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분위기는 잡혔는데 ‘불안불안’

추석 이후…상품별 전망

최대 명절인 추석 이후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처럼 회복세가 본격화되면서 연휴 이후 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수기 가을 큰장 서는 분양시장
9∼10월 아파트 물량 쏟아질 예정

성수기인 가을 문턱에 접어들면서 분양시장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추석을 전후한 9월과 10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아파트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질 예정이어서 수요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10월 두 달간 전국에 공급 예정인 아파트는 총 14만5149가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만 6730가구)의 2배 수준. 수요자들의 옥석가리기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시행된 분양가상한제 탄력적용 이후 공급 물량이 크게 늘면서 미분양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6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물량은 3만4068가구로, 5월(2만8142가구)에 비해 21%(5926가구) 늘었다. 4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미분양 물량은 5월 들어 49가구 늘어난 데 이어 6월에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공급과잉과 고분양가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내·외적 여건을 따져봐야 하는데, 우선 최저금리 기조는 추석 전후 깨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당장 9월경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면서 우리 경제도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4만5149가구
“옥석 가려야”


정부가 지난 7월22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은 것도 시장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거치식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줄이고 원금과 이자를 처음부터 같이 갚는 분할상환 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투자수요나 자금의 여유가 많지 않은 수요층들이 부담을 느껴 주택매입을 줄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점도 변수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3.1%에서 지난달 2.8%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모두 2%대를 예상하고 있다.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면 부동산시장도 침체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이 지난 2007·2008년과는 다르다는 낙관론도 적지 않다. 지금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2006년 말과 같은 집값 폭등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하더라도 시장조절용일 뿐 참여정부 당시처럼 강력한 제제수단을 쓰진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대 분양시장 가운데 하나인 수도권 신도시에서도 9∼10월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김포 한강·화성 동탄2· 파주 운정신도시 등에서 총 8개 단지 6768가구(임대 제외)가 공급된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의 구미를 당길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는 이 기간 1497가구가 나온다. 파주 운정신도시에서도 오랜만에 1169가구의 새 아파트 공급이 이뤄진다.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는 4102가구가 가을 분양시장에 선보인다.

최근 조성되는 신도시나 택지지구는 녹지가 풍부하고 도로·지하철 등 교통망, 인프라 등도 잘 갖춰져 있어 단기간에는 미분양이 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물량 소화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수도권은 분양가가 평균 3억원대로 서울 전셋값 수준이어서 젊은층의 관심이 높지만, 관건은 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공급 과잉 현상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동탄신도시를 포함해 화성시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8084가구가 공급돼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일부지역은 아직도 미분양이 상존해 있고 시세가 여전히 분양가 수준에 머무는 곳이 적지 않아 2∼3년 후 입주 시점에 가격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실수요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높은 건 아닌지, 교통 여건 및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실거주하기 편하게 설계됐는지 등 옥석 가리기를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실수요 중심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올 하반기 분양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물량은 서울권 재건축과 재개발이다. 강남권은 강남3구(송파·강남·서초)를 중심으로 한 재건축사업, 강북권은 동대문구·성동구 등을 중심으로 한 재개발사업 물량이 주류를 이뤄 ‘강남 재건축 vs 강북 재개발’이라는 특이한 사업 대결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재건축 시장은 규제완화로 활기를 띌 전망인데, 업계에서는 강남 재건축 단지의 고분양가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강남권에서는 9∼10월 5개 재건축 사업장에서 새 아파트 1만2055가구가 공급되지만 조합원분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은 2176가구가 전부다. 최대 관심 단지는 서초구 잠원동 ‘반포한양자이’다. 이 아파트는 GS건설이 반포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단지로, 606가구 중 일반분양은 152가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매가 즉시 가능한데다 학군 및 교통 여건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일반 투자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이 서초구 서초동 서초우성2차를 재건축해 공급하는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아파트도 눈여겨 볼만한데 총 593가구 중 147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삼성사옥 근처에 있어 삼성 직원 베드타운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은 계열사 임직원들을 상대로 지난달 특별분양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분양 성패의 관건은 적정 분양가 여부다. SK건설이 얼마 전 분양한 ‘대치SK뷰’ 아파트는 분양가가 3.3㎡당 평균 3900만원으로, 4000만원이 넘는 물량도 많았는데도 청약경쟁률이 최고 49.71:1을 기록했다. 입지에 비해 분양가가 너무 비싸면 자칫 미분양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추석 이후 서초구 일대에서 선보일 아파트의 일반분양가가 모두 3.3㎡당 3500만∼4000만원 사이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석 이후 재건축 시장 상황을 예견하기도 쉽지 않다. 강남권 청약 수요는 단기 투자성 가수요가 많아 경쟁률이 높다고 무조건 프리미엄(웃돈)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거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가가 높아지면 이후 금리 인상 및 가계대출 규제 등의 악재 발생 시 손해를 볼 수 있다.

조합원 물량을 포함하면 새 아파트 공급량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강남권에서는 11월과 12월에도 2∼3개 재건축 사업장에서 추가 분양이 예정돼 있다. 더욱이 정부의 잇따른 재건축 규제 완화로 사업 속도가 빨라져 내년에도 상당한 물량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빨간불 켜진 이유는…
미분양 다시 증가세로?
최저금리 기조 깨진다?
너무 많이 공급되니까?
서민들 지갑 얇아져서?

삼성물산·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분양하는 ‘송파 헬리오시티’의 경우 총 84개동 규모에 총 9510가구로, 이 중 1635가구가 일반분양된다. 공급 물량은 많지만 바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곳이어서 프리미엄이 형성될는지가 관심사다. 당첨만 되면 분양권에 웃돈을 붙여 팔 수 있다는 생각에 자산가들뿐 아니라 젊은 투자자들도 대거 몰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부분의 민간아파트는 6개월간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만큼 자금 마련에 신중해야 한다.

1∼2년 전 분양한 강남권 재건축 물량들이 1억원 이상 오른 데다 당장 멸실주택이 많아 일반분양은 분양가가 높아도 수요자가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3년 후엔 강남권도 멸실주택보다 더 많은 아파트가 생긴다는 점은 유의할 부분이다.

저금리에 가장 수혜 상품은 역시 수익형 부동산이다. 정부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덕에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추석 이후에도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지역·상품별로 수익률 차이가 크고 공급과잉 문제에 따른 수익률 악화도 예상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면서 자동적으로 분양가도 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격인 오피스텔의 매매가는 올해 상반기 0.19%의 변동률을 나타내며 2012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에 회복·반등했다. 상가 역시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분양가도 함께 올랐다.

지난해 상가 분양가는 1층 기준 3.3㎡당 2766만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3.3㎡당 2937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3㎡당 약 2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장기임대업종인 약국, 금융기관, 프랜차이즈 업종 등 우량 업종 선임대 상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위례, 마곡, 문정,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 화성 동탄2신도시, 평택 등 아파트 선호지를 중심으로 추석 이후에도 꾸준한 관심이 예상된다.


수익형이 대세
분양가도 올라

특히 주거와 임대사업이 가능한 신도시 상가겸용주택과 LH 단지 내 상가가 인기를 끌 전망이다. 상가겸용주택은 공급측면에서 물량이 적어 희소성이 높지만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관심도가 높아 인기다. 50억원 미만의 중소형 빌딩(꼬마 빌딩)도 인기다. 대출을 감안하면 20억∼30억원이면 투자가 가능한데다 리모델링 등을 통해 수익률은 물론 투자가치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LH 단지 내 상가도 다른 상가 유형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고 배후수요가 탄탄하다는 장점이 있어 추석 이후에도 이전의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실제 올 상반기(1∼5월)에 공급된 LH 단지 내 상가 평균 낙찰가율은 212%다. 이는 186%를 나타낸 전년 동기 대비 26%p 높은 수치다.

수익형 부동산 자체의 가격 상승은 이어지고 있으나, 임대를 통한 수익률은 점차 하향 추세여서 옥석 고르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상가는 저금리에 금융이자가 낮아져 수익률이 소폭 상승했으나 오피스텔은 하락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114’ 자료를 살펴보면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2007년 상반기(6.92%) 이후 2015년 5월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상반기 임대수익률은 전기 대비 0.06%p 하락한 5.75%를 기록했다.

여기에 조사되는 수익률은 공실률과 각종 세금과 거래·보유에 따른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수익률이어서 실제수익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입주 물량은 많고 매매가는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수익률 회복은 당분간 불가능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입주예정 물량은 전기 대비 17.71% 증가한 1만9971실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3만5207실에 이어 2014년 4만2740실, 2015년 상반기 1만6966실 등 지속해서 오피스텔 입주가 잇따르고 있어 임대 경쟁 속에 공실률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에 세금을 제외하면 실제수익률은 3∼4%대로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입주물량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어 광교·마곡 등 물량이 많은 곳은 수익률이 더 하락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저금리에 대안으로 부상 중인 수익형 부동산은 저금리 덕에 추석 이후에도 분위기를 이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9월경 예상되는 미국금리 인상이 변수인데, 큰폭의 금리 인상만 안 된다면 당분간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투자와 교통이 개선되는 지역인 서울 강서 발산지구, 경기 하남 미사지구, 화성 동탄2신도시, 평택시 등이 추석 이후 주요 수익형 부동산 유망지역으로 꼽힌다. 오피스텔 수익률 하락의 대안으로 섹션 오피스가 반사익을 얻고 있다. 1억∼2억원이면 투자가 가능하고, 수익률은 7∼8%가 가능하다. 서울 마곡지구, 문정지구, 경기 광교신도시 등 행정·법조타운과 대기업 이전지 인근에 공급이 활기를 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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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