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온상’ MG새마을금고에 칼 빼든 정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8.28 06:27:19
  • 호수 1546호
  • 댓글 1개

‘비리 백화점’ 이 참에 손 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MG새마을금고가 횡령, 배임, 사기, 불법 대출 등 다양한 금융사고의 온상이 되고 있다. 지역 금융기관이 신뢰를 무너트렸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가 MG새마을금고를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대상으로 지정해 규제에 나설 전망이다.

제보에 따르면, 경기도 군포시 금정새마을금고를 포함한 3개 새마을금고가 평택시 주택공사 용지를 담보로 한 부실채권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중개자 이모씨를 통해 공사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A 회사를 바지 회사로 세워 토지 매매대금과 추가 공사비 명목으로 100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았다.

이후 기존의 이자 및 세금 등을 공사비 일부에서 상환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결국 공사비는 바닥 났고, ‘빚 잔치’가 시작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현재 이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억 사고

제보자 U씨는 지난해 3월 시행사 대표와 계약을 체결하고 1차 분양 광고액 4000만원 중 2000만원을 받아 업무를 진행했다. 이후 5월경 시행사 측은 금정새마을금고 김모 전무, 세화새마을금고 최모 과장 등과 만나 ‘공사 자금이 부족해 자금을 우선 투입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공사가 어려워졌다고 통보했다.

100억원이 넘는 금융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김 전무와 이씨는 경기도 화성시 영천동의 또 다른 부실채권을 활용해 U씨가 근무하는 회사를 끌어들여 매매하게 해 2억여원의 추가 대출을 받아 송화리 신축 현장에 자금을 투입하게 했다.


김 전무는 U씨에게 부실채권 원금 103억원을 갚는 조건으로 부동산 7개 호실을 매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무 측으로부터 약속이행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보고 있다고 U씨는 밝혔다. 같은 시기 이씨와 김 전무는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에 있는 부실채권에 대해 U씨에게 “사업성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은행에서 대출은 문제없다”며 U씨 회사가 부실채권을 인수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대출이 이뤄졌다.

통상 공매 물건을 계약할 때는 계약금의 10%를 지급하고 검토 후 은행 대출로 나머지 잔금의 대출을 통해 정산한다. 그러나 김 전무는 자금 계획을 짠 당일 계약금을 지급했다. 잔액은 세화새마을금고에서 약 9억원을 대출해 집행했다.

이후 금정새마을금고가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취했으며 공매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매수자가 부채를 부담하게 해 U씨 회사에서 매매 후 부가세 약 8000만원을 다시 금정새마을금고에 주는 방식으로 손해를 처리했다. U씨는 현재 경기도 하남경찰서에 고소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U씨 회사는 은행 부실채권 총 25억여원을 떠안게 됐다. 이후 이씨와 김 전무 등은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말로 U씨를 설득해 일을 진행했다. 그렇게 U씨 회사는 송화리 현장 신축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또다시 공사비가 바닥났다.

이씨와 김 전무는 이번엔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다세대주택 공사 현장의 부실채권을 통해 또다시 송화리 현장에 필요 공사 자금을 준비하는 돌려막기 행위를 한다.

금정새마을금고는 청천동 다세대 신축 공사 현장을 인수해 건축주가 되고 요양원 개발로 허가를 변경했다. 또 불법 입찰로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비를 6억원가량 높게 측정하고 그 자금을 부족한 공사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감사에 나섰다.


횡령, 배임, 사기, 불법 대출···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 초읽기

이렇듯 새마을금고는 중개자를 통해 부실채권을 제3자에게 넘겨 해결하고 담당자는 실적을 쌓는 방식을 취했다. 그 대가로 추가 대출을 통해 자금을 유용하게 하고, 자금이 떨어지면 또다시 부실채권을 활용해 대처하는 돌려막기로 추가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구조적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에서 밝혀진 금융사고 액수는 약 2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피해 금액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마을금고에서 계속되는 금융사고에 대해 행정안전부 등이 특별점검을 시행 중이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포상금을 최대 10배 인상해 신고 활성화를 유도하고, 중대한 사고 당사자에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이 또한 새마을금고 내부의 진행 과정일 뿐 외부의 감사나 지도·감독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U씨는 경찰에 횡령과 사기로 김 전무 등을 고소했으며 국민신문고에 ‘부실채권을 통해 필요 공사 자금을 준비하는 불법적인 행위가 나왔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금정새마을금고는 2023년 말에 정기 검사를 받았으며 세화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말 정기 검사를 받은 바 있다”고 전했다. 통상 정기 검사는 2년마다 진행하지만,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고유 권한인 외부 감사 대상이 40개 금고에 불과하기에 또 다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불시 검사를 강화해서라도 내부 통제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금정새마을금고 같은 경우 기성고 대출 관련 지적 사항을 받은 바 있다”며 “기성고 대출은 건물을 지으면서 공정률에 따라 대출을 실행해야 하는데 적정하게 지급하지 않고, 과도하게 지급한 건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일인 한도라고 해서 특정 차주에게 지나치게 대출을 하지 말라는 부분에 대한 지적과 자산 건전성 분류를 하는 것에 이어 엄격하게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2023년 12월 마지막 정기 감사 때 지적됐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세화새마을금고에 관해 지난해 말, 기성고 대출 건으로 지적한 바 있다고 전했다.

1970년대 설립 이래 상호금융기관으로 자리 잡은 MG새마을금고는 금융계의 악동으로 불린다. 뇌물수수 비리로 중앙회 회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부실 대출이 난무해 일부 지점에서 뱅크런 사태도 발생했다. 지점 통·폐합, 연체율 상승 등으로 서민 금융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

감사하면 뭐하나
버젓이 사기 행각

한편, 정부는 금소법을 전 상호금융권에 적용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새마을금고에 대한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의 감독 권한 충돌이 우려된다. 지난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금소법 개정안’을 전날 대표 발의했다.


상호금융 중에선 신용협동조합에만 적용하던 금소법을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산림조합 및 새마을금고 등으로 확대 적용하는 게 골자다.

개정안은 각 조합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 평가 및 결과 공표를 해당 중앙회 회장이 할 수 있도록 한다. 중앙회장에게는 조합에 대한 검사와 처분 권한을 부여하며, 조합이 과징금 또는 과태료 부과 대상 행위를 한 경우에는 중앙회장이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새마을금고의 감독 및 처분에 대해서는 행안부 장관이 할 수 있도록 특례를 규정한다. 금융 분쟁 조정 시 새마을금고는 조정 대상 기관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상호금융에 대해 행정제재 처분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장에게만 업무정지명령 또는 인가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새마을금고에 대한 내부 통제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의 직접 감독 대상에서 새마을금고만 제외된 구조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 사각지대가 여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새마을금고 감독은 행안부 소관이다.

그러나 금융위에 비해 금융 전문성이나 관련 인력 확보가 불충분해 건전성·리스크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새마을금고의 금융사고 규모는 상호금융권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새마을금고에서는 약 404억1300만원 규모의 횡령·배임·사기·알선수재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사고 규모는 29억7600만원가량으로, 전년(7억2400만원)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따라서 감독 주체 이관 외에도 ▲지배구조 개선 ▲외부 감사 강화 ▲내부 통제 시스템 정비 등이 병행돼야 실효적이라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새마을금고 금융사고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위와 행안부는 지난해 ‘건전성 감독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검사 및 정보 공유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행안부를 통해 금융당국의 지시사항을 전달받되, 중요도가 높은 사안에 대해선 당국과 직접 소통하는 식이다.

참다 폭발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로 감독 주체 변경 시) 업무 이관 과정에서 조직적·시스템적 혼선이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실효성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선 양 기관 역할이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 금소법을 적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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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