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다고 무시마…“돈이 몰린다”

‘틈새상품’ 소형오피스 투자포인트

사상 처음으로 1% 기준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800조원이 넘는 뭉칫돈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몰리고 있다.

상가는 투자금액이 많이 든다. 오피스텔은 공급이 늘고 있다. 따라서 두 수익형 상품은 수익률이 하락하는 추세다. 이 틈새로 소형 오피스가 뜨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곡지구 C3-6블록 마곡나루역 인근에서 분양에 나선 오피스 ‘안강 프라이빗 타워’가 지난달 23일 계약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완판 되는 기록을 세웠다. 광교신도시에선 수원 영통구 하동 989 외 5필지에 공급되는 오피스인 ‘광교 원희캐슬 법조타운’이 95%를 넘기는 분양실적을 보였다.

1%대 저금리 시대 수익형에 관심 고조
안정 임대수익 보장 지역 뭉칫돈 몰려

최근 공급이 활발히 이뤄지는 수익형 상품은 크게 ▲상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소형 오피스 등 4가지가 있다. 이중 전통적인 상가와 오피스텔은 검증된 수익형 상품으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문정지구 등을 중심으로 선전하고 있다. 자족 기능을 갖춘 마곡·문정지구, 광교신도시 등에선 소형 오피스가 약진하고 있다.

상가·오피스텔
점점 수익 하락


아파트 분양시장과 마찬가지로 오피스 분양시장에도 ‘소형화’바람이 불고 있다. 가라앉은 경기 탓에 대형 오피스 선호도가 떨어지자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 임대료 등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 규모를 줄이는 기업이 늘어나는 있는 것도 오피스의 소형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의 은퇴 등으로 소규모 창업이 증가하면서 소형 오피스 수요가 늘어난 것도 큰 이유다. 소형 오피스란 공급면적이 70∼85㎡ 전후인 사무실을 말한다. 아파트도 85㎡ 미만인 소형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분위기와 연결된다.

과거 기업들이 사무실을 비교적 넓게 쓰면서 ‘모양새’를 갖추던 것은 이제 옛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어 작은 사무실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소형 오피스는 오피스텔과 비교해 화장실과 주방 공간 등이 없어 같은 면적이라도 사무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임대인으로서도 면적이 넓은 오피스와 달리 규모가 작아 임차수요가 꾸준하고 공실 위험을 분산할 수 있어 인기다.

소형 오피스는 대기업 이전지역이나 업무밀집지역, 도청, 구청, 법원, 세무서 등 이전지를 주목해야 한다. 대기업이 이전하는 지역 인근에 계열사나 협력업체 등도 소형 오피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당 개별 분양하는 투자상품으로 최근 1인 기업 육성 등 정부 정책과 맞물려 향후 수요가 커질 수 있고, 임차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도 소형 오피스가 투자재로서 갖는 장점이다.

소규모 창업 증가
“선호도 높아져”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 창조기업 수는 2009년말 20만3000여개, 2010년말 23만5000여개, 2013년말에는 29만6137개로, 3년 만에 6만개가 늘어날 정도로 꾸준하게 증가세에 있다. 1인 기업 전용 오피스 사업을 성공 투자로 이끌기 위해선 적합한 입지 선정이 필수적인데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구로디지털단지·강남역 주변 등 사무실 임대수요가 많은 곳이 주요 투자 지역으로 꼽힌다.


교통 편의성이 성패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1인 기업가 중 상당수는 차량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직접 발로 뛰기 때문에 이들이 쉽게 오갈 수 있도록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 좋은 곳을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거래가 쉽지 않아 환금성이 낮고 상품 자체가 경기 혹은 정부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차 수요는 많은 대신 매수 수요가 별로 없어 환금성이 낮고, 아파트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며, 경기 상황에 따라 수요 변동폭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해당 건물 상태를 잘 살펴 비교적 노후도가 낮은 곳을 선택해야 한다. 주변 건물에 비해 노후한 곳은 다른 소형 오피스들과 경쟁에서 밀려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아파트와 함께 사무실도 소형화
투자자들 소액 투자처로 급부상

주변 시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투자에 나서야 손해를 막을 수 있다. 소형 오피스 임대 역시 수익형 부동산이기 때문에 분양가나 임대료 등 초기 투자액과 임대료가 얼마나 경쟁력 있는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소형 오피스 사업을 무조건 낙관적으로 보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상품 자체가 경기 또는 정부 정책과 연계돼 있어 향후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 분양이나 매매로 오피스를 소유하고 임대사업에 나섰을 때는 비교적 환금성이 낮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소형 오피스 투자는 업무·주거용 전환이 가능한 오피스텔이나 주거 전용 수익형 부동산에 비해 매매 수요가 적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경기 상황에 따라 수요 변동폭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고 지금 공급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3∼4년 뒤엔 도시형 생활주택·오피스텔처럼 수익률 하락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소형 오피스 유망지역에 분양 중인 현장들이다.

▲마곡지구 = 동익건설은 오는 3월 마곡지구 I7-1,2블록에 상업시설 ‘동익 드 미라벨’을 분양한다. 이 상가는 남측 도로를 사이로 바로 앞 강서세무소, 강서구청, 출입국관리소 등의 행정타운과 마주하고 있어 대규모 관공서 독점상권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8층이 오피스존으로, 3월 중순 기준으로 60% 이상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마곡센트럴타워’는 지하 3층∼지상 12층 1개동 규모다. 섹션오피스로 통하는 업무시설은 지상 5층∼12층까지로 전용면적 42.12∼87.03㎡의 다양한 규모로 단위호실 병합 및 분할이 가능한 152실로 구성돼 있다. 입주기업의 공간 활용을 최적화한 전용면적 47㎡ 이하의 소규모 호실이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마곡지구의 골든크로스’라 불리는 LG사이언스파크와 공항대로 사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 유일한 오피스빌딩이라는 점에서 ‘희소성’과 ‘주목도’도 매우 높다.

▲문정지구 = 시행전문회사인 고운개발은 송파구 문정동 택지개발사업지구 3-2BL에 문정 법조프라자 상가와 오피스를 분양중이다. 대지면적 934㎡에 연면적 7860.20㎡ 규모로, 지하 3층부터 지상 최고 10층 1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오피스존은 전문 자격사 사무실 등이 권장업종이다. 서울 동부지방법원·동부지방검찰청사 정문 앞에 위치해 변호사·법무사 및 종사자민원인 등 유동인구가 끊이지 않을 입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3.3㎡당 분양가는 890만∼1000만원선으로, 입점 예정일은 오는 9월 예정에 있다. 1년간 6% 임대보장제를 실시한다.

화엄토건은 문정지구 내 ‘문정 화엄타워’를 분양 중이다. 연면적 7423.98㎡ 규모에 지하 3층∼지상 11층 높이다. 1∼4층에는 커피숍, 편의점, 음식점 등의 근린생활시설, 5층은 교육연구시설, 6∼11층은 법무, 세무관련 서비스업, 업무시설로 특화 구성된다. 화엄타워 사무공간은 인원수에 따라, 용도에 따라, 업무에 따라 입주기업의 업무특성을 고려한 일대일 맞춤형 공간제작이 가능하다.

▲위례신도시 = 위례신도시 근생8부지에 들어서는 근린상가인 ‘위례 드림시티’(총면적 8088.63㎡)는 총 66개 점포 규모로 된 3면 개방형 상가다. 3.3㎡당 분양가는 770만∼4500만원 선이다. 강남으로 연결되는 지하철 8호선 우남역(2017년 개통 예정)과 위례신도시를 관통하는 트램이 만나는 역세권 상가다. 외곽순환도로와 동부간선도로가 인접해 있는 등 교통 요건도 좋다. 

▲광교신도시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하동 989외 5필지에 ‘광교 원희캐슬 법조타운’오피스(200여개)가 분양 중이다. 지하 5층∼지상 10층, 4개동, 연면적 6만4736.695㎡ 규모다. 법조타운내 근린시설 및 오피스 시설로서는 국내에서 손꼽힐 만한 대규모 시설이다. 오는 2017년 부지면적 약 6만5852㎡ 규모의 광교 법조타운이 들어서면 수원지방검찰청과 수원지방법원 등의 근무 인원만 6000여명과 유동인구 2만2000여명으로 예상된다. 준공은 2017년 7월 예정.


▲평촌 스마트스퀘어 =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019-5번지 외 2필지에 스트리트몰인 ‘W-에이스타워’가 내년 1월 준공한다. 지하 2층∼지상 7층, 연면적 2만2443.40㎡ 규모다. 주차는 최대 167대까지 가능하다. 120m의 스트리트형 테마상가로 조성된다. W-에이스타워는 평촌스마트스퀘어 업무단지 입구에 건립된다. 평촌스마트스퀘어(옛 대한전선 부지)에는 첨단R&D센터, 업무시설, 아파트 등이 들어선다. 이미 LG U+ 등 대기업과 IT와 BT관련 유망기업 28개의 입주가 확정됐다. 고용유발인원만 6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5∼6층 오피스존이다.

▲동탄신도시 =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93-6번지 일대에 수익형 오피스인 ‘동탄 메트로오피스토리’가 분양 중이다. 대지면적 2180㎡에 지하 6층∼지상 11층 규모다. 지상 2층∼지상 4층에 각 32실의 오피스 97실이 공급된다. 분양가는 면적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최저 7000만원대(부가세 별도)에서 최고 1억5000만원대(부가세 별도)까지 책정돼 있다. 대출은 55%까지 가능하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장기임대가 확정돼 투자와 동시에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중심상업지 최초 3.3㎡당 500만원대의 착한 분양가며 매년 3% 임대료 인상조건이다.

“3∼4년 뒤엔…
신중, 또 신중”

‘원희캐슬 동탄’은 삼성 DSR타워 주변이라는 특급 입지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는 곳이다. 삼성DSR빌딩 정문 앞이라는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로, 54개의 오피스와 140개의 상가가 들어선다. 건축·통신오피스자동화·빌딩자동화 등 4가지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통합한 인텔리전트 빌딩이다. 초기 투자금 7000만원으로 연 13%의 수익이 기대된다. 중도금 50% 무이자 혜택의 주어진다. 

▲세종시 = ‘세종비즈니스센터(SBC)’오피스가 분양 중이다. 세종시 1-5생활권 C50블록 중심상업용지에 들어서는 세종비즈니스센터는 오피스 전용으로 설계된 건물로 회의실과 접견실, 세미나실 등 비즈니스를 위한 원스톱 인프라를 제공한다.

세종시 중심업무지역의 핵심부에 자리 잡은 오피스 건물인 세종비즈니스센터는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기관과 가깝고 중앙행정타운과 접근성이 뛰어나 비즈니스 효율을 극대화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세종호수공원은 오피스맨들이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휴게 공간이다. 인근에 국가기록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 디자인미술관, 도시건축박물관, 디지털문화유산 상영관 등 5개의 박물관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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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