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LH 성추문 백태

몹쓸짓은 고위간부…합의금은 임직원들이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높은 연봉과 안정된 근무 여건을 갖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같은 특징은 단면에 불과하다. LH 내부에서 불거진 각종 잡음은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 어느새 성추행·성추문 1등 공기업이라는 부끄러운 낙인마저 찍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토지개발, 도시개발, 주택공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대표적인 공기업이다. 171조7820억원에 이르는 자산총액은 전체 공기업 가운데 한국전력 다음이고 심지어 재계순위 3위인 SK그룹마저 앞선다. 한마디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솜방망이 처벌

그러나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외형과 달리 LH는 내부에서 각종 잡음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공기업 부실 종합 선물세트’나 다름없는 LH의 모습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 엄청난 금융부채, 사업자 선정 비리 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건 성추행·성희롱이었다. LH의 도덕성을 가늠하기 충분했던 이 사안에 대해 여야 할 것 없이 쓴소리를 내뱉은 건 당연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국감 당시 국토교통위원회 산하 공기업 임직원들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LH에서 3건 발생해 한국공항공사와 함께 공동 1위였다고 꼬집었다. 또한 LH는 같은 기간 동안 성희롱 사건도 3번이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합치면 국토부 산하 공기업 중에서 성범죄 발생빈도는 단연 최고 수준이다.

하 의원은 “LH 고위 임원들의 성추행·성희롱은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외부인을 대상으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신체를 접촉하는 등 심각한 도덕불감증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며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예방교육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고 형식적으로만 진행됐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질타했다. 성범죄가 자행된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더 가관이다. 조직적으로 은폐 혹은 잡음을 무마하려는 움직임마저 포착됐다.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재영 LH 사장을 앞에 두고 고위 간부의 여직원 성희롱 사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LH의 한 1급 고위 간부는 지난해 파견직 여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지난 7월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에서 해임 결정이 내려졌으나 약 3주 뒤 열린 LH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정직 3개월로 처벌이 경감됐다. 인사위가 열리기까지 3주 사이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4000만원의 합의금을 주기로 하고 성희롱과 관련한 민·형사상 소송도 취하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LH 직원 3000명이 감경 처벌에 대한 부당함을 들어 탄원서를 제출했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이재영 사장의 요청으로 재심의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위는 인사 규정에 없는 ‘정직 5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LH의 인사규정에 따르면 정직은 1∼3개월 이내에서 내려야 하며 그 이상의 중징계는 해임 또는 파면을 해야 한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면서 고충위원회가 요구한 징계안이 인사위에서 경감된 적이 없었는데 예외적인 경감이 내려진 것”이라며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인사위 개최를 미루고 기다려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희롱·성추행 1위 공기업 불명예
심각한 기강해이 “내부 통제불능?”

게다가 LH 내부에서는 문제가 불거진 고위 간부를 돕고자 합의금 4000만원에 대한 모금운동까지 벌였던 정황이 드러났다. 그 사이 인사위 위원장과 성희롱 가해자 모두 LH 사내 감사실 출신 고위직 모임인 ‘감일회’회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LH의 봐주기 문화가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의원은 “최근 한 주거급여 조사원은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민원 신고만으로 해고 처분이 내려졌다”며 “LH 인사위는 내부 고위직들로만 구성돼 있어 처벌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이중잣대를 들이댔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적사항이 매년 되풀이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LH는 비슷한 지적을 받았고 유사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4월에는 강원지역본부 A직원이 기업인 교육에서 여성 강사의 엉덩이를 때리는 추태를 부렸지만 A직원은 감봉 조치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데 그쳤다. 지난해 5월에는 LH 토지주택연구원 사원이 학술대회에 참가해 다른 기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등 성추행·성희롱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LH의 성추행·성희롱 예방 대책은 아직까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LH는 매년 3∼4회에 걸쳐 성추행·성희롱 예방을 위한 집합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와 별개로 1시간에 걸친 사이버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이 사항은 임원의 여직원 성추행에 대한 정직 5개월 징계처분이 내려지기 전부터 해왔던 사항이다. 

이렇게 되자 ‘제 식구 감싸기’ 차단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부정부패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상호견제 시스템이나 외부기관 감사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2012년 공직유관단체로 신규 지정된 145개 기관 가운데 63곳(43.4%)의 인사위원회는 내부위원만으로 구성돼 있다. 이 경우 외부위원을 기관장이 추천하도록 돼 있어 독립성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도 넘은 봐주기

LH 노조 관계자는 “성희롱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에도 추가 성범죄 예방을 위한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동일한 잡음이 불거지기 전에 징계수위를 조절하는 등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희롱 부실교육 실태

고용노동부가 전국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맡은 93개 지정 교육기관을 일제 점검한 결과 25곳이 부실운영으로 적발됐다. 지난 9월1일부터 10월8일까지 이뤄진 점검을 토대로 고용부는 운영이 부실한 17곳의 지정을 취소하고 8곳에는 시정지시 및 행정지도를 했다.

지정 취소된 17개 교육기관은 대부분 법정 자격이 있는 강사를 확보하지 않았고 최근 2년간 교육 실적도 전혀 없었다. 법정 자격을 갖춘 강사는 고용부 장관이 직접 실시하는 강사 양성교육 또는 고용부 장관이 승인하거나 비용을 지원하는 양성교육을 수료한 강사를 말한다.

법정 교육시간(1시간 이상) 미준수, 법정 교육내용 누락 등의 문제가 있는 8개 기관에 대해서는 무상으로 재교육하도록 시정지시를 내렸다. 관련법상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법령 ▲성희롱 발생 시 처리 절차와 조치 기준 ▲피해 근로자의 고충 상담 및 구제 절차 등의 내용은 예방교육에 포함돼야 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정 교육기관에 의한 성희롱 예방교육은 총 833개소, 7만4623명에 대해 이뤄졌다. 그 중 각 지역 여성노동자회 등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고용평등상담실 13곳이 총 475개소 2만4428명을 교육하는 등 실적이 우수했다. 아울러 고용부는 연말까지 미지정 교육기관이 민간기업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담당하는 실태를 추가 조사해 지도·단속할 방침이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빙자해 금융상품 등을 판매하는 교육기관 등도 추가로 적발할 예정이다. 예방교육 시간에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방문판매법,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 상표법 등에 의해 처벌·제재를 받을 수 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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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