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국민의힘 장외투쟁, 왜?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29 17:03:03
  • 호수 1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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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가리지 않고 주도권 알박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색 짙은 권력기관 개편을 시도하면서 주도권 뿌리 내리기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또 강경 보수 세력과 함께 장외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장외투쟁에서 거친 언사가 쏟아지는 사이 중도층은 점점 더 국민의힘과 멀어지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요 법안들엔 “국가의 통치 체계 전반을 뒤바꾼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된 법안은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당시엔 “30명까지 증원한다”는 취지가 담겨있었고, 최근엔 연간 4명씩 3년 동안 12명을 늘려 총 26명으로 늘리는 것으로 정리됐다.

거여 민주당
뿌리 내리기

대법관 14명 중 재판 업무를 전담하는 대법관은 12명이다.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사건에만 참여한다. 지난 2023년 기준 상고심 접수 건수는 1만2150건이다. 연간 1만여건이 넘는 상고심 사건을 13명의 대법관이 모두 심리하고 있는 셈이다.

전원합의체 사건 외엔 대법관 4명으로 각각 구성된 소부에서 심리한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은 밀려드는 상고심 수에 대비해 상고 이유가 ▲헌법·법률 위반 ▲중대한 법령 위반 등에 해당되지 않는 사건은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곧바로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밀려드는 사건 수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대법관 증원 ▲상고허가제 부활 ▲상고법원 설치 등 대안이 제시돼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동안 민주당의 대법관 증원을 반대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월 대법관 증원법이 국회 법사소위를 통과한 직후부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어 지난 22일엔 “세종대왕께서는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같은 날 국회 법사위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 계획서 채택을 주도했다.

조 대법원장과 민주당은 지난 5월 이후 갈등하고 있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 대통령 사건을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회부 9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민주당 등은 “9일 만에 어떻게 사건 기록 6만여쪽을 검토할 수 있느냐”면서 크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대법관 증원을 서둘렀다.

검찰청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공소청을 설치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민주당의 오랜 비원인 검찰개혁 구상이 헌정사상 가장 강경하게 반영된 법안이다. 여기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명분을 보탰다.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등 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면서 일 단위로 계산하는 관행과 달리 윤 전 대통령 구속 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했다.

그러자 “즉시항고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지만, 심 전 총장은 끝내 제기하지 않았다. 심 전 총장은 원로 보수 정치인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더 구설에 올랐다. 심 전 총장의 당시 대응은 민주당의 검찰 해체 논리에 현실적인 근거를 제공했다.

보수색 짙은 기관 장악
“도대체 막을 방법이…”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방안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2008년 재정경제부와 통합돼 사라졌다가 18년 만에 부활한다. 그동안 기획재정부에 대해선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거나 “모피아(구 재무부 출신 인사)들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돼 ▲예산 편성 ▲재정 정책·관리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재정경제부는 ▲경제 정책 총괄·조정 ▲세제 ▲국고 업무 등을 담당한다. ‘기획’과 ‘재정’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의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부처에 개입한다”는 비판도 오랫동안 나돌았다. 기획예산처의 예산 편성 기능도 지금까지와 달리 영향력을 약화할 새 방식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위원회는 18년 만에 해체될 예정이다. 금융감독 기능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위원회는 18년 만에 부활한다. 국내 금융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된 채 금융감독 기능만 전담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해체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바뀔 예정이다. 이에 대해선 “현 정부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갈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기존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 승계를 차단하는 부칙이 규정됐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자동으로 임기 종료를 맞이해 해임될 수밖에 없다.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에 이관해 탄생하는 부처다. 기존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축소된다. 이에 대해서도 “규제 부서의 규모를 지나치게 키울 우려가 있고, 에너지 정책이 이원화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후환경에너지부엔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 관련 에너지 정책이 이관되고, 종전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통상부에 남기 때문이다.

이 중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방안은 관할 상임위 국회 정무위원회의 위원장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기 때문에 추후 패스트트랙(안건 신속 처리 제도)에 태울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안은 ▲사법부 ▲검찰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보수 성향이 짙은 국가 핵심 권력기관에 집중돼있다. 이 중 사법부·검찰은 민주당과 악연이 있다. 민주당은 현재 정권·절대 다수 의석·40~50대 유권자의 열성 지지를 권력의 축으로 두고 있으며,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2연속 압승을 거뒀다.

뻔하디 뻔한
이 끌어내기

하지만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세대의 가치관은 돌고 돈다”는 주기·세대마다 다른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30 남성과 마찰을 빚은 지 오래다. 이들은 약 20년 후 주축 세력이 된다. 민주당으로선 3개의 축을 토대로 권력을 행사하는 지금 국가의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은 그 주도권을 뿌리 내리려는 ‘알박기’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

민주당은 총 171석을 보유하고 있고,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의 의석을 합치면 총 190석이기 때문에 불과 107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은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윤 전 대통령과 제대로 절연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혁신당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와 장외집회를 동시에 진행해 민주당의 권력기관 개편에 대응하려고 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법안 1개당 최소 24시간을 소요시킨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을 총동원해 최대한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5의 찬성으로 강제 종결시킬 수 있다. 범여권 의원이 모두 모여 법안마다 시간 지연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필리버스터 효과도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아울러 필리버스터는 1960년대에 불과 2회 진행됐던 것과 달리, 지난 2016년 이후 총 11회가 진행됐다. 지나치게 자주 활용했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1일 야당 탄압·독재 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장외집회에 몰두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의 표심을 다져야 하는 현 상황에서 장외집회는 필연적으로 강경 보수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대구 집회 현장엔 윤 전 대통령 석방 요구와 부정선거론 등 강경 보수들이 선호하는 논점을 적은 깃발이 휘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연단에서 “저는 이재명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며 “12개 혐의를 받아 5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취지의 파기환송 재판만 속개된다면 당선 무효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수의 참석자들은 김 최고위원의 주장에 호응해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라”는 구호를 외쳤다.

장외투쟁?
장외투정?

당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김 최고위원보다 더 과격한 주장을 이어갔다. 장 대표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강경하게 비판했다. 이날 장 대표는 정 대표를 향해 “여당 대표라는 정청래는 음흉한 표정으로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며 “정청래는 반헌법적 정치 테러 집단 수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은 이재명 1명을 위한 나라가 됐다”며 “이재명이 국민·헌법 위에 군림하고 있고, 대한민국은 인민 독재로 달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처럼 “멈춰 있는 이재명의 재판 5개가 빨리 다시 시작되도록 해서 이재명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시위가 국민적 관심을 얻어 변혁을 이끄는 큰 무대가 되려면, 관점을 초월하는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일부 강경 보수 세력 등 중도층에게 거부감을 주는 세력과 단절하지 못해 거부감을 주고 있다.

특히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대규모 장외투쟁은 필연적으로 과격한 언어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알려진 서울 도봉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해당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지난 2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장외집회에서 극단 세력과 함께 어우러지면 같은 세력처럼 보이는 나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도권 민심과 서울 도봉갑에선 당원과 유권자 모두 장외투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중도층에서 거의 힘을 못 쓰고 맥이 다 빠져 있다”며 “장외투쟁은 중도층 지지율을 올리는 데 거의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재명을 끝내야 한다”는 등 강경 발언에 대해서도 “중도층에겐 호소력 있는 메시지가 아니”라며 “이 대통령이 아무리 미워도 끌어내리겠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안 맞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정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정기국회 시작 후 한 달도 안 돼 국회 밖으로 도망갔다”며 “국민의힘의 장외투쟁은 장외투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악의 최약체 지도부라서 땡큐”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의 이날 장외집회엔 약 5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겐 암묵적으로 “웬만하면 참석하라”는 요구와 당원 동원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층에겐 비호감이 쌓일 가능성이 많은 대응에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현실 파악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8일 <일요시사>와 만나 “보수는 이제 소수 진영”이라며 “이젠 새로움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의석 107석을 가지고 개헌만 간신히 저지하는 소수 정당으로서 구태의연한 투쟁 방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점점 멀어지는 중도층
할 일은 ‘과거 복기하기’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일명 ‘차떼기 사건’으로 알려진 불법 대선자금 전달 사건 당시 박근혜 대표가 주도해 당사를 매각한 후 여의도에 천막당사를 차렸다. 이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도 일부 타격을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우리 선거캠프가 받은 불법 선거자금이 이회창 캠프가 받은 자금의 1/10이 넘으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 전 대선후보 측은 824억원을 받았고, 노 전 대통령 측은 114억원을 받았다.

1/10을 넘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이는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소추로까지 연결됐다.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나름의 쇄신하려는 노력과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박 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의 출현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강경 보수층과 중도층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의견을 바꾸고 있다. 장외집회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세운다고 해서 장 대표가 중도층을 포기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의 ‘용꿈’을 좌우할 첫 시험대가 될 지방선거가 불과 8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으로선 민주당이 국가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권력기관 개편에 몰두하는 틈을 노려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국가 통치 권력의 틀을 확고하게 바꾸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다수의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당시 다수의 탄핵소추를 했던 특유의 ‘밀어붙이기’ 관성을 버리지 않았다. 특유의 동어 반복도 여전하다.

이는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민주당이 요즘 아무 때나 ‘내란’을 갖다붙이면서 사람들을 지루하게 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 당시 ‘적폐 청산’이란 말로 먹고 살려고 했던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헌정 사상 정권교체는 대체로 주어진 힘을 절제해 사용하지 않는 흐름 끝에 진행됐다.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에 몰두하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과 ‘내로남불’ 논란이 불거진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대로
3년 더?

당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후보 옹립과 민주당에 적대적인 2030세대 남성과 노년층을 묶어 대항하는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자멸과 지지층이 분열한 끝에 지난 6월, 정권을 내줬다. 국민의힘과 장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장외집회에서 거친 언사를 내뱉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성공 사례를 복기하는 것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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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