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신당 추진 '국민모임' 김세균 공동대표

"새정치연합은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할 정당"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민모임발(發) 정계개편 바람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통령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이 돌연 탈당을 선언하고 국민모임에 합류하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겉으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던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는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이 대대적인 정계개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하고 있는 눈치다. 드디어 실체를 드러낸 국민모임은 과연 정치권에 태풍을 몰고 올 수 있을까?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이하 국민모임)’이 정치권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이후 진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던 진보인사들은 국민모임을 통해 종북과는 철저히 선을 긋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기로 했다. 국민모임의 최종목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무너뜨리고 우리나라 제1의 진보정당으로 우뚝 서는 것.

당초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 움직임을 평가절하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자당의 대선후보까지 지냈던 정동영 상임고문이 국민모임에 합류한 이후에는 국민모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다. 과연 국민모임은 60년 전통의 새정치연합을 무너뜨리고 야권 개편의 태풍이 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국민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를 만나봤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먼저 국민모임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 국민모임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의 약칭입니다. 통합진보당 식의 종북노선에 반대하고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는 학계와 재야 진보인사 105명이 모여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함세웅 신부, 명진 스님, 김상근 목사, 김중배 전 MBC 사장,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신학철 화백, 정지영 영화감독 등이 공동대표단을 맡고 있습니다.

- 국민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와 이유는 무엇입니까?
▲ 국민들의 삶이 척박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일자리는 언제 잘릴 지 불안합니다. 임금은 더 적게 받고, 일은 더 많이 해야 하고, 해고는 더 자유로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는 국민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보다 새정치연합을 보며 더욱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무능함과 민생 후퇴, 민주주의 파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제대로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런 새정치연합을 통해 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보았습니다. 지금의 야당으로는 국민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서는 진보적 가치와 방향성을 가진 새로운 정당이 필요합니다.

"새누리보다 제1야당 보며 절망"
"이제 와서 쇄신? 절대 불가능"


-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을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이 탈당 후 국민모임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정동영 전 의원의 신당 참여를 적극 환영합니다. 정 전 의원이 그동안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진보적 정치가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해온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국민모임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발전하는 데 정 전 의원이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국민모임이 추구하는 목표는 ‘정동영 신당’이 아닙니다. 국민모임은 앞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는 시민사회, 노동계, 진보정당 등 모든 정치세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를 촉구할 예정입니다.

- 새정치연합에서는 정 전 의원 외에 국민모임에 참여할 현역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습니다. 혹시 정 전 의원 외에도 거물급 정치인의 참여 계획은 없습니까?
▲ 국민모임에 거물급 정치인이 얼마나 많이 참여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창당 과정에서 거물급 정치인을 많이 불러 모으는 데 치중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야권분열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민모임은 새정치연합과는 구분되는 대안적 야당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노선과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인물이라면 아무리 거물급 인사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진영에서는 천정배 전 장관이 참여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이야기는 할 수 없습니다.
 

-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신당이 성공하려면 시대정신과 이에 걸맞은 대의명분,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국민모임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 우리 국민모임은 이미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미약한 세력이지만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새정치연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30석이나 되는 의석을 가지고 있음에도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계속 추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 국민모임에 대해 일각에선 선거를 앞두고 주류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 신당을 창당하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 선거에 출마하고 싶은데 공천받지 못해 떨어져 나온 사람들을 무조건 다 받아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 인물들이 국민모임에 대거 합류할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 야권에선 그동안 여러 차례 신당이 창당됐지만 사실상 모두 실패했습니다. 과거 신당들과 국민모임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 과거 추진된 신당들은 진정한 대안정당이 아니었습니다. 기존의 신당들은 대의명분이 부족했고 정확한 타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당은 1000만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대중에게 뿌리를 내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과거 신당들과는 달리 튼튼한 지지기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 새정치연합에서는 국민모임 창당에 대해 “잘못된 것이 있으면 안에서 고쳐나가야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새로 당을 만들면 안 된다. 분열하면 새누리당만 좋아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 새정치연합에 혁신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새정치연합은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니까 이제 와서 자기들도 혁신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볼 때는 새정치연합은 혁신이 불가능한 조직입니다. 그리고 이미 사람들은 새정치연합을 ‘새누리 2중대’ ‘제2여당’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야권분열이라는 표현도 부적절합니다. 새정치연합은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할 정당이고 국민모임은 야권교체를 위한 신당운동입니다.

- 그렇다면 국민모임의 정치구상은 다당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것입니까?
▲ 그렇습니다. 우리는 보수정당과 정면대결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야당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본적으로 양당구조로 가야 합니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진보정당도 아니고 보수정당도 아닙니다.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오는 4월 재보선에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보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새정치연합과의 단일화 가능성은 없습니까?
▲ 기본적으로 재보선에 후보를 내는 것이 목표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후보를 낼 수도 있고 기존 후보 중에 누굴 지지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광주 선거에는 반드시 우리 후보를 출마시켜 새정치연합과 대결을 해보고자 합니다.

- 4월 재보선에서 단 한 석이라도 차지한다면 창당에 탄력이 붙겠지만 반대로 전패한다면 창당 작업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촉박한데 너무 성급하게 재보선 참여를 결정한 것은 아닌가요?
▲ 시간이 촉박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광주에서는 워낙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이 거세서 우리가 좋은 후보를 낸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정치권에서는 정동영 전 의원이 광주에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 정 전 의원은 이번 4월 재보선에 출마할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광주뿐만 아니라 타지역 선거에도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 전체적으로 호남색깔이 너무 강합니다. 일각에서는 국민모임이 전국적인 정당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호남 지역정당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 국민모임은 결코 호남 지역정당으로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영남에서도 과거 수차례 진보정당 인사가 당선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 인사들과 연대해 전국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정당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국민모임을 대중적인 진보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민모임은 '정동영 신당' 아냐"
"정의당 포함한 진보 빅텐트 구상 중"

- 그렇다면 국민모임과 기존 정의당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 우리 당이 정의당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의당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진보파라든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진보인사들을 통합해낼 능력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국민모임은 정의당까지 참여시켜 진보진영의 빅텐트 정당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 현재 정의당과의 연대도 추진되고 있는 것인가요?
▲ 국민모임이 출범한지도 얼마 안 됐고, 아직 신당추진위원회 구성도 마치지 못했습니다. 창당 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정의당과 만나서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 국민모임에서는 야당이 선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새정치연합 정대철 고문의 경우는 야권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중도와 중도우파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저는 그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노선은 필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새정치를 내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안철수 의원이 결국 몰락한 이유는 정대철 고문처럼 애매한 보수노선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안 의원이 추구하는 노선을 보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한 중간쯤 되는 모호한 보수노선입니다. 처음에 안 의원에게 열광했던 사람들은 취업 전망이 어둡고 비정규직에서 허덕이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런 안 의원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길로 가야지 그런 길을 택하지 않고 표의 확장성이라는 허상을 쫓다보니까 젊은이들이 ‘저 사람은 우리의 염원을 실현시켜줄 사람이 아니구나’하고 실망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수준은 이미 임계점에 다다라 언제 폭발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로는 항상 좌클릭했다가 실제 정책에서는 우클릭한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당이 필요합니다.

- 국민모임에 기대를 거는 많은 사람들은 국민모임만큼은 종북 프레임에서 벗어나 건강한 진보정당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모임 창립 멤버 중 통진당 해산 반대 원탁회의에 참석했던 인물들이 있습니다.
▲ 통진당 해산 반대 원탁회의에 참석했던 분들은 통진당 노선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통진당을 해산시키는 과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던 것뿐입니다. 국민모임은 기존 통진당 노선과는 철저히 선을 그을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 오늘날 우리 국민들은 극심한 양극화로 절망하고 고통 받고 있습니다. 점점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정치가 있어야 합니다. 국민모임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mi737@ilyosisa.co.kr>

 



<김세균 공동대표 프로필>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소장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명예교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