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3주년 특별인터뷰> ‘중국통’ 윤석헌

최대 고비 맞은 대중외교 “대통령 결심이 필요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강주모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초 중국의 전승절(이하 전승70주년 기념) 행사 참석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동북아 패권을 놓고 날을 세우고 있는 미국과 중국 관계와 더불어 일본, 북한의 행사 참석 여부까지 고려해야할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9월3일, 베이징에서 ‘중국인민의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을 개최하겠다며 각국 정상들의 참석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최고의 살아있는 중국전문가로 중국 최고위층 인사부터 기업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윤석헌 아태경제문화연구회 회장. 그는 최근 시급하게 떠오른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 행사 참석과 관련, “꼭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또 중국정부에 대한 대북관,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해서도 특유의 소신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국가 대 국가의 문제이자 현직 대통령이 관련된 일이기에 다소 껄끄러울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윤 회장은 주저없이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다음은 윤 회장과의 일문일답.

-곧 있을 중국의 전승70주년 기념 행사에 미국이 한국정부에 참석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설과 이에 대해 한국정부와 미국에서는 그런 적이 없다는 보도들로 양국 외교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중국전문가로서 박 대통령이 전승7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야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 문제는 한국과 중국, 한국과 미국 간에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는 국가적인 현안들이다. 비단 전승70주년 기념 행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이 같은 형태의 외교적인 갈등은 앞으로도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금번 전승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유무의 문제를 떠나 근본적이고도 원칙적인 관점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날은 중국이 2차대전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중국정부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천안문에서 거대한 열병식을 열고 전세계 지도자들을 참관시킬 예정이다. 이 자리에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친밀감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한 것이다.

-중국인들이 박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인가?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가까운 친구이자 중국인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대통령이다. 그런데 정부의 관료나 외교가에서 박 대통령의 참석에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나는 묻고 싶다.

왜 그런 걱정을 하며, 누구를 위한 걱정인지 말이다. 외교란 것은 동서양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상대국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만족은 있을 수 없다. 외교의 기본은 자국의 이익이 목적이 아닌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교무대에서 소리 나지 않는 전쟁을 하는 곳이 국제외교무대다.


-주변국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인데?
▲과연 누구의 눈치를 본다는 말인가? 만약 눈치를 봐야 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것이 지당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국익에 부합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 판단과 미래적 혜안이 필요하다. 혹자는 대통령이 전승기념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참석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한국에 처해 있는 현실적 상황과 미래의 상황을 잘 판단해 옛 친구인 미국과 새로운 친구인 중국에 대한 외교적 결심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전승절 고민? 무조건 참석해야!”
한국 최고 중국전문가로 평가
최고위층 인사들과 인맥 형성

-한국정부가 이미 한 번 아주 좋은 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애석하게도 사실이다. 중국정부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국제금융 질서에 새로운 가치를 내밀면서 창립을 저울질하며 세를 규합할 때였다. 새로운 국제 금융기구인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출범 초창기에 우방국들의 지지를 받아야하는 시기였던 만큼 시진핑 주석이 직접적으로 한국정부에 여럿 러브콜을 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AIIB창립에 대한 지지의사 표시가 한발 늦었다. 물론 한국정부가 오랜 우방인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말은 아니다. 너무 눈치를 보다 대한민국의 존재감과 국익을 모두 놓쳐버리면 안 된다는 뜻이다.

-당시에 중국 측 입장도 참 난감했을 것 같은데?
▲최근 AIIB 초대 행장 내정자인 진리췬을 개인적인 자리에서 만나서 한국정부의 이러한 처지를 한중우호 인사의 입장에서 설명한 적이 있다. "미국은 한국의 옛 친구고, 중국은 한국의 새로운 친구다, 옛 친구에게 취해야 할 친구로서의 도리가 있고, 새로운 친구에게 취해야할 친구로서의 자세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한국정부의 입장을 에둘러 설명한 적이 있다.

물론 내가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또 양국의 우호인사로서 한 말이었는데, 진리췬 행장은 흔쾌히 웃으며 받아주었다. 그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아쉬운 점은 한국정부가 조금만 먼저 지지의사를 표명했어도 AIIB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은 지금과는 또 다른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전승기념일에 박 대통령이 참석해야 한다는 건가?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 기념일에 참석해도 되는 이유가 있다. 한국도 중국과 같이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가 제공한 상해임시정부에서 외교적 투쟁을 했고 광복군을 결성해 무장 투쟁을 한 역사를 보더라도 우리 대한민국이 중국의 들러리가 아니라 이날에 초대받아도 되는 당당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대한 중국정부의 입장은 어떤가?
▲중국정부는 북한의 급격한 체제변화나 김정은 체제의 몰락을 원하고 있지 않다. 북한의 며칠 전에 있었던 DMZ목함지뢰 도발사건이나 연평도 사건 같은 돌발적인 행동에 불쾌해하고 내심 당혹해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 정권의 몰락을 지지하지는 않다. 북한정권의 몰락은 중국에 가장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어떤 부담이 된다는 뜻인가?
▲중국은 지리학적으로 북한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다. 만약 북한이 갑작스럽게 몰락한다면 국경을 통해서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들의 처리는 중국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 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존재한다.

이는 두고두고 중국의 큰 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중국은 북한정권에 자연스러운 개방을 통해서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것을 돕고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 중국지도부의 입장으로 알고 있다. 이는 좋아서가 아니라 중국 정부의 국익에 부합하는 일이기 때문에 중국지도부가 이 같은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 북한의 핵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나?
▲ 북한 핵문제는 이란 핵협상과는 또 다른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는 중국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핵문제는 다자간에 협의를 통해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정권의 안정을 보장받고 결국은 핵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것은 미국과 중국의 공통된 견해이기도 하고, 북한이 받아내려고 하는 궁극적인 답일 것으로 본다.

이같이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크고 작은 사건들은 지난 세월 쉬지 않고 일어났던 일들이고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일어날 일들이다. 전례로 미뤄 볼 때 위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고민이 필요하다.


<kangjoomo@ilyosisa.co.kr>

 

(본 기사는 중국복단대학에 국비유학중인 윤민호군의 통역으로 진행됐습니다.)

 

[윤석헌은?]

현재 중국국제상회(한국의 전경련 격)의 아시아 아프리카 담당 수석대행인과 북경대학의 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 최대 건설사인 중국건축6국의 경제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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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