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만 노리는 우버 택시 정체

따블, 따따블⋯부르는 게 값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서울의 밤, 환하게 빛나는 거리 위로 우버 로고를 단 택시들이 줄지어 선다. 익숙한 브랜드를 믿고 차에 오른 외국인 관광객들은 황당한 요금과 마주한다. 미터기는 꺼진 채, 정상 요금의 두세 배를 부르는 기사들. 흥정을 가장한 바가지요금이 난무하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우버코리아와 지자체는 모르쇠다. 신뢰를 발판 삼아 벌어지는 불법 영업, 모두가 외면하는 현실에 관광객들은 오늘도 ‘호갱’이 되어 거리를 떠난다.

서울의 주요 관광지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택시 영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우버 가맹 택시가 불법 택시 영업의 중심이 되고 있다. 우버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믿고 탑승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바가지요금의 피해자가 됐지만, 단속과 처벌은 미비한 상황이다.

나라 망신

우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차량 호출 서비스다. 외국인들은 미국, 유럽, 동남아 등지서 익숙한 우버 앱을 통해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서울서 택시를 이용할 때 자연스럽게 우버 택시를 선호하게 된다.

문제는 일부 우버 가맹 택시 기사들이 이를 악용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버 로고가 부착된 차량을 외국인들이 선호한다는 점을 이용해 관광객들만 골라 태운 뒤 바가지요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버 가맹 택시는 우버 앱을 통해 호출된 승객뿐만 아니라, 길거리서 직접 호객해 승객을 태우기도 한다. 특히, 외국인들은 우버 로고를 신뢰하고 탑승하기 때문에 불법 영업을 하는 기사들에게 타깃이 되기 쉽다.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일부 우버 가맹 택시기사들은 ‘빈 차 표시등’을 끄고 외국인만 찾아다니며, 미터기를 켜지 않은 채 요금을 흥정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었다.

특히 명동, 남산, 동대문, 이태원 등 주요 관광지에서는 이 같은 불법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단순히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카카오톡 채팅방을 이용해 주요 관광지를 나눠 담당하고 있으며,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조직적으로 불법 영업을 벌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관광지서 단속이 진행되면 해당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손님을 태우는 위치와 요금을 미리 조율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바가지요금의 수준도 심각하다. 명동서 김포공항까지의 정상 요금은 2만원대지만, 불법 영업 택시들은 6만원을 요구하는 등 두세 배의 요금을 부과하고 있었다.

특히, 심야 시간이거나 기상악화로 인해 택시가 부족할 때는 요금이 더 높아졌다.

‘호갱’ 관광객만 태우고 ‘바가지요금’
단속 뜨면 사라지고 떠나면 다시 모여

제보자는 2023년 5월경 처음으로 불법 택시기사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 택시기사였던 그는 당시 외국인 승객을 태우려다 불법 택시기사와 다툼이 생겼다. 이후 제보자가 불법 영업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이들은 지속적으로 그를 감시하며 협박을 가했고, 실제로 차량을 막아서거나 창문을 두드리며 외국인을 강제로 다른 차량에 태우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제보자는 경찰과 구청에 여러 차례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담당 업무가 아니라며 미뤘고 구청은 단속을 나가도 해당 지역서만 잠시 머물다 떠나 불법 영업 차량들이 쉽게 회피할 수 있었다. 단속 차량이 등장하면 불법 영업 차량들은 잠시 자리를 피한 뒤 다시 나타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가고 있으며, 단속반도 형식적인 활동만 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면 부당 요금 신고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모두 외국인이기 때문에 신고도 하지 못한 채 바가지요금에 당할 수 밖에 없다. ‘장기정차 여객 유치’와 ‘빈 차 표시등 위반’ 신고를 통해 일부 차량이 적발되기도 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실제로 빈 차 표시등 위반 등의 경미한 위반 행위로 신고된 경우에도, 운수사에 10만원의 과징금만 부과되는 정도에 불과했다.

제보자는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당 요금으로는 신고가 불가능해서, 장기정차 여객 유치와 빈 차 표시등 위반으로 신고를 해왔다”며 “구청서도 운수종사자는 3회 과태료 처분 후 4회째 적발 시 면허가 취소돼 일할 사람이 없으니까, 일부러 택시기사가 아닌 운송사업자에게 고작 10만원 과태료만 부과하는 식의 솜방망이 처벌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기 정차 여객유치 신고는 과거에 한번 운전자 과태료 처분을 하더니, 이후에는 정차 시간 동안 전부 동영상을 촬영해야 한다며 안 받아주고 빈 차 표시등 위반 신고는 아예 운수사에만 10만원씩 부과하고 있다”며 “운수사의 경우 횟수 제한 없이 10일 영업정지 또는 10만원 과징금이기 때문에 과징금만 부과해서 사실상 불법 영업이 용인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무용지물 단속 솜방망이 처벌
실질적 단속 없고 해도 형식적

이 과정서 제보자는 개인적인 피해를 입기도 했다. 불법 영업을 하는 기사들이 신고를 당하자 불법 경로를 통해 그의 신상을 알아내 “2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데 네가 왜 물을 흐리냐”며 지속적인 영업 방해를 했고, 승차거부 허위 신고 등 보복으로 결국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제보자는 “회사 내부서도 불법 영업 기사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직원이 있었고, 퇴근할 때마다 내가 어디 있는지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며 “내부적으로도 불법 행위를 묵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있었다”고 토로했다.

우버코리아는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제보자는 우버코리아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처음에는 조치를 약속했지만 이후에는 아무런 대응 없이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우버코리아는 자신들은 플랫폼 제공업체일 뿐, 개별 기사들의 영업방식까지 관리할 의무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일요시사>는 우버코리아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경찰과 지자체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제보자는 불법 택시 영업을 신고하고 단속을 요구했지만, 경찰과 지자체도 이를 무시하거나 방관했다.

제보자는 “경찰은 자기들 일이 아니라며 떠넘기고, 지자체는 서울시장 핫라인에 제보하라고 해서 신고했지만 방법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호소했다.

구청서도 똑같은 답변만을 반복하면서 실질적인 단속은 하지 않았다. 단속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하고, 신고를 하더라도 2~3개월이 지나야 심의가 진행되는 등 지나치게 느린 대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미온적인 대응은 불법 영업을 조장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서울의 불법 택시 영업 문제는 개별 기사들의 일탈을 넘어, 경찰과 행정기관, 공공기관의 묵인과 유착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불법 영업 택시들은 단속의 허점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법적 처벌을 피해가고 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정직하게 영업하는 택시기사들이다.

수수방관

불법 영업을 주도하는 우버 가맹 택시기사, 이를 방관하는 우버코리아와 방치하는 경찰, 행정 당국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끊이지 않는 불법 영업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계속해서 피해를 입으며 서울은 ‘불법 택시가 성행하는 도시’로 낙인찍힐 상황에 처해 있다.

제보자는 “우버코리아는 브랜드의 신뢰성을 위해 가맹 택시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불법 영업을 단속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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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