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재등장한 윤창열 의혹 풀스토리

‘굿모닝게이트’ 보면 ‘정윤회 사태’ 보인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트로트 가수 하동진이 윤창열 전 굿모닝시티 회장 석방 로비를 통해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 간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고개를 든 것이 윤 전 회장의 ‘굿모닝게이트’다. 최근 정치권을 휘감은 ‘정윤회 사태’와도 닮은 점이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1988년 ‘선 채로 돌이 되어’로 가요계에 데뷔해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로 인기를 얻고 2012년 제19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 올해의 10대 가수상을 받은 바 있는 중견 트로트 가수 하동진(54)이 윤창열(60) 전 굿모닝시티 회장 ‘석방 로비’를 통해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지난달 30일 알려졌다. 지난해 11월21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교정공무원들에게 형집행정지를 청탁해주는 등 수감자 석방을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하씨를 구속 기소했다.

트로트 가수
로비 연결고리

검찰에 따르면 하씨는 2000년대 초반 희대의 분양 사기사건으로 불린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사건’의 주범 윤씨의 측근 최모씨로부터 윤씨에 대한 석방 로비 대가로 2008년 8월부터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33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윤씨는 굿모닝시티 분양 대금 3700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지난 2003년 구속기소돼 징역 10년형을 받았다. 이후 영등포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윤씨는 2008년 친분이 있던 하씨에게 “형집행정지로 석방되려고 하는데 최씨가 내 일을 보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하씨는 윤씨의 석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교정공무원에게 명절 선물비용이나 화환 비용 등 로비 명목으로 3300만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하씨는 최씨에게 의정부 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던 김모씨를 소개해주고 “김씨를 통해 교정공무원들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며 금품을 받아 그 중 일부를 김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님이었던 김씨는 의정부 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윤씨의 석방 로비 대가로 1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교정위원은 법무주 장관이 위촉하는 자원봉사자로 지역사회에서 수용자 교정과 교화 활동을 벌인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 기소된 교정위원은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그 외에 다른 교정공무원들이 연루된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윤창열 석방 로비 의혹’ 사건 연루자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가수 하동진 석방 로비 혐의로 구속
수천만원 주고 의뢰한 의혹 불거져?

지난달 29일 검찰은 이 사건에 전직 국회의원과 교도소장 등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사건 브로커를 포함해 6~7명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과거 일부 교도관들이 개별적으로 수감자들에게 뇌물을 받았다가 처벌된 사례는 있었지만 교정본부 간부 다수와 정치인 등이 단일 사건으로 한꺼번에 수사를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A씨가 윤씨 측으로부터 석방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수수했다는 진술을 확보,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A씨를 소환해 금품수수 및 대가성 여부 등을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분이 있던 하씨로부터 비슷한 부탁을 받았지만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 최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며 금품수수 역시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윤씨가 수감돼 있던 영등포교도소 지모 전 소장과 조모 전 총무과장도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2009년 초 윤씨의 조기석방과 특별접견 허가 등 편의제공 명목으로 최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두 사람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돼 현재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다.

갑자기 화제
도대체 누구?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 키를 하씨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씨는 평소 국회의원이나 교정행정의 수장인 교정본부장(1급) 이모씨 등 윤씨의 형집행정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고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7년 법무부 홍보대사로 활동한 바 있다.

검찰은 윤씨가 2008년 무렵부터 조기석방을 계획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인들에게 “빨리 출소해 정리할 일이 생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같은 해 8월, 윤씨는 먼저 출소하는 최씨를 통해 하씨에게 ‘석방 로비’를 부탁했다. 이어 하씨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의정부교도소 교정위원이던 앞서의 교정위원 김씨와의 식사자리를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은밀한 거래가 오간 것이다.

김씨는 최씨로부터 2180만원을 건네받은 뒤 같은 해 9월 이 전 교정본부장을 최씨에게 소개시켜줬다. 검찰은 이 전 교정본부장이 이날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 전 소장과 조 전 총무과장을 윤씨 측과 연결해 준 사람도 김씨로 알려졌다.

이처럼 윤씨를 둘러싼 석방 로비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그가 교도소에 복역하게 된 사건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한때 정치권에 피바람을 몰고온 이른바 ‘굿모닝게이트’. 이 사건의 시작은 분양사기였다. 분양대금 1조원에 이르는 대형쇼핑몰인 굿모닝시티 분양사업자가 분양대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 검찰은 윤씨가 서울 동대문운동장 인근에 지하 7층, 지상 16층 연건평 3만평 규모의 초대형 쇼핑몰 굿모닝시티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3000여명에게서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3500억원을 받아 이 가운데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고 사용처를 추적했다.

또 윤씨는 2003년 1월 파산절차를 밟던 건설사 (주)한양을 헐값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았다.

당시 윤씨는 부지를 매입하지 못하고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부터 시작한 ‘굿모닝 프로젝트’의 현실적인 제약을 풀기 위해서 로비를 벌였다고 알려졌다. 윤씨가 분양권과 현금이 담긴 박스를 들고 정치권과 정부기관을 돌아다녔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그를 도와주지 않았고, 이때부터 윤씨가 측근들에게 배신감을 토로하며 이런 인물들을 대상으로 ‘로비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당시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수사를 맡았던 서울지검 특수2부는 윤씨가 금품을 건넨 정관계 인사의 명단과 전달된 돈의 액수를 적어놓은 ‘로비 리스트’가 있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열린우리당 정대철 대표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 인사 40여명의 이름이 이 리스트에 올랐다. 당시 정 대표는 불법자금을 받은 일이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윤씨는 정 대표가 4억원을 먼저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치권은 발칵 뒤집어졌고 ‘로비 리스트’ 논란은 거세졌다. 결국 정 대표는 4억2000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단순히 정관계 로비로만 끝나지 않았다. 불씨는 대선자금으로까지 번졌다. “대선 자금 10억을 토스했다” “기업체 등으로부터 대선자금 200억을 모금했다” 등 칼날이 청와대로 향한 것이다.

‘굿모닝게이트’
다시금 재조명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당시 청와대 문희상 비서실장은 초강수로 즉각 반격에 나섰다. 문 비서실장은 “내가 정 대표 입장이라면 물러설 것이고 정계를 은퇴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였다. 굿모닝시티 대표였던 윤씨의 몇 마디가 청와대와 집권당 대표를 진흙탕으로 빠트린 것이다.

당시 야권이었던 한나라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굿모닝게이트’는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갔다.

당시 <중앙일보>는 굿모닝시티 전직 임원의 말을 인용해 “윤창열씨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한나라당 측에 수십억원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윤씨가 지난해(2002년) 6월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한나라당 인사 S씨 측에 억대의 현금이 든 사과박스를 수차례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튀어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굿모닝게이트’는 정국을 삼키는 초대형 게이트로 확대됐고 여야 없이 정치권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2002년 대선의 민주당 선대본부장을 맡았고,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1등공신의 역할을 했던 정 대표는 결국 2004년 1월 구속 수감됐다. 거기에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선자금을 모금한 혐의가 덧붙여 복역을 하다가 2005년 5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노무현정권 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윤씨는 ‘미꾸라지’로 통했다. 윤씨 주변인들은 그를 ‘용을 꿈꾸는 미꾸라지’라고 말하면서 항상 큰 꿈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대문과 동대문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알려졌다. 윤씨에게 굿모닝시티는 미꾸라지에서 용으로 승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검 수사 정관계 고위인사 확대 불가피
인맥 총 동원해봤지만…결국 만기출소

전북 익산 출신으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에 찌든 유년생활을 보내며 3번의 자살을 기도했던 윤씨는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주류 출신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한때는 부인과 이혼한 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서 몇 십만원짜리 하숙방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후 윤씨는 공인중개사 1회 합격생이 됐고 서울 동작구 사당동과 경기 하남시 등을 돌면서 부동산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7억원으로 분양금 1조원대의 서울 동대문 초대형 쇼핑몰 ‘굿모닝시티’ 분양사업에 나서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인생사였다.

하지만 그의 성공 이면에는 어두운 진실이 가려져 있었고 결국 초라한 말로를 맞게 됐다.

 

11년 전 노무현정권 초기에 불거진 ‘굿모닝게이트’. 당시 많은 언론은 최씨의 행각을 부풀려 보도하는 데 급급했을 뿐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씨가 10년형을 선고 받은 이후 동정 여론이 고개를 들었고, 2012년 8월5일 KBS는 ‘윤창열 전 굿모닝시티 회장의 비자금 관련 보도’에 대해 윤씨가 사기대출에 개입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정정보도를 냈다.

‘마녀사냥’ 식 보도를 인정한 것이다. 이후 굿모닝시티는 법정관리 수순을 밟았다.?

그런데 ‘굿모닝게이트’는 현 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문건’ 사건, 이른바 ‘정윤회사태’와 평행이론을 보이고 있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정윤회사태’의 박관천 경정과 ‘굿모닝게이트’의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가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사건의 전후 사정이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굿모닝게이트’와 ‘정윤회 사태’는 모두 여권 핵심 실세들이 연루된 의혹을 받았던 권력형 사건으로 분류된다. 우선 2003년 정관계 로비 파문을 일으켰던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사건’은 윤씨의 대형 사기극으로 매듭이 지어지면서 당시 정관계를 비롯한 검경 로비 의혹 및 특혜 분양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수사성과를 내지 못해 부실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40여 명의 ‘로비 리스트’가 나돌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정작 정 대표만 구속됐기 때문이다.

‘정치권 게이트’
희생양 따로 있나

정윤회씨를 비롯해 박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회장,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핵심 참모진 등 여권 핵심 실세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정윤회 사태’ 수사도 ‘굿모닝게이트’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어 관심을 끈다. 청와대 문건 유출 경위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청와대 문건과 ‘박지만 미행보고서’를 작성한 박관천 경정만 구속했다. 이처럼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야권은 검찰 수사가 ‘꼬리 자르기’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굿모닝게이트’ 핵심 인물 윤씨는 지난 2013년 6월, 10년 만기출소한 뒤 여주교도소를 나와 지난달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었다. 그는 2003년 정 대표를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에 대해 울분을 토로했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유신독재 체제에서 목숨을 바쳐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신 정일형 박사님과 실천력과 정의와 봉사의 여신이신 이태영 변호사를 남들이 평가하는만큼 나 역시 존경하고 흠모해왔다”며 “바로 그 자제분(정대철)의 평소 정치철학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을 때 내 양심 속의 의리가 발현됐고, 아무 사심없이 정치적으로 헌금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옥중에서 쓴 <굿시티 전쟁>을 통해 “내 잘못의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누구에게나 인정할 준비가 돼있다”며 “굿모닝시티 분양 건으로 인해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석고대죄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검찰 수사가 기획수사 형태로 진행됐고, ‘대어(정대철)’ 사냥에 초점이 맞춰져 굿모닝 분양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며 “재판부 또한 당시의 ‘마녀사냥’ 분위기에 도취돼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굿모닝게이트’는 사법적으로 마무리된 지 오래지만 이 사건과 관련된 의혹은 아직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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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