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처럼’ 신동아건설 50년 잔혹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8.07 09:00:13
  • 호수 1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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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바뀌어도 검은돈 창구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각종 미수금 등의 여파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신동아건설의 부침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용선 신동아건설 대표이사 일가의 700억원대 비자금 통로가 포착되면서다. 하도급 갑질, 직원 구조조정설 등 다양한 논란에 오너 일가 리스크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아파트 브랜드 ‘파밀리에’로 알려진 중견 건설사 신동아건설이 지난 1월6일 법원에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동아건설은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이여진 부장판사)에 기업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 평가에서 58위를 차지한 중견기업으로, 주택사업과 함께 도로, 교량 시공 등 공공 토목사업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잇속만
챙기기

이에 따라 신동아건설은 김용선 회장을 회생 기간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신동아건설은 관리인의 주도하에 지난달 26일까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지만 법정관리에 접어든 지 수개월이 지난 시점임에도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법정관리에 돌입한 탓에 인천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경남 진주 ‘진주 역세권 타운하우스’, 경기 ‘의정부역 초고층 주상복합’ 등 사업장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여전히 신동아건설은 해당 현장들의 미분양 물량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아건설의 위기로 인해 일부 공동 시공 현장은 사업 자체가 백지화되기도 했다. 신동아건설은 법정관리를 선언한 직후인 1월8일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의 모집 공고를 취소했다. 검단신도시 AA32블록에 최고 15층, 11개 동에 669가구를 짓는 사업인 해당 단지는 신동아건설(80%)과 계룡건설산업(20%)이 공동 시공을 맡은 곳이다.


신동아건설이 사실상 주관사를 맡은 사업인 이곳은 계룡건설산업이 사업 지분을 인수받고자 협상을 펼치고 있으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신동아건설의 지분이 낮은 사업장의 경우에는 타격이 덜하다. 모아종합건설(80%)과 신동아건설(20%)이 공동 시행·시공을 맡은 경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미래도 파밀리에’의 경우 정상적인 사업이 가능한 상황이다. 지분율이 높은 모아종합건설 측이 책임 준공을 확약했기 때문이다.

반면, 신동아건설의 지분율이 높은 공동사업장을 중심으로 미수금을 거둬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유동성 악화로 지난달 말 만기가 도래한 60억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수금 여파로 망해 가는데
‘돈잔치’ 바쁜 김용선 회장

업계에선 최근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 진주의 신진주 역세권 타운하우스, 의정부역 초고층 주상복합 등 신동아건설이 책임 준공을 맡은 일부 현장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한 가운데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송산그린시티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의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 실패, 공사비 미수금 증가 등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회사의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아건설은 2019년 11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지 5년여 만에 다시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2019년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뒤 경영 상황이 괜찮았으나 최근 경기가 다시 악화한 데다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 한꺼번에 몰렸다”면서 “법원의 결정에 달렸지만 자본잠식 상태도 아니고, 청산가치보다 지속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신동아건설은 법정관리 이후 ‘하도급 갑질’ 논란까지 불거져 곤욕을 치렀다. 한 하도급 업체는 신동아건설과 체결한 계약 내용과 달리 일부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최근에는 조직 내부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움직임까지 벌이면서 직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이후 건설업계에선 중견 건설사 줄도산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와 비교해 자금력과 규모에서 차이가 나는 중견 건설사들은 주로 공동 시공을 통해 일감을 수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방식이 향후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직원도 아는
회장님 돈줄

대형 건설사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견 건설사의 특성상 지방에 현장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지방 분양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미수금 수급 또한 여의치 않은 환경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신동아건설이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김용선 회장 아들 회사인 대지건설로 7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된 정황도 포착됐다. 신동아건설의 부도 위기가 단순한 경영 악화가 아닌, 김 회장 일가의 사익 편취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번 의혹의 핵심에는 대지건설이 있다. 대지건설은 김세준 전 신동아건설 사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다. 김 전 사장은 대지건설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개인 회사나 다름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은 지배구조는 신동아건설과 대지건설 간의 거래가 일반적인 상거래 관계를 넘어, 오너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한 통로로 활용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실제로 신동아건설 내부 관계자는 “대지건설은 신동아건설 회장 아들 김세준 전 사장의 회사이며, 오랫동안 대지건설 매출 상당 부분이 신동아건설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신동아건설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신동아건설과 대지건설 간의 특수관계자 거래에서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이 다수 포착됐다. 특히, 대지건설의 재무 데이터에서는 수년간 매출액 대비 매입액이 압도적으로 과다한 기형적인 구조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대지건설은 신동아건설에 매출을 거의 기록하지 않은 반면, 수백억 원대의 매입액만 발생시켰다. 2021년에는 매입액이 매출액의 약 1300배에 달했으며, 2022년에도 약 13배를 기록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매출이 일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입액이 여전히 매출액을 각각 약 4.5배, 0.8배 초과하는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는 전형적인 ‘매입 과대 계상을 통한 자금 유출’ 또는 ‘가공 매입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풀이될 수 있다. 실제 필요 이상의 자재나 용역을 매입한 것처럼 꾸미거나, 실제 매입 없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자금을 대지건설로 흘려보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더욱 수상한 점은 2024년에 접어들어 매입액이 급감하고, 오히려 매출액보다 적어지는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외부 감사나 법정관리 등의 압력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이 중단되거나 방식이 변경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지건설
관계는?

신동아건설의 5년치 감사보고서를 통해 추정할 수 있는 대지건설을 경유한 자금 유출 규모는 상당하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입액이 매출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단순 합산하면 약 709억 7000만원에 달한다. 다시 말해 지난 5년간 신동아건설에서 대지건설로 수백억 원이 흘러들어간 셈이다.


실제 자금 유출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동아건설과 대지건설은 수십 년간 이 같은 특수관계자 거래를 반복한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대지건설은 2016년부터 신동아건설과 거래를 통해 매해 수백억 원의 매출을 창출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외에도 김 전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디에이대부도 신동아건설과 지속적으로 특수관계자거래를 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2025년 신동아건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스디에이대부는 장기영업대여금으로 신동아건설로부터 112억원을 차입한 상태다.

주목되는 사실은 신동아건설이 부도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오너 아들 회사에 21억원의 장기영업대여금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회사 부도 직전까지 아들 회사를 통해 자금을 빼돌린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신동아건설의 현재 법정관리 사태가 단순한 건설 경기 악화나 경영 부실을 넘어, 오너 일가의 자금 유출이 핵심적인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년 동안 회사 자금이 김 전 사장의 개인회사로 흘러갔다면, 이는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지건설과의 특수관계자 거래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신동아건설은 채권자들과 협의하여 회생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자금 유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채권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법정관리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가 회사 부도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면, 이는 단순한 경영 실패를 넘어 의도적인 자산 유출로 볼 수 있어 더욱 엄중한 법적 책임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건설과 대지건설에서 근무했다고 밝힌 제보자는 “약 20년 전부터 신동아건설 관계사 대지건설에서 수십억에서 수백억원까지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그 현금을 유통하여 신동아건설 회장 일가의 비자금으로 쓰였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신동아건설 직원, 대지건설 직원들한테 쉽게 들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지건설을 세무조사만 하면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정관리에 미분양 속출, 하도급 갑질
오너 일가 700억대 비자금 통로 의혹도

한편, 법정관리에 들어간 신동아건설의 용산 사옥에 대한 공매 준비 절차도 시작됐다. 해당 사옥은 현재 우리자산신탁이 담보신탁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동아건설 대주단 전원이 사옥 공매 절차 추진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자산신탁은 현재 1차 이행 최고도 완료했다. 향후 회사 측에 사옥 공매에 대한 내용증명이 전달되면 이후 본격적인 공매 예정가 산정 및 세부 계획 수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매 방식은 법원이 아닌, 신탁사가 매각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신탁공매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 절차를 진행 중인 만큼 공매 절차의 최종 진행 여부를 확정하는 데는 관련 법 해석이 중요할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인 법정관리 상황에서는 채권자의 자산이 동결되지만, 담보 신탁 형태의 자산은 신탁재산의 독립성에 따라 채권단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신탁재산의 도산 절연성을 둘러싼 법적 해석이 엇갈리고 있어 법정관리 중 매각을 진행할 경우, 법원의 결정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법정관리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매를 추진하기보다, 사전 준비를 마친 뒤 올해 상반기 말 혹은 하반기에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신동아건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2025년 6월 26일까지로, 이후 법원의 인가를 받으면 회생절차가 종료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해당 부지가 서울 중심부인 용산구에 위치해 여기에 상업시설 혹은 고급 주거시설 개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 신탁업계 관계자는 “이미 여러 시행사들이 해당 부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해당 부지 앞에는 신동아아파트도 자리하고, 남쪽으로는 한강도 끼고 있어 관심을 가질만하다”고 내다봤다.

죽어가는데
해결책 없어

용산 사옥 부지는 대지면적 약 3700㎡(약 1120평) 규모로, 지하 3층~지상 5층의 건물이 위치해 있다. 신동아건설이 1985년부터 소유해 온 자산이며, 2023년 말 기준 해당 토지의 장부가액은 1455억원으로 평가됐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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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