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정치개혁 이제 시작, 큰 청사진은 따로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의 거침없는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당초 당 내 인사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보수혁신위가 아무런 성과도 낼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많고 탈 많았던 5대 혁신안을 당으로부터 모두 추인받아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11월, 이른바 ‘김문수표 혁신안’을 처음으로 받아 든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응은 무척 싸늘했다. 일부 의원들은 김문수 위원장이 정치 현실을 무시하고 인기영합주의적인 혁신안만 잔뜩 내놨다며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김 위원장은 말 많고 탈 많았던 5대 혁신안을 당으로부터 모두 추인받아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실 김 위원장은 보수 혁신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7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당시 당 대표였던 최병렬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엔 취임 초 청렴도 전국 꼴찌를 기록했던 경기도를 몇 년 만에 3년 연속 청렴도 1위 지방자치단체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청렴영생, 부패즉사.’

김 위원장은 경기도지사를 두 번이나 지냈지만 개인차량이 따로 없어 매일 아침 부천에서 여의도까지 약 한 시간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재산은 총 4억5000여만원으로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6위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대권 경쟁자인 김 위원장을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자 일각에서는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지만 김 위원장을 잘 아는 이들은 김 대표의 선택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른바 김문수표 혁신안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김 위원장께서는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지낼 때도 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다는 신념으로 민생현장을 자주 찾았습니다. 그런데 대중교통은 민생현장 그 자체입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생생한 민심의 소리를 듣고, 또 무엇을 어떻게 해결할지 아이디어도 얻습니다. 많은 분들과 만나 인사하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삶의 힘찬 맥박이 느껴지고 저도 많은 에너지를 얻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민생현장을 일부러 따로 찾아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당에서 차량을 제공하고 있지도 않지만, 설사 제공해주더라도 저는 계속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입니다.

-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많은 시민들을 만나셨을 텐데 기억에 남는 분은 없습니까?
▲ 하루에도 수백 명의 국민들을 만납니다. 바쁜 와중에도 저를 붙잡고 정치이야기, 민생이야기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정치가 너무 부패했다, 일은 안 하고 잇속만 챙긴다, 제발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 해결해 달라는 말씀들입니다. 힘든 분, 어려운 분들도 많이 만나지만 희망을 안고 힘차게 일터로 가시고, 자부심을 갖고 퇴근하시는 분들을 볼 때면 저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어느날 부천에서 지하철을 탔었는데, 자기 딸을 데리고 오셔서 제게 인사시키시더니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좀 더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달라”고 신신당부하시던 한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그 아버지를 위해서도, 그 아이를 위해서도 좀 더 힘을 내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세상에 아버지, 어머니들의 마음이 다 똑같을 겁니다. 그런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나라가 편안해지고, 국민이 넉넉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대중교통 이용하며 정책 아이디어 얻어"
"정치쇼라고 비판하지만 유익한 정치쇼"

-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시다보니 직장인들이 출퇴근하면서 겪는 고충에 충분히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직장인들의 출퇴근 고통을 줄여줄 좋은 정책은 없을까요?
▲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철도로 수송하고, 화물은 도로로 운송하는 분담 시스템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거리가 먼 외곽지역은 GTX 같은 대심도 쾌속철도를 이용해 도심으로 바로 연결하고, 서울에서 가까운 외곽은 급행철도로 출퇴근시간을 줄여드리고, 서울 내 주거지역에서 직장까지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도록 정밀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고속도로나 간선도로는 주로 화물이동을 위해 활용한다면 사람과 물류가 뒤섞여 누구도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현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조금 손해가 나더라도 대중교통수단의 요금 인상은 최대한 억제해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 드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 김 위원장께서는 과거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지내시면서 수도권 대중교통 발전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지옥철, 대통령도 함께 타봅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부천과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외곽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이 겪는 어려움을 정책결정자들도 함께 느껴보고 대책을 같이 세우자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도 찾아가고, 철도청장도 찾아가고, 예결위에서도 수도 없이 싸우고 해서 결국 경인선 복복선화를 이뤄내 지금은 급행전철이 생기고 혼잡도도 떨어져서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도지사 재직 시절에는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을 30분 내로 연결 가능한 GTX를 구상해 추진했습니다. 이미 KTX와 선로를 공유하는 구간은 공사가 시작됐고, 완공되면 수도권 외곽 주민들의 통근에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또 서울-인천-철도공사와 수십 차례의 협의 끝에 수도권 환승할인제도를 이끌어 냈습니다.

- 과거 직접 택시운전도 하시고 소록도에서 봉사활동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이 정치쇼라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여전히 계십니다.
▲ 쇼는 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유익한 쇼도 없을 겁니다. 택시운전을 하면 도로가 보이고, 도시계획이 보이고, 민심이 들리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쇼는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지만 저는 제가 배우고 아는 것이 목적입니다. 소록도에서 봉사하고, 꽃동네에서 봉사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쇼라면 광화문 사거리에서 해야겠지요. 언론에도 안 나오고, 보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왜 하겠습니까? 저는 그 분들을 돕고 싶고, 또 그런 분들을 아무 조건 없이 도와주시는 봉사자분들의 마음을 배우고 싶기 때문에 했던 것입니다.

- 지난해 12월8일 김 위원장께서 내놓은 5개 혁신안 가운데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제외한 4건이 당론으로 추인됐습니다.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겸직금지 △선거구 획정위원회 독립화) 만족스런 결과라고 평가하시는지요.
▲ 이번 결과는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해소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는 정치인들이 무엇을 개혁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듣지 않으실 겁니다. 특권 내려놓기 실천을 통해 강한 의지를 보여드려야 정치개혁의 진정성을 믿어주실 것입니다. 또 조금 지체되긴 했어도 불체포특권 제도개선안도 지난 달 29일 의총에서 최종 추인을 받았습니다. 이로써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투표로 전환하고 체포동의안 제출 후 72시간 내 처리되지 않으면 이후 첫 본회의에서 보고해 표결에 부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대놓고 제 식구 감싸기나 시간 끌기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 특권 폐지의 큰 진전이라고 평가합니다.
 

- 당초 위원장님의 혁신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원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어떻게 설득하셨습니까?
▲ 혁신이라는 게 말 그대로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스러운 작업입니다. 반대도 없이 일사천리로 되는 거였다면 지금까지 왜 못했겠습니까? 그래도 혁신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서는 의원들 대부분이 이해하고 지지해 주셨습니다. 조금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전화도 드리고 만나 뵙고 설명도 드렸더니 다들 납득하셨습니다. 혁신안은 혁신위원들이 만든 것이지만, 그것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이해와 결단 덕분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그런데 보수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해 안철수 캠프인사였던 김성식 전 의원이 “국회의원들이 진짜 내려놓기 싫은 것은 ‘지역주의 정치 구조’ ‘소선거구제’ ‘지구당(당협)의 사당 구조’ 이 세 가지다. 보수혁신위 혁신안은 특권 내려놓기 시늉만 한 것이다” 이렇게 비판을 하셨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앞서 말씀 드렸듯이 특권 내려놓기는 정치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 드리고 혁신의 동력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그게 본체가 아닙니다. 정당 개혁, 공천 개혁을 비롯한 종합적인 정치개혁의 큰 청사진은 따로 있습니다. 오래 굶은 사람에게 바로 고기를 먹이면 탈이 나듯이, 오랫동안 특권에 젖어서 국민들의 불신을 받는 정치권이 바로 근본적인 개혁을 하겠다고 나서면 국민들도 믿지 않고 동력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특권 내려놓기를 통해 진정성을 확인 받고, 최소한의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한 다음에 본격적인 정치개혁 작업을 해나갈 것입니다.

- 반대로 새정치연합도 정치혁신실천위를 만들고 새누리당과 혁신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이 지난해 의결한 11개 혁신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최근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과도 만나서 혁신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두 당이 혁신 경쟁을 하다보면 두 당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게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다만 새정연은 뿌리 깊은 계파 갈등 문제가 있고, 또 전당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어 조금 걱정스럽습니다. 야당의 혁신이 성공을 거두길 바랍니다.

- 보수혁신위의 활동은 3월에 종료됩니다. 임기 내 반드시 이뤄야할 혁신안들이 있다면 또 무엇이 있을까요?
▲ 저는 극심한 정치대립과 분열, 후진적인 정치부패의 원인이 사당(私黨)화 현상에 있다고 봅니다. 사당화는 당원과 국민을 정치에서 배제시키고, 그 어떤 집단보다도 훌륭한 국회의원들을 보스 눈치나 보는 사람들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런 망국적인 사당화를 막는 길은 공천개혁입니다. 보스공천, 밀실공천, 돈 공천 대신에 공직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누구나 나서서 국민들의 선거로 당당하게 선택받는 완전국민경선제, 즉 국민공천제가 돼야 합니다.
 


- 최근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정국이 시끄러웠습니다. 보수혁신위원장으로서 사태를 어떻게 지켜보셨는지요?
▲ 이번 사건이 단순한 문건유출사건인지, 아니면 국정농단사건인지는 검찰에서 밝힐 문제입니다.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합니다. 집권 만 2년도 되지 않은 박근혜정부가 이런 문제로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됩니다.

-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며 개헌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위원장님께서는 개헌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밝히셨습니다만 만약 개헌을 꼭 해야만 한다면 어떤 방식의 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저는 일반 국민들 중에 아직까지 헌법이 잘못돼서 정치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정치와 정치인이지 헌법이 아닙니다. 지금 국민들로부터 가장 불신 받는 집단이 국회입니다. 지금 나오는 개헌론은 결국 대통령에게서 권력을 일부 빼앗아서 국민들이 가장 믿지 못하는 집단인 국회의원들에게 주자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납득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4월 재보선 출마, 전혀 계획 없어"
"원외에서 봉사하며 대권 준비할 것"

- 김 위원장께서는 유력한 대권후보이십니다. 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훨씬 높은데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은 좀처럼 새정치연합 대권후보군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대통령 임기가 3년 이상 남아 있고, 지금은 새누리당 당원 모두가 힘을 합쳐 박근혜정부를 성공시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개별적인 자기 정치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지금 통하지도 않습니다. 야당이야 분당과 합당, 신장개업을 거듭하다 보니 차기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일찍 표출돼서 그런 것입니다. 우리 새누리당이 걱정해야할 것은 후보들의 낮은 지지도가 아닙니다. 새누리당은 일치단결해서 박근혜정부를 반드시 성공한 정부로 만들어야 합니다.
 

- 대권 후보로서 김 위원장님의 최대 약점을 ‘당 내 기반의 취약성’이라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랫동안 당에서 떠나계셨습니다. 차기 대선에서 당 내 기반의 취약성을 어떻게 극복할 생각이십니까?
▲ 민심과 유리된 당심은 없습니다. 민심을 이기는 지도부도 없습니다. 언제나 현장에서, 국민 속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마지막 한 번의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때까지 저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배우고, 준비하는 길을 가겠습니다.

-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치러지는 4월 재보선에 김 위원장님의 출마설이 들립니다.
▲ 저는 원내에 입성하기보다는 대선을 위해 원외에서 큰 그림을 그리겠습니다. 제가 성남 중원에 차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저는 들은 바도 없고 계획도 없습니다. 지도부에서 저에게 그런 제안을 한 적도 없습니다.

- 마지막으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 오룡호 사고가 터져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후 정부는 안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일선에서는 변화를 못 느낀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세월호특별법 문제로 몇 달을 끌다 국가안전처가 만들어진지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국가재난체계 전체를 들여다보고 고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문제고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니 개선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오룡호 사고는 특수성이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일어난 사고고 그렇다 보니 창구가 양국 외교부였습니다. 안전처가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런 것까지 다 살펴서 다시는 우리 국민 한 사람이라도 헛되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할 것입니다.

 

<mi737@ilyosisa.co.kr>


<김문수 위원장 프로필>


▲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
▲ 제15,16,17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제1사무부총장
▲ 17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
▲ 제32, 33대 경기도 도지사
▲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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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