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을…세컨드 하우스 시대

휴일이면 나만의 특별한 공간에서 가족들과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은퇴자나 예정자는 물론 30∼40대 젊은층도 휴식과 여가를 위한 세컨드 하우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컨드 하우스란 도심지역 거주자들이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는 도심 외곽지역에 마련하는 주택이나 별장 등을 말한다. 과거에는 별장 용도로 사면서 시세차익을 위한 투자목적 개념이 강했지만, 지금은 자연과 가까운 쾌적한 주거생활을 실현하겠다는 목적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5일 근무제의 정착,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관리가 쉽지 않고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요즘 공급되는 세컨드 하우스는 관리도 용이하고 좋은 전망과 쾌적한 주거환경을 추구함은 물론 비수기에는 휴양·레저용 주택으로 사용하다 성수기에 임대를 놓아 수익을 내는 일석이조의 상품이 선호되고 있다.

쉬는 날마다 휴식·여가지로 각광
성수기 땐 임대로 수익 ‘일석이조’

본인이 레저용 주택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이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임대해 수익을 올릴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따라서 임대수요도 겨냥한 레저형 아파트, 테라스 하우스, 수익형 풀빌라 등이 세컨드하우스의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강원 평창·속초, 부산, 제주도, 경남 거제, 전남 여수 등 탁트인 조망권을 확보하고 휴식과 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관광지 주변 상품들이 주요 대상이다.

관광지에 들어서는 세컨드 하우스는 비수기에 휴양, 레저용 주택으로 사용하다가 성수기에 임대를 놓아 수익을 볼 수도 있다. 본인이 필요할 때에는 세컨드 하우스로 사용하다가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임대를 줘 수익을 올릴 뿐 아니라 이용관리도 편리하니 ‘일타삼피’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콘도는 구식
주목 단지는?

특히 세컨드 하우스는 대중화를 위해서 경제적 부담을 줄여줘 인기가 늘 높다. 게다가 전원주택이나 펜션 등에 비해서 매입과 양도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또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나 한류열풍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관광지 주변 세컨드 하우스가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우수한 분양성적도 이를 입증한다. 실제 대표적 관광지인 부산 해운대에서 최근 분양된 ‘더 에이치 스위트’는 견본주택 오픈 당시 첫날부터 주말 3일간 1만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이후 실시된 청약에서도 부산 거주자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수천여명이 몰려 높은 청약경쟁률로 계약 시작 3개월 만에 100% 완판 됐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지구에 공급된 아파트 ‘제주 강정 유승한내들 퍼스트오션’도 평균 10.2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전 타입 마감된 데 이어 조기에 100% 계약 완료했다.

과거에는 콘도 회원권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1년에 이용하는 날이 며칠밖에 안되고 또 성수기에는 예약도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투자가치도 크지 않아 자연스레 관심이 줄었다. 이러한 가운데 관리도 수월하고 좋은 전망과 쾌적한 자연환경을 모두 갖춘 레저형 아파트가 각광받고 있다. 레저형 아파트는 휴양, 레저기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높은 투자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과거 세컨드하우스는 전원주택, 단독주택, 펜션 등이 대부분이었다. 이들 주택들은 관리가 어렵고,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 꾸준한 인기를 끌지 못했다. 반면 레저형 아파트는 비수기에는 휴양, 레저용 주택으로 사용하다가 성수기에 임대를 놓아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또 입지에 따른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미래 상승가치가 기대되는데 집이 직장이나 학교 근처 거주 중심에서 주말 문화나 스포츠,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과거 미국과 영국 사례를 보면 소득수준 2만∼3만달러 시점에 세컨드하우스 및 전원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거주지에서 1∼2시간 내에 오갈수 있는 지역에 주변에 골프장이나 스키장 등 취미생활을 즐길 거리가 있는 지역이 유망하다. 과거에는 수도권에서 가깝고 한강을 낀 경기도 광주, 가평, 양평, 강화 등이 인기였으나 개발이 진행되면서 가격이 상승하자 최근에는 서울에서 2시간 내 도착하는 강원도 평창·강릉·속초 및 충청도지역으로 대상이 확산되고 있다.

관리 수월
쾌적한 환경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휴가 때 즐긴다는 개념의 ‘베케이션홈’시장이 뜨겁다. 전미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베케이션 홈 구입은 113만 채로, 전체 주택 구입의 21%를 차지했다. 200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13년보다 57% 증가한 것이었다. 저금리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전체 가구의 상위 10%는 재정적으로 훨씬 안정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에서 대도시 인근 강이나 바닷가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리는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도 뜨거웠다. 현대산업개발이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에 공급한 ‘속초 아이파크’는 1순위 청약마감 평균 경쟁률이 이 8.77대 1을 기록했다. 539가구(특별공급 148가구 제외) 모집에 4727명이 청약한 셈이다.

앞서 청약한 ‘미사역 효성해링턴 타워 The First’도 최고경쟁률 57대 1로 모든 주택형이 순위내 마감했다. 동쪽으로 한강과 서쪽으로 망월천수변공원이 있는 데다가 가야공원 캠핑장, 미사리조정경기장, 승마공원 등 휴양·레저시설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세컨드 하우스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샵’역시 평균 분양가가 3.3㎡당 2730만원에도 불구하고 1순위 청약에만 1만5000여명이 몰리며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이 단지는 바다조망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가구가 남향이며 해운대 바다조망을 하며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인피니티풀과 클럽하우스 등 다양한 인프라도 갖췄다.

“입지 좋으면
투자상품으로”

입지가 뛰어난 세컨드 하우스는 임대 상품으로 활용돼 투자상품으로도 한몫 한다. 실제로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앞자락에 위치한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와 ‘해운대 아이파크’는 월세 1000만원에 육박했는데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04㎡형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800만원 이상 매물이 나왔을 정도다. 해변가 등 입지가 좋은 아파트는 세컨드 하우스와 희소성을 겨냥한 투자 수요도 함께 따라오기 마련이다. 최근 분양이 급증하면서 다양하면서도 차별화된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테라스 하우스도 주요 세컨드 하우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18∼ 19세기 영국에서 유행하던 도시주택의 하나로 층을 올릴 때마다 조금씩 뒤로 지어 아래층 옥상 일부를 테라스로 사용하는 형태의 건물을 말한다. 요즘은 전통적인 계단식 테라스 하우스뿐만 아니라 수직형 테라스 하우스들도 등장하고 있다.

경기 일원서 강원·충청으로 확산
레저형 아파트·테라스 하우스 인기

한동안 주춤했던 테라스 하우스의 인기가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도심에서 교육환경과 편의시설을 갖춘 아파트의 장점과 앞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의 장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의 테라스 하우스는 세컨드 하우스뿐만 아니라 실주거용으로도 많이 구입하는 추세다.

맞춤형 세컨드 하우스인 풀빌라는 각 세대당 수영장이 딸리고 펜션이 일체형으로 이루어진 숙박시설로 말한다. 빌라 한 채를 통째로 빌리기 때문에 독립된 공간이 보장되기 때문에 휴양이 목적이거나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들이 많이 선택하는 인기상품이다. 또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 수익형 풀빌라 분양이 세컨드 하우스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수익형 풀빌라는 희소성도 높기 때문에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최근 잇따른 개발호재로 인해 제주도나 서산, 태안, 당진 등 서해안으로 유입되는 관광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풀빌라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관광지 주변 분양 상품을 매입해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거주하지 않는 날에는 임대를 놓아 수익을 챙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구입 시에는 구입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본인이 이용하면서 동시에 임대수익률도 높이려면, 4계절 내내 관광객이 많은 곳이나 관광자원개발호재가 풍부한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분양 중인 주요 세컨드 하우스이다. 


▲제주 모드락하우스=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신천리 1418, 1419-1, 1419-2, 1420번지 일대에 각세대 수영장을 배치한 풀빌라 ‘제주 모드락하우스’가 분양 중이다. 제주시내 주요지역을 차량으로 10∼20분 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 조천읍내, 초·중교 자전거 10분(도보 20분) 이내, 10∼30분 이내에 다수의 주요 관광지 및 골프장, 조천해변 1.9km 도보이용이 가능하다. 함덕해수욕장이 차량 5분 거리다.

총면적 4165㎡, 10세대 규모로 대지계약면적 320.02∼658.54㎡, 건축계약면적 82.30∼154.74㎡, 분양가는 계약면적에 따라 3억∼4억5000만원선으로 계약금 20%, 중도금 20%, 잔금 60% 납부조건이다. 

▲주문진 라일플로리스=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진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탁 트인 언덕 위에 별장처럼 편히 쉴 수 있는 수익형 아파트 ‘라일플로리스’가 들어선다. 

지하 1층, 지상 15층의 1개 동에 전용면적 24∼36m² 266채다.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해변에 들어선다. 해발 고도 약 18m 높이의 언덕 위에 지어져 모든 주택에서 탁 트인 조망권이 확보돼 동해 바다가 바로 앞에서 펼쳐지는 낭만적이고 색다른 체험이 가능하다. 유명 관광지인 주문진해수욕장과 동해안 최대 재래시장이 있는 주문진항까지 차로 5분 이내에 갈 수 있어 주말별장을 구하는 수요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분양가는 채당 8000만원대에 중도금 전액을 무이자로 빌려준다.

▲가평 리버카운티= (주)예다임은 경기도 가평군 운악산 자락에 전원주택 부지를 분양 중에 있다. 배산임수형으로 풍수지리상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다. 해당부지는 남향에, 전 필지 건폐율 40%의 계획 관리지역이다. 이 지역에 가평 리버카운티 2차가 들어설 예정인데 전원주택 1차는 30세대를 분양 완료했다. 현재 주거 및 세컨하우스로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특히 이번 분양하는 전원주택은 서울에서 승용차로 1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하다. 인근에는 생활편의시설과 대형마트, 은행, 병원과 관공서가 5분 거리에 있어 생활하기에 편리하다. 대표 관광지인 아침고요수목원과 쁘띠프랑스, 눈썰매장, 호명호수, 운악산, 명지산, 연인산 등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골프마니아들이 좋아하는 베네스트, 리앤리, 크리스탈, 썬힐 골프장과 인접해 비즈니스 가든 하우스로도 이용할 수 있다.


2차 분양 면적은 350∼990㎡ 이며, 철근 콘크리트와 목조, 황토, 경량, ALC 등 고객이 원하는 건축디자인에 따라 다양하게 맞춤설계가 가능하다. 

▲횡성레이크빌= 타운하우스형 전원주택단지 ‘횡성레이크빌’은 거주용 전원주택과 주말 전원주택을 운영·관리한다. 단지 내 입주 회원들을 위한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다채로운 타운하우스형 전원주택단지다. 70세대, 6만5000㎡ 규모의 거대 전원주택단지로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룬 자연 친화적 단지로 설계됐다. 횡성레이크빌은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해 서울에서 1시간 거리로 수도권 접근이 용이하다.

횡성IC에서는 불과 15분 거리며 서울 강남 신사동에서 단지까지는 156㎞ 거리로 2시간 이내 거리다. 올해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전철과 강남에서 출발하는 전철이 개통되면 강남까지 40분 이내에 도착 가능하다. 올해 제2영동고속도로도 개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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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