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상장 앞둔 기업들 중간점검

오너 때문에 엎어지고 실적 때문에 자빠지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기업이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장기업은 주식 자체가 자기 자본에 해당하는 만큼 효율적인 자금을 조달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 환경을 갖추는 데 용이하다. 하지만 자금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 정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는 점은 기업들이 상장을 주저하게끔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초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수요 조사 결과 상반기에 15곳, 하반기에 5곳이 상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예상대로 상장이 이뤄진다면 2011년(21건) 이후 가장 많은 상장건수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은 16곳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단지 예상일뿐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상장을 보류하거나 미온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줄줄이 상장계획
제대로 이뤄지나

당초 계획대로 연내 상장의 꿈을 이룬 기업은 지금까지 총 5곳이다. 해태제과식품은 지난 11일부로 유가증권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상장 첫날 상한가(29.82%)로 거래를 마쳤다. 해태제과식품의 이날 종가는 2만4600원으로 공모가(1만5100원)를 63%가량 웃돌았다. 2001년 상장 폐지된 해태제과는 2007년과 2012년에 재상장을 추진했지만 당시엔 실적 악화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이번엔 연 매출 1000억원대 돌파를 눈앞에 둔 허니버터칩의 인기에 힘입어 상장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788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해태제과는 영업이익(471억원)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고 당기순이익(170억원)은 4배 규모로 확대됐다.

대림산업의 자회사인 대림C&S는 지난 3월30일부로 코스피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2만4950원으로 출발한 대림C&S 주가는 1700원(6.81%)하락한 2만3250원에 장을 마쳤다. 공모가 2만7700원보다 16%가량 밑도는 수준이다.

대림C&S는 지난해 매출 2955억원, 영업이익 54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6%, 영업이익은 60.8% 증가한 수치다. 대림C&S 지분은 대림산업 50.8%, 이준용 회장 2.3%,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이 7.8%씩 보유하고 있다. 대림C&S는 국내 콘크리트파일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9%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다.
 

화장품과 의약외품 제조업체인 인터코스는 지난달 18일 중소기업전용 증권시장인 ‘코넥스(KONEX, Korea New Exchange)’에 상장됐다. 주당 평가가격은 1830원이었다. 인터코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61억500만원, 순이익은 11억3600만원이다.

2014년 설립된 인터코스는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사개발생산(ODM) 사업을 한다. 특히 ODM 사업을 통해서 위탁받은 제품의 개발을 완료한 뒤 생산·공급에 나서면서 독자적인 기술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경쟁력을 인정받은 인터코스는 올해 초 원익투자파트너스로부터 총 2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원익투자파트너스 확보한 인터코스 지분은 8.54%(4357주)다.

연내 상장 계획 20개 회사 ‘갈림길’
각종 걸림돌 걸려…이곳저곳 백지화

핸드백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지난 2월 상장을 완료했다. 1987년 설립된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버버리와 헨리 벤델, 마이클 코어스, 랄프로렌, 케이트 스페이드 등 고가에서 중저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10개의 브랜드군을 갖추고 있다. 2014년 핸드백 제조 업체인 ‘씨에치오리미티드’를 흡수하는 등 몸집도 불렸다.

용평리조트는 오는 27일 코스피 상장이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정창주 용평리조트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코스피 상장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 리조트 운영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콘도 분양사업에서도 리딩 컴퍼니임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용평리조트의 공모 주식 수는 1672만주이며 공모 예정가는 8100∼9200원이다. 공모 금액은 밴드 상단 기준으로 보면 1538억원이다. 용평리조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763억원에 영업이익 264억원, 당기순이익 116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눈앞서 날린
‘상장의 꿈’

상장의 기회를 눈앞에서 날려버린 기업들도 제법 보인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오너리스크가 장애물처럼 인식되는 양상이다. 정운호 대표가 연일 집중포화를 맞는 사이에 기업공개(IPO) 준비를 전담해 왔던 재무담당 임직원들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이승훈 상무가 지난해말 퇴사했다. 이 전 상무는 하나금융투자(옛 하나대투증권) 출신으로 정 대표가 상장을 준비하며 직접 영입한 인사다.
 

이 전 상무와 함께 네이처리퍼블릭에 합류했던 회계법인 출신 회계사들도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 대표가 자리를 비우면서 ‘더페이스샵’ 창업 때부터 함께 회사를 키워온 영업부문 인사들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데 이들과 의견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네이처리퍼블릭 창업 초기 멤버인 강창구 이사가 재무업무를 맡고 있다.

상장 기대감으로 지난해 장외시장에서 17만원대까지 치솟았던 네이처리퍼블릭 주가는 정 대표 구속 이후 IPO 일정이 지연되면서 4만원대로 주저앉았다. 10개월 만에 주가는 1/4분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장을 기대하고 장외에서 주식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건 당연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아직까지 상장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듯한 인상이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연내 상장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상반기 상장이 예상되던 티브로드는 IPO를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티브로드는 지난해 12월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상장적격’ 판정을 받은 후 곧바로 공모절차에 돌입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상장적격 만료기간이 임박한 시점까지도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업가치 산정을 두고 재무적 투자자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게 주된 원인으로 파악된다. 상장 예비심사 승인 유효기간인 오는 6월까지 상장 절차를 완료하긴 사실상 힘들어진 상태다. 티브로드 측은 일단 상반기 상장 계획을 접고 하반기에 다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청구부터 모든 공식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

이마저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반등의 여지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업황 자체가 가라앉은 분위기다. 경쟁회사들의 주가흐름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 티브로드와 투자자 사이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답보상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 티브로드가 상장하려면 극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며 “하반기에 IPO를 하고 상장을 위한 준비과정을 착실히 밟는다 해도 쉽사리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바이오시스(옛 서울옵토디바이스)는 예비심사 통과 후 6개월 안에 상장을 완료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서울바이오시스는 12월에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하지만 당시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했고 서울바이오시스는 상장을 철회했다. 상장을 철회하더라도 예심 통과 후 6개월 안에만 상장을 마무리하면 규정상 문제가 없었으나 서울바이오시스는 지난 3월16일까지 상장을 완료하지 못했고 IPO는 물건너 갔다. 실적 부진이 악재로 작용한데다 업황이 긍정적이지 않아 연내 상장은 어렵다는 중론이다.

유력 후보들
정작 안개국면

이외에도 두산밥캣, 넷마블게임즈, 롯데정보통신, KIS정보통신, 태진인터내셔날, LS전선아시아, 호텔롯데, 코리아세븐, JS코퍼레이션, 코엔스 등이 연내 유가증권 상장 유력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이 무작정 상장을 추진할거란 보장은 아직 없다. 유가증권시장에 섣불리 뛰어들길 주저하는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기업이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장기업은 주식 자체가 자기 자본에 해당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아도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자금조달이 용이해진다. 인식 제고 과정을 거쳐 자산 증대마저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상장 조건 중에서 주식 보유자가 50명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는 만큼 개인회사라는 개념은 희석된다. 제3자가 회사의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면 그 회사를 넘겨야 한다.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실적이든 부채든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한다. 이런 점들은 상장을 주저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상장해봐야…” 자진 폐지 증가
공시 등 실익만큼 부담도 크다

최근에는 주식시장을 박차고 나가는 상장 기업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지만 증시에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거의 없어 비상장사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공시 부담과 전략노출 등 불이익에 대한 우려도 섞여 있다.

1994년 상장한 경남에너지는 오는 19일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다. 경남에너지는 최대주주인 경남테크의 요청으로 자진 상장폐지 추진을 결정했고 한국거래소 승인까지 얻었다. 코스피 상장사의 자진 상장폐지는 지난해 1월 SBI모기지 이후 1년4개월여 만이다. 경남에너지 측은 “현재는 상장을 유지하는 데 따른 실익이 적기 때문”이라고 상장폐지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아트라스BX도 현재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아트라스BX는 지난 3월 공개매수를 진행했으나 최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보유지분(31.13%)까지 합쳐도 적정 지분 기준을 밑도는 87.68%에 그쳤다.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선 대주주 측(회사·특수관계인 포함)이 95% 이상의 지분 확보가 필수다. 아트라스BX는 다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상장폐지를 진행중인 경남에너지와 아트라스BX는 현금자산이 풍부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들은 상장을 폐지한 후 100% 지분을 확보해 국내 시장 상황과 소액 투자자, 감독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동성도 풍부해 상장을 통한 직접자금 조달에도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다. 또 소액주주들의 항의나 경영간섭, 경영사항 공시, 분기 결산보고 등의 부담도 덜 수 있다.

최근 상장설이 떠돌던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계획이 없음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현대오일뱅크 IPO 검토를 한 바 없다”며 “시장 여건이 우호적으로 형성되면 국내증시에 상장을 검토할 수 있으나 현재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는 지난 2011년에도 추진됐다가 무산됐고, 이후에도 그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시 약 6조 이상의 시가총액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알짜 계열사이다.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상장 후 지분매각만으로도 상당한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한국 증시에서 자본을 끌어 쓴 외국 기업들의 탈 상장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자진상장폐지가 무산된 도레이케미칼은 다시 한 번 자진상폐를 진행 중이다. 앞서 중국 기업인 3노드디지탈과 중국식품포장, 국제엘렉트릭, 일본계 SBI모기지 등은 한국 증시에서 발을 뗐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계 자본이 투입된 상장사는 언제든 ‘먹튀’로 돌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헐값에 지분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으로 실적을 단기간에 호전시키고 비싼 가격에 되팔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반발이 심하면 알짜 자산들을 매각한 뒤 법인 청산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외국 기업들은
탈 상장 행보

IB업계 관계자는 “실적이나 자산에 비해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해 증시를 떠난다는 기업들도 더러 보인다”며 “상장을 하고 싶어도 절차를 밟지 못해 무산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상장폐지를 시도한 후 기업 가치를 높여 해외에 재상장하거나 유상감자, 고배당 등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경향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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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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