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설의 호빠 선수’ 김동이

“밤의 세계, 그 원리를 책에 담았다”


전국에 20여 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의 김동이 대표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 이들은 초창기의 어려움을 겪고 건전한 여성들의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또한 매일 밤 수많은 여성 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유흥문화의 단면과 성공적인 주류창업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어두운 밤 문화였던 ‘호스트바’ 건전하게 바꿔 국내 정착
꽃미남 2천명 전국 ‘레드모델바’ 포진, 언니들 발길 이어져


레드모델바의 성공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김동이 대표가 불우이웃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데 있다. 2009년 3월에 사회복지법인 <열린 집>에 불우이웃 성금을 기탁한 것을 시작으로  그 후 현재까지 레드모델바의 선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빚 때문에 일본 팔려가
좌절과 절망 맛보기도

유흥체인점이 이렇게 공식적인 사회 환원에 나서고 있는 일은 드문 일로 이는 레드모델바가 그만큼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과 레드모델바라는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과거 호스트빠 선수 시절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좌절감과 절망감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는 호빠 시절에 과연 어떤 삶을 겪어왔던 것일까.
“애초에 연예인 지망생 시절 한 기획사에 의해서 사기를 당했던 것이 본격적인 호빠 생활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모델 생활이 경제적으로 힘들어 잠시 발을 들여놓았었는데, 그때는 호빠 선수가 내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잠시 거쳐 간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다 TV에 출연시켜주겠다며 돈을 요구했던 기획사에 속아 사채 빚을 지게 됐다. 결국 그 빚을 갚지 못해 일본으로 팔려가게 됐고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호빠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감금을 당한 채 매일 여성들에게 술과 웃음을 팔았던 세월이었다. 그러나 다행이었던 것은 그나마 그곳에서 ‘최고의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았고 그 평가에 걸맞는 많은 돈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에 나는 빚 때문에 팔려간 처지에 불과했다. 결국 남은 것 없이 빈털터리로 다시 한국에 돌아오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일본 호빠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탁월한 유흥 감각이 있다는 점을 경험했다. 신입 선수들을 훈련시켜 아가씨들이 원하는 ‘니즈’를 정확하게 만족시켜주었기에 그가 있는 호빠에 온 여성들은 결코 실망하는 법이 없었다.
 
빚 때문에 일본 팔려가 본격 호빠 생활…좌절과 절망 속 하루하루
유흥가 창업 원하는 사람 위해 노하우 전수하는 자서전 발간 예정


사채 때문에 일본에 팔려가기까지 했던 그였지만 타고난 끼와 본능적인 유흥 감각으로 일본에서의 호빠 생활을 자신의 인생역전을 위한 계기로 삼은 것.
한국으로 돌아온 뒤 그는 호빠 생활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돈’에 대한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가까스로 빚의 고리에서 벗어났지만 생활은 나아진 것이 없었고, 따라서 그는 결국 다시 호빠 생활로 돌아가게 됐다. 그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바로 호빠 생활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일을 시작한 그는 그때부터 그 누구에 못지않은 상당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김동이 대표의 표현대로 ‘재벌이 부럽지 않은 생활’이었다고 한다.

“그때 최고의 에이스로만 조각된 우리 팀은 한국에서 최고라고 표현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흔히 사람들이 ‘돈을 긁는다’는 표현을 하곤 하는데, 정말 그때 우리 팀은 돈을 긁다가 지칠 정도였다. 양말, 속옷까지 최고의 명품으로 치장을 했고 최고급 차에, 제일 맛있다는 음식을 먹으며 생활을 했었다. 어떤 호스트빠 사장님은 돈을 현금 더미로 들고 와 우리와 함께 일하기를 부탁하기도 했다. 최고의 명성을 날렸던 팀이었고, 그 팀의 수장을 맡았던 나로서는 과거의 불행을 잊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호빠를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경찰의 집중단속에 타깃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경찰서로 끌려가 오랜 시간 동안 ‘마약 투약’에 관한 조사를 받기도 했다. 가장 잘 나가는 팀이었던 만큼 집중적인 기획수사의 대상이 되었고 비록 무죄로 판명됐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김동이 대표는 ‘이제 더 이상 어두운 밤 문화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합법적인 일에 종사하기로 결심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오늘날의 레드모델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레드모델바를 일구기까지도 결코 쉽지 않은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우선 가장 대표적으로는, 아무리 업소 자체가 ‘건전한 여성전용음주를 위한 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도 여성고객들이 이를 호빠로 오인하거나 혹은 호빠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주길 원했다는 것.

“그간에 많은 돈을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레드모델바를 위한 공사를 할 때에만 해도 무척이나 힘들었다. 하루하루 인건비 충당을 걱정해야 할 만큼 모든 것은 열악한 상황이었다. 한번은 업소 오픈을 도와주던 누나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늘 잠은 공사 현장에서 자야했고 성공에 대한 불안으로 노심초사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고생해서 업소를 오픈했지만 정작 손님은 늘지 않았고 매일 매일 적자였다. 그나마 간간이 오는 손님들조차 여전히 레드모델바를 호빠로 착각했고 심지어 호빠에서의 서비스를 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기까지 했다. 일부 직원들조차 업소의 방침을 어기고 손님들과 개인적인 연락을 취하곤 했었다. 아무리 내가 호빠를 벗어나고 싶어도 직원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건전한 여성음주문화를 개척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렇게 사업적인 고전을 하면서 힘들었던 그에게 희망의 빛이 되었던 것은 한 케이블 TV의 방송이었다. 그렇게 첫 방송을 탄 뒤 레드모델바는 드디어 ‘대박행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손님들은 끊이지 않고 찾아왔고 체인점을 열겠다는 사람들도 줄을 서기 시작했다. 과거 가난했던 연예인 지망생, 일본으로 팔려간 호빠 선수의 어두운 과거를 드디어 떨쳐내고 ‘건전한 여성음주 문화의 개척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러한 유흥가에서의 활약을 두고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제 국내에서 여성전용바의 정착은 초기에 불과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게 된 만큼 여성전용바는 새로운 ‘블루오션’이 되고 있으며 이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갈 계획이다.

유흥가 창업 원하는
사람 위한 조언, 책으로

그런가 하면 김 대표는 자신의 오랜 경험담을 담은 자서전 출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가 쓴 자서전은 자신의 성공을 자화자찬하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호빠의 길을 걸어온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음주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다짐의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특히 이제까지 자신이 겪어왔던 경험에서 뽑아낸 ‘유흥가 성공의 법칙’들은 유흥가에서 창업을 하고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조언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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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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