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6조 대박 비하인드 스토리

거침없는 상한가 ‘진짜 이유는?’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10만원이 채 되지 않던 한미약품 주가가 1년 남짓 시간이 흐른 지금 900% 가까이 폭등했다. 어느새 시가총액은 웬만한 대기업들을 추월했고 상승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호재가 있으면 악재도 있는 법이기에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이미 얼핏 보이는 몇 가지 불안요소가 존재한다.

6조원대 기술수출로 국내 제약업계 최대 수출 계약 기록을 수립한 한미약품이 연이은 호재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지난 3월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과 면역질환 치료제 ‘HM71224’의 수출 계약은 신호탄에 지나지 않았다.

신약 뭐길래

지난 9일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 중인 옥신토모듈린 기반의 당뇨 및 비만 치료 바이오신약 ‘HM12525A’를 글로벌 제약회사 얀센에 총액 9억1500만달러에 수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계약금 1억500만달러와 함께 임상 개발, 허가, 상업화 등 단계별로 총액 8억1000만달러를 받을 예정이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판매 로열티도 받는다. 얀센은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HM12525A에 대한 개발·상업화 등의 독점 권리를 한미약품으로부터 확보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 5일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당뇨 치료제 포트폴리오 ‘퀀텀프로젝트’ 기술을 5조원 규모에 수출한 바 있다. 나흘 간격을 두고 초대형 수출 계약을 연거푸 성사시킨 셈이다.


얀센과 수출 계약을 맺은 HM12525A는 인슐린을 분비하고 식욕 억제에 도움을 주는 GLP-1과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시키는 이중 작용 치료제다. 반감기를 늘려 약효를 오래가게 해주는 한미약품의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1주일에 1번 투약으로 당뇨·비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이 보여준 성과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일이다. 그 뒤편에는 지난 10년간 8000억원의 자금을 R&D에 쏟아 부은 집념이 깔려있다. 그동안 신약개발은 등한시 한 채 해외 약품을 복제해 판매하는데 치중해온 다른 제약사들의 행보와는 사뭇 다르다. 기술이전과 함께 생산 제품에 대한 로열티도 받는다는 점에서 기술수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연일 낭보가 계속되는 사이 한미약품은 명실상부한 시장 주도주로 등극했다. 수출 계약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 한미약품 주가는 전일대비 11만3000원(15.89%) 상승한 82만4000원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87만4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마저 경신했다.
 

거래대금도 급증했다. 이날 한미약품이 기록한 거래대금은 1조3000억원에 달했다.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소폭 하락했지만 거래량이 폭주하며 거래대금은 6000억원을 웃돌았다.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두 종목의 거래대금만 해도 2조원에 육박한다. 그 사이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은 LG전자를 제치고 28위까지 치솟았다. 명실상부한 코스피 시장 주도주가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목표주가 110만원 이상을 내다보는 시각도 상당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말을 앞두고 한미약품 매수 대기자금만 1조원을 웃돌았다. 대형주에 이러한 매수세가 쌓인 것은 이례적”이라며 “제약주가 주도주로 등장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제약업계 최대 수출 계약 ‘함박웃음’
증권가에선 기대와 의혹 ‘뒷이야기’

한미약품의 거침없는 상한가는 동종업계 전반에도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11일 코스닥 시장에서 전거래일 대비 4%넘게 오른 7만9900원에 장을 마감했고 덩달아 시가총액도 8조9509억원으로 다시금 늘어났다. 증권업계도 셀트리온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헬스케어 펀드 역시 제약·바이오주의 강세에 힘입어 다시 날개를 펴고 있다. 헬스케어 펀드는 올해 바이오주와 중소형주 강세에 힘입어 6개월(6.48%) 수익률과 연초 이후 수익률(21.44%) 기준으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하반기로 접어들어 그간 상승에 따른 고평가 논란과 일부 종목의 급등락 여파로 3개월 누적 수익률은 -6.5%로 다소 고전한 바 있다.

한미약품에 마냥 호조만 있는 건 아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회사의 내부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주식을 대거 매입한 혐의로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3월 한미약품이 미국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에 개발 중인 면역질환치료제의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계약 소식을 미리 입수하고 한미약품 주식을 사들인 뒤 되팔아 거액의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한미약품이 미국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기 며칠 전부터 주가가 급등하자 조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지난 3월19일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78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미약품 주가는 발표 전부터 기관투자자의 매수세로 고공행진을 벌였다. 보름전만 해도 10만3500원이던 주가는 18일 18만2000원으로 치솟았다.

이들 두고 검찰은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한미약품 수출 계약 정보를 한미약품 직원으로부터 입수해 펀드매니저 수십명에게 흘려 한미약품 주식을 대거 사들이도록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한미약품 측은 자본시장조사단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과 그의 미성년 손주들도 때 아닌 구설수에 올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임 회장의 친손자인 임군이 2011년 취득한 한미약품 계열사 보유 주식의 가치는 약 1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미성년자 주식 부호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다.

임 회장의 나머지 친·외손주 6명이 지닌 계열사 주식 가치 역시 각각 1000억원에 달했다. 이들 7명이 보유한 주식 가치를 모두 더하면 7000억원이다. 올해 초 약 600억원에서 10배 이상 불어난 액수다.

이들이 주식 부자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임 회장의 증여 때문이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손자, 손녀에게 수십억대 주식을 증여했다. 그리고 올해 대규모 수출 계약 건으로 주가가 폭등하면서 임 회장의 손주들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백만장자 반열에 올라섰다.

이렇게 되자 세금을 덜 내기 위한 요량이라는 이른바 꼼수 논란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조부모가 2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3세에게 부를 대물림 하는 방법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종 악용되곤 했다. 2세 증여보다 할증세율이 높지만 2세와 3세를 거칠 경우 예상되는 증여세 및 취득세보다는 오히려 부담이 적다는 계산이다.

편법증여 논란

임 회장이 손주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과정이 미심쩍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실제로 손주들이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각각 증여 받은 후 해당 주가는 3년 사이 10배 가량 올랐다. 임 회장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전에 증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경우 신약 수출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호재가 악재로 변질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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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