이러스는 신생아에게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질병이다. 브라질 바하다치주카의 올림픽코스에 2개의 인공호수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수와 갤러리 모두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의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아자하라 무뇨스(스페인) 등 2세를 계획하는 젊은 여자선수들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미국 골프닷컴은 앞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메달이냐, 모기의 위험에서 벗어나느냐 중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PGA투어와 LPGA투어의 커미셔너인 팀핀쳄과 마이크 완은 올림픽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마이크 완은 “몇몇 선수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 문의를 했지만 안 가겠다고 한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요 선수들의 불참 선언 행렬에 골프계의 전설들과 일부 선수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황금곰’ 잭 니클로스(미국)는 세계랭킹 7위 스콧의 결정이 발표됐을 때 “슬픈 일”이라고 반응했다. 개리 플레이어(남아공)는 이날 슈워젤의 소식을 접한 뒤 트위터에 “선수들의 올림픽 포기는 골프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고 썼다. 특히 플레이어는 리우 올림픽에 남아공 코치로 나갈 예정이어서 우스트이젠과 슈워젤의 불참 발표에 더욱 낙담했다.

골프는 1904년 이후 112년 만에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부활했다. 하지만 핵심 종목이 아니기에 내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잔류할 수 있을지 심판받아야 한다. 올림픽 종목 부활에 심혈을 기울여온 니클로스 등은 스타 선수들의 불참이 IOC 투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골프 전설들
심각한 우려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퇴출당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매킬로이는 최근 “요즘 골프 선수들이 올림픽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다음 올림픽에도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남아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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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