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먹는 ‘무늬만 회사차’ 논란

판치는 탈세차…허술한 제동법

[일요시사 취재팀] 박민우 기자 = 잘나가는 수입차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형 악재가 돌출했기 때문이다. 탈세 논란이 그것. 오너나 경영진이 고가의 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세금을 탈루하는 편법이 도마에 올랐다. 관련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수입차에 제동이 걸릴 지 주목된다.


 
수입차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개월 앞서 15만대를 돌파했다. 협회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수입차는 7월 전년보다 10.7% 늘어난 1만8200대를 판매했다.

수입차 역대 최고
법인차 증가 연관
 
6월 2만4275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7월에도 2만대를 돌파, 두 달 연속 2만대를 넘어섰다. 올해 1∼8월 누적 판매량은 전년보다 23.2% 늘어난 15만8739대로 나타났다. 유럽차들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 10대 중 8대가 유럽차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에서도 돌풍 주역은 독일차다. BMW와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대표 브랜드들이 8만2443대를 팔았다.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70%에 이른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 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19만6359대에 달했다. 2013년과 비교해 25.5%의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신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13.9%였다. 이 수치는 올해 다시 깨질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KAIDA 측은 “올해 20만 판매가 조기 달성될 것으로 본다”며 “판매량이 24만대로 전년대비 2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수입차 시장.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형 악재가 돌출했기 때문이다. 바로 탈세 논란이다. 관련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등 정부와 정치권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아 수입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단 수입차 판매 증가는 법인차 증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사업자 업무용으로 팔린 차량은 10만5720대로 조사됐다. 이렇게 팔린 찻값만 모두 7조4700억원에 달한다. 1억원 이상 수입차 1만4979대 중 83.2%(1만2458대), 2억원 이상 수입차 1353대 중 87.4%(1183대)가 업무용으로 판매됐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포르셰,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이른바 ‘슈퍼카’의 90% 이상이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된다.

 
 
업무용 차량은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따라 차량 가격은 물론 취득세 등 각종 세금과 보험료, 기름값 등 유지비를 5년간 무제한으로 사업자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오너나 그 일가, 또는 경영진이 고가 수입차를 회사 명의로 구입해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데 있다. 대부분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 명의로 수입차를 구매한 뒤 개인용도로 타는 것은 결국 세금 탈루란 지적이다. 
 
경실련은 “수입차에 주어지는 세제혜택이 해마다 2조5000억원에 이른다”며 “고가 수입차가 무늬만 법인차로서 사실상 탈세의 도구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대안으로 ‘캐나다 모델’을 제시했다. 캐나다는 업무용 차량에 대해 3만 캐나다달러(약 2700만원)까지만 경비처리를 해준다. 경실련은 “무제한인 업무용 차량 경비처리 기준을 3000만원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00만원 초과금액에 대해선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것. 
 
이 경우 연간 약 9266억원의 세금징수가 가능하다는 게 경실련의 계산이다. 경실련 측은 “국내 법인차 증가와 수입차 판매 증가는 무관하지 않다”며 “업무용 차량에 지원되는 세금혜택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국회입법조사처의 ‘업무용 차량 과세제도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 과제’에 따르면 영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업무용 차량의 업무관련 범위 판단기준이 우리나라에 비해 구체적인 편이다. 영국은 고용의무 수행, 일시적 근무지 출근에 사용할 때에만 업무관련성을 인정한다. 일본은 통근, 기타 사업상 관련 운행을 업무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지만 반드시 사용자의 신분은 법인의 임직원이어야 한다. 독일은 유한회사의 회사명의 차량은 100% 업무관련성을 인정하며, 인적회사는 업무용 차량이 업무에 50% 이상 사용되면 필수적 업무용 자산으로 분류한다.
 
불티나는 수입차…대부분 사업자 업무용
오너·경영진이 유용해 세금탈루 도마에 
 
뿐만 아니다. 해외 선진국들은 대부분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은 차량값이 1만8500달러(약 2000만원)를 넘으면 세금공제를 차등적으로 적용한다. 일본은 차량 가격 300만엔(약 2600만원)까지만, 호주는 5만7466호주달러(약 5000만원)까지만 비용으로 처리해 준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은 “업무용 자산취득에 대한 손금산입제도를 악용, 법인 명의로 최고급 승용차를 구입해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마치 절세의 수단으로서 잘못 인식되고 있다”며 “선진국처럼 세금공제의 한도를 정함으로써 최고급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매해 사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서둘러 보완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업무용 차량 관련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고가 업무용차의 무분별한 세금 탈루행위를 막기 위해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만 가입하면 저가차에서부터 수억원대의 고가차에 이르기까지 일괄적으로 총비용의 50%까지 경비처리를 허용하는 게 골자다. 
 
“해외 선진국들은
대부분 엄격제한”
 
그러나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개정안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 실효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다음은 업계에서 논란 중인 업무용차 관련 세법개정안 문제점이다.
 
▲서민증세 불가피 = 우선 서민증세 논란이 불거진다. 정부안은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모든 업무용차 구입·유지비에 대해 50%는 기본으로 경비처리를 허용하고, 나머지 50%는 운행일지를 작성해 업무용으로 사용한 비율만큼 경비로 인정해준다. 따라서 50%를 초과해 경비로 인정받고 싶으면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1000만∼2000만원대 저가의 업무용차를 보유하고 있는 중소사업자들의 세부담까지 수백만원 증가할 수 있다. 저가 업무용차는 최저생계비 보호목적의 소득세 인적공제(1인당 150만원)와 같이 취급해야 하지만, 정부안은 저가차까지 모두 과세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업무용차로 1630만원 소형세단을 구매한 개인사업자의 경우 현재 경비처리를 통해 5년간 총 1452만원의 세제혜택을 받았으나, 정부안이 시행되면 세제혜택이 최대 절반으로 감소해 726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업무상 사용비율을 70%까지 높여도 436만원의 세부담 증가를 피할 수 없다.

 
 
▲과세형평성 훼손 = 비싼 차를 가진 고소득사업자가 여전히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안은 임직원 전용보험에 가입만 하면 2억원대 차든, 1000만원대 차든 업무용으로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총비용의 50%까지 기본으로 경비로 인정해준다. 2억원대 차를 업무용으로 사서 100% 개인적으로 사용해도 총비용의 절반(구입비만 1억원)을 공식 비용으로 처리해 주는 것이다.
 
반면 1000만원대 소형세단은 임직원 전용보험에 가입해 50%까지 경비로 인정받더라도 구입비 경비처리액은 500만원대에 불과하다. 유지비 역시 수억원대 세단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어 경비 처리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합법적 탈루수단 제공 = 정부안은 사업주가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만 가입하면 업무상 사용여부를 입증하지 않아도 총비용의 50%를 경비로 인정해준다. 또 ‘임직원 전용 보험’과 ‘사업자 로고 부착’을 하면 업무상 사용여부 입증 없이 총비용 전액(100%)을 경비로 처리가 가능하다.
 
정부 업무용차 관련 세법개정안 추진
‘있으나 마나’ 허점투성…실효성 논란
 
이를 두고 사업주의 사적 사용을 통한 세금탈루를 방조하는 것을 넘어 합법적인 세금탈루 수단까지 제공하는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으로 바꿔 생각해보면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호화주택을 구입한 후 이 주택 외벽에 ‘회사간판’만 달면 주택 취득비는 물론 유지관리비까지 전액 경비처리를 허용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정부의 고소득 사업주에 관대한 무자료 경비처리 혜택은 사업자 퍼주기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뻔한 운행일지 조작 = 사실상 업무용차 규제를 위해 정부가 새로 추진하는 것은 운행일지 작성과 회사 로고(상표) 부착 밖에 없다. 이마저도 시작단계부터 허술한 작성이 우려된다. 운행일지를 통해 과세하려면 사업주들이 운행일지를 정직하게 작성하도록 유도하고, 허위로 작성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이다.
 
하지만 정부는 운행일지를 매일 기록하지 않고 주1회 또는 월1회 기록해도 인정해주는 ‘간편차량이용명세’나 ‘표준차계부’같은 운행일지 기재 간소화 방안을 제시했다. 더욱이 운행일지 허위 작성에 대해 규제·처벌 조항도 없다.
 
▲통상마찰은 핑계? = 정부는 업무용차 구입비에 대해 경비산입 상한액 설정이 어렵다고 한다.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는 게 그 이유인데, 이 논리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미 FTA 협정문 ‘민간 구매에 관한 정책’을 보면 각 당사국은 자국 영역의 민간인이 다른 쪽 당사국의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인 영향력이나 설득 수단을 통해 억제하는 것이 자국의 정책이 아님을 확인한다고 정했다. 한·EU FTA 협정문 ‘자동차 및 부품관련 부속서’는 특징적인 그 밖의 규제조치를 통하여 이 부속서에 따라 다른 쪽 당사자에게 발생하는 시장접근 이익을 무효화하거나 손상하는 것을 자제한다고 기술돼 있다.
 
두 내용은 업무용 차량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통해 탈세를 방지하겠다는 당사국(한국)의 고유한 주권법안의 권리 및 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무용차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자국(한국) 상품 소유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할 때 상대국들의 통상 차원 이의제기는 가능하더라도, 적극적인 통상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큰회사 잡으려다
작은회사 죽인다
 
특히 수입차 관련 세법개정안은 정당한 조세권 행사를 통한 탈세방지 접근 성격이므로 FTA 협정과는 무관하다는 관점도 있다. 캐나다, 호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도 고가차 구입을 통한 무분별한 세제혜택을 막기 위해 구입비 경비상한액을 설정하고 있다. 한국이 경비상한을 설정해도 상대국에서 통상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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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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