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단체 IS, 실체 해부

인정사정 없는 공공의 적 "이제 딴 나라 얘기 아니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지난 10,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IS가 트위터 계정 해킹을 통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가족을 위협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3년 기한의 무력사용권을 의회로 승인받아 과거 이라크 전쟁에 투입됐던 미국 육군 제3 전투여단 소속 군인 4000여명을 쿠웨이트로 파병 보냈다. 최근 우리나라의 김모군이 IS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지며 추가 가담 인원에 대한 염려가 높은 가운데 IS의 정체를 밝힌다.

 
세계 3대 종교 중 하나인 이슬람교는 다양한 분파가 존재한다. 그 중 IS의 기원이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분파가 바로 수니파와 시아파다. 이슬람교는 초기에 4명의 정통 칼리파(모든 종파에서 인정하는 초대 이슬람 최고지도자)가 있다.
 
IS의 단체의 기원
 
세계 이슬람교도의 85~90%를 차지하는 수니파는 4명의 정통 칼리파를 합법적 후계자로 인정한 반면, 세계 이슬람교도의 10~15%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위이자 4대 칼리프인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이하 알리)만을 유일한 후계자로 인정한다. 지난 656년 우스만 이븐 아판이 암살되자 우스만의 6촌인 다마스쿠스 총독은 알리를 범인으로 몰아세운다. 이로써 수니파와 시아파의 끝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2001911테러를 비롯한 각종 테러 사건에 휘말린 미국의 조지 부시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 이라크 전쟁(2003) 등을 일으킨다. 이에 부시 정부는 사담 후세인이 장기 독재하고 있던 후세인 정부를 무너트리고 시아파 정권을 내세워 수니파를 하루아침에 몰락시킨다.
 
이에 분노한 수니파는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레반트(ISIL; 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를 내세워 시아파를 상대로 지속적인 테러를 저지르게 되고 지난 2012년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로 개명한다. 이후 지난해 629일 단체명을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로 바꾼다. IS는 분열된 이슬람 세계를 하나로 통일하고 칼리프(이슬람 제국의 주권자의 칭호)의 지배하에 이슬람법으로 통치되는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는 게 최종 목표다.
 

자금 어디서?
IS의 최고지도자(칼리파)1972년 바그다드 북부 사마라에서 태어난 교사 출신의 성직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다. 그는 조직원들에게 연설할 때도 복면을 해 얼굴 없는 리더로 통한다. 2011년 미국은 알바그다디를 체포하거나 사살하는 데 현상금 1000만달러를 걸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IS는 어디서 돈을 얻는가(Where Islamic State gets its money)’라는 기사를 게재해 IS의 자금줄에 대해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확한 수치는 추정하기 어려우나 최대 자금줄은 원유 사업이라고 밝혔다. 한때 IS는 원유 사업으로 하루에 200만달러를 조달했지만 최근 유가 하락 및 미국의 유전, 정유소 공습 등으로 수익 규모가 눈에 띄게 준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한 IS
대원 절반이 스스로 자원한 외국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IS가 유물 밀매로 얻은 수익이 1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IS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제국 때 대도시였던 팔리마에서 기원전 4세기에 제작된 헤라클레스 석상과 금귀걸이, 금박 부적 등을 약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IS는 인질 협상금으로 그동안 200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UN은 지난 12IS의 자금줄을 막기 위해 IS와 원유유물 등을 거래한 개인이나 기업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 경고했다.
 
IS 군사 위력은?
 
현재 IS는 군사력 강화에 월 4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미국 CIA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IS 병사 규모는 31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대부분은 전세계 90여개국에서 자원한 외국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IS의 병사 규모를 두고 러시아는 7만명, 시리아인권관측소는 10만명, 이라크 쿠르드족은 2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라크군으로부터 탈취한 M16 소총이 IS 대원 1인당 3정씩 소유할 만큼의 다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라크군이 보유한 M1 Abrams 전차 146대 중 1~2대를 IS에 빼앗긴 상황이며, T-72전차 10, T-55전차 30, 군용차량 험비 1500, 곡사포 M198 howitzer 50~52문을 소유하고 있다.
 
미 정부는 부인하고 있으나 IS가 미군으로부터 빼앗은 미군전투기 Bell-IA-407Black Hawk UH60 helicopters를 인터넷에 공개해 미군전투기 몇 대도 소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접수된 IS로 인한 공식 사망자는 202000여명이며, 380만여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얼마나?
 
미국 정보당국은 IS 가담 외국인이 2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3400여 명은 서방국 출신이며 미국인도 150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말레이시아언론은 중국인 300여명이 중국 중앙정부의 분리 독립에 투쟁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통해 IS에 가담한 사실을 지난달 22일 보도한 바 있다. 또한 호주 외무부 줄리 비숍 장관은 지난달 21“180여명의 호주인이 IS에 가담해 싸우거나 호주에서 그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10일 터키 킬리스 지역에서 실종된 김모(17)군의 IS 가담 사실이 밝혀져 추가 가담자 발생 위험에 노출돼 있다.
 
미국국가대테러센터 니컬러스 라스무센 소장은 알카에다 핵심부에 비해 뉴미디어(SNS)를 다루거나 폭넓은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데에 훨씬 능숙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IS는 인터넷 및 SNS를 통해 사회성이 결여된 이들과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IS 가담 유혹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유혹 대상자를 전사라 칭하며 영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심리전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1000달러 제공, 미녀와 결혼 주선, 숙식 무료 제공 등을 어필해 IS 가담을 권유하고 있다.
프랑스는 현재까지 IS에 가담했다가 돌아온 150여명을 구속했으며, 독일은 IS 가담 후 귀국한 180여명 중 30여명을 위험인물로 분류해 감시하고 있다.
 
피납인 어디에?
 
영국 BBC 방송을 통해 IS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한 여성이 성노예로 팔려간 지 몇 시간 만에 30번 이상을 성폭행 당했다심지어 화장실을 가거나 점심도 먹지 못하고 강간을 당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IS여성을 납치해 성노예로 만드는 것은 이슬람 율법에 따른 일이다여성을 노예로 만들어 첩으로 삼는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혀 충격을 더했다.
 
최근 한 언론을 통해 밝혀진 IS 대원의 조건은 결혼을 한 무슬림이었다. IS는 세력 확장을 위해 IS 대원의 자녀를 임신할 젊은 여성을 필요로 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지난 5일 공개된 IS 여성부대 알칸사 여단의 선언문 일부에는 ‘9세가 되면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다’, ‘여자의 존재 이유는 후대를 생산하고 양육하는 데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 IS는 이라크 북부 신자르산에 사는 야지디족 여성 2500여명을 납치해 이 여성을 노예 거래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IS는 인근 국가에서 어린 아이들을 납치해 자살 폭탄 테러 전사로 육성시키고 있는 추가 사실도 밝혀졌다. 전투복을 입은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해 온 IS는 살해 현장 속의 어린 아이에게 이러한 행위가 아무렇지 않다는 세뇌 교육을 시켜온 것으로 조사됐다.
 
인질 살해 노림수?
 
지난해 8월 시리아군 포로 250명을 집단 공개 처형한 IS의 인질 무작위 살해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 일본인 유카와씨가 살해된 지 8일만에 일본 프리랜서 기자 고토 겐지씨의 참수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IS는 영문 홍보잡지 다비크 7호에서 일본인 인질 두 명의 몸값은 애초부터 원하지 않았다. IS와의 전쟁을 위해 2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한 아베 신조 총리가 기대한 것은 무엇인가.
 
이에 우리는 즉시 같은 금액인 2억 달러를 요구했다. 같은 금액을 요구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 후 서방의 노예가 된 일본 정부를 모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살해 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 이틀 후 IS는 생포된 요르단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의 화형 동영상을 전세계인들 앞에 공개했다. 이에 IS그의 폭격으로 무슬림 형제가 불에 타 죽었다. 받은 대로 되갚아야 한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군사력강화에 월 400만달러 투자
원유 및 유물매매, 협상금으로 충당
 

이어 미국인 여성 인질 케일라 진 뮬러의 사망 사실도 CNN 방송을 통해 지난 10일 확인됐다. 이 여성은 시리아 난민을 돕고자 지난 2012년 터키 인도주의 구호단체 서포트투라이프에 가입해 자원봉사를 해오다 20138월 시리아 알레포에서 IS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에는 IS십자가의 국가에 보내는 피로 새긴 메시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이집트 콥트교 신자 21명을 참수 살해했다. IS는 시리아군 포로 살해 이후 현재(216)까지 이집트인 21명을 포함해 미국인 4, 영국인 2, 일본인 2, 프랑스인 1, 요르단인 1명 등 300여명의 인질을 살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최정예부대 투입
 
IS가 지난 10일 미군 해병대원의 부인 트위터 계정을 해킹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가족을 위협했다. 이들은 당신의 대통령과 남편이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간에서 우리 형제들을 죽이는 동안 우리는 당신들을 찾아갈 것’, ‘당신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미 IS는 이곳에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IS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를 향해 유혈이 낭자한 발렌타인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선전했으며 발렌타인데이의 다음날인 지난 15일 이집트 콥트교 신자 21명을 참수 살해함으로써 IS의 잔인성을 과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1일 미국 의회에 3년 기한의 무력사용권 승인을 공식 요청했고, 미 의회는 13년만에 전쟁 권한 법안을 심의·표결했다. 이로써 미군은 오는 4월 이라크군과의 합동 작전으로 현지 지상군을 활용할 예정이며 미국 육군 4000여명이 쿠웨이트로 추가 파병된다. 미군 특수부대는 인질 구출작전과 IS 수뇌부 제거 작전에 제한적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미국의 소극적 대응, 왜?
 
현재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의 병력 수는 2600여 명이며, 최근 쿠웨이트에 투입된 미군 4000여 명을 합산하면 6600여명의 미군이 IS 제압을 위해 투입됐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북한과 이라크에 6600조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밝혀져 국가적 낭비라는 여론이 거세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절대 우리는 장기전이나 이런 데 끌려들어가지 않겠다. 미국의 국익, 안보에 맞는 전쟁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 다만 돕는다, 이런 의미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무력사용권 승인 기한이 3년인 점에 대해서는 남은 대통령 임기 2년과 차기 대통령의 임기 초에 현 태세 가능한지를 고려해 보라는 의미로 읽혀진다. 현재 IS 격퇴를 위해 아랍국가를 포함한 전세계 60여개국이 미국의 동맹국으로 나섰다.
 
미군 중부사령부가 발표한 집계(201481~201524)를 살펴보면 IS 지상 목표 4817곳을 공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자주 공격받은 목표는 IS 전투원의 지상 진지 752곳었고 물자 저장용 건물 693, 기타 건물이 621곳이다. 무기 장착 민간 차량 396, 기타 차량 461, 전차 62, 장갑차 64, 야포 44대의 군사 장비 공격도 이뤄졌다.
 
또한 석유 관련 시설 130, IS가 통제하는 교량 및 도로 69, IS 훈련소 21곳에 대한 공격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이라크 정부군이나 쿠르드군의 지상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지상 진지 및 건물에 대한 공격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김모군의 IS 가담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추가 청소년 가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모군의 가담 사실 보도와 함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IS 가담 경로를 문의한 청소년들이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IS 모집 관련 게시글을 모두 삭제 및 차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허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0일 한국일보 특별취재팀은 청소년들이 IS에 가담할 수 있는 지를 직접 실험해보고 이를 보도했다. 취재팀은 SNS 트위터 계정을 신설한 후 6차례에 걸쳐 IS 가입 방법을 문의했다. 일주일 후 한 남성으로부터 “Do you really want to join ISIS?"라는 대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한국은 안전한가?
 
이어 비밀 메신저 슈어스폿으로 대화를 옮긴 후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IS 가입 동기 및 이슬람 성전 낭독 등을 요구한 후 여권번호와 돈을 입금할 통장 개설을 위한 핸드폰 번호, 출신학교, 부모 성명 등을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IS는 취재팀을 유혹하기 위해 당신은 진정한 전사다’, ‘시리아에 오면 다양한 국적의 원하는 여자를 고를 수 있다등의 유혹 문구를 서슴지 않았으며, 대화에 대한 답을 하지 않을 때는 당장 답장하지 않으면 당신을 찾아 죽이겠다고 경고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인터넷이나 SNS 경로를 이용해 청소년의 IS 가담을 유혹해온 IS가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IS에 가입하면 무료로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선물해주는 방식으로 청소년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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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