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신당 추진 '국민모임' 김세균 공동대표

"새정치연합은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할 정당"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민모임발(發) 정계개편 바람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통령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이 돌연 탈당을 선언하고 국민모임에 합류하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겉으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던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는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이 대대적인 정계개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하고 있는 눈치다. 드디어 실체를 드러낸 국민모임은 과연 정치권에 태풍을 몰고 올 수 있을까?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이하 국민모임)’이 정치권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이후 진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던 진보인사들은 국민모임을 통해 종북과는 철저히 선을 긋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기로 했다. 국민모임의 최종목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무너뜨리고 우리나라 제1의 진보정당으로 우뚝 서는 것.

당초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 움직임을 평가절하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자당의 대선후보까지 지냈던 정동영 상임고문이 국민모임에 합류한 이후에는 국민모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다. 과연 국민모임은 60년 전통의 새정치연합을 무너뜨리고 야권 개편의 태풍이 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국민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를 만나봤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먼저 국민모임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 국민모임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의 약칭입니다. 통합진보당 식의 종북노선에 반대하고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는 학계와 재야 진보인사 105명이 모여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함세웅 신부, 명진 스님, 김상근 목사, 김중배 전 MBC 사장,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신학철 화백, 정지영 영화감독 등이 공동대표단을 맡고 있습니다.

- 국민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와 이유는 무엇입니까?
▲ 국민들의 삶이 척박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일자리는 언제 잘릴 지 불안합니다. 임금은 더 적게 받고, 일은 더 많이 해야 하고, 해고는 더 자유로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는 국민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보다 새정치연합을 보며 더욱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무능함과 민생 후퇴, 민주주의 파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제대로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런 새정치연합을 통해 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보았습니다. 지금의 야당으로는 국민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서는 진보적 가치와 방향성을 가진 새로운 정당이 필요합니다.

"새누리보다 제1야당 보며 절망"
"이제 와서 쇄신? 절대 불가능"


-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을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이 탈당 후 국민모임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정동영 전 의원의 신당 참여를 적극 환영합니다. 정 전 의원이 그동안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진보적 정치가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해온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국민모임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발전하는 데 정 전 의원이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국민모임이 추구하는 목표는 ‘정동영 신당’이 아닙니다. 국민모임은 앞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는 시민사회, 노동계, 진보정당 등 모든 정치세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를 촉구할 예정입니다.

- 새정치연합에서는 정 전 의원 외에 국민모임에 참여할 현역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습니다. 혹시 정 전 의원 외에도 거물급 정치인의 참여 계획은 없습니까?
▲ 국민모임에 거물급 정치인이 얼마나 많이 참여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창당 과정에서 거물급 정치인을 많이 불러 모으는 데 치중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야권분열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민모임은 새정치연합과는 구분되는 대안적 야당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노선과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인물이라면 아무리 거물급 인사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진영에서는 천정배 전 장관이 참여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이야기는 할 수 없습니다.
 

-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신당이 성공하려면 시대정신과 이에 걸맞은 대의명분,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국민모임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 우리 국민모임은 이미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미약한 세력이지만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새정치연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30석이나 되는 의석을 가지고 있음에도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계속 추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 국민모임에 대해 일각에선 선거를 앞두고 주류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 신당을 창당하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 선거에 출마하고 싶은데 공천받지 못해 떨어져 나온 사람들을 무조건 다 받아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 인물들이 국민모임에 대거 합류할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 야권에선 그동안 여러 차례 신당이 창당됐지만 사실상 모두 실패했습니다. 과거 신당들과 국민모임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 과거 추진된 신당들은 진정한 대안정당이 아니었습니다. 기존의 신당들은 대의명분이 부족했고 정확한 타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당은 1000만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대중에게 뿌리를 내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과거 신당들과는 달리 튼튼한 지지기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 새정치연합에서는 국민모임 창당에 대해 “잘못된 것이 있으면 안에서 고쳐나가야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새로 당을 만들면 안 된다. 분열하면 새누리당만 좋아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 새정치연합에 혁신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새정치연합은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니까 이제 와서 자기들도 혁신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볼 때는 새정치연합은 혁신이 불가능한 조직입니다. 그리고 이미 사람들은 새정치연합을 ‘새누리 2중대’ ‘제2여당’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야권분열이라는 표현도 부적절합니다. 새정치연합은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할 정당이고 국민모임은 야권교체를 위한 신당운동입니다.

- 그렇다면 국민모임의 정치구상은 다당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것입니까?
▲ 그렇습니다. 우리는 보수정당과 정면대결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야당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본적으로 양당구조로 가야 합니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진보정당도 아니고 보수정당도 아닙니다.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오는 4월 재보선에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보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새정치연합과의 단일화 가능성은 없습니까?
▲ 기본적으로 재보선에 후보를 내는 것이 목표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후보를 낼 수도 있고 기존 후보 중에 누굴 지지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광주 선거에는 반드시 우리 후보를 출마시켜 새정치연합과 대결을 해보고자 합니다.

- 4월 재보선에서 단 한 석이라도 차지한다면 창당에 탄력이 붙겠지만 반대로 전패한다면 창당 작업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촉박한데 너무 성급하게 재보선 참여를 결정한 것은 아닌가요?
▲ 시간이 촉박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광주에서는 워낙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이 거세서 우리가 좋은 후보를 낸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정치권에서는 정동영 전 의원이 광주에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 정 전 의원은 이번 4월 재보선에 출마할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광주뿐만 아니라 타지역 선거에도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 전체적으로 호남색깔이 너무 강합니다. 일각에서는 국민모임이 전국적인 정당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호남 지역정당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 국민모임은 결코 호남 지역정당으로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영남에서도 과거 수차례 진보정당 인사가 당선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 인사들과 연대해 전국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정당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국민모임을 대중적인 진보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민모임은 '정동영 신당' 아냐"
"정의당 포함한 진보 빅텐트 구상 중"

- 그렇다면 국민모임과 기존 정의당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 우리 당이 정의당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의당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진보파라든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진보인사들을 통합해낼 능력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국민모임은 정의당까지 참여시켜 진보진영의 빅텐트 정당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 현재 정의당과의 연대도 추진되고 있는 것인가요?
▲ 국민모임이 출범한지도 얼마 안 됐고, 아직 신당추진위원회 구성도 마치지 못했습니다. 창당 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정의당과 만나서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 국민모임에서는 야당이 선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새정치연합 정대철 고문의 경우는 야권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중도와 중도우파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저는 그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노선은 필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새정치를 내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안철수 의원이 결국 몰락한 이유는 정대철 고문처럼 애매한 보수노선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안 의원이 추구하는 노선을 보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한 중간쯤 되는 모호한 보수노선입니다. 처음에 안 의원에게 열광했던 사람들은 취업 전망이 어둡고 비정규직에서 허덕이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런 안 의원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길로 가야지 그런 길을 택하지 않고 표의 확장성이라는 허상을 쫓다보니까 젊은이들이 ‘저 사람은 우리의 염원을 실현시켜줄 사람이 아니구나’하고 실망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수준은 이미 임계점에 다다라 언제 폭발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로는 항상 좌클릭했다가 실제 정책에서는 우클릭한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당이 필요합니다.

- 국민모임에 기대를 거는 많은 사람들은 국민모임만큼은 종북 프레임에서 벗어나 건강한 진보정당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모임 창립 멤버 중 통진당 해산 반대 원탁회의에 참석했던 인물들이 있습니다.
▲ 통진당 해산 반대 원탁회의에 참석했던 분들은 통진당 노선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통진당을 해산시키는 과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던 것뿐입니다. 국민모임은 기존 통진당 노선과는 철저히 선을 그을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 오늘날 우리 국민들은 극심한 양극화로 절망하고 고통 받고 있습니다. 점점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정치가 있어야 합니다. 국민모임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mi737@ilyosisa.co.kr>

 



<김세균 공동대표 프로필>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소장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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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