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중국 민간 싱크탱크 장 치

"기술+자본으로 한·중 윈윈 해야죠"

[일요시사 취재1팀] 강주모 기자 = 한국이 박근혜정부로 들어서고, 중국이 시진핑시대가 열리면서부터 양국 간의 우호관계는 전 후진타오정부에 비해 한층 더 가까워졌다. 실제로 시진핑은 ‘중국 변화와 개혁의 핵심’으로 불리며 기존의 대북관에도 상당한 노선 수정을 보이기도 했다. 대북관이 바뀌면서 변화의 바람은 이내 박근혜정부에게는 훈풍으로 작용했다. 자연스레 양국의 관계는 온난전선을 형성해왔고, 지난해 7월에는 시진핑 주석이 국빈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절호의 외교 호재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일요시사>는 중국의 ‘민간 싱크탱크’로 칭송받고 있는 장 치 중국발전연구원장을 만났다. 그는 무엇보다 일방적인 발전보다는 양국 모두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점에 포커스를 맞췄다. 장 원장은 한국의 친환경, 미용·성형으로 대표되는 의료 등 최첨단 기술과 중국의 거대 시장을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양국 민간차원에서의 공동발전을 위한 윈윈 전략을 들어봤다. 다음은 장 치 원장과의 일문일답.

-유엔개발계획(UNDP)은 어떤 단체인가.
▲2009년, 중국에서 범국가적으로 계획한 전략의 일환으로 ‘장춘-길림-두만강’(두만강개발계획) 개발을 맡은 기구다. 이 전략은 20년 전부터 UN과 함께 시작됐으며,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감에서 국가 간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평화발전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주요 국가들로는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북한, 몽골의 6개국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 몽골은 땅이 광활하고 자원이 풍부하며, 한국과 일본은 자금과 기술력이 아주 뛰어나다. 북한은 경제적으로나 기술력으로나 어려운 상황인 만큼 주변 국가들과 보다 긴밀히 협조하고 교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두만강개발계획’이 태동하게 됐다.

-장 원장은 한국의 장관급 인사라고 들었다.
▲중국의 대표적 민간 싱크탱크로 불리며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는 등 중국민간에서 영향력이 크다고들 한다. 중국발전연구원을 창립했고, 현재 중국발전연구원 집행원장, 유엔 세계평화 기금회 부주석, 상하이시 창의산업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베이징대, 지린대, 상하이금융학원 초빙교수로서 현재도 후학들을 교육하는 데 정열을 쏟고 있다. 특히 한방의 세계화에 앞장서 한방과 양방의 결합을 통해 한방의 한계를 극복하고 양방의 한계를 메우는 전략적 선택으로 국가적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번 방한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의 뛰어난 기술을 중국에 접목시켜 양국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우세를 극대화하는 방법들을 찾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한국의 뛰어난 IT기술, 특히 전자화폐기술과 한국의 선진화된 양로·복지·의료 사업을 중국에 유치해 중국시장과 한국기술을 전략적으로 결합해 양국이 윈윈할 수 있도록 하겠다.

-최근 주요 활동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4년 동안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등에 4번의 제안 및 아이디어 보고를 했었는데,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중국의 주요지지자들의 얻으며 원동력을 다시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수확이다. 특히, 지난 구정(설)에 리커창 총리가 장춘에 방문했고, 지난달에 시진핑 주석이 주요지역들을 시찰했으며, 연변 방문에서는 UNDP 전시관을 시찰하면서 중앙정부의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최근 UNDP 구역들은 중국의 가장 ‘핫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방적보다 양국 공동발전에 포커스
"최첨단 기술로 거대 시장 활용해야"

-여러 사업들 중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이 있다면.
▲이미 길림성 정부의 정식 요청으로 4년여 간 코리아타운 조성 등 전반적인 연구를 거의 다 마친 상황이다. 우리는 4년 동안 UNDP와 관련된 국가들과 주요지역들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동북아 국가들의 평화적인 발전에 민간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키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역점사업으로는 쓰레기 처리 등의 환경사업이나 미용·성형 등 의료사업 신기술 등을 꼽을 수 있다. 문화(콘텐츠) 사업도 아주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국은 수요인구가 그 어느 나라보다 많기 때문에 시장이 아주 넓고, 발전 가능성 역시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장춘지역에 코리아타운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데 특히, 우리는 코리아타운에 들어오는 한국기업들에게 세금, 해관 등에 관해 어드밴티지를 줄 것이다. 이는 각지방정부가 서로 앞다퉈 경쟁하는 과정에서 좀 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하는 일이다. 이같이 길림성에서는 다른 성에는 없는 특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지 6년째라고 했는데.
▲그동안은 계획하는 시간이었고, 실질적으로 일을 시행한 것은 올해부터다. 두만강개발계획 이행 기구가 올해 설립된 만큼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이 시작됐으며, 앞으로의 전망도 상당히 밝다고 본다.
현재 길림성에서 일본 본토로 바닷길을 통해 바로 연결되는 해저터널, 몽골에서 직통으로 두만강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차, 장춘 공항을 확장하는 사업 등이 어느 정도 진행 중에 있으며 2년 후에는 이 바다(해로), 지상(육로), 하늘(항로) 세 가지를 모두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일정 중 서울병원을 찾은 이유는.
▲의료사업 중 일환으로 병원 시찰을 위해서다. 한국의 미용이나 성형 등의 현주소를 직접 보고 체크하기 위해 3박4일 일정 중 포함시킨 것이다. 의료사업을 하기 위해서 의료 현장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침 <일요시사>와 인터뷰 일정이 잡혔는데 개인적으로 인터뷰를 병원에서 하게 된 것도 의미가 크다.

-첫 방한이라고 들었는데, 한국에 대한 느낌이 어땠나.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도로, 도시의 건물들이 한결같이 깔끔했고, 위생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시골에 비하면 좋지 않다는) 서울의 공기도 너무 맑고 좋아 이 같은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도 배워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런 곳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행복해보였다. 오늘 서울병원 시찰에서도 근무환경이 무척 잘 돼 있고, 시설들 또한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 깊었다.

-동북아기금회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구상중인 기금의 규모와 시기는.
▲기금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추산되며, UNDP은행을 설립해 지원을 받을 생각이다. 중국은 현재 상당수 개인 자본가들이 많고 이 자본가들이 자금 투자처를 찾고 있어 기금과 은행을 설립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최근 중국은 미국, 호주, 아프리카 등 해외 사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한중수교 23주년이다. 경제·문화 분야는 동반자 역할을 유지해왔지만, 외교 분야는 그러질 못했다.
▲각 국가마다의 역사적 배경도 있고, 이데올로기가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중국과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정치 및 외교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경제적인 교류를 추진하는 데 있어 정치적·외교적으로 관계가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진핑 주석이나 박근혜 대통령 등 고위층 인사들의 교류도 중요하지만, 민간외교 등의 교류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 또한 중국의 중앙정부 인사들이 더 활발히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중국 내 한류 열기가 대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열광하는 이유와 좋아하는 한류스타가 있나.
▲<대장금>이라는 드라마는 중국에서 굉장히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고위 지도층은 물론이고 일반국민들까지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제가 볼 때 이들 한류스타들에게 8-90년대의 젊은 층들이 열광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는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휴먼 드라마와 사랑 등이 소재로 선택되어지는데, 중국의 젊은 사람들에게 이 부분이 어필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중국에는 이 같은 소재들을 다루는 드라마가 거의 없어 상당히 신선함과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한류스타들의 잘생기고 아름다운) 외모적인 면도 한몫하고 있다. 이런 점들로 인해 중국의 젊은 층들이 한국의 드라마와 스타들에 남다른 호감을 느끼며 열광하는 게 아닌가 싶다.

좋아하는 한류스타는 딱히 없다.(웃음) 아쉽게도 일이 바빠서 드라마나 TV를 자주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일을 위해서라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라도 한국의 드라마, 가요 등 문화 콘텐츠들을 접하도록 하겠다.

-한국 국민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물이 깊으면 흐름도 긴 것처럼 한중양국의 미래는 밝다는 휘호를 선물하고 싶다.


<kangjoomo@ilyosisa.co.kr>

 

[장 치 원장은?]

▲중국발전연구원 집행원장
▲유엔세계평화 기금회 부주석
▲유엔 세계평화기금회 아태사무위원회 주석
▲중국 사유과학원 원사
▲상아이시 창의산업협회 부회장
▲베이징대·푸단대·지린대·상아이금융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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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