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발언 논란' 박근령 직격 인터뷰

"국익 위한 소신발언, 왜곡 말아 달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일본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 신사참배를 비판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다?'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파격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박 전 이사장은 현재 일본과 과거사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이어서 더욱 화제가 됐다. 박 전 이사장은 왜 그런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일까? <일요시사>가 박 전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제가 됐던 발언들의 진위가 무엇인지 조목조목 따져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지난 4일 공개된 일본 포털사이트 <니코니코>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국민들의 정서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파격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박 전 이사장은 해당 인터뷰를 통해 일본은 이미 일왕을 포함해 4번이나 사과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사과를 할 필요가 없으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후손이 조상을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면 내정간섭이라는 발언 등을 했다.

당장 국내에선 박 전 이사장을 향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고, 해당 인터뷰의 여파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가량이나 급락하기도 했다. 그동안 정치 현안들에 대해 좀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박 전 이사장이 왜 갑자기 이런 충격적인 주장들을 하고 나선 것일까? <일요시사>가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박 전 이사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박 전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일본 포털 사이트 ‘니코니코’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런 발언들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과거사에 대해 사과를 했으니 더 이상 과거사를 문제 삼지 말고 발전적인 한일 관계를 형성해나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해당 인터뷰는 종전 70주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진행된 인터뷰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일국교정상화를 이룬 만큼 자녀인 저를 만나 최근 한일관계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자는 취지의 인터뷰였다. 일본이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의 근대화나 한센병 퇴치 등에 큰 도움을 줬는데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해왔다. 그동안 생각해왔던 소신을 말한 것이다.

- 해당 인터뷰의 내용이 국내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친동생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란 지적이 많다. 
▲ 파장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속 시원하게 할 말을 해줬다고 격려하는 전화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동맹관계의 나라인데, 국교정상화를 한 지 50년이 지나도록 과거사 문제에 발이 묶여 양국 관계가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냉각되면서 많은 분들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았다. 과거사 때문에 한일 관계가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 경제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양국 관계가 냉각되면서 입는 경제적 피해가 상당하다.

- 인터뷰에서 일본은 이미 일왕을 포함해 4번이나 사과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사과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 예를 들어 할아버지 시대에 이웃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에게 잘못을 해서 이미 사과를 했으면 후손들도 그 사과를 받아줘야 한다. 몇십년이 지나서 그 손자가 이웃 손자에게 과거에 너희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에게 잘못을 했으니 다시 사과하라고 하면 시비 거는 것밖에 안 된다. 이미 사과를 했으면 받아줘야 한다.

- 하지만 독일은 역대 총리가 바뀌어도 계속 사과하고 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일본이 그렇게만 해주면 정말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각 나라마다 통치스타일이 다르지 않나? 일본이 사과를 안 했으면 모르겠지만 이미 사과를 했는데 자꾸 또 사과하라고 하면 일본 입장에서는 “이미 사과를 했는데 왜 또 사과를 하라는 거지? 날 망신시키려고 그러는 건가?”하고 반발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일본 내에서 반한감정이 생기고 그러는 거 아닌가? 지금 우리나라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고 가장 인접한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과 동맹을 맺고 있다. 그나마 인접국 중 유일한 동맹국인 일본과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나라가 무조건 손해다.

"사과도 안한 북한과는 왜 화해했나?"
"한일관계 이간질 하려는 세력 있어"

- 일본이 사과는 했지만 과거사에 대한 정치인들의 망언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 내에서조차 현 아베 총리는 전쟁에 대한 반성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과연 일본의 사과를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볼 수 있는가?
▲ 이미 일왕이 직접 사과를 했다. 일본에서 일왕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일부 우익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일본 국민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 일부 우익들의 급진적인 주장이 나오는 것까지 모두 막을 수는 없지 않나? 이미 가장 상징적인 존재인 일왕이 사과를 했는데 일부에서 그런 주장이 나온다고 해서 한일 관계를 아예 파탄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야당에서 저를 비판하는데 야당은 북한의 사과도 받지 않고 5·24대북조치를 풀자고 하고 있지 않나? 국익을 위해 5·24대북조치를 풀자는 야당이 왜 과거사를 이유로 일본과의 관계 회복은 막으려 하나? 북한은 6·25남침으로 우리나라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지만 지금까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이중 잣대다.


-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후손이 조상을 찾아가는 것으로 이를 비판하면 내정간섭이라는 발언도 했다.
▲ 저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돌아가셨지만 제가 김 전 부장의 유족이 그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후손이 자신의 선조를 참배하는 것을 막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일이다.

- 하지만 신사에는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다. 신사참배를 단순히 조상참배와 예절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가?
▲ 설마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면서 ‘당신들의 뜻을 받들어 또다시 전쟁을 일으키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겠나? 그들로서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지만 어찌됐든 국가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예를 갖추고자 하는 것뿐이다.

정작 신사참배를 비판하는 야당 정치인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자 북한까지 가서 조화를 전달하고 오지 않았나? 김정일 위원장 시절 우리나라 관광객이 피살당하고,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폭격 등이 있었지만 북한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 위안부 피해자들도 이제는 우리나라가 돌봐야 한다고 했다. 일본에 면죄부를 주자는 의미인가?
▲ 일본에 면죄부를 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해방된 지 벌써 70년이 넘었다. 언제까지 일본 책임만 주장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을 방치할 것인가? 이제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했는데 몇 분 남지도 않은 피해자들을 충분히 챙길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그 분들이 남은 여생이라도 편하게 사실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나서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 일본이 제철소를 지어주고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많이 했는데 피해의식만 갖고 산다면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했다. 식민 사관에 기초한 주장이 아닌가?
▲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이 우리나라 발전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밀알이 되었던 포항제철도 일본의 기술과 자본으로 지었다.

6·25전쟁으로 초토화 되어 절망적인 상황이었던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한 것에 일본의 역할이 컸던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이웃끼리는 마음에 안 들면 이사라도 갈 수 있지만 이웃국가는 바꿀 수 있나? 일본과 불편한 관계가 되면 국익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 어찌됐든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일본의 진정성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 대통령께서는 국내 여론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좌경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론은 불과 몇 년 전에 우리나라 국군 장병을 죽인 북한과의 교류는 찬성하면서,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는 반대한다. 좌경화되었다는 증거가 아닌가? 북한보다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하는 것이 경제적 파급효과도 훨씬 크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자꾸 제가 친일발언을 했다고 하는데 친일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해방 전의 친일과 해방 후의 친일은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현재는 오히려 반미, 반일하는 것이 이적행위다. 우리나라는 정전국가가 아니고 휴전국가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미, 반일하는 것은 북한의 전략의 말려드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사이가 멀어지면 북한이 가장 좋아한다. 자꾸 5·24조치는 해제하라고 하면서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는 왜 과거사 문제를 이유로 반대하나?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종북세력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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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