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자산신탁-시행사 갈등 ‘용역 어깨들’ 동원 현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9.18 11:04:35
  • 호수 15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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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장악한 떡대들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교보생명의 100% 자회사인 교보자산신탁이 지난달 31일 새벽 법원의 판결문도, 집행문도 없이 용역 수십명을 투입해 단지를 점거했다. 당시 교보자산신탁 상무이사 A씨가 직접 용역원을 지휘해 충격을 안겼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새벽 6시20분경, 교보자산신탁 임직원 3명을 포함해 약 40여명의 용역 인력이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죽전테라스앤139’ 관리사무소 잠금 장치를 파손하고 내부를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엘리베이터 운행이 예고 없이 중단됐으며, 상가와 비상 계단 등 공용 공간에 용역 인력이 배치돼 입주민들의 이동이 제한됐다. 결국 경찰 기동대 버스 2대와 다수의 경찰 인력이 출동했으나 혼란은 한동안 지속됐다.

책임 전가

시행사인 ㈜보정PJT 측은 죽전테라스앤139 단지가 시공사 동광건설의 법정관리로 인해 준공이 9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으며, 빗물 누수와 난간 흔들림 등 심각한 하자가 발생한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시행사 본사 직원들은 1년째 현장에 상주하며 관리와 보수를 책임지고 있다.

반면, 죽전테라스앤139의 책임준공 확약형 관리형 개발신탁(책준형 개발신탁)을 맡은 교보자산신탁은 용역을 동원해 관리사무소와 상가 복도를 무단 점거하는 불법 자력 행위를 감행했다.

책준형 개발신탁은 신탁사가 사업의 준공을 보증하는 구조다. 시공사의 신용 위험이 커지면 신탁사가 자금을 직접 투입해야 하기에 2022년 하반기 이후 금융권의 뇌관으로 꼽혔다. 당시만 해도 신탁업계와 금융권에서는 “책임 준공 리스크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알 수 없다”는 공포가 팽배했다.

실제로 2022년 말 기준 책준형 사업장은 285개에 달했고,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은 282개였다. 잠재 사업비 부담은 무려 10조원에 이르렀다. 실제로 교보자산신탁은 7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교보자산신탁의 심각한 재무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회사는 2024년 누적순손실 1377억원, 올해 1분기에도 49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대손충당금은 지난 2년간 약 25배 증가했으며, 생존을 위해 약 62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조혁종 대표가 돌연 사임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 심각성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시공사의 부실로 입주 지연과 하자가 잇따르면서 약 50세대가 매매대금 반환소송을 제기하는 등 입주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교보자산신탁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에는 인천 영종도 웨스턴 그레이스 호텔에서 관리비 미납으로 전기 공급 중단 위기까지 초래하며 건물 운영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교보자산신탁이 행한 이번 사건은 형법상 주거침입죄(형법 제319조),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 그리고 민법상 불법행위(민법 제750조)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도 “집행권원 없는 자력구제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대법원 2004다37775 판결 등).

죽전테라스앤139 내부 점거
폭력 사태에 불안한 주민들

시행사 보정PJT 관계자는 “법원의 집행관도 없이 정식 경비업 허가조차 없는 용역을 투입해 입주민과 직원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했다”면서 “입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비용으로 관리와 하자 보수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고소장을 접수하고 경찰에도 신고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교보자산신탁이 경영 위기를 이유로 시행사의 주도권을 무력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교보자산신탁의 책임 준공 지연과 부실 시공으로 인해 10여년간 쌓아온 사업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측은 “300억~400억원대의 예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프로젝트였지만, 교보자산신탁의 일방적인 행위로 단 하루 만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우리는 오직 안전하고 정확한 준공을 위해 노력해 왔을 뿐”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시행사는 단기간에 분양을 완판한 성과를 냈으나, 교보자산신탁이 주도한 책임 준공 과정에서 발생한 하자와 갈등으로 인해 결국 의미와 수익을 모두 포기하게 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시행사는 입주민 안전과 편의를 위해 수차례 보수공사를 요청했지만 교보자산신탁은 “신탁 보수와 대주단의 원금·이자 상환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 결과, 현재 단지는 비가 오면 전 세대에 물이 새고, 엘리베이터가 멈추며, 주차장은 스케이트장처럼 미끄럽게 변하고, 전기 설비에서 위험 신호가 발생하는 등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우리는 365일 24시간 현장을 지키며 수해 현장을 복구하듯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교보자산신탁은 최소한의 비용 지급조차 ‘배임’ 운운하며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자산신탁은 책임 준공 지연과 부실 시공 책임을 모두 시행사 측에 전가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시행사는 300억원대의 예상 수익을 통째로 잃게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책임준공 과정서 하자와 대치
강영욱 대표 지시? 묵묵부답

시행사 측은 “세대당 명도비를 요구한 적도 없다. 우리의 시간과 노력을 보상받는 것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을 비웠다. 다만 최소한의 기본 비용만을 요구했을 뿐인데, 교보자산신탁이 이를 빌미로 우리를 매도하고 있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교보그룹 차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강영욱 교보자산신탁 대표의 독단적 판단인지, 아니면 모회사인 교보생명과 신창재 회장이 사전에 승인하고 지시한 조직적인 계획인지를 두고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강 대표에게 직접 연락해 용역 동원을 지시한 적이 있는지 등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부동산신탁회사들은 2분기(4~6월)에도 실적 악화로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에만 수백억원 이상 손실을 기록한 곳도 나왔다. 부채비율 등 다른 재무 지표들도 악화하고 있다. 신탁사가 수주했던 사업장의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이에 따른 비용을 신탁사들이 떠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1일 한국기업평가가 14개 부동산신탁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신탁사들의 2분기 총 영업수익(매출액)은 43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보다 584억원 증가한 수치다. 신탁 보수와 이자 수익 등은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일부 회사의 리츠(REITs·부동산 투자신탁) 관련 수익이 늘었다.

그러나 수익성을 따져 보면 재무 상황은 악화했다. 14개 사는 11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외 손익과 법인세 등을 반영한 순손실 규모도 1343억원에 달했다. 평균 부채비율도 1분기(3월 말) 81.3%에서 2분기 84.3%로 올랐다.

충당금 적립이 늘고 영업외비용도 증가해 한 분기에만 수백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곳들도 많다.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곳은 우리자산신탁이다. 이 회사는 2분기에만 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도 762억원에 달한다.

영업손실 기준으로는 우리자산신탁을 포함 6곳이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KB부동산신탁(-468억원), 교보자산신탁(-325억원), 무궁화신탁(-92억원), 코리아신탁·대신자산신탁(각각 -39억원)이 적자를 봤다. 순손실 기준으로는 우리자산신탁과 무궁화신탁(-447억원), KB부동산신탁(-305억원), 교보자산신탁(-246억원), 코리아신탁(-36억원) 등이 적자를 기록했다.

신탁사들이 건설사가 약속된 기한 안에 공사를 완공하지 못하면 대신 공사를 책임지고 준공하거나 손해배상을 하는 책임 준공 확약을 맺었는데 이런 의무를 이행하면서 지출이 늘어난 것도 신탁사 수익성 악화의 큰 원인이다.

알고도 묵인?

부동산신탁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해 동안 부동산신탁사들의 주 수익원이었던 책임 준공형 신탁에서 수익이 나지 못하고 오히려 대손충당금이 늘고 소송을 당하는 등 큰 부메랑이 돌아오고 있다”며 “신탁사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리츠와 정비사업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기존 토지 신탁 사업에 비해 수수료도 낮고 장기간 진행되는 사업이라 당분간 수익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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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