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형 호텔 지고 호텔식 오피스텔 뜬다

분양형 호텔 vs 호텔식 오피스텔

한때 수익형 부동산 시장을 견인했던 분양형 호텔을 두고 과거 도시형 생활주택이 그랬듯이 ‘공급과잉, 수익률 하락’우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제주도에 한정되었던 분양형 호텔이 현재는 전국화로 진행 중이다.


분양형 호텔은 서울 명동·마곡지구·구로동, 인천 송도·논현동·영종도, 경기 평택 등에 공급 중이거나 예정 중에 있다. 지방에선 청주·속초·정선·광양·부산 등에 생긴다.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일원에서 분양됐거나 진행 중인 수익형 호텔은 20여개이고, 준비 중인 사업장도 50여 곳으로 알려진다. 이들 상품이 다 공급된다고 가정할 경우 객실수는 1만5000∼2만실로 추산된다.
분양형 호텔의 가장 큰 특징은 최근 공급이 크게 늘면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 우려가 높은 지역은 극심한 분양률에 시달리고 있지만, 공급이 없거나 뜸했던 지역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

저조한 분양성적
수요 편중 현상

명동 밀리오레 건물에 들어서는 ‘르와지르 호텔’은 분양 중이다. 지난 8월부터 분양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약 60% 정도 계약이 이뤄졌다. 강원도 속초 대항포 일대에서 분양 중인 ‘속초 라마다설악해양호텔’의 경우 450개 이상의 계약으로 보이고 있다. 제주 서귀포에서 분양 중인 ‘2차 데이즈호텔클라우드(241실)’도 75% 정도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분양형 호텔 제주도서 전국화 양상
최근 공급 크게 늘면서 양극화 현상


반면 저조한 분양성적을 보인 지역도 적지 않다. 강원고 정선의 분양형 호텔의 경우 분양개시 한 달 정도 지났지만 10% 미만을, 인천 호구포역 분양형 호텔도 분양에 나선지 두 달이 되었지만 20%미만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로 강원도는 수요가 계절적으로 편중된 것이, 호구포역은 브랜드가 떨어지고 운영사가 검증이 안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주도도 일부 지역의 경우 분양실적이 저조하다. 서귀포와 성산에서 분양 중인 분양형 호텔들의 경우 10∼20% 정도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이 모텔이 많은 등 환경이 좋지 않고 차제 세대수도 떨어지는 등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형 호텔은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경우 성공 사례가 드물고 수도권 내에서도 운영사의 능력이 검증된 곳만 분양이 된다”고 말했다.

분양형 호텔은 투자에 신중성이 요구된다. 현재 제주도는 물론 서울 명동 등 곳곳에서 분양형 호텔 분양이 진행 중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분당에 거주하는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많이 시들해졌다.

특히 지분등기인지 구분등기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이왕이면 구분등기가 낫다. 지분등기는 등기부에 객실번호가 명시되지 않고 호텔의 지분으로 표기되는데, 이는 추후 처분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등기 어떻게?’
투자 신중해야

호텔마다 8∼11%의 수익률을 제시하지만 실제로는 잘해야 6% 안팎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호텔은 특히 감가상각이 큰 상품이어서 추후 리모델링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공급된 탓에 임대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고, 대다수가 장밋빛 수익률을 주장하지만 내년부터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으로 양극화가 벌어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역시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았던 오피스텔의 경우 호텔식 서비스를 도입해 인기가 높다. 저금리가 장기화되자 투자자들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공급 과잉 논란 속에 상품 내용을 차별화한 오피스텔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경북 김천혁신도시에서 선보인 레지던스 호텔 ‘로제니아’는 평균 5.3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 보이며 5월경 분양이 마감됐다. 마곡지구에서 최초로 호텔식 서비스를 도입한 ‘럭스나인’은 호텔 수준의 테라스 휴식공간 등이 마련된다. 이 오피스텔은 최고 21대 1의 청약 성적 보이며, 최근 분양을 100% 완료했다.

최근 오피스텔 트렌드는 ‘호텔식 오피스텔’이다. 일반 오피스텔에 호텔을 결합해 고급 주거단지로 탈바꿈시키는 한편 소득이 많은 1∼2인 가구를 위한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해 편의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힐스테이트 에코 마곡나루역 = LG와 코오롱 등 대기업 연구개발(R&D) 센터가 입주하는 서울 마곡지구 내 중심상업지역에서 분양 중인 ‘힐스테이트 에코 마곡나루역’은 오피스텔에 분양형 호텔인 ‘라마다 앙코르 서울 마곡’을 한 건물에 들인다. 오피스텔 440실(전용 20∼38㎡)과 호텔 228실(전용 21∼43㎡)을 한 건물 안에 넣는다. 한 층에 오피스텔과 호텔(주호복합 형태)을 섞어 배치해 오피스텔 입주자들도 피트니스 센터 등 호텔 부대시설 이용이 가능하다.

▲구로 효성해링턴 타워 =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구로디지털 효성해링턴 타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 구로’와 복합 개발되는 오피스텔이다. 지하 4층∼지상 9층과 19층 2개동으로 지어진다. 1개 동은 ‘구로디지털 효성해링턴 타워’와 나머지 1개 동은 호텔 신라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인 ‘신라스테이’로 각각 구성된다.

호텔식 서비스 도입 오피스텔 인기
객실 청소 등 각종 예약대행 제공

규모는 오피스텔 160실과 호텔 313실을 합쳐 총 473실 규모다. 호텔과 함께 들어선다는 강점을 살려 오피스텔 외벽 마감재를 일반 마감재인 알루미늄 시트 패널이 아닌 호텔과 동일한 수준의 화강석 마감재로 구성한다. 입주자는 ‘신라스테이’호텔의 식음료(F&B), 미팅룸, 카페 등 부대시설의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 = 포스코건설이 경기도 광교신도시에 내놓은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오피스텔 단지 안에는 클럽 라운지가 있다. 조식·석식은 물론 가든파티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피트니스센터·실내골프연습장·스파 등은 기본이다.

▲포항 엘리시움 = 최근 분양에 나선 포항시 남구 해도동 ‘포항 엘리시움’오피스텔도 차별화된 서비스로 눈길을 끌고 있다. 입주민이 방문객과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인 로비 라운지가 조성된다. 업체는 객실 청소 대행은 물론 각종 예약 대행도 해주기로 했다.

호텔식 로비, 코인 세탁실, 24시간 무인은행, 피트니스센터, 뷰티샵, 옥상정원의 주거시설과 각종 예약대행, 콜서비스, 우편물보관, 첨단 비즈니스 센터, 객실청소대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 태양열 에너지발전기 시스템을 적용해 공용전기를 사용, 관리비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전망이다.

지하 5층∼지상 15층 전용 26∼39㎡ 286실로 구성된다. 고속터미널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보유한 것은 물론 홈플러스,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죽도시장 등 생활 인프라를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포항여객터미널, 선린병원, 포항역, 포항시청과 같은 편의 시설도 가깝다. 

▲김천 코아루 파크드림 시티 = 지난해 11월 최고 5.94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던 경북 김천혁신도시의 ‘김천 코아루 파크드림 시티’오피스텔도 인포메이션, 세탁, 조식 서비스 등 호텔식 생활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26층, 전용 28∼59㎡ 총 469실이 공급된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유일하게 KTX역사가 위치한 김천혁신도시 내 KTX 김천구미역이 바로 앞 50m 거리에 있다. 경부고속도로 동김천IC도 가깝다.

오피스텔+호텔
상품 내용 차별

▲창원 디아트리에 = 오피스텔을 미술관처럼 꾸며 차별화에 나선 사례도 있다. 경남 창원시 상남동에서 분양 예정인 ‘창원 디아트리에’오피스텔은 올해 전국대학미술공모전 수상 작품을 로비와 복도 등에 전시할 예정이다.

계단과 주차장에도 각각 다른 테마로 다양한 조형물과 미술품을 전시한다. 다만 호텔식 서비스나 고급 인테리어가 세입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임대료와 관리비가 오를 경우 실제 임대수익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오피스텔은 안정적인 임대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입주자의 자부심과 편의성을 고려한 차별화로 상품력을 높이고 있다”며 “교통 여건, 소비력을 감안한 임대수요, 투자지역별 공급현황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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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