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형 상권 파헤쳐보니…

저금리로 임대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역세권이자 항아리 상권과 대학가 인근에서 분양하고 있는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역시 역세권…항아리냐? 대학가냐?
황금 상권 급부상 ‘어디를 잡을까’

역세권이면서 작지만 강한 항아리 상권을 접목한 하이브리드형 수익형 상품이 인기다.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지구 등 신흥 상권은 크게 역세권과 항아리 상권으로 나뉜다. 최근 조성되는 신도시나 택지지구 등에는 속속 신설역이나 기존 전철역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교통 취약 지역에 전철을 대신해 경전철, 모노레일 등이 속속 도입돼 기존 항아리 상권에도 역세권이 형성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형 상권이 속속 형성되고 있다. 하이브리드형 상권은 기존 항아리 상권과 역세권의 장점과 단점을 보완해 황금알 상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학가 주변은 대학생 수요를 기본으로 역세권을 끼고 있는 직장인, 신혼부부 등 임대수요가 많아 공실 염려가 낮은 게 특징. 또 서울 강남권이나 도심 주요 지역보다 투자금도 상대적으로 적어 투자수익률이 높은 게 일반적이다. 실제 대학가에서 분양한 상가,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은 좋은 분양성적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뜨는
신흥 상권은?


실제 최근 청약을 실시한 서울 마포구 ‘공덕파크자이’ 상업시설의 경우 57개 매장에 대한 청약 접수를 실시한 결과 일반분양 57개 매장 모집에 평균 약 68대 1, 최고 29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을 마감했다. 이틀 동안 몰린 청약금만 387억6000만원에 이른다.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인근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오피스텔은 총 448실 분양에서 평균 13.7대 1을 기록, 계약시작 후 1주일 만에 100% 계약에 성공했다.

두 현장은 모두 환승역세권에 대학가를 형성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향후에도 대학가 주변 수익형 상품들은 강세를 보일 전망인데 고정적 빠른 임대회전율과 임대수요가 항상 받쳐주기에 임대사업을 겨냥한 이들에게 매우 적절한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학가 주변은 대중교통 여건이 우수하고, 각종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임대수요가 풍부한데다 임차인의 거주기간이 긴 편이라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작지만 강한 항아리 상권
수익률 높은 대학가 상권

한 번 집을 구한 대학생의 경우 임대조건이 맞으면 졸업과 취업 이후에도 계속 거주하는 사례가 많아 임차인 변동으로 인한 일시적인 공실에 따른 임대수익 손실과 중개수수료 부담이 거의 없다는 장점도 있다는 게 대학가 주변 중개업자의 이야기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수익형 상품 선호 대학가로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합정동, 위례신도시, 경기 용인 초당역 일대, 용인시청 인근, 수원 광교신도시 등이 있다. 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의 공급이 늘고 있어 해당 사업지 주변에 임차수요 대비 공급과잉 여부도 꼭 따져봐야 한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각 상권별 장점과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상권에 수익형 부동산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품은 검증된 상품인 상가나 오피스텔을 넘어서 최근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분양형 호텔 등 다양한 수익형 상품에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향후에도 공급이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하이브리드형 상권인 수익형 부동산이다.

I 역세권+항아리 I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상가)= 신동아건설은 5호선 강동역과 직접 연결된 초역세권 상가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의 투자자와 임차인을 모집하고 있다. 지하 1층 56개, 지상 1층 20개, 총 76개 점포로 공급된다. 휴식과 새로운 테마, 맛과 멋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테라스 스트 리스형 상가로 개발돼 개방감이 높고 가시성과 접근성이 뛰어나다.
고객의 편의를 위한 근린생활 위주의 판매시설과 고급 카페거리 조성을 위한 다양한 식음료시설 입점으로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탄생이 예상된다. 업무동 상업시설도 공급을 앞두고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상 1∼5층은 상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실투자금은 5억원대부터다. 전용면적은 80.85∼270.12㎡, 추천업종으로는 1층은 약국·커피숍·전문음식점·은행·ATM기 등, 2층은 은행 등 금융기관, 3∼5층은 피부과·소아과·이비인후과·정형외과 등이다.


▲금천 M-메디컬 타워(상가)= 서울특별시 금천구 시흥동 113-112번지 외 8필지에 금천 행정타운 독점 상가인 ‘M-메디컬 타워’는 12월경 분양을 앞두고 있다. 총 3760㎡부지에 연면적 약 26,302㎡, 지하 6층∼지상 14층 규모, 총 109개 점포, 분양가는 3.3㎡당 450만∼4800만원선이다. 추천업종으로는 지하 2∼1층은 서점· 문구·푸드코트 등, 지상 1층은 커피전문점·약국·이동통신·편의점 등, 지상 2∼3층은 은행 등 금융기관·전문음식점·프랜차이즈 등, 지상 4∼9층은 메디컬센터·전문병원 등, 지상 10∼12층은 오피스 등, 지상 13∼14층은 스카이라운지 등이다.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일일 이용객 약 3만3000명) 초역세권 상가로 강남순환도로(2016년 개통예정), 서부간선도로지하화(2020년 예정) 등 교통호재가 풍부하다. 지하철 유동인구 및 금천구청·금천경찰서 1400여명 상근직원·민원인은 물론 배후세대도 풍부하다. 옛 도하부대에 조성되는 롯데캐슬 주거복합단지 약 4400세대, 1000병상 규모 종합병원(예정), 역광장 약 3600㎡ 조성(예정) 이용객 등이 있다.

▲잠실 아이파크(상가)= 서울 송파구 잠실 신천 먹자상권에 ‘잠실 아이파크’ 단지 내 상가가 최초 분양가 대비 최대 40% 할인분양에 나선다. 선시공·후분양 상가로 지하철 잠실종합운동장역(2·9호선 더블역세권)과 걸어서 5분 거리 역세권으로 강남, 잠실, 분당지역의 서울 수도권 접근성이 좋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에 자리한 총 26실이다. 이번에 공급분은 지상 2·3층으로 추천업종은 병·의원, 전문식당, 학원 등이다. 잠실 아이파크 오피스텔 입주 223세대 기본 고정수요에, 2만4000여세대의 배후단지, 하루 유동인구 30만명으로 추정된다. 안정적인 자주식 주차공간 확보를 통한 프랜차이즈 및 대형 매장 입점이 가능하다. 공영주차장과 상가의 넓은 주차장 통로로 고객들 방문도 용이하다.

▲가산 대명 벨리온(오피스텔)=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시티 내 ‘가산 대명 벨리온’오피스텔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총 585실로 연면적 2만4990.61㎡, 지하 3층∼지상 16층 규모다. 전용면적 16∼31㎡, 9개 타입으로 공급예정이다. 건폐율이 26.97%라 쾌적한 주거환경이 조성된다. 지하 1∼3층은 주차장, 지상 1층은 상가, 지상 2∼16층은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약 97%가 전용 16㎡으로 임대수익형 오피스텔로 최신 트렌드에 순응했다. 실당 분양가는 미정이다. 주변 임대료 수준은 보증금 1000만원에 55만∼60만원 수준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3단지는 그동안 오피스텔 공급이 전무한 지역으로 1·7호선 더블역세권 도보 3분 거리 입지로 공급되는 최초 오피스텔이라는 평가다. 주요 개발호재로 2020년(예정)까지 인근에 서부간선도로가 지하화로 계획, 일반도로와 공원으로 조성될 경우 직접 수혜단지다. 일부세대는 안양천 조망이 가능하다.

I 역세권+대학가 I

▲초당역 미봉 스타(오피스텔)= 주식회사 아이엘씨앤디는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 ‘초당역 미봉스타’ 오피스텔 회사보유분 10실을 선착순 분양한다. 선시공·후분양에 임대가 완료된 상태다. 초당역 앞에 있는 미봉스타오피스텔은 지하 3층∼지상 9층 건물로 분당선과 연결되는 역세권에 있다. 인근에 들어설 4개 동으로 공사 중인 삼성물산 기술연구소, 8만2600㎡(2만5000평) 규모의 에이스 공장형 아파트, 종근당 기술연구소 개발지, 입주 예정인 정보통신 벤처단지, 전체 면적 26만4400㎡(8만 평) 규모로 착공 예정인 동백지식산업센터 등의 입지조건으로 수익성이 보장되는 오피스텔이다.

전용면적 22.27m², 공용면적 30.08m²에 분양면적은 52.35m²로 호텔식 시설과 풀옵션을 가진 오피스텔로 분양 가격은 1억465만원(부가세 별도)부터 책정돼 있다. 이미 임대 완료돼 수익이 보장된다. 임대조건은 1000만원에 50만원 또는 500만원에 55만원선이다. 10분 거리에 단국대, 강남대, 명지대, 용인대,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 등 5개 대학이 밀집해 있어 더욱 임대수요는 풍부하다.

▲오산대역 스마트캐슬(오피스텔)= 경기도 오산시 수청동 602-2,3번지 ‘오산대역 스마트캐슬’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세교신도시 1지구 일반상업지역 내 버스정류장 앞에 위치, 동쪽 25m, 서쪽 15m 양면 대로를 접하고 있다. 연면적 1만3248.75㎡,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다. 상가는 지상 1∼2층(27개), 오피스텔은 지상 3∼10층이다. 오피스텔은 전용 20.30㎡, 42.44㎡ 두 가지 타입이다.

총191세대(원룸형 182세대, 투룸형 9세대)로 구성된다. 실투자금 3000만원대면 투자가 가능하다. 전철1호선 오산대역과 도보로 2분 거리다. 주변에 홈플러스, 물향기수목원, 오산대학교, 1번국도가 위치한 세교신도시 중심상권 입지로, 2018년 필봉터널 개통 시 동탄신도시까지 차로 3분이다.

수요 대비 공급
“꼭 따져봐야”


▲송내 이데아시티(오피스텔)= 경기 부천시 영화의거리 일대 ‘송내 이데아시티’오피스텔이 선임대·후분양으로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11층, 총 105실이 분양될 예정이다. 분양면적 44.60∼45.54㎡로 투자자와 임차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평형대다. 하루 유동인구 20만명의 1호선 송내역 도보 5분거리로 북부역세권 영화의거리(먹자거리) 동쪽 출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투나쇼핑몰, 법원, 경찰청(1분 거리), 근로·고용·국민연금·의료보험공단(2분 거리) 등이 모두 200m 이내에 있다. 송내역 10년 만에 분양하는 신축 오피스텔로 부천 최대의 교통요지(급행정차), 다양한 상권인접(송내 최대 먹자상권), 풍부한 인프라로 투자와 동시에 수익이 발생한다. 분양가는 9000만∼1억원선으로 실제 투자금은 3400만원부터다. 부천대학, 한국폴리텍2대학 등 대학가가 인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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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