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정치개혁 이제 시작, 큰 청사진은 따로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의 거침없는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당초 당 내 인사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보수혁신위가 아무런 성과도 낼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많고 탈 많았던 5대 혁신안을 당으로부터 모두 추인받아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11월, 이른바 ‘김문수표 혁신안’을 처음으로 받아 든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응은 무척 싸늘했다. 일부 의원들은 김문수 위원장이 정치 현실을 무시하고 인기영합주의적인 혁신안만 잔뜩 내놨다며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김 위원장은 말 많고 탈 많았던 5대 혁신안을 당으로부터 모두 추인받아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실 김 위원장은 보수 혁신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7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당시 당 대표였던 최병렬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엔 취임 초 청렴도 전국 꼴찌를 기록했던 경기도를 몇 년 만에 3년 연속 청렴도 1위 지방자치단체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청렴영생, 부패즉사.’

김 위원장은 경기도지사를 두 번이나 지냈지만 개인차량이 따로 없어 매일 아침 부천에서 여의도까지 약 한 시간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재산은 총 4억5000여만원으로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6위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대권 경쟁자인 김 위원장을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자 일각에서는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지만 김 위원장을 잘 아는 이들은 김 대표의 선택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른바 김문수표 혁신안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김 위원장께서는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지낼 때도 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다는 신념으로 민생현장을 자주 찾았습니다. 그런데 대중교통은 민생현장 그 자체입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생생한 민심의 소리를 듣고, 또 무엇을 어떻게 해결할지 아이디어도 얻습니다. 많은 분들과 만나 인사하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삶의 힘찬 맥박이 느껴지고 저도 많은 에너지를 얻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민생현장을 일부러 따로 찾아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당에서 차량을 제공하고 있지도 않지만, 설사 제공해주더라도 저는 계속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입니다.

-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많은 시민들을 만나셨을 텐데 기억에 남는 분은 없습니까?
▲ 하루에도 수백 명의 국민들을 만납니다. 바쁜 와중에도 저를 붙잡고 정치이야기, 민생이야기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정치가 너무 부패했다, 일은 안 하고 잇속만 챙긴다, 제발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 해결해 달라는 말씀들입니다. 힘든 분, 어려운 분들도 많이 만나지만 희망을 안고 힘차게 일터로 가시고, 자부심을 갖고 퇴근하시는 분들을 볼 때면 저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어느날 부천에서 지하철을 탔었는데, 자기 딸을 데리고 오셔서 제게 인사시키시더니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좀 더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달라”고 신신당부하시던 한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그 아버지를 위해서도, 그 아이를 위해서도 좀 더 힘을 내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세상에 아버지, 어머니들의 마음이 다 똑같을 겁니다. 그런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나라가 편안해지고, 국민이 넉넉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대중교통 이용하며 정책 아이디어 얻어"
"정치쇼라고 비판하지만 유익한 정치쇼"

-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시다보니 직장인들이 출퇴근하면서 겪는 고충에 충분히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직장인들의 출퇴근 고통을 줄여줄 좋은 정책은 없을까요?
▲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철도로 수송하고, 화물은 도로로 운송하는 분담 시스템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거리가 먼 외곽지역은 GTX 같은 대심도 쾌속철도를 이용해 도심으로 바로 연결하고, 서울에서 가까운 외곽은 급행철도로 출퇴근시간을 줄여드리고, 서울 내 주거지역에서 직장까지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도록 정밀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고속도로나 간선도로는 주로 화물이동을 위해 활용한다면 사람과 물류가 뒤섞여 누구도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현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조금 손해가 나더라도 대중교통수단의 요금 인상은 최대한 억제해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 드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 김 위원장께서는 과거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지내시면서 수도권 대중교통 발전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지옥철, 대통령도 함께 타봅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부천과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외곽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이 겪는 어려움을 정책결정자들도 함께 느껴보고 대책을 같이 세우자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도 찾아가고, 철도청장도 찾아가고, 예결위에서도 수도 없이 싸우고 해서 결국 경인선 복복선화를 이뤄내 지금은 급행전철이 생기고 혼잡도도 떨어져서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도지사 재직 시절에는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을 30분 내로 연결 가능한 GTX를 구상해 추진했습니다. 이미 KTX와 선로를 공유하는 구간은 공사가 시작됐고, 완공되면 수도권 외곽 주민들의 통근에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또 서울-인천-철도공사와 수십 차례의 협의 끝에 수도권 환승할인제도를 이끌어 냈습니다.

- 과거 직접 택시운전도 하시고 소록도에서 봉사활동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이 정치쇼라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여전히 계십니다.
▲ 쇼는 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유익한 쇼도 없을 겁니다. 택시운전을 하면 도로가 보이고, 도시계획이 보이고, 민심이 들리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쇼는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지만 저는 제가 배우고 아는 것이 목적입니다. 소록도에서 봉사하고, 꽃동네에서 봉사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쇼라면 광화문 사거리에서 해야겠지요. 언론에도 안 나오고, 보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왜 하겠습니까? 저는 그 분들을 돕고 싶고, 또 그런 분들을 아무 조건 없이 도와주시는 봉사자분들의 마음을 배우고 싶기 때문에 했던 것입니다.

- 지난해 12월8일 김 위원장께서 내놓은 5개 혁신안 가운데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제외한 4건이 당론으로 추인됐습니다.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겸직금지 △선거구 획정위원회 독립화) 만족스런 결과라고 평가하시는지요.
▲ 이번 결과는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해소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는 정치인들이 무엇을 개혁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듣지 않으실 겁니다. 특권 내려놓기 실천을 통해 강한 의지를 보여드려야 정치개혁의 진정성을 믿어주실 것입니다. 또 조금 지체되긴 했어도 불체포특권 제도개선안도 지난 달 29일 의총에서 최종 추인을 받았습니다. 이로써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투표로 전환하고 체포동의안 제출 후 72시간 내 처리되지 않으면 이후 첫 본회의에서 보고해 표결에 부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대놓고 제 식구 감싸기나 시간 끌기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 특권 폐지의 큰 진전이라고 평가합니다.
 

- 당초 위원장님의 혁신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원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어떻게 설득하셨습니까?
▲ 혁신이라는 게 말 그대로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스러운 작업입니다. 반대도 없이 일사천리로 되는 거였다면 지금까지 왜 못했겠습니까? 그래도 혁신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서는 의원들 대부분이 이해하고 지지해 주셨습니다. 조금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전화도 드리고 만나 뵙고 설명도 드렸더니 다들 납득하셨습니다. 혁신안은 혁신위원들이 만든 것이지만, 그것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이해와 결단 덕분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그런데 보수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해 안철수 캠프인사였던 김성식 전 의원이 “국회의원들이 진짜 내려놓기 싫은 것은 ‘지역주의 정치 구조’ ‘소선거구제’ ‘지구당(당협)의 사당 구조’ 이 세 가지다. 보수혁신위 혁신안은 특권 내려놓기 시늉만 한 것이다” 이렇게 비판을 하셨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앞서 말씀 드렸듯이 특권 내려놓기는 정치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 드리고 혁신의 동력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그게 본체가 아닙니다. 정당 개혁, 공천 개혁을 비롯한 종합적인 정치개혁의 큰 청사진은 따로 있습니다. 오래 굶은 사람에게 바로 고기를 먹이면 탈이 나듯이, 오랫동안 특권에 젖어서 국민들의 불신을 받는 정치권이 바로 근본적인 개혁을 하겠다고 나서면 국민들도 믿지 않고 동력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특권 내려놓기를 통해 진정성을 확인 받고, 최소한의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한 다음에 본격적인 정치개혁 작업을 해나갈 것입니다.

- 반대로 새정치연합도 정치혁신실천위를 만들고 새누리당과 혁신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이 지난해 의결한 11개 혁신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최근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과도 만나서 혁신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두 당이 혁신 경쟁을 하다보면 두 당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게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다만 새정연은 뿌리 깊은 계파 갈등 문제가 있고, 또 전당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어 조금 걱정스럽습니다. 야당의 혁신이 성공을 거두길 바랍니다.

- 보수혁신위의 활동은 3월에 종료됩니다. 임기 내 반드시 이뤄야할 혁신안들이 있다면 또 무엇이 있을까요?
▲ 저는 극심한 정치대립과 분열, 후진적인 정치부패의 원인이 사당(私黨)화 현상에 있다고 봅니다. 사당화는 당원과 국민을 정치에서 배제시키고, 그 어떤 집단보다도 훌륭한 국회의원들을 보스 눈치나 보는 사람들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런 망국적인 사당화를 막는 길은 공천개혁입니다. 보스공천, 밀실공천, 돈 공천 대신에 공직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누구나 나서서 국민들의 선거로 당당하게 선택받는 완전국민경선제, 즉 국민공천제가 돼야 합니다.
 


- 최근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정국이 시끄러웠습니다. 보수혁신위원장으로서 사태를 어떻게 지켜보셨는지요?
▲ 이번 사건이 단순한 문건유출사건인지, 아니면 국정농단사건인지는 검찰에서 밝힐 문제입니다.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합니다. 집권 만 2년도 되지 않은 박근혜정부가 이런 문제로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됩니다.

-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며 개헌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위원장님께서는 개헌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밝히셨습니다만 만약 개헌을 꼭 해야만 한다면 어떤 방식의 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저는 일반 국민들 중에 아직까지 헌법이 잘못돼서 정치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정치와 정치인이지 헌법이 아닙니다. 지금 국민들로부터 가장 불신 받는 집단이 국회입니다. 지금 나오는 개헌론은 결국 대통령에게서 권력을 일부 빼앗아서 국민들이 가장 믿지 못하는 집단인 국회의원들에게 주자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납득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4월 재보선 출마, 전혀 계획 없어"
"원외에서 봉사하며 대권 준비할 것"

- 김 위원장께서는 유력한 대권후보이십니다. 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훨씬 높은데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은 좀처럼 새정치연합 대권후보군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대통령 임기가 3년 이상 남아 있고, 지금은 새누리당 당원 모두가 힘을 합쳐 박근혜정부를 성공시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개별적인 자기 정치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지금 통하지도 않습니다. 야당이야 분당과 합당, 신장개업을 거듭하다 보니 차기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일찍 표출돼서 그런 것입니다. 우리 새누리당이 걱정해야할 것은 후보들의 낮은 지지도가 아닙니다. 새누리당은 일치단결해서 박근혜정부를 반드시 성공한 정부로 만들어야 합니다.
 

- 대권 후보로서 김 위원장님의 최대 약점을 ‘당 내 기반의 취약성’이라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랫동안 당에서 떠나계셨습니다. 차기 대선에서 당 내 기반의 취약성을 어떻게 극복할 생각이십니까?
▲ 민심과 유리된 당심은 없습니다. 민심을 이기는 지도부도 없습니다. 언제나 현장에서, 국민 속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마지막 한 번의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때까지 저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배우고, 준비하는 길을 가겠습니다.

-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치러지는 4월 재보선에 김 위원장님의 출마설이 들립니다.
▲ 저는 원내에 입성하기보다는 대선을 위해 원외에서 큰 그림을 그리겠습니다. 제가 성남 중원에 차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저는 들은 바도 없고 계획도 없습니다. 지도부에서 저에게 그런 제안을 한 적도 없습니다.

- 마지막으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 오룡호 사고가 터져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후 정부는 안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일선에서는 변화를 못 느낀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세월호특별법 문제로 몇 달을 끌다 국가안전처가 만들어진지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국가재난체계 전체를 들여다보고 고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문제고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니 개선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오룡호 사고는 특수성이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일어난 사고고 그렇다 보니 창구가 양국 외교부였습니다. 안전처가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런 것까지 다 살펴서 다시는 우리 국민 한 사람이라도 헛되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할 것입니다.

 

<mi737@ilyosisa.co.kr>


<김문수 위원장 프로필>


▲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
▲ 제15,16,17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제1사무부총장
▲ 17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
▲ 제32, 33대 경기도 도지사
▲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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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