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다고 무시마…“돈이 몰린다”

‘틈새상품’ 소형오피스 투자포인트

사상 처음으로 1% 기준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800조원이 넘는 뭉칫돈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몰리고 있다.

상가는 투자금액이 많이 든다. 오피스텔은 공급이 늘고 있다. 따라서 두 수익형 상품은 수익률이 하락하는 추세다. 이 틈새로 소형 오피스가 뜨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곡지구 C3-6블록 마곡나루역 인근에서 분양에 나선 오피스 ‘안강 프라이빗 타워’가 지난달 23일 계약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완판 되는 기록을 세웠다. 광교신도시에선 수원 영통구 하동 989 외 5필지에 공급되는 오피스인 ‘광교 원희캐슬 법조타운’이 95%를 넘기는 분양실적을 보였다.

1%대 저금리 시대 수익형에 관심 고조
안정 임대수익 보장 지역 뭉칫돈 몰려

최근 공급이 활발히 이뤄지는 수익형 상품은 크게 ▲상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소형 오피스 등 4가지가 있다. 이중 전통적인 상가와 오피스텔은 검증된 수익형 상품으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문정지구 등을 중심으로 선전하고 있다. 자족 기능을 갖춘 마곡·문정지구, 광교신도시 등에선 소형 오피스가 약진하고 있다.

상가·오피스텔
점점 수익 하락


아파트 분양시장과 마찬가지로 오피스 분양시장에도 ‘소형화’바람이 불고 있다. 가라앉은 경기 탓에 대형 오피스 선호도가 떨어지자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 임대료 등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 규모를 줄이는 기업이 늘어나는 있는 것도 오피스의 소형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의 은퇴 등으로 소규모 창업이 증가하면서 소형 오피스 수요가 늘어난 것도 큰 이유다. 소형 오피스란 공급면적이 70∼85㎡ 전후인 사무실을 말한다. 아파트도 85㎡ 미만인 소형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분위기와 연결된다.

과거 기업들이 사무실을 비교적 넓게 쓰면서 ‘모양새’를 갖추던 것은 이제 옛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어 작은 사무실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소형 오피스는 오피스텔과 비교해 화장실과 주방 공간 등이 없어 같은 면적이라도 사무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임대인으로서도 면적이 넓은 오피스와 달리 규모가 작아 임차수요가 꾸준하고 공실 위험을 분산할 수 있어 인기다.

소형 오피스는 대기업 이전지역이나 업무밀집지역, 도청, 구청, 법원, 세무서 등 이전지를 주목해야 한다. 대기업이 이전하는 지역 인근에 계열사나 협력업체 등도 소형 오피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당 개별 분양하는 투자상품으로 최근 1인 기업 육성 등 정부 정책과 맞물려 향후 수요가 커질 수 있고, 임차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도 소형 오피스가 투자재로서 갖는 장점이다.

소규모 창업 증가
“선호도 높아져”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 창조기업 수는 2009년말 20만3000여개, 2010년말 23만5000여개, 2013년말에는 29만6137개로, 3년 만에 6만개가 늘어날 정도로 꾸준하게 증가세에 있다. 1인 기업 전용 오피스 사업을 성공 투자로 이끌기 위해선 적합한 입지 선정이 필수적인데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구로디지털단지·강남역 주변 등 사무실 임대수요가 많은 곳이 주요 투자 지역으로 꼽힌다.


교통 편의성이 성패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1인 기업가 중 상당수는 차량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직접 발로 뛰기 때문에 이들이 쉽게 오갈 수 있도록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 좋은 곳을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거래가 쉽지 않아 환금성이 낮고 상품 자체가 경기 혹은 정부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차 수요는 많은 대신 매수 수요가 별로 없어 환금성이 낮고, 아파트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며, 경기 상황에 따라 수요 변동폭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해당 건물 상태를 잘 살펴 비교적 노후도가 낮은 곳을 선택해야 한다. 주변 건물에 비해 노후한 곳은 다른 소형 오피스들과 경쟁에서 밀려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아파트와 함께 사무실도 소형화
투자자들 소액 투자처로 급부상

주변 시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투자에 나서야 손해를 막을 수 있다. 소형 오피스 임대 역시 수익형 부동산이기 때문에 분양가나 임대료 등 초기 투자액과 임대료가 얼마나 경쟁력 있는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소형 오피스 사업을 무조건 낙관적으로 보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상품 자체가 경기 또는 정부 정책과 연계돼 있어 향후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 분양이나 매매로 오피스를 소유하고 임대사업에 나섰을 때는 비교적 환금성이 낮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소형 오피스 투자는 업무·주거용 전환이 가능한 오피스텔이나 주거 전용 수익형 부동산에 비해 매매 수요가 적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경기 상황에 따라 수요 변동폭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고 지금 공급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3∼4년 뒤엔 도시형 생활주택·오피스텔처럼 수익률 하락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소형 오피스 유망지역에 분양 중인 현장들이다.

▲마곡지구 = 동익건설은 오는 3월 마곡지구 I7-1,2블록에 상업시설 ‘동익 드 미라벨’을 분양한다. 이 상가는 남측 도로를 사이로 바로 앞 강서세무소, 강서구청, 출입국관리소 등의 행정타운과 마주하고 있어 대규모 관공서 독점상권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8층이 오피스존으로, 3월 중순 기준으로 60% 이상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마곡센트럴타워’는 지하 3층∼지상 12층 1개동 규모다. 섹션오피스로 통하는 업무시설은 지상 5층∼12층까지로 전용면적 42.12∼87.03㎡의 다양한 규모로 단위호실 병합 및 분할이 가능한 152실로 구성돼 있다. 입주기업의 공간 활용을 최적화한 전용면적 47㎡ 이하의 소규모 호실이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마곡지구의 골든크로스’라 불리는 LG사이언스파크와 공항대로 사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 유일한 오피스빌딩이라는 점에서 ‘희소성’과 ‘주목도’도 매우 높다.

▲문정지구 = 시행전문회사인 고운개발은 송파구 문정동 택지개발사업지구 3-2BL에 문정 법조프라자 상가와 오피스를 분양중이다. 대지면적 934㎡에 연면적 7860.20㎡ 규모로, 지하 3층부터 지상 최고 10층 1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오피스존은 전문 자격사 사무실 등이 권장업종이다. 서울 동부지방법원·동부지방검찰청사 정문 앞에 위치해 변호사·법무사 및 종사자민원인 등 유동인구가 끊이지 않을 입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3.3㎡당 분양가는 890만∼1000만원선으로, 입점 예정일은 오는 9월 예정에 있다. 1년간 6% 임대보장제를 실시한다.

화엄토건은 문정지구 내 ‘문정 화엄타워’를 분양 중이다. 연면적 7423.98㎡ 규모에 지하 3층∼지상 11층 높이다. 1∼4층에는 커피숍, 편의점, 음식점 등의 근린생활시설, 5층은 교육연구시설, 6∼11층은 법무, 세무관련 서비스업, 업무시설로 특화 구성된다. 화엄타워 사무공간은 인원수에 따라, 용도에 따라, 업무에 따라 입주기업의 업무특성을 고려한 일대일 맞춤형 공간제작이 가능하다.

▲위례신도시 = 위례신도시 근생8부지에 들어서는 근린상가인 ‘위례 드림시티’(총면적 8088.63㎡)는 총 66개 점포 규모로 된 3면 개방형 상가다. 3.3㎡당 분양가는 770만∼4500만원 선이다. 강남으로 연결되는 지하철 8호선 우남역(2017년 개통 예정)과 위례신도시를 관통하는 트램이 만나는 역세권 상가다. 외곽순환도로와 동부간선도로가 인접해 있는 등 교통 요건도 좋다. 

▲광교신도시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하동 989외 5필지에 ‘광교 원희캐슬 법조타운’오피스(200여개)가 분양 중이다. 지하 5층∼지상 10층, 4개동, 연면적 6만4736.695㎡ 규모다. 법조타운내 근린시설 및 오피스 시설로서는 국내에서 손꼽힐 만한 대규모 시설이다. 오는 2017년 부지면적 약 6만5852㎡ 규모의 광교 법조타운이 들어서면 수원지방검찰청과 수원지방법원 등의 근무 인원만 6000여명과 유동인구 2만2000여명으로 예상된다. 준공은 2017년 7월 예정.


▲평촌 스마트스퀘어 =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019-5번지 외 2필지에 스트리트몰인 ‘W-에이스타워’가 내년 1월 준공한다. 지하 2층∼지상 7층, 연면적 2만2443.40㎡ 규모다. 주차는 최대 167대까지 가능하다. 120m의 스트리트형 테마상가로 조성된다. W-에이스타워는 평촌스마트스퀘어 업무단지 입구에 건립된다. 평촌스마트스퀘어(옛 대한전선 부지)에는 첨단R&D센터, 업무시설, 아파트 등이 들어선다. 이미 LG U+ 등 대기업과 IT와 BT관련 유망기업 28개의 입주가 확정됐다. 고용유발인원만 6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5∼6층 오피스존이다.

▲동탄신도시 =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93-6번지 일대에 수익형 오피스인 ‘동탄 메트로오피스토리’가 분양 중이다. 대지면적 2180㎡에 지하 6층∼지상 11층 규모다. 지상 2층∼지상 4층에 각 32실의 오피스 97실이 공급된다. 분양가는 면적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최저 7000만원대(부가세 별도)에서 최고 1억5000만원대(부가세 별도)까지 책정돼 있다. 대출은 55%까지 가능하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장기임대가 확정돼 투자와 동시에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중심상업지 최초 3.3㎡당 500만원대의 착한 분양가며 매년 3% 임대료 인상조건이다.

“3∼4년 뒤엔…
신중, 또 신중”

‘원희캐슬 동탄’은 삼성 DSR타워 주변이라는 특급 입지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는 곳이다. 삼성DSR빌딩 정문 앞이라는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로, 54개의 오피스와 140개의 상가가 들어선다. 건축·통신오피스자동화·빌딩자동화 등 4가지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통합한 인텔리전트 빌딩이다. 초기 투자금 7000만원으로 연 13%의 수익이 기대된다. 중도금 50% 무이자 혜택의 주어진다. 

▲세종시 = ‘세종비즈니스센터(SBC)’오피스가 분양 중이다. 세종시 1-5생활권 C50블록 중심상업용지에 들어서는 세종비즈니스센터는 오피스 전용으로 설계된 건물로 회의실과 접견실, 세미나실 등 비즈니스를 위한 원스톱 인프라를 제공한다.

세종시 중심업무지역의 핵심부에 자리 잡은 오피스 건물인 세종비즈니스센터는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기관과 가깝고 중앙행정타운과 접근성이 뛰어나 비즈니스 효율을 극대화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세종호수공원은 오피스맨들이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휴게 공간이다. 인근에 국가기록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 디자인미술관, 도시건축박물관, 디지털문화유산 상영관 등 5개의 박물관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