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흙과 대화하는 조각가 최인수

“작품은 꾸미지 않을 때 아름답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조각가 최인수의 ‘시간의 얼굴들(Faces of Time)’전이 지난 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안국동 아트링크에서 열린다. 이번 개인전에선 조각가 최인수의 40여년간의 성과 중 일부가 선별돼 전시될 예정이다.

최인수는 조각가로서 각별히 인간의 정서적 생존에 관해 사유해 왔다. 그는 “전논리, 전의식, 전이지의 상태에서 삶은 춤추고 생생해진다”고 밝혔다. 이렇게 원천의 감성적 시각을 소중히 여기며 작업하는 데 그 결과들은 대체로 단순하며 질박한 모습을 띤다.

질박한 모습

작가 스스로 “피상적인 아름다움의 소거,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의 포기 등에 의해 드러나는 비결정의 미학을 꿈꾼다”고 밝힌 것처럼 소박하고 작고 꾸밈이 없어 더 눈길이 간다.

미술사가인 김정락 방송통신대 교수는 “최인수의 작품에서 사소하고 비본질적으로 보이던 것들이 측량하기 어려운 깊이와 무게를 지닌 것으로 전환되고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다른 실재에 이르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또 “최인수는 자연의 흐름과 몸의 형편에 따라 놀이처럼 어떤 경계에 매이지 않고 자발적이고 유연하게 일한다. 그래서 쓸모가 고려되지 않는 ‘처음의 시간’이 창출되고 정서적 생존에 의미 있는 화두가 된다”고 덧붙였다.


인간 정서적 생존에 관해 사유
감성적 시각 소중히 여겨 작업

최인수의 작업은 파악할 수 없는 것과 구체적으로 구현된 것 사이에 존재하는 ‘불확정성’의 지대에 존재한다. 최인수의 조각은 ‘흙’에 대한 작가의 의식, 지각, 노동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본원적으로 흙과 작가의 대화라고 부를 수 있는 과정이다. 흙은 스스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것이며 흙을 다루는 사람의 상상력은 그 대상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점토 덩어리를 굴려 일정한 모양을 만든 다음, 석고나 주물로 형태를 떠낸 것들이다. 이 과정에서 굴리는 점토의 덩어리는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굴러다닌 공간을 배태하고 있으며 기억하며 그 시간들을 증언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그 과정에서 엉뚱하게 공간이 증식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조각은 숨 쉬기다”라고 말하며 점토를 굴리는 노동 행위를 강조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그의 조각은 거꾸로 숨을 쉬기 시작한다. 그의 조각 작품은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돼가는 작품의 외면과 그 표면에 가볍게 남아 있는 작가의 손자국을 통해 숨을 쉰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의 조각은 다분히 관람자의 적극적인 능동성을 요구한다. 관람자의 상상력이 참여돼야 그의 조각과 미적인 교감이 이뤄질 수 있다.  

“조각은 숨 쉬기”

아트링크 측은 “시류나 시사적인 작품들에서 보이는 과잉이나 스펙터클과는 다르게 절제와 조용함 속에서 인간내면과 알 수 없는 영역을 짚어보게 하는 최인수의 작업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shin@ilyosisa.co.kr>

 

[최인수 작가는?]

1946년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에서 조소 전공. 독일 칼루스헤 국립미술학교에서 연구했다.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로 있다. 토탈미술대상(1992)과 김세중 조각상(2012)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올림픽조각공원, 사할린 망향의 언덕, 토탈미술관, 코엑스, 용산가족공원, 대전정부청사, 청풍호반, 포항문화회관, 일산조각공원, 분당 KT, 모란미술관, 서울대미술관, 부천현대백화점, 용산구청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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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