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취임 100일'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일단 합격점 "조용했지만 강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조용했지만 강했다." 취임 100일을 맞이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다. 우 원내대표는 취임 당시만 하더라도 "벼랑 끝에 내몰린 당을 구해내기엔 너무 유약해 보이는 이미지"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투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수많은 난제들을 풀어냈다. 오죽하면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우 원내대표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우 원내대표는 정말 어려운 시기에 원내 지휘봉을 잡았다. 전임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세월호법 파동과 이상돈 비대위 영입 파동으로 당내 인사들과 갈등을 겪다 결국 스스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원내대표는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해 당을 발칵 뒤집어 놨다.

당연히 우 원내대표가 원내 지휘봉을 잡았을 때 당내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일각에선 우 원내대표가 침몰하는 난파선의 키를 쥐게 된 형국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취임 후 투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세월호 3법을 기한 내에 타결하는 등 수많은 난제들을 풀어냈다. 그 사이 10%대까지 곤두박질 쳤던 당의 지지율은 다시 30%대까지 치솟았다. 취임 100일을 맞이한 우 원내대표는 일단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일요시사>가 지난 16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 우 원내대표를 만나봤다.

- 정말 어려운 시기에 원내대표를 맡아 취임 100일을 맞이하셨습니다. 그동안 원내대표로서 어떤 성과를 얻어내셨는지요?
▲ 그간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습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사라졌고 갈등과 대립, 반목의 연속이었습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정치실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야 관계가 악화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원내대표에 취임하면서 강조한 것이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약속이고, 두 번째는 소통이었습니다.

- 구체적인 설명을 좀 해주시지요.
▲ 우선 여야 원내대표 간 주례회동을 성사시켜 끊임없이 대화하고 타협하고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룬 합의, 약속에 대해서는 야당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실천을 보였습니다. 그런 노력들로 세월호특별법 합의를 이끌어냈고, 무려 12년 만에 법정시한 내 예산안 합의 처리라는 변화된 국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또 해외자원개발비리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의 구성도 이루어냈습니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국민들에게 야당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점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난제 풀어, 긍정평가
"을미년, 을 위한 법안 많이 만들 것"

- 새해에도 국회가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새해에 가장 중점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사안은 무엇입니까?
▲ 올해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저는 경제정책의 기조 전환과 개헌,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먼저 경제정책의 기조 전환의 경우 지금 가계부채는 1100조, 공공부문 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국가재정은 4년 연속 세수부족으로 펑크가 났습니다.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있고, 일자리에 대한 불안정성은 더해가고 있습니다. 박근혜정부 들어 가계부채가 급증하며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대안은 무엇입니까?
▲ 저는 현재 대기업 위주의 성장전략을 가계소득 중심의 성장전략으로 경제 기조를 바꾸려고 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소득은 올리고 생활비는 내리는 민생경제 입법을 완수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올해는 을미년입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갑보다는 을들을 위한 법안을 많이 만들 것입니다. 고용차별을 없애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동일임금 이런 법들을 꼭 통과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우 원내대표께서는 개헌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그렇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려고 했던 두 번째가 헌법 개정입니다. 개헌은 권력독점, 자본독점, 기회독점이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치유하는 근본적인 개혁에 착수하는 일입니다.

-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개헌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물론입니다. 지난 15일 여야 대표, 원내대표 간 ‘2+2 회동’에서 여야가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공식 입장을 확인했지만, 국회 개헌특위 구성은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의 반대로 여당이 주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70%에 달하는 국민이 개헌을 지지하고 있고, 국회의원 230명이 개헌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올해에는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5일 정윤회 문건 의혹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결론은 모든 의혹이 허위라는 것인데, 어떻게 보셨습니까?
▲ 이번 검찰 수사결과를 믿는 국민이 불과 10%도 안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짜 맞춘 수사였습니다. 국민 10명 중 9명이 불신하는 수사결과가 우리사회의 근간인 신뢰를 무너뜨리며 국정에 대한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단 뜻인가요?
▲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모든 의혹이 해소됐다고 강변했지만, 불과 이틀 뒤에 대통령의 강변이 허구임을 입증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른바 ‘십상시’의 일원으로 지목되었던 청와대 한 행정관이 일으킨 파문입니다. 이 행정관은 여당의 현직대표와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 후보인 중진 의원을 문건파동의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또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한 젊은 정치인에게는 여성편력을 언급하고, 방송출연을 가로 막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청와대의 정치사찰과 언론공작, 그리고 국정농단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결과와 대통령의 해명을 불신하며, 특검을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 과거 11차례나 특검이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일각에선 특검으로 불필요한 혈세 낭비와 정치 갈등만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요약하면, “특검이 성과를 못 낼 수도 있으니, 하지 말고 이대로 덮고 가자”는 것인데요. 이런 비정상적인 문고리권력들의 국정농단을 바로 잡지 않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 ‘친박 친위세력’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억지일 뿐입니다.

아시다시피 국민 10명 중 9명이 검찰 수사를 불신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소모적인 논란이나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닙니다. 특검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민의 불신 해소와 국정의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지난달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해산 됐습니다. 통진당 해산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60%이상 찬성했지만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습니다.
▲ 저는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과 관련해 ‘사법의 정치화’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정당은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서 명운을 달리합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대단히 수준 높은 민주주의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의 요지는 여기에 대한 심각한 부정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사법부에서 진행된 1심과 2심 재판의 판결과 배치됩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일방적인 추론에 의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론과 추정을 바탕으로 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국민적 기본권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럽습니다.

- 새정치연합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탈당과 신당 창당 움직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누구나 정치적 자유가 있으니까 정 전 고문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당이 어려워도 안에서 같이 개혁해나가야지 그렇게 뛰쳐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야당의 변화를 바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들은 야권의 분열과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바라고 있지는 않다고 봅니다.

- 일각에선 추가 탈당도 예상하고 있는데 추가 탈당을 막을 대책은 있습니까?
▲ 저는 우리 130명 의원들 중에서 탈당할 분들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지역 당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정동영 전 고문의 탈당으로 흔들리는 당원들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지금 당 지지율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앞서도 언급하셨지만 우 원내대표께서는 개헌 문제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박근혜정부 들어 개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벌어진 불통과 정치실종,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등은 모두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현행 헌법은 기본적으로 승자독식구조입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적 다양성을 폭넓게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이긴 대통령과 여당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려고 하니 여야는 늘 싸우게 됩니다.

현재 OECD 국가 중에 이런 후진적인 헌법 구조를 가진 나라는 멕시코와 칠레 정도입니다. 저는 정치에 입문한 후 10년 넘게 개헌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시기적으로도 올해는 큰 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각각의 정치세력들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진지한 논의가 가능한 놓쳐서는 안 될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개헌방식에 대한 입장은 의원들마다 제각각입니다. 이들을 설득시킬 방안은 무엇입니까?
▲ 대통령중심제냐, 의원내각제냐, 또는 이원집정부제냐에 대해서는 각자의 선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는 것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시정하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인 권력구조의 형태는 개헌논의의 공론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아지게 될 것입니다. 특정한 권력구조 형태를 염두에 두고 누구를 설득할 사안도 아니고 또 그렇게 진행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만 권력구조 형태가 무엇이건 간에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핵심적인 내용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 우 원내대표께서는 분권형 개헌을 염두에 두고 계십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그 형태에 있어서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 중심제 이외의 권력 구조 형태에 대해서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권력구조 형태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국민적 선호도나 이해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이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넘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은 야권 분열 바라지 않아"
"개헌 없이 경제 활성화 불가능"

- 미국의 대통령 중임제는 잘 운용되고 있습니다만.
▲ 그렇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4년 중임제 대통령제가 성공한 유일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연방국가니까 외교, 국방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못합니다. 또 대부분의 헌법학자들은 우리나라처럼 갈등이 많은 나라는 대통령제보다는 독일, 오스트리아처럼 협의민주주의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 박근혜정부 1년차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2년차에는 세월호 사태로 민생문제가 정치권에서 후순위로 밀려났습니다. 그런데 3년 차에 또 야권이 개헌을 요구하며 민생문제를 후순위로 밀어내면 자칫 역풍이 불수도 있습니다.
▲ 저는 거꾸로 개헌 논의를 가로막는 행태에 대한 국민적 역풍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지금 국민 10명중 7명이 개헌을 지지하고, 230명의 국회의원이 여기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만이 반대하며 논의조차 못하게 가로막고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개헌이야말로 민생을 위한 궁극의 노력이자,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개헌이 민생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주장과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블랙홀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주장이고 악의적인 왜곡 선전일 뿐입니다.

-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국민이 지금 바라는 건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라며 “개헌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반박하신다면?
▲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여야가 권력을 놓고 늘 싸우기 때문입니다. 경제 문제가 잘 풀리려면 정치가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여야가 힘을 합해서 경제 활성화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개헌이 되지 않으면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또 싸울 겁니다. 내 후년에도 대선을 앞두고 또 싸울 겁니다. 이 치명적인 구조를 고치기 전에는 대한민국이 일류국가로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최근 치러지고 있는 전당대회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전당대회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후보들이 개인적인 영달과 권력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당과 국민만을 생각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시점입니다. 서로 경쟁해야 하는 만큼 전당대회 과정에서 갈등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우윤근 원내대표 프로필>

▲ 제32회 사법시험 합격
▲ 법무법인 유.러 대표변호사
▲ 제17, 18, 19대 국회의원
▲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미국 정계가 이재명 대통령을 압박하는 흐름을 타 강경 보수 노선과 장외 집회로 기세를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8개월여를 앞둔 지방선거에 정치 생명이 달린 정치인의 현실을 고려해 “극우 방식으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빙글빙글 도는 장 대표의 ‘용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앞세워 “왜 미국에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질타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평에서 비판으로 일각에선 “이 대통령도 이런 망신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왓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우리 군사기지까지 들어갔다”며 “한국에서 숙청·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에 가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저자세로 나가면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을 자극했다. 국내에선 평소 강경한 정치 성향을 유지하는 이 대통령의 ‘저자세’를 유연함으로 해석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호평은 금세 비판으로 바뀌었다. 당시 체결됐던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은 ▲상호 관세율 15%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달러(약 485조원) 등이었다. 문제는 3500억달러가 우리나라 총 외환 보유고의 84%에 달하는 액수란 것이다. 아울러 두 대통령의 공동합의문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에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15% 관세율을 명시하자”고 요구했고, 미국은 우리에게 “3500억달러의 구체적 조달 시기·방식·사용처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3500억달러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호 관세율 25%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의 직접 투자 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투자 대상은 미국이 주도해 선정하며, 투자액 회수 후 미국이 이익 중 90%를 가져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노동자 317명을 단속했다. 이들이 단기 상용 비자(B-1)로 미국에 입국해 근무하다가 불법체류자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에 입국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면담했고, 미국 영주권자 1명을 제외한 316명은 지난 12일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훈훈하게 진행한 후 ‘한국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미군 기지에 들어간’ 데에 대한 보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기만책 섞인 양동 작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재명 압박하자 강경론 선회 미 극우 논객도 한국서 극우 부추겨 미국 정부의 한국인 노동자 추방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보수 성향 친위 집단 MAGA 진영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극우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잡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그 공장이 조지아주 주민을 고용하지 않아서 ICE에 신고했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저임금 불법체류자를 다수 고용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 우선 정책 연구소 미국 안보센터 부의장은 지난 7월21일, 한국 국회의원 13명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공정하거나 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있으면, 한국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사무총장을 지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가 진행돼 내가 큰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부정선거론을 주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지난 1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 권력을 약화하려는 극좌 급진주의자들에게 유리한 발언을 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하고, 두 사람의 보수 철학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강경 보수 진영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 8일 ‘대통령·부산시 교육감 선거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손 목사와 손잡고 함께 시위를 주도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난 13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로부터 채널 수익 창출 중단 통지를 받았다. 수익 창출이 중단된 이유는 “민감한 콘텐츠 관련 정책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분한 전씨는 “언론 탄압이자 보수 우파 죽이기”라며 “구글코리아 내 좌파 직원이 판단한 거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달 26일 당선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 표심에 지지를 호소해 당선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선 이후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국민의힘 4선 김도읍 의원을 다시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다. 트럼프의 양동 작전 김 의장은 평소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고, 장 대표는 김 의장을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군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소리 낼 때, 전씨는 당 밖 의병으로서 그 소리를 증폭하고 적을 막는 역할을 했다”며 “당 밖 의병이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1등 공신임을 자처하던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크게 반발했다. 전씨는 지난달 30일 “제가 장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어 힘이 세다고 보는 사람들이 놀랍게도 벌써 제게 인사·공천 청탁을 한다”며 “저는 장 대표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역할은 안 한다”고 말하는 등 장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도 지난 1일 “많은 사람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도읍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영남 지방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4개 자유 우파 정당에 양보하면 된다”며 “이에 응하지 않아서 4개 정당이 영남 전 지역에 후보를 내면 국민의힘은 이길 수 없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혔던 “더 강하게, 더 넓게 500만 당원과 함께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같은 날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국회 본관 앞에 모여 ‘야당 말살 정치 탄압 특검 수사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지도부가 가장 강력한 방식의 투쟁을 하기로 했고, 장외투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외투쟁 명분은 ▲검찰청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반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수사 기간 연장 반대 ▲내란 특검의 국민의힘 의원 압수수색 규탄 등이었다. 장 대표는 지난 8일엔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과의 대화를 차단했다. 당시 장 대표는 단군 신화를 인용해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쑥을 먹기 시작했다”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도 이렇게 악수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등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영수회담은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장 대표도 자신의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모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장 대표는 다시 장외투쟁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분은 손 목사 구속이었다. 지난 14일 부산을 방문한 장 대표는 첫 일정으로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장 대표는 이날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게 제 소명이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장외투쟁 이어 지난 17일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된 것을 계기로 장외투쟁을 언급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장기집권을 위해 차근차근 야당을 말살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냥 야당인 게 죄인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징역형이 구형된 것 ▲정부·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민주당의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장외투쟁 근거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의 장외 집회는 지난 21일 동대구역 인근에서 진행됐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 중도 공략 필요성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과 장 대표의 현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파면·구속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7%를 기록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 지지층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불과 8개월여를 앞두고 있다. 이기기 위해선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를 공략해야 한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데, 참패 시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이 각국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고,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MAGA 진영이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21세 청년 타일러 로빈슨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극우 논객 찰리 커크 ‘터닝 포인트 USA’ 대표와 모린 배넌 ‘스티브 배넌 워룸’ 대표는 한국 극우를 부추기는 미국 정계 논객들이다. 이들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빌드업 코리아 2025’에 참석했다. 커크 대표는 “최근 한국 정치는 혼란스러웠다.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은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으로부터 독립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산주의자들이 정치 검사를 앞세워 우파를 탄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국 정부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북한의 공산주의에 맞서는 여러분의 싸움이 곧 우리의 싸움이고, 필요하다면 내가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모린 대표도 “한국은 공산주의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관성은 오직 한동훈 축출 돌연 “극우론 안 돼” 유턴 손 목사는 커크 대표·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 일부 개신교 교단과 MAGA 진영이 김민아 대표가 이끄는 빌드업 코리아와 연결돼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빌드업 코리아의 모태는 커크 대표가 이끄는 터닝 포인트 USA로 전해졌다. 극우 성향 교단과 미국 극우는 강경한 반공 성향을 매개로 연결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교단의 세가 강했던 지역은 평안도였다. 이들은 북한 정부 수립과 6·25 전쟁 이후 모두 월남했고, 강경한 반공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도 소련과의 냉전을 계기로 매카시즘 광풍이 크게 일어나 복음주의 교단을 중심으로 한 반공 세력이 맹위를 떨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도 복음주의 교단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 기반과도 연결되는 미국 정치의 흐름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정치 방향은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에 대한 강경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 대변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패널 인증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몫인 각종 방송 출연분 중 80% 이상을 친한계가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엔 방송 출연을 위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원외 인사들이 많다. 장 대표의 방침에 대해선 “친한계의 숨통을 끊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대해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후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근거 있는 확신을 한다고 했다”며 “그 확신의 근거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의 참고인 소환을 2회 거부했고, 내란 특검은 서울중앙지법에 한 전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한 전 대표 증인신문은 오는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연이은 당내 선거 패배와 안 좋게 결별한 장 대표의 당선으로 위기에 몰려 자신의 정치적 상징인 ‘비상계엄 반대’조차 자신 있게 내세우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나경원 의원 등 지난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안팎으로 이어지는 내우외환에 일각에선 장 대표가 다시 강경 보수를 대상으로 한 장외집회에 전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지난 16일 공개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연 “우리가 설득하는 방식이 극우와 같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께서 공감하지 않는 방식으론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층의 확고한 신뢰 없이 성급하게 중도층 마음을 얻겠다고 나아가면 실패할 거라고 본다”는 의견도 남겼다. 내친 김에… 용꿈의 조건 같은 인터뷰에서도 빙글빙글 돌고 있단 느낌을 줄 소지가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고 보는 해석도 나온다. 용꿈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명확히 밝혀 대중의 지지를 얻은 다음 노려볼 수 있다. 장 대표는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다. 굳건한 의견 없이 빙글빙글 돌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장 대표의 빙글빙글 회전 정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