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윤 측근’ 동생을 왜 끌어들였나

홀로 다 먹으려다 계획 변경
사전작업 끝나자 숟가락 얹기
‘알박기’ 핑계로 어쩔 수 없었다지만…
뒤편에서 아른거리는 거물급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SM그룹과 윤석열 조력자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가 진행한 수상한 동업이 뒤늦게 드러났다. 단독으로 처리해도 될 법한 프로젝트를 손보면서까지 제3자를 끌어들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알박기’ 때문이라는 해명보다 유력 인사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광주 광산구 도산동 989-21번지 일원(대지면적 3만5114.6㎡)’에 591세대 규모의 주거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였다. SM그룹 산하 건설 계열사인 ‘우방건설(현 동아건설산업)’은 2016년 10월7일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시행·시공 전 과정을 도맡는 방식으로 진행을 예고했다.

재주 부리니
이득은 따로

삽을 뜨는 일만 남았던 프로젝트는 사업계획이 통과된 지 48일 만인 당해 11월24일에 생각지 못한 변곡점을 맞았다. 이 무렵 광주 광산구청은 ‘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승인 고시’를 통해 사업주체에 ‘도림티앤씨’가 추가됐음을 알렸다. 우방건설이 단독 진행 계획을 접고, 뒤늦게 제3자를 끌어들인 모양새였다.

사실 SM그룹 입장에서는 공동 시행을 반길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도림티앤씨를 사업주체에 추가시키면 개발에 따른 차익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작아진다는 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민간개발이라는 특성상 지주작업부터 인·허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사업자가 책임지는 구조였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대신 사업 종료 시 차익 극대화를 기대해 봄 직했다.

도림티앤씨가 신뢰할 만한 업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우방건설의 결정을 쉽사리 납득할 수 없게 만들었다. 김동호씨가 1999년 설립한 도림티앤씨는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이 추진될 당시만 해도 관련 분야에서 별다른 존재감이 없던 곳이다. 이전까지는 정보통신공사업에 주력했고, 2016년 초 부동산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우방건설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 관련 지분을 70% 대 30%로 분할하는 데 동의했다. 100%를 얻고자 했던 밑그림을 접고, 30%를 내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방건설은 엄청난 번거로움을 무릅썼다. 도산동 989-21번지 일원을 대상으로 폐쇄 부동산 등기를 확인한 결과, 우방건설은 사업계획 승인(2016년 10월7일) 이전까지 필지 30곳 이상을 단독으로 확보한 상태였다.그러나 우방건설이 선점한 필지들은 변경승인 고시(2016년 11월24일)를 목전에 둔 시점에 우방건설 ‘7’, 도림티앤씨 ‘3’으로 소유권 비율이 일제히 분할 조정됐다. 한번에 끝날 일을 두 번에 걸쳐 급하게 처리한 양상이었다.

여기저기
이상한 흔적

SM그룹은 지주작업에 써야 할 비용을 대여하는 불필요함마저 감내했다. 도림티앤씨가 개발 사업에 필요한 필지를 사들이는 데 투입했던 금액은 1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방건설의 2016년 감사보고서 기재된 건설용지 241억원을 지분율 70%로 반영해 도출한 값이다.

정작 도림티앤씨는 무자본에 가까운 상태에서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볼 법한 상황이었다. 도림티앤씨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는 제1금융에서 차입한 77억3900만원과 우방건설에서 빌린 56억원이 ‘토지분양대금’으로 기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M그룹 측은 사업 지연을 우려해 자금을 대여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SM그룹 관계자는 “공동 사업자의 자금 부족으로 토지 매입이 지연돼 일부 자금을 단기 대여한 것”이라며 “분양 후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았다”고 밝혔다.

의문점을 남긴 것과 별개로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별 탈 없이 끝맺음했다. 우방건설이 2017년 6월 동아건설산업과 합병하면서 사업주체가 기존 ‘우방건설·도림티앤씨’에서 ‘동아건설산업·도림티앤씨’로 변경됐지만,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했던 2019년 2월에 맞춰 완료됐다. 물론 동아건설산업 역시 SM그룹의 건설 계열사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개발 사업으로 양측이 거둔 분양매출은 총 1674억원으로 추산된다. 도림티앤씨는 2019년 감사보고서에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의한 누적분양매출을 502억원으로 기재했다. 해당 사업에서 도림티앤씨의 지분율이 3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건설산업이 거둔 분양매출이 1171억원임을 유추할 수 있다.

특히 도림티앤씨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분양매출에 힘입어 매출 규모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2016년 140억원이었던 도림티앤씨 매출은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듬해 257억원으로 껑충 뛴 데 이어, 2018년에는 433억원으로 치솟았다.

실질적으로 남긴 금액을 의미하는 분양수익 역시 꽤나 쏠쏠했다. 동아건설산업의 2019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분양매출에서 분양원가(859억원)를 제외한 총 분양이익은 312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해당 금액은 동아건설산업의 지분율 70%가 적용된 값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동아건설산업과 도림티앤씨의 합산 분양수익은 446억원, 도림티앤씨 몫으로 남겨진 분양수익은 134억원으로 추산된다.

결국 SM그룹은 단독으로 진행했다면 450억원 가까이 남길 수 있었던 사업에 도림티앤씨를 참여시킴으로써 130억원가량을 날린 모습이다. 달리 말하면 도림티앤씨는 돈을 빌려주고, 지주작업을 주도적으로 처리해 준 SM그룹 덕분에 2년여 만에 130억원대 이익을 남겼다는 뜻이다.

어렴풋하게
드러난 배경

공교롭게도 SM그룹이 도림티앤씨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속내는 최근에서야 어렴풋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도림티앤씨 설립자와 핏줄로 이어진 유력 인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림티앤씨는 김동호씨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가족회사의 형상을 띠고 있다. 주주 구성을 보면 배찬호 도림티앤씨 대표가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주주, 배영이씨는 지분 20%로 2대 주주다. 배찬호 대표와 배영이씨는 각각 도림티앤씨 설립자인 김동호씨의 처남, 부인이다.

김동호씨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과거 SM그룹에 몸담았다는 점이다. 법인 등기 확인 결과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인 한통엔지니어링 이사진 명단에 등재됐던 기록이 존재한다.

1969년 설립된 한통엔지니어링은 전기통신공사업을 영위해 온 법인으로, 2007년 6월 SM그룹 계열에 편입됐다. 김동호씨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100% 개인회사였던 한통엔지니어링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때나마 SM그룹 오너의 측근이었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또 다른 SM그룹 계열사인 우방산업에서도 비슷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우방산업은 ㈜삼라에서 지분 99.4%를 보유했던 건설 계열사로, 김동호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SM그룹 측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도림티앤씨가 참여하기에 앞서 김동호씨와 도림티앤씨의 연관성을 파악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도림티앤씨의 ‘알박기’를 사업에 참여시킨 이유라고 해명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사업부지 내 도림티앤씨 소유의 필지가 섞여 있었고, 사업 추진을 위해 필지 매입을 시도했지만 도림티앤씨가 끝내 거절했다”며 “부득이하게 사업 진행을 위해 공동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김동호씨가 단순히 SM그룹과의 접점만 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취재 결과 김동호씨는 한국전력 역대 수장 중 최초의 정치인 출신인 김동철 현 한국전력 사장의 친동생으로 확인됐다.

김동철 사장은 2023년 9월 한국전력 부임 전까지만 해도 거물급 정치인으로 호명되는 일이 더 많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20대까지 내리 4선에 성공했으며, 20대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22년 3월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가 자리 잡은 광주 도산동은 김동철 사장이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지역구였던 ‘광주 광산구 갑’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김동철 사장은 개발 사업에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구청 및 지방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상을 지녔던 셈이다.

게다가 김동철 사장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2016년 국토교통부가 광주 광산구 송정역 일대를 ‘지역경제 거점형 투자선도 지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가는 받는 등 지역 사회에서 개발 정책 및 투자 유치 활동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만약 SM그룹이 김동철 사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한다는 취지로 도림티앤씨를 끌어들였다면 심각성은 배가 될 수 있다. 해당 행위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될 여지를 따져 볼 필요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M그룹은 김동철 사장과 김동호씨의 관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SM그룹 관계자는 “김동호씨와 김동철 사장이 형제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 대표를 퇴사한 이후 개인 사업을 운영했고, 그의 개인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가려진
딴 생각

SM그룹이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에서 700m 남짓 떨어진 광주 광산구 도산동 소재 ‘도산우방아이유쉘아파트’와 관련해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의 표적이 된 전례도 찜찜한 구석이다. SM우방이 시공한 해당 아파트는 2016년 12월 준공해 2022년 말 분양 전환했는데, 검찰은 분양 전환 과정에서 돈의 흐름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검찰은 지난해 10월 SM그룹 본사, SM우방 대구 본사, 광주 광산구청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수사를 진행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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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지방선거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에 쏟아지던 폭발적인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다. 그로 인한 나비효과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정작 핵심은 비껴가는 모양새다. 지난 6월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대형 정치 이벤트였던 만큼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이미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은 압승으로 국정 운영에 동력을 더하고자 했고,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궤멸 직전에 몰려 있던 보수 진영은 ‘샤이 보수’를 기대하며 유권자에게 읍소했다. 사상 초유 참정권 침해 결과는 절묘했다.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때 판단하는 광역단체장 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16개 시도 중 12곳을 석권했다. 하지만 서울을 내줬고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도 빼앗지 못했다. 선거 운동 초반 16개 시도를 전부 싹쓸이할 것으로 예상했던 상황이라 민주당의 실망은 더욱 컸다. 특히 서울에서의 패배는 뼈아팠다.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울시장을 내주면서 중간 평가를 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이후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먹히지 않았고, 지방선거 직전 상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여파가 지지율을 흔들었다. 여기까지는 지방선거 이후 늘 나타났던 여파였다. 문제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로 선거의 근간 자체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각,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지가 부족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선거를 총체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태 이후 선관위의 대응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선관위는 투표지가 부족한 투표소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6월5일 투표지를 추가로 송부한 투표소는 67개, 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사흘 뒤인 6월8일 140개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가 송부됐고, 이중 91곳에서 투표지가 부족했다는 발표로 바뀌었다. 3일 만에 각각 거의 두 배씩 늘어난 것이다. 결국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졌다. 진상규명위원회는 10일(6월10일~19일)간의 조사 끝에 “선거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관한 책임 소재에 따라 수사 의뢰를 권고한다”며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 등 12명을 지목했다. 채용 비리 의혹·소쿠리 투표 투표지 부족 사태로 민심 폭발 진상규명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당시의 상황을 보면 상급위원회에 대한 신속한 보고 체계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며 “상급위원회의 지휘권도 전혀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선관위가 투표 시간 연장을 중앙선관위 보고나 논의 없이 결정했으며 송파구선관위가 투표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표를 개시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해체에 가까운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의 과거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10년여 동안 이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관위의 존재 의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선거 기간 휴직자의 증가로 인력 공백이 생기면서 ‘소쿠리 투표’ 사건 등 부실 관리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이번 선거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차례의 선거 중 휴직자 통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당일 선관위 직원 179명이 휴직 상태였다. 휴직자의 71%는 육아휴직(127명), 일반 질병(30명), 가족 돌봄 및 해외 동반 휴직(8명), 유학·병역 및 노동조합 전임자(1명) 등의 사유였다. 특히 최근 4년 새 진행된 다섯번의 선거에서 두 차례 이상 휴직한 직원이 97명으로 집계됐다. 2회 휴직자는 77명, 3회 휴직자는 19명이다. 다섯번의 선거 중 4번이나 휴직한 직원도 있었다. 선관위는 휴직자의 대다수가 육아 휴직자인 만큼 법적 권리를 보장했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제71조에 따르면 자녀 양육 및 임신·출산을 사유로 공무원이 휴직을 신청하면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해야 한다. 선관위 직원들의 휴직을 강제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쌓이고 쌓인 국민 분노 하지만 선관위의 항변은 국민의 분노를 꺼뜨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선관위 자체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방패 삼아 각종 문제를 피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독립성이 생명인 기관이기에 감찰을 받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덮고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던 것이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계기는 선관위의 채용 비리 의혹이었다. 2023년 선관위 전·현직 사무총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아빠 찬스’를 통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혜 채용 의혹이 전방위로 번지자 외부 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선관위는 독립성을 근거로 자체 조사를 고집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자 선관위는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조사를 받아들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당시 권익위가 2023년 이전 7년여 동안 선관위의 경력 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58명의 부정 합격 의혹 등 총 353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권익위는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적으로 부실채용을 진행한 28명을 고발하고 가족 특혜나 부정 청탁 여부 등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한 312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일각에서는 권익위와 국회 국정조사만으로는 선관위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선관위의 조사 수용 방침 자체가 자신들이 그 범위를 정하는 방향으로 잡힌 점도 논란 거리였다. 결국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선관위와 감사원 사이의 충돌이 시작된 지점이다. 독립성만 앞세웠다 실제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지기까지 선관위의 저항은 상당했다.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일단 수용하면서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감사원에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를 감사할 권한이 있는지를 다퉈보겠다는 취지였다. 그사이 감사원은 2024년 4월 선관위 내부에 부정 채용이 만연한 사실을 확인하고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조직 전반에 걸쳐 채용, 인사, 복무 등 관계 법규를 무시하거나 이를 용인하는 행태가 관행화된 상태였다.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선거철 경력 경쟁 채용을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 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들여다본 2013년 이후 시행된 경력 경쟁 채용 167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확인된 위반 건수만 800여건에 달했다. 당시 감사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한 사안은 신속한 수사 착수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감사원이 내놓은 결과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판단으로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헌재는 지난해 2월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권한이 없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권한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 장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바, 정부와 독립된 헌법 기관인 국회·선관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감사원이 실시한 직무감찰은 헌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헌법상 독립기관’ 내세워 헌재 판단까지 ‘난공불락’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는데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의 판단은 법원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선관위 직원 A씨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감사원은 감사에서 A씨에게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요구했고, 선관위는 징계를 의결, 견책 처분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10월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 징계시효 3년이 지난 2025년 3월 징계를 의결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징계시효는 성폭력 범죄 등이 아닌 기타 징계 사유의 경우 3년이다. 다만 감사원이 조사 개시를 통보하면 시효가 정지된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감사 자체가 위법이기에 조사 개시 통보를 시효 중단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인용한 점을 들어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A씨에 대한 징계시효 3년이 이미 지났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은 당시에도 선관위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든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투표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선관위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특히 투표지 부족 사태는 부정선거 논란으로 이어져 ‘올림픽 공원’ 시위 사태 발생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국 지난달 7일 출범한 선관위 특검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선관위 특검팀(특별검사 이태한)은 지난 7일 출범 한 달째를 맞아 강제수사, 포렌식 검증, 관련자 소환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지 부족 사태를 비롯해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의 해외 출장 유용 의혹, 투표함 입찰 담합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회에 끼친 악영향도 커 특검의 본 수사 기간은 90일이며 필요한 경우 30일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최장 150일 간 수사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단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청장 인선 절차가 늦어지면서 선거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특검은 어떨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