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진희가 또 한번 변신을 시도한다. MBC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는 명랑하고 사랑스러우며 때로는 털털하기도 한 ‘이신영’을, 영화 <친정엄마>에서는 관객의 눈물을 쏙 빼는 ‘지숙’을 연기한 박진희가 SBS 창사 20주년 대하드라마 <자이언트>에서는 성공을 향한 욕망을 품은 ‘황정연’으로 변신, 기존에 찾아보지 못했던 캐릭터를 선보이는 것. 시대극에 처음 출연하는 그녀는 20대부터 40대까지 욕망의 여인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첫 시대극에 도전하는 박진희를 만나보았다.
드라마 <자이언트> 차갑고 도도한 황정연 역
이덕화와 첫 연기 호흡…“너무 재미 있어요”
15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들이는 <자이언트>는 1970년대 서울이 배경이다. 가난한 시절, 부모의 죽음으로 인한 불행한 가정사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강모(이범수) 가족의 사연이 중심이다.
“요즘은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여성이 소비의 주체가 되기도 했지만 1970~1980년대는 성장하기 바빴던 시대였고 남자들의 목소리가 훨씬 컸죠. 시대극이 처음이어서 긴장을 많이 했지만 다른 연기자들을 만나면서 많이 편해졌어요.”
“폭넓은 연기 부담”
극중 박진희는 사랑하는 이강모의 원수인 황태섭(이덕화)의 딸 황정연 역을 맡았다. 숫자에 밝고 암산에 뛰어난 능력이 있는 인물로 차갑고 도도한 성격의 소유자다. 강모에 맞서 약혼자 조민우(주상욱)와 함께 만보건설을 이끌지만, 배신을 당하면서 제3금융권의 대모로 성장하는 기구한 운명을 걷는다.
“캐릭터 자체가 욕망이 있는 캐릭터예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욕망을 표출하는 역할이죠. 은행원에서 사채업자가 됐어요. <쩐의 전쟁>에서 박신양 선배님이 ‘책을 읽고 도움이 됐다’고 말씀 하셔서 서점에서 책을 많이 고르고 있어요.”
<자이언트>가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경제 격동기를 다루는 대하드라마인 만큼 박진희는 20대부터 40대까지의 폭넓은 연기를 펼쳐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22세부터 44세까지를 아우르는 연기를 해야 해요. 시대극이 주는 에너지에 어우러지고 싶어요. 이 드라마는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 같아요.”
무게감 있는 캐릭터이기에 박진희의 배역 소화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때와는 성격자체가 다른 인물이에요. 그동안 건강하고 밝고 명랑한 역할을 해왔는데 지금까지 보여왔던 캐릭터와는 많이 달라서 매력적이었어요. 차갑고 냉정한 역할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서 고민이 많았어요. 캐릭터가 그래서인지 말수도 줄었고 잘 안 웃게 되는 것 같아요.”
첫 시대극 출연이 부담이지만, 잘 버틸 수 있는 것은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영화 <하면 된다>에서 호흡을 맞춘 이범수와는 두 번째, 이덕화와는 첫 인연이다.
“두 분과 연기를 해서 매우 좋고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요. 특히 이덕화 선생님과 모녀로 나온다고 해서 떨렸는데 유머감각이 뛰어난 분이에요. 그래서 더욱 재밌을 것 같아요.”
2008년 12월 개봉한 영화 <달콤한 거짓말> 이후 그녀를 작품 속에서 만나기 어려웠다. 2009년 통째로 보이지 않던 그녀는 2010년이 되자마자 황급히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영화 <친정엄마>, 드라마 <자이언트>, 영화 <포화 속으로>로 이어가면서 공백을 쉽게 잊을만큼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카리스마 기대하세요”
“학교 논문 때문에 일부러 쉰 거예요. 1년 동안 논문을 준비하기로 했고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한만큼 연기와 병행하기 어려웠죠. 논문은 연기와는 또 다른 세계니까. 1년 정도 작품을 하지 않고 있으니까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한 번 깊어지는 계기가 됐어요.”
5월이라 그런지 결혼하는 연예인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서른 두 살인 박진희도 아름다운 결혼생활을 꿈꾸고 있지는 않을까.
“결혼 생각이 없어요. 엄마처럼 자식을 낳아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죠. 예전엔 ‘좋은 인간이 돼야지,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 하고 마음먹곤 했는데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결국 나약한 한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