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어머니’ 부담스러워요”
요즘 이미숙에게는 ‘한국의 어머니’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에덴의 동쪽>에서 1960년대 가난한 환경에서 자식을 지켜내려는 강인한 어머니 양춘희 역이 울림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어머니’라는 호칭은 연기력을 인정받는 40~60대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찬사 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이 수식어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한국의 어머니’로 불리는 건 좀 부담스러워요. 억척스러운 이미지보다 보호해주고 싶은 가녀린 여인의 이미지가 개인적으로 더 좋거든요.”(웃음)
자식보다는 내가 우선
양춘희라는 인물은 6·25 전쟁으로 엇갈린 두 자매의 운명을 그린 84년 개봉작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에서 그녀가 보여준 오목 캐릭터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미숙이 보기에 양춘희가 좀 더 애처롭고 비련하단다. 사실 대본을 받고 출연을 해야 할지 고심했다. 양춘희의 복잡 미묘한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할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연기 진통을 겪고 나면 연기자로서 한층 성장해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잠재된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어요.”
하지만 기우였다. 그녀의 열연 덕분인지 <에덴의 동쪽>은 전국 시청률 30%에 육박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청자들도 연일 호평을 보내고 있다. 그는 시청자들의 호평이 다소 의외라고 털어놨다.
“만나는 사람마다 ‘연기 잘한다’라고 말하던데 ‘그동안 내가 그렇게 연기를 못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연기의 해답은 없지만 얼마만큼 열정을 갖고 몰입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그녀는 촬영을 마친 후 TV를 보면서 자신의 연기를 다시 모니터하지 않는다. 인터넷에 시청자가 올린 글을 읽으며 반응을 체크하지도 않는다. 거침없이 자신의 연기에만 열중할 뿐이다.
“요즘 사람들과 일부러 소통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아요. 단순하게 생활할 뿐이죠.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운동하는 등 저 혼자 하는 것들을 즐겨요. 연기의 경우도 촬영 당시 몰입해 심혈을 다했다고 스스로 평가하면 그 뿐이죠. 나중에 그 연기를 보며 ‘이렇다 저렇다’, ‘더 잘해야지’ 등의 평가를 하지는 않아요.”
극중 동철(송승헌)·동욱(연정훈) 두 아들을 둔 그녀는 실제로도 두 자녀를 두고 있다. 특히 아들과는 격의 없는 친구다.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건 당연하고 아이들도 엄마의 고민을 나눈다. 양춘희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라면 이미숙은 무엇보다 내가 가장 소중한 엄마다.
“21살 된 아들과 17살의 딸을 키우고 있어요. 실제로는 제 자식에게 더 강해요. 자식의 인생을 거의 책임지지 않으려고 할 정도이지요. 자기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자식을 위해 내가 희생할 필요도 없지요. 저는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자식과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요. 제 고민을 모두 이야기하고 있어요.”
“남편과 같이 살 팔자 아닌 듯”

“솔직히 아내라는 자리에 자신이 없었어요. 제 능력 밖의 일이었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능력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남편이 늘 비어있는 아내의 자리를 보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어요. 그걸 모른 체 하고 가는 것보다 정리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았죠.”
지천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미숙이지만 아직 30대의 외모를 간직하고 있다. 이미숙이 젊은 외모를 유지하는 비결은 극렬한 운동이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는 요가, 필라테스, 웨이트 트레이닝, 골프 등 오전·오후 3시간씩 운동을 한다.
“촬영 현장에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죠. 작품을 위해 머리도 좀 비워둬야 해요.”
이미숙이 연기 생활 30년 동안 정상급 연기자로 머물며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연기자는 해마다 새로워져야 해요. 30년을 연기했다고 해서 경이롭게 여기거나 새로워 할 필요는 없죠. 나는 에너지가 넘치고 도전의식이 강해요. 깜짝 놀랄 만한 소재를 다룬 작품의 주인공을 해 봤으면 좋겠어요. 사랑을 전재로 한 작품에서 획기적인 연기를 해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