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하나고 스캔들

돌고 돌아 결국 MB 정조준?

[일요시사 취재팀] 박호민 기자 = 하나고등학교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각종 의혹이 불어져 나오면서 그 종착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정 당국의 칼날이 전 정권을 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의회 하나고등학교(이하 하나고) 특혜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행정사무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전원경(46) 하나고 교사는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의 비리를 폭로했다.
 
점점 커지는 파문
그 종착지에 관심
 
전 교사는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이 ‘남학생들을 많이 뽑아야 학교에 도움이 된다’면서 2010년 개교 이래 서류평가와 면접 점수를 합산한 엑셀 파일을 조작해 여학생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남학생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줬다”고 말했다.
 
전 교사에 따르면 일반전형 120명을 뽑을 때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을 합산한 결과를 내면 100∼120등 사이의 여학생 지원자를 대상으로 떨어뜨리고 그 아래 남학생 지원자들에게 가산점을 줘서 120등 위로 올렸다. 이같은 신입생 선발 비리는 모든 전형에서 일어났다.
 

전 교사는 “서류 평가 때부터 남학생에게 점수를 잘 주라는 지시도 받았다”며 “한 교사가 지시를 따르지 못하겠다고 하자 ‘이사장님의 뜻’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전 교사는 청와대 고위직 자녀가 학교폭력을 일으켰지만 이를 무마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주장도 했다.
 
전 교사에 따르면 2011년에 열린 교직원 회의에서 교사 2명이 “학생들의 피해 진술서가 있는데 왜 학폭위를 열지 않느냐”고 이의제기를 했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 최측근 인사로 꼽혔던 A씨의 자녀가 1년여간 4∼5명의 학생을 상습적으로 괴롭혔고, 이를 파악한 교사들은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를 받았다.
 
신입생 선발·학폭·성추행 의혹 불거져
서울시의회서 폭로전…국감장 난타 예고
 
진술서를 작성한 B군은 “가해학생 A군이 작년 3∼4월부터 이유없이 팔과 가슴을 수차례 때렸고 복싱·헬스를 배운 후 연습을 한다며 침대에 눕혀서 밟았다”며 “휴대폰을 거의 매일 마음대로 빼앗아가 게임 등 오락에 사용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학생 D군은 “E군과 나를 같이 불러서 어떨 때는 나보고 E군을 때리라고 해서 때리지 않으면 나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하나고는 학교폭력에 대한 정황이 뚜렷하고 진술서까지 확보된 상황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지 않았다. 전 교사는 이에 일부 교사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가해 학생을 전학 보내는 것으로 조용히 사태를 마무리했다고 주장했다.
 
 
전 교사는 또 다른 고위 공직자의 자녀가 학교내 성추행을 일으켰지만 공론화되지 않고 묻혔다고 폭로했다. 기숙학교로 운영되는 하나고에서 동급생 여학생을 한 남학생이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인 뒤 여학생이 자신의 방으로 오자 이 사실을 다른 학생에게 소문을 내 성적으로 희롱했다는 것이다. 이 남학생 역시 한 교육계 고위인사의 아들이라고 전 교사는 주장했다.
 

하나고 측은 전 교사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우선 신입생 성비를 맞추기 위해 여학생을 떨어뜨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교육청 감사에서 입학생 남녀 비율 조정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기숙사 수용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너몰린 김승유
탈출구 안보인다
 
청와대 고위 인사 자녀의 학교폭력 은폐 의혹와 관련 이태준 하나고 교장은 “전 교사의 말은 위증”이라며 “(하나고는) 다른 학교와 커리큘럼이 달라 학기 중에 전학을 가면 학사 일정을 따라가기 어려워 가해학생 측에선 해당 학년만 마치게 해달라고 했지만 피해 학생들을 생각해 학기 중간에 전학 가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하나고는 과거 특혜 시비와 관련 여러 차례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우선 하나고 부지 매입과 관련한 특혜 의혹이 대표적이다. 하나학원은 서울시와 2009년 1월 ‘은평뉴타운 자립형사립고 부지 임대 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651억원의 0.5%를 임대료로 책정하고 2009년 1월23일부터 2059년 1월22일까지 50년동안 하나학원 측에 해당 부지를 임대했다.
 
김경자 의원은 이 같은 임대차 계약과 관련 “서울시는 하나학원 측에 매년 30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임대료 특혜를 줬다. 50년간 하나고에 서울시민의 재산을 간접적으로 출연한 것”이라면서 “특정 학교를 위해 시민의 혈세를 장학금 명목으로 매년 4억원 이상 주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오세훈 시장 시절 서울시예산 651억원을 들여 하나재단에 50년간 장기 임대한 것으로 이는 사실상 영구임대”라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오 전 시장은 연간 교육예산의 70%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을 하나고 부지매입에 사용했고 임대료마저 서울시가 연간 30억원의 특혜를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그룹 임직원 자녀에 대한 특혜 지적도 나왔다. 2009년 하나금융그룹은 하나고 정원의 15%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출연하기로 했는데 2013년 은행법이 바뀌면서 하나고에 더 이상 지원을 할 수 없게 됐다. 출연 금지 법률 근거는 출연회사 임직원에 대한 우대 등 대가성이 있으면 공익법인에 대한 출연을 금지하는 조항 때문이다.
 
 
즉 하나금융그룹 임직원 자녀를 정원의 20%에서 선발하는 전형이 임직원에 대한 우대로 판단된 것이다. 이후 하나고는 장학금을 포기하면서까지 하나금융그룹 임직원 자녀 전형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하나금융그룹 임직원 자녀에 대한 특혜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나고는 개교 과정에서도 특혜 시비가 있었다. 학교법인 하나학원은 2008년 12월 29일 ‘하나고 설립 및 자립형 사립고 지정 사전 협의’ 공문을 서울교육청에 보냈고, 교육청은 31일 하나고에 ‘자립형 사립고 지정서’를 보냈다. 학교 설립 신청부터 사립고 지정까지 3일만에 초스피드로 이뤄지면서 특혜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개교 예정(2010년 3월)이 자립고 시범운영이 종료되는 시점(2010년 2월)보다 늦음에도 자립형 사립고 지정을 해주면서 특혜의혹은 더욱 짙어지는 양상이었다.
 
특정 고위층 자녀
문제 덮고 봐주기?
 

자립형 사립고는 자사고와 달리 전국에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학습능력이 더 뛰어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하나고는 2010년 첫 개교일에 입학한 학생 가운데 43명이 서울대 수시에 합격하는 등 엘리트 학교라는 명성을 누릴 수 있었다.
 
하나고의 자사고 전환 과정도 말이 많았다. 교육부는 2010년 2월 자립고 시범운영 종료를 앞두고 자립고 7곳에 자사고 전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하나고는 시범운영 기간이 끝나고 4개월을 더 버티나가 그해 6월 자사고 전환을 신청했다. 일각에서는 진보진영으로 분류되는 곽노현 교육감 취임(7월)을 앞두고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마지 못 해 전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은 불법 출연 의혹으로 시민단체에 고발당한 적도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 참여연대는 2013년 3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와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하나금융 전현직 회장을 은행법 위반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전현직 대표는 하나은행이 하나학원에 대해 337억여원을 무상으로 출연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행위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은행 자산의 무상양도를 금지하는 은행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지 매입부터 자립고 지정까지
전 정권 특혜 문제로 확대될 듯
 

참여연대 측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의 하나고등학교에 대한 출연 행위가 은행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어떠한 조치도 이행하지 않아 검찰 고발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연대의 고발은 불기소 처리되면서 김승유 이사장은 한숨 돌리게 됐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은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김 전 회장에 대한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검의 연이은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재항고한 사건에서 “항고 기각 결정에 원용된 불기소 처분 이유를 부당하다고 인정할 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재항고를 기각했다. 대검이 재항고를 기각한 것은 불기소 처분을 확정지은 것으로, 김 전 회장이 검찰에 의해 기소될 가능성은 사라졌다.
 
하나고 입장에서는 현재의 폭로전과 과거의 의혹이 맞물리면서 논란이 확대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하나고가 자사고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하나고는 지난달 29일 5개의 중앙지에 광고를 내며 적극적으로 ‘비리학교’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했다. 해당 광고를 살펴보면 하나고 전 교원 이름으로 그동안 하나고에 일었던 의혹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하면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전 교원의 동의로 작성됐다던 광고가 전 교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하나고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학생들의 장학금이 부족하다고 서울시와 소송을 진행한 전례가 있는 가운데 5대 중앙지에 광고를 게재한 상황이라 적지 않은 광고비 지출로 인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소재지 친이 지역구
이사장 MB대학 동기
 
하나고 특혜시비와 비리 의혹은 결국 전 정권 사정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정치계의 한 관계자는 “하나고 비리와 관련해 김승유 이사장 등 전 정권 관련 인사들이 많이 엮여 있어 사정 당국의 칼끝이 그들을 향하고 있다는 말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라며 “사정 당국의 힘이 어디까지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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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