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김삼기의 시사펀치> ‘100세 시대’가 ‘초고령화 시대’로 변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100세 시대’라는 화두는 언론과 정부의 단골 메뉴였다. “이제 인간은 100세를 산다” “노후 30년을 준비하라”는 구호가 넘쳐났고, 서점가엔 ‘100세 인생’이라는 제목의 책들이 쏟아졌고, 노래도 유행했다. 장수는 곧 축복이자 기회라며 호들갑을 떨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화려한 수사는 자취를 감췄다. 10년 전, 전 세계 100세 이상 인구는 45만명이었는데 지금은 100만명을 육박하고 있다.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도 2024년 기준 8737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100세 시대라는 구호가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제 장수는 놀라운 소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무거운 짐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장수 담론’이 퇴색한 자리를 메운 것은 냉혹한 현실이다. 세계 최악 수준의 노인 빈곤율, 갈수록 불안한 연금 재정, 치매와 돌봄 공백, 그리고 초저출산으로 인한 세대 갈등 등의 이유로 이제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과 세대 간 부담 전가의 문제로 변했다. 언론도 더 이상 ‘100세 시대’라는 구호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초고령 사회’ ‘돌봄 위기’ 같은 차갑고 건조한 구호가 현실을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 2025-09-27 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