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

"다 위기라고 하는데 당 지도부만 무사태평"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은 비록 원외인사지만 요즘 야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다. 비노결사체로 알려진 구당구국모임의 핵심멤버로 참여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전북 14개 시·군을 순회하는 경청투어를 진행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정 고문을 주축으로 한 '호남신당설'이 나돌고 있다. 정치권이 정 고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새정치연합 내에서 ‘친노 패권주의 배격’을 내걸고 결성된 가칭 ‘구당구국모임’의 핵심멤버로 참여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전북을 찾아 경청투어를 진행했다. 정 고문은 전북 순창 출신으로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전북도민들은 정 고문에게 무려 97%에 달하는 지지를 보냈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정 고문을 주축으로 한 ‘호남신당설’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호남신당설에 화답하듯 정 고문은 지난 13일 “당이 특정 계파에 의해 장악되면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호남의 여론”이라면서 새정치연합 지도부를 향한 작심 발언까지 했다. 정 고문은 신당 창당설에 대해 “지금은 당의 혁신이 먼저”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당이 혁신하지 못한다면 신당 창당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며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 과연 정 고문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정 고문을 만나봤다. 다음은 정 고문과의 일문일답.

- 요즘 정 고문님의 행보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전북 14개 시·군을 도는 경청투어를 하셨는데 경청투어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지금 남녀노소, 지역을 불문하고 야당이 위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창당 이후 최저치까지 추락했습니다. 새정치연합 서울시당에서 얼마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까 당원들조차도 무려 85%가 ‘새정치연합이 지금 야당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위기 중의 위기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럴 때는 민심의 바닷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어야 한다. 거기에 길이 있고 답이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경청투어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경청투어(傾聽Tour)’라고 한 것입니다.

- 경청투어를 하면서 어떤 이야기들을 들으셨는지요?
▲ 경청투어를 하는 내내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단 한 사람도 새정치연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경청투어를 하면서 ‘호남의 민심이반이 극심하구나’ ‘이제 새정치연합 프리미엄은 사라졌구나’ ‘새정치연합이라고 해서 무조건 찍어주는 것은 옛날이야기구나’ 등등의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권교체가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셨습니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질책을 넘어서 ‘이런 야당이 집권해서 되겠는가?’라는 근본적인 회의를 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안 된다. 다른 제3의 신당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분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호남지역에서 그런 기류가 강했습니다.


민심이 이런데도 이런 현장의 상황을 모르는 곳이 딱 한 군데 있습니다. 바로 여의도에 있는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입니다. 지금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그렇게 무사태평하고 평온해 보일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당이 결정하면 호남은 당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경청투어에 대해 호남발 신당을 창당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 그건 절대 아닙니다. 경청투어를 호남에서만 한 것도 아닙니다. 지난 10월26일 무주·진안·장수를 시작으로 11월6일 순창·남원까지 전북 도내 시·군 전역을 다 돌고, 바로 이어서 9일과 10일에는 창원과 진주·남해 등 경남지역도 돌아봤습니다.

영호남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당원들은 물론이고 농어민, 재래시장 상인, 노인회, 노동자, 종교인, 정치인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두루 만났습니다. 말 그대로 전국을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기 위한 경청투어였습니다. 그리고 신당에 대한 요구가 호남에서만 분출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영남도 사실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문희상 비대위, 당을 더 망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새누리당이 장기집권"


- 정 고문께서 참여하고 계신 구당구국모임에 대해서도 신당 창당을 위한 결사체가 아니냐는 의심이 있습니다.
▲ 가칭 구당구국모임은 한마디로 특정 계파의 사당화를 막기 위한 ‘쇄신파 모임’이지, 신당 창당을 위한 모임은 아닙니다. 특정 계파가 당을 사당화 하게 되면 당의 혁신은 불가능해지고 결국 새누리당이 장기집권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진보와 중도를 떠나서 다 같이 고민하고 함께 대응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 생각에 동의하고 공감하는 전현직 의원들이 모여서 만든 모임이 구당구국모임입니다. 또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구당구국모임은 중도파의 결사체도 아닙니다.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분들 중에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의원 분들도 많습니다.

- 국민들이 신당을 요구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정당이란 영어로 파티(party)입니다. party는 그 뜻에도 들어 있듯이 ‘부분’을 대표하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그런 면에서 잘하고 있습니다. 자기들을 지지하는 대기업, 관료집단, 특정지역 등의 기득권 세력을 잘 대표하고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거기에 포함되지 못한 사회·경제적 약자들, 대표적으로 비정규직 850만명, 영세자영업자 300만명, 농민 300만명, 청년실업자 100만명, 차상위 기초생활자, 중소기업은 누가 대변하고 대표합니까? 당연히 야당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지금 비어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이 중도·중간층 운운하며 새누리당에 근접해 가면서 이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연장선에서 신당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분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 경청투어를 하며 “호남의 민심은 특정계파가 당권을 장악하면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하셨습니다. 그런데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노 진영이 당권을 잡는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입니다. 만약 친노 진영이 당권을 잡으면 어떤 결단을 내릴 수도 있습니까?
▲ '신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은 제가 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만나서 그렇게 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쏟아내신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당황했습니다. 19년 정당 생활 동안 국민들이 이렇게 당에 대해서 강하게 질타를 하고, 또 신당을 창당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노골적이고 스스럼없이 하는 광경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문재인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문 의원의 전대 출마 여부는 사태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비판하는 것은 특정 계파의 패권주의와 사당화입니다. 그 특정 계파는 당원을 업신여기고, 노선과 정체성이 모호합니다. 그렇게 해서는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가 불가능합니다.

-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당권·대권분리론’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골적인 친노 편들기란 이야기도 나옵니다.
▲ 앞서 언급했듯이 문재인 의원의 전대 출마 여부는 본질이 아닙니다. 그러나 문 위원장이 특정 계파가 주장하는 사안마다 편을 들고 나서면서 분란을 자초하고, 특정 계파의 패권주의와 사당화를 대변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정 계파가 문제가 되는 것은 패권적 권력을 추구하면서 당 대표도 꼭두각시로 만들고, 번번이 유리한 선거를 망친다는 데 있습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이 그랬습니다. 또다시 그렇게 가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도 같은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 그렇다면 비노 진영이 당권을 잡는 것이 정권교체를 하는데 좀 더 유리할까요?
▲ 둘 다 답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이 친노에게 정권을 주겠습니까, 아니면 비노에게 정권을 주겠습니까? 계파에게 정권을 주는 국민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처럼 친노-비노가 계속 구분되고 표현되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새정치연합이 정권교체를 이뤄낼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친노는 책임과 반성이 없고, 비노는 시대정신이 없습니다.
 

둘 다 노선과 정체성이 없기 때문에 남는 것은 벌거벗은 패거리 권력투쟁뿐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목격되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노무현 시대의 공은 당연히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공만 인정하고 과는 인정하지 않으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노무현을 넘어서서 더 좋은 세상을 꿈꿔야 합니다.

- 정 고문께서 차기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하실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당이 난파 직전의 위기 상황입니다. 지금 시민사회에서는 야당의 지리멸렬로 새누리당이 장기집권 체제를 굳히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인지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아직은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위가 차기 전당대회에서 계파활동을 원천봉쇄하고 특정계파가 당권을 잡아도 공천권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도록 하는 계파청산 개혁안을 내놨습니다. 효과가 있을까요?
▲ 그런 게 효과가 있다면 계파 문제는 진작에 청산됐을 것입니다. 어떤 시스템을 도입해도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특정 계파가 당을 완전 장악하고 있다면 계파의 이익을 관철시킬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계파청산 방법은 무엇입니까?
▲ 원칙과 정도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이 당의 주인은 당연히 당원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당원들이 철저하게 배제되고 소외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되찾아주는 것이 계파 청산의 첫걸음이자 지름길입니다. 비대위가 조직강화특위라는 것을 만들어서 지역위원장들을 선별하고 임명하고 있는데, 당원의 참여를 원천 배제한 채 자기들끼리 밀실에서 제멋대로 심사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그런 조직강화특위를 만들지 않는 것이 혁신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에게 지역위원장을 뽑도록 하는 것이 계파 극복을 위한 혁신 중의 혁신입니다. 그렇게 줄기차게 당에 요구했지만 결국 쇠귀에 경 읽기였습니다. 지금 비대위가 하는 방식으로는 어떤 개혁안을 내놔도 계파 청산은 안 됩니다. 백약이 무효합니다. 당원주권을 복원하고 분명한 노선과 정체성의 확립만이 계파 청산을 위한 유일한 해법입니다.

- 새정치연합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혁신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현재 새정치 혁신위의 전체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이미 비대위가 지역위원장들을 선별하고 임명하면서 당원의 참여를 원천 배제한 채 자기들끼리 제멋대로 심사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당 지도부가 당원주권을 실현할 의지가 없음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혁신위가 곁가지의 개혁안을 아무리 내놓는다고 해도 계파가 청산되고 당이 혁신되리라고 전혀 기대하지 하지 않습니다.

"새정치, 사회·경제적 약자부터 대변해야"
"2월 전당대회 출마는 아직 생각 없어"


-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냉혹합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역시 노선과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당의 기본은 노선과 정체성입니다. 그것이 사라지면 벌거벗은 권력투쟁만 남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새정치연합 내에서 친노니 비노니 하면서 계파정치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현 비대위가 출범하고 계파 수장들이 모여서 당을 이끌고 가겠다고 선언한 이후에 당이 더 엉망이 됐습니다.

당 지지율이 창당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새누리당의 절반도 안 됩니다. 비대위가 계파 극복의 사명을 가지고 출발했는데 특정 계파의 독과점 연합체가 돼버렸고, 혁신을 하라고 했는데 비대위 자체가 혁신 대상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당의 위기 상황을 틈타 특정 계파가 당권 장악 프로젝트를 노골적이고 급속도로 밀어붙이면서 사실상 당을 사당화화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큰 것은 역시 세월호 문제를 아주 엉망으로 다룬 것입니다. 유족들이 가장 핵심적으로 요구했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아예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도 않았습니다. 야당이 스스로 자기검열해서 협상 테이블에서 빼버린 것입니다. 이것은 야당이기를 포기한 것입니다.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자기 확신 없이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이 대표해야 할 층은 비정규직 850만명, 영세자영업자 300만명, 농민 300만명, 청년실업자 100만명 등 서민층과 중소기업임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때문에 그들이 특별히 득을 본 게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지를 못 받고 있는 것입니다.

- 정 고문께서는 여러 차례 선명성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진보정당들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진보정당들은 지리멸렬하고 있는 상황인데 방향을 잘못 잡은 것 아닐까요?
▲ 앞서 언급했듯이 야당마저 중도, 중간층을 외치면서 새누리당과 가까워지면 그 속에서 죽어나는 것은 서민과 사회·경제적 약자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새정치연합이 서민과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노선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합리적 진보’ 노선입니다.

- 새정치연합이 내놓은 ‘신혼부부 집 한 채’ 정책으로 제2의 복지논쟁 가열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새정치연합이 파이를 키울 정책은 전무하고, 작은 파이를 가져다 선심 쓰는 포퓰리즘 정책만 즐비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신혼부부 집 한 채’ 논란을 보면 여·야가 여전히 문제해결 능력에 큰 결함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저출산 극복·서민 주거·복지 확대라는 본질은 놔두고 모든 사안을 정쟁의 프레임에 가둬놓고 서로 잘되는 꼴을 못 보겠다는 식의 말꼬리 잡기, 발목 잡기에만 혈안이 돼 있습니다. 어떤 정책이 제시되면 그걸 토대로 타당성 논쟁을 벌이면서 완성도를 높여가고, 타협점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게 정치의 역할입니다.


- 정치권이 ‘개헌’ ‘선거제도 개편 논의’ 등으로 시끄럽습니다. 정 고문께서는 오래전부터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신당 창당 후 원내진입을 수월하게하기 위해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독일식 소선거구-정당명부제는 제가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던 소신이었습니다. 신당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저는 독일식 정당명부제야말로 우리나라 정치 개혁을 위한 최고의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제도는 단 한 표도 사표를 만들지 않습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국민주권이 확대되고, 지역구도가 해체됩니다.

과반수 정당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제 4~5정당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타협하고 합의해야 하는 합의제 민주주의가 필연적으로 성립됩니다. 또한 지금까지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던 20~30대 청년층, 여성, 노동자, 농민, 중소기업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자기들의 대표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에서 담아낼 수 있게 됩니다.

- 개헌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 현재 여·야가 벌이고 있는 개헌 논쟁은 본말이 전도됐습니다. 저는 여야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개헌론을 전면에 세우려고 하는 것은 ‘세월호 탈출용’ ‘세월호 지우기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골치 아픈 세월호 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로 개헌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개헌 논의를 하더라도 ‘선(先) 선거제도 개편-후(後) 개헌’으로 가야 합니다. 구체적인 개헌 방식은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국민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에 정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 영호남 지역의 경청투어를 다니면서 많은 분들이 많은 이야기를 저에게 해주셨습니다. 농가나 마을회관에서 자고, 주민들하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제 국민들이 해주신 말씀들을 어떻게 정치 영역에서 구현하느냐가 제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그 절절한 목소리들을 듣기만 하고 한 귀로 흘릴 수는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새정치연합이 이대로 가면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 점을 지금 새정치연합은 아주 절박하게 받아들이고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왜 정치를 하는가?' '우리는 누구를 대표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성찰하고 답을 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부동산 폭등, 비정규직 양산, 불평등 심화, 한미FTA 등이 그렇습니다.

야당이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원 주권의 실종, 보편적 복지의 후퇴, 3년 전 복지증세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해 결과적으로 의무급식·의무보육 재정 부족 사태에 일조한 것 등등. 이런 부분들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반성문을 국민 앞에 제출해야 합니다. 그것이 새 출발의 전제 조건이 될 것입니다.

 

<mi737@ilyosisa.co.kr>


<정동영 상임고문 프로필>

▲ MBC 정치부 기자
▲ 제 15,16,18대 국회의원
▲ 제31대 통일부 장관
▲ 열린우리당 당의장
▲ 민주당 제17대 대선후보
▲ 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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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