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발 좋았지만…내년 큰일 났다

2014년 결산 & 2015년 전망

올해 부동산시장은 초이노믹스(Choinomics) 효과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3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2006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시장의 호조 속에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도 뜨거웠다. 평균 청약경쟁률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부동산114>의 도움으로 올해 부동산시장의 결산 및 내년도 전망을 하고자 한다.


2015년 아파트 매매시장은 가격 상승 잠재력이 있지만 오름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대출제도와 금리인하로 금융부담이 크게 낮아진 가운데 임대차시장의 불안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성장이라는 거시경제적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고, 실질적인 가계소득 증대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제한적 범위 안에서 상승이 나타날 전망이다.

전세시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2014년보다 입주물량이 감소하고 저금리로 인한 월세 전환이 지속되면서 전세물건 부족과 가격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에는 서울 강남4구를 중심으로 재건축 이주예정지가 많아 이주수요에 따른 불안요소도 만만치 않다.

I 규제완화 정책 봇물 I

2014년 부동산시장을 되돌아보면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제시됐다. 그 효과로 4년 동안 약세를 나타내던 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 반전한 해였다. 서울 2.03%,경기 1.77% 인천 1.93% 올랐다. 출발은 산뜻했다. 올해부터 적용된 취득세 영구 인하와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폐지에 이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추진까지 발표되면서 아파트거래량과 매매가격 모두 회복세를 나타냈다.

내년 아파트 매매 오름폭 크지 않을 듯
전세는 월세전환 지속되면서 가격 상승


호조세를 보이던 수도권시장은 2·26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로 잠시 냉각돼 세금부담과 임대소득 노출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7·24경제정책 방향과 9·1부동산 대책으로 하반기 수도권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8월1일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됐고, 디딤돌 대출 대상이 1주택자(기존주택 처분 조건)까지 확대되면서 주택 수요층이 넓어졌다. 특히 재건축 가능연한 단축과 안전진단 기준완화가 담긴 9·1대책 발표 이후에는 서울 양천, 노원 일대의 노후아파트 값이 크게 상승했다.

다만 11월 들어 가격 상승폭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시장을 이끌던 재건축 아파트는 예측 불가능한 추가분담금에 대한 불안감과 분양가상한제 탄력적용,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또는 유예연장), 재건축 조합원 다주택 공급의 후속입법 등을 기다리며 관망하는 수요가 많다. 실수요자 역시 단기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다. 추격매수에 적극적이기보다는 시세보다 싼 급매물 위주의 거래로 가격상승이 견고하지는 않다.

I 대구 아파트 독주 I

지방아파트는 수도권과 비교해 상대적 호조세를 보여줬다. 그 중 대구는 2014년 한해 동안 10% 가까이 매매가격이 상승하면서 단기간 가격이 크게 올랐다. 대구 아파트값이 급격히 상승한 것은 기저효과로 볼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들은 수도권 주택시장의 약세를 피해 지방으로 눈을 돌렸다.

2008∼2011년 부산, 대전 등에 공급이 급증하며 투자 수요가 가세하면서 이 지역의 매매가격이 상승했다. 반면 대구는 2005∼2007년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미분양이 속출했다. 이 여파로 2010년까지 침체기를 지냈다. 이후 2011년부터 미분양이 해소됐고, 그 사이 줄어든 공급물량으로 매매가격이 최근 상승한 것이다.

여기에 혁신도시와 대구테크노폴리스, 대구국가과학산업단지, 수성의료지구 개발 등이 맞물리면서 가격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세종시의 경우 공무원 이전이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2014년 입주물량 확대로 공급과잉이 일어나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동시에 하락했다. 세종시 입주 초기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I 전월세 & 매매가 추이 I

전세가격은 수도권과 지방에서 모두 상승세가 나타났다. 금리하락 등으로 임대인의 월세선호가 이어지면서 월세공급이 늘어나는 반면 전세는 신규매물 출시가 줄면서 2014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5.45%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대구(10.68%) ▲인천(8.15%) ▲충북(7.51%) ▲충남(7.25%) ▲경기(5.79%) ▲서울(5.76%) 순으로 전셋값이 올랐다. 전세가격 인상으로 매매가격대비 전세가격비율(전세가율)도 2013년 전국 65.66%에서 2014년 전국 67.62%(1.96%p↑)로 높아졌다.

2014년 아파트 매매시장은 잇따른 정부규제완화로 주택시장정상화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시기라 할 수 있다. 2015년은 이런 제도적 기반을 발판으로 저가 매수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세가격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주거안정 필요성에 따라 매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정부 정책 가운데 ‘디딤돌론’과 같은 저리 대출을 활용하면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하기도 하다. 다만 투자자까지 수요층이 확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장기 조정을 경험한 시장은 실수요로 재편되면서 단기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의 실질적인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무리한 대출은 결국 이자부담으로 돌아오므로 시세차익이 보장되지 않는 한 투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시세차익보단 임대수익을 기대한 투자수요자라도 최근 반전세(보증부월세)와 월세 비중이 확대 되면서 전월세전환율(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어 실제 임대수익률을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4년 서울 전월세전환율은 5.82%(11월 기준)로 2013년(6.19%)과 비교해 0.37%p로 낮아졌다. 장기투자, 여유자금을 활용한 투자수요로 위험성을 낮춘 전략적인 수요가 필요하다.

2015년 새아파트 입주물량은 전국 24만6923가구로 2014년(25만 8,352가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지역별로는 입주물량차이가 있어 국지적 지역변수로 작용할 요인이 크다.

서울은 2015년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재건축발 전세시장의 불안요소까지 안고 있어 세입자들의 전셋집 구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는 하남시, 수원시 등 남부권에서 새 아파트 공급이 늘면서 임대차 시장의 완충재 역할이 기대된다. 수도권은 ▲경기 7만221가구(전년대비 38%↑) ▲서울 2만174가구(45%↓) ▲인천 1만1679가구(12%↑) 순으로 2015년 입주물량이 잡혀 있다.

지방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대구와 경북,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물량이 늘어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1만9873가구 ▲경남 1만8171가구 ▲세종 1만7069가구 ▲대구 1만3294가구 ▲경북 1만2531가구 ▲충남 1만1445가구 ▲전남 9895가구 ▲울산 9320가구 ▲전북 8624가구 ▲충북 8238가구 ▲강원 5490가구 ▲광주 5122가구 ▲대전 3678가구 ▲제주 2099가구가 2015년 입주 예정이다.

I 점포 겸용 주택 인기 I

점포 겸용 단독주택은 내집에 살면서 임대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어 노후를 준비하는 중장년층과 은퇴 후 연금소득이 적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3∼4층까지 지을 수 있는데 1개 층은 실주거 공간으로 쓰고 나머지 층은 임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위례신도시에서 공급한 점포겸용 단독주택 용지 청약 신청에 1만7000여명의 투자자들이 몰려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45필지에 대한 청약을 마감한 결과 1만7531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390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입지가 좋은 예정지번 2104-1의 경우 최고 경쟁률 2746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어 공급된 시흥목감지구와 김포한강신도시도 각각 519대 1, 1266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I 물 만난 분양시장 I


2015년 아파트 분양시장은 청약제도 간소화 정책 등의 영향에 힘입어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9·1대책 이후 수요자들의 심리지수가 상당히 개선되고 있고,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미분양 감소와 투자수요의 시장진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방 분양시장은 건설사 밀어내기 공급에 따른 물량 부담감과 2015년 예정돼 있는 24만여 가구의 입주물량으로 하반기 이후 청약수요가 다소 약화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2014년 분양물량은(예정물량 포함) 34만2358가구가 공급돼 2013년 대비(28만2943가구)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은 전년대비 4.4% 증가했고, 지방은 34.1% 증가했다. 이는 2003년 35만6362가구 이후 11년 만에 최대 물량이다. 분양시장이 장기간 침체기를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규제완화와 금리인하 등 부동산 호재 때문이다.

I 뜨거운 청약경쟁률 I

지역별로 수도권에서는 13만507가구가 공급된다. 서울은 전년대비 15.6%(6173가구) 감소한 3만3387가구, 경기도는 전년대비 19.2%(1만4304가구) 증가한 8만8843가구, 인천은 23.9%(2605가구) 감소한 8277가구가 공급된다. 지방은 총 21만1851가구 중 경남(3만3158가구), 부산(3만1794가구) 지역의 물량이 풍부했다.

2014년 하반기는 ‘겨울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분양시장의 열기가 지속됐다. 2014년 전국 청약경쟁률은 6.06대 1로 2013년 2.84대 1 대비 2배 이상 상승했으며 수도권과 지방 모두 분양성적이 개선됐다. 특히 부산 13.82대 1, 광주 12.7대 1, 대구 10.73대 1 등 지방 분양시장이 청약시장을 견인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수도권의 경우 신도시와 택지지구 공급 중단과 수도권 1순위 청약자격 단축(2015년 3월 예정)을 앞두고 ▲위례자이(140대 1) ▲세곡2지구 6단지(85대 1) ▲래미안서초에스티지(72대 1) 등을 중심으로 청약성적이 우수했다. 지방은 ▲부산 래미안장전(146대 1)이 2014년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대구 브라운스톤범어(141대 1)가 그 뒤를 이었다.


I 청약기회 확대 I

수도권 1순위 청약 기간이 현행 2년에서 1년으로 완화되어 2015년 3월부터 시행된다. 기존 수도권에서 1순위 청약자가 되기 위해서는 예치기간 2년, 혹은 24회 이상 청약예치금을 불입해야 한다. 하지만 예치기간이 1년, 12회 이상 납입으로 단축되면서 1순위 구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됐다. 실제 2015년 3월에는 1순위 구좌가 1000만 구좌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외 지역은 현행대로 ‘6개월 가입/6회 납입’조건이 유지된다.

입주자 선정 절차도 간소화된다. 국민주택 청약의 경우 현재는 통장 순위 외에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저축액 또는 납입 횟수 ▲부양가족 등의 요건에 따라 총 13개 단계에 걸쳐 입주자를 선정하지만 앞으로는 3단계로 단순화된다.

전용 85m²이하 민영주택도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어든다. 1∼3순위자 모두 추첨으로 선정하는 85m²초과 민영주택 역시 3단계에서 2단계로 절차가 간소화된다. 그 밖에 85m²이하 민영주택은 2017년 1월부터 현행 40%의 청약가점제 적용 비율을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정할 예정이다. 유주택자에게도 청약기회를 늘리기 위해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감점제를 폐지한다. 청약저축·예금·부금·청약종합저축 등 4종류의 청약 통장은 2015년 7월부터 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될 예정이다.

I 2015년 시장변화는? I

2015년에는 강남4구를 중심으로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멸실 물량 5만8000여 가구의 이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요자들의 관심은 9·1대책에 따른 청약제도 간소화의 장점이 큰 신규 아파트시장에 몰리고 있다. 이에 수도권 지역의 분양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공급 또한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심리가 과거보다 낮아지면서 감가상각에서 불리한 노후주택보다는 전용률, 주거편의, 정주환경이 쾌적한 새 아파트 선호가 과거보다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방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공급부족으로 물량을 쏟아냈던 것이 지역주택시장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겠다. 따라서 전국적으로는 물량 비중이 높았던 지방은 2014년 대비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회복세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2015년에도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들이 지속되어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용적률 규제완화 등 시장에 영향력이 큰 변수들의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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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