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재등장한 윤창열 의혹 풀스토리

‘굿모닝게이트’ 보면 ‘정윤회 사태’ 보인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트로트 가수 하동진이 윤창열 전 굿모닝시티 회장 석방 로비를 통해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 간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고개를 든 것이 윤 전 회장의 ‘굿모닝게이트’다. 최근 정치권을 휘감은 ‘정윤회 사태’와도 닮은 점이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1988년 ‘선 채로 돌이 되어’로 가요계에 데뷔해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로 인기를 얻고 2012년 제19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 올해의 10대 가수상을 받은 바 있는 중견 트로트 가수 하동진(54)이 윤창열(60) 전 굿모닝시티 회장 ‘석방 로비’를 통해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지난달 30일 알려졌다. 지난해 11월21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교정공무원들에게 형집행정지를 청탁해주는 등 수감자 석방을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하씨를 구속 기소했다.

트로트 가수
로비 연결고리

검찰에 따르면 하씨는 2000년대 초반 희대의 분양 사기사건으로 불린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사건’의 주범 윤씨의 측근 최모씨로부터 윤씨에 대한 석방 로비 대가로 2008년 8월부터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33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윤씨는 굿모닝시티 분양 대금 3700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지난 2003년 구속기소돼 징역 10년형을 받았다. 이후 영등포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윤씨는 2008년 친분이 있던 하씨에게 “형집행정지로 석방되려고 하는데 최씨가 내 일을 보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하씨는 윤씨의 석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교정공무원에게 명절 선물비용이나 화환 비용 등 로비 명목으로 3300만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하씨는 최씨에게 의정부 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던 김모씨를 소개해주고 “김씨를 통해 교정공무원들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며 금품을 받아 그 중 일부를 김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님이었던 김씨는 의정부 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윤씨의 석방 로비 대가로 1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교정위원은 법무주 장관이 위촉하는 자원봉사자로 지역사회에서 수용자 교정과 교화 활동을 벌인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 기소된 교정위원은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그 외에 다른 교정공무원들이 연루된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윤창열 석방 로비 의혹’ 사건 연루자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가수 하동진 석방 로비 혐의로 구속
수천만원 주고 의뢰한 의혹 불거져?

지난달 29일 검찰은 이 사건에 전직 국회의원과 교도소장 등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사건 브로커를 포함해 6~7명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과거 일부 교도관들이 개별적으로 수감자들에게 뇌물을 받았다가 처벌된 사례는 있었지만 교정본부 간부 다수와 정치인 등이 단일 사건으로 한꺼번에 수사를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A씨가 윤씨 측으로부터 석방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수수했다는 진술을 확보,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A씨를 소환해 금품수수 및 대가성 여부 등을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분이 있던 하씨로부터 비슷한 부탁을 받았지만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 최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며 금품수수 역시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윤씨가 수감돼 있던 영등포교도소 지모 전 소장과 조모 전 총무과장도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2009년 초 윤씨의 조기석방과 특별접견 허가 등 편의제공 명목으로 최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두 사람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돼 현재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다.

갑자기 화제
도대체 누구?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 키를 하씨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씨는 평소 국회의원이나 교정행정의 수장인 교정본부장(1급) 이모씨 등 윤씨의 형집행정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고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7년 법무부 홍보대사로 활동한 바 있다.

검찰은 윤씨가 2008년 무렵부터 조기석방을 계획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인들에게 “빨리 출소해 정리할 일이 생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같은 해 8월, 윤씨는 먼저 출소하는 최씨를 통해 하씨에게 ‘석방 로비’를 부탁했다. 이어 하씨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의정부교도소 교정위원이던 앞서의 교정위원 김씨와의 식사자리를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은밀한 거래가 오간 것이다.

김씨는 최씨로부터 2180만원을 건네받은 뒤 같은 해 9월 이 전 교정본부장을 최씨에게 소개시켜줬다. 검찰은 이 전 교정본부장이 이날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 전 소장과 조 전 총무과장을 윤씨 측과 연결해 준 사람도 김씨로 알려졌다.

이처럼 윤씨를 둘러싼 석방 로비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그가 교도소에 복역하게 된 사건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한때 정치권에 피바람을 몰고온 이른바 ‘굿모닝게이트’. 이 사건의 시작은 분양사기였다. 분양대금 1조원에 이르는 대형쇼핑몰인 굿모닝시티 분양사업자가 분양대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 검찰은 윤씨가 서울 동대문운동장 인근에 지하 7층, 지상 16층 연건평 3만평 규모의 초대형 쇼핑몰 굿모닝시티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3000여명에게서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3500억원을 받아 이 가운데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고 사용처를 추적했다.

또 윤씨는 2003년 1월 파산절차를 밟던 건설사 (주)한양을 헐값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았다.

당시 윤씨는 부지를 매입하지 못하고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부터 시작한 ‘굿모닝 프로젝트’의 현실적인 제약을 풀기 위해서 로비를 벌였다고 알려졌다. 윤씨가 분양권과 현금이 담긴 박스를 들고 정치권과 정부기관을 돌아다녔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그를 도와주지 않았고, 이때부터 윤씨가 측근들에게 배신감을 토로하며 이런 인물들을 대상으로 ‘로비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당시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수사를 맡았던 서울지검 특수2부는 윤씨가 금품을 건넨 정관계 인사의 명단과 전달된 돈의 액수를 적어놓은 ‘로비 리스트’가 있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열린우리당 정대철 대표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 인사 40여명의 이름이 이 리스트에 올랐다. 당시 정 대표는 불법자금을 받은 일이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윤씨는 정 대표가 4억원을 먼저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치권은 발칵 뒤집어졌고 ‘로비 리스트’ 논란은 거세졌다. 결국 정 대표는 4억2000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단순히 정관계 로비로만 끝나지 않았다. 불씨는 대선자금으로까지 번졌다. “대선 자금 10억을 토스했다” “기업체 등으로부터 대선자금 200억을 모금했다” 등 칼날이 청와대로 향한 것이다.

‘굿모닝게이트’
다시금 재조명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당시 청와대 문희상 비서실장은 초강수로 즉각 반격에 나섰다. 문 비서실장은 “내가 정 대표 입장이라면 물러설 것이고 정계를 은퇴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였다. 굿모닝시티 대표였던 윤씨의 몇 마디가 청와대와 집권당 대표를 진흙탕으로 빠트린 것이다.

당시 야권이었던 한나라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굿모닝게이트’는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갔다.

당시 <중앙일보>는 굿모닝시티 전직 임원의 말을 인용해 “윤창열씨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한나라당 측에 수십억원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윤씨가 지난해(2002년) 6월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한나라당 인사 S씨 측에 억대의 현금이 든 사과박스를 수차례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튀어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굿모닝게이트’는 정국을 삼키는 초대형 게이트로 확대됐고 여야 없이 정치권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2002년 대선의 민주당 선대본부장을 맡았고,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1등공신의 역할을 했던 정 대표는 결국 2004년 1월 구속 수감됐다. 거기에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선자금을 모금한 혐의가 덧붙여 복역을 하다가 2005년 5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노무현정권 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윤씨는 ‘미꾸라지’로 통했다. 윤씨 주변인들은 그를 ‘용을 꿈꾸는 미꾸라지’라고 말하면서 항상 큰 꿈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대문과 동대문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알려졌다. 윤씨에게 굿모닝시티는 미꾸라지에서 용으로 승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검 수사 정관계 고위인사 확대 불가피
인맥 총 동원해봤지만…결국 만기출소

전북 익산 출신으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에 찌든 유년생활을 보내며 3번의 자살을 기도했던 윤씨는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주류 출신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한때는 부인과 이혼한 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서 몇 십만원짜리 하숙방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후 윤씨는 공인중개사 1회 합격생이 됐고 서울 동작구 사당동과 경기 하남시 등을 돌면서 부동산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7억원으로 분양금 1조원대의 서울 동대문 초대형 쇼핑몰 ‘굿모닝시티’ 분양사업에 나서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인생사였다.

하지만 그의 성공 이면에는 어두운 진실이 가려져 있었고 결국 초라한 말로를 맞게 됐다.

 

11년 전 노무현정권 초기에 불거진 ‘굿모닝게이트’. 당시 많은 언론은 최씨의 행각을 부풀려 보도하는 데 급급했을 뿐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씨가 10년형을 선고 받은 이후 동정 여론이 고개를 들었고, 2012년 8월5일 KBS는 ‘윤창열 전 굿모닝시티 회장의 비자금 관련 보도’에 대해 윤씨가 사기대출에 개입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정정보도를 냈다.

‘마녀사냥’ 식 보도를 인정한 것이다. 이후 굿모닝시티는 법정관리 수순을 밟았다.?

그런데 ‘굿모닝게이트’는 현 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문건’ 사건, 이른바 ‘정윤회사태’와 평행이론을 보이고 있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정윤회사태’의 박관천 경정과 ‘굿모닝게이트’의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가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사건의 전후 사정이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굿모닝게이트’와 ‘정윤회 사태’는 모두 여권 핵심 실세들이 연루된 의혹을 받았던 권력형 사건으로 분류된다. 우선 2003년 정관계 로비 파문을 일으켰던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사건’은 윤씨의 대형 사기극으로 매듭이 지어지면서 당시 정관계를 비롯한 검경 로비 의혹 및 특혜 분양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수사성과를 내지 못해 부실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40여 명의 ‘로비 리스트’가 나돌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정작 정 대표만 구속됐기 때문이다.

‘정치권 게이트’
희생양 따로 있나

정윤회씨를 비롯해 박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회장,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핵심 참모진 등 여권 핵심 실세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정윤회 사태’ 수사도 ‘굿모닝게이트’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어 관심을 끈다. 청와대 문건 유출 경위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청와대 문건과 ‘박지만 미행보고서’를 작성한 박관천 경정만 구속했다. 이처럼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야권은 검찰 수사가 ‘꼬리 자르기’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굿모닝게이트’ 핵심 인물 윤씨는 지난 2013년 6월, 10년 만기출소한 뒤 여주교도소를 나와 지난달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었다. 그는 2003년 정 대표를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에 대해 울분을 토로했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유신독재 체제에서 목숨을 바쳐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신 정일형 박사님과 실천력과 정의와 봉사의 여신이신 이태영 변호사를 남들이 평가하는만큼 나 역시 존경하고 흠모해왔다”며 “바로 그 자제분(정대철)의 평소 정치철학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을 때 내 양심 속의 의리가 발현됐고, 아무 사심없이 정치적으로 헌금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옥중에서 쓴 <굿시티 전쟁>을 통해 “내 잘못의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누구에게나 인정할 준비가 돼있다”며 “굿모닝시티 분양 건으로 인해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석고대죄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검찰 수사가 기획수사 형태로 진행됐고, ‘대어(정대철)’ 사냥에 초점이 맞춰져 굿모닝 분양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며 “재판부 또한 당시의 ‘마녀사냥’ 분위기에 도취돼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굿모닝게이트’는 사법적으로 마무리된 지 오래지만 이 사건과 관련된 의혹은 아직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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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