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김무성 저격수'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친박이 김무성 견제? 못한 것 못했다 말했을 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무성 대표의 갑작스런 개헌 언급과 사과,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 친박계의 난데없는 반기문 띄우기까지 최근 새누리당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련의 사태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측근이라는 '친박 핵심'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을 만나봤다.

새누리당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무성 대표가 방중 기간 난데없이 ‘개헌 봇물론’을 터뜨리자 청와대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김 대표가 사과까지 했지만 친박계는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반기문 띄우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처럼 청와대와 김 대표 간에 긴장 기류가 흐르자 ‘친박 핵심’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김무성 저격수’로 변신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홍 의원이 쏟아낸 발언들을 살펴보자. “김무성 개헌론으로 국정감사 실종되다시피 했다.” “김무성 개헌론 사과, 알맹이 없는 사과다.” “조강특위 잡음, 김 대표가 당을 처음 맡아서 잘 모르는 것 같다.”
하나 같이 김 대표가 듣기에는 뼈아팠을 발언들이다. 하지만 홍 의원은 ‘김무성 저격수’라는 평가에 대해 절대 사실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가진 시점도 김 대표와 청와대가 화해 제스처를 취하던 때라 김 대표에 대한 홍 의원의 평가는 이전보다 많이 너그러워져 있었다. 일련의 사태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측근이라는 홍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홍 의원과의 일문일답.

- 최근 개헌 논란과 김무성 대표의 사과,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 여야 대표가 대표 연설을 통해서도 이야기 했습니다만, 지금은 개헌보다 경제문제가 더 심각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야 대표 모두 공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개헌이나 세월호 문제 등 정치적인 문제들이 많이 불거졌지만 앞으로는 정치적 문제보다는 경제 살리기와 관련된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집권 3년차에는 유력 대선후보가 떠올라 개헌 논의가 힘들어진다”며 또 다시 개헌 논의에 불을 지폈습니다.
▲ 야당은 개헌을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에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은)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입니다. 개헌이라는 것은 야당으로서는 호재입니다. ‘개헌론을 붙들고 정치적 주도권을 잡아야 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제 살리기가 시급한데) 그건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당에서도 공감하고 있지 않습니까?
▲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의원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아직은 이르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민생 살리기가 더 급하기 때문에 민생문제에 먼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제살리기에 집중하기 위해) 개헌론은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히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친박이 반기문 띄운다? 지나친 예단"
"경제 어려운데 개헌 논의 늦춰야"


- 개헌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김무성 대표의 발언 때문입니다. 김 대표가 무리한 대권행보를 하면서 당내 계파갈등이 커지고, 당청 간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김 대표가 개헌론 발언으로 청와대와 잠시 마찰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일단은 청와대와 조율이 잘됐습니다. 김 대표가 대통령을 위해서 공무원 연금 개혁을 비롯해서 모든 일을 앞장서서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실제로 그런 행동들을 하고 계십니다. 제가 보기엔 앞으로 당청간의 문제는 별 탈 없이 잘 진행되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 김 대표가 개헌을 언급하면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콕 찍어 말했습니다. 오스트리아식 개헌은 총리의 권한이 대통령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김 대표가 대통령보다 총리직을 더 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 이원집정부제는 계파 간에 돌아가면서 권력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계파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제도일 수도 있습니다. 개헌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런 나름대로의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국방과 내치를 따로 분리해 통치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냐, 또 얼마만큼 의미가 있느냐 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 대표가 취임 이후 실시한 각종 당직 인선 결과를 보면 친이계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이에 대한 친박계의 불만은 없습니까? 정권을 잡은 것은 친박계인데 친이계가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 상황입니다.
▲ 현재 새누리당 내에는 친박, 친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권파냐, 비당권파냐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친이계의 약진에 대해서는 별로 비판하고 싶지 않습니다.

- 새누리당은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지만 정작 새누리당 대권후보들은 새정치연합 후보군들에 비해 낮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그동안 새누리당에는 박근혜라는 걸출한 리더가 있어서 박근혜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전심전력을 다하다 보니까 주변인물들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고, 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치라는 게 형님이 없어지면 작은형이 자연스럽게 큰형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 대선까지는 아직도 3년이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처음 재보선에 출마했을 때는 지지율이 고작 5% 아니었습니까? 지금 당장의 지지율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친박계 의원들이 모여서 차기 대선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부제가 ‘반기문 사무총장 출마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였습니다. 이를 두고 친박계가 반 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옹립하려 한다는 설이 파다합니다.
▲ 그것은 지나친 예단입니다. 아직 대통령 임기가 1년 7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차기 대통령에 관해서 자꾸 이야기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새누리당은 민생 살리기에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 그렇다면 왜 벌써부터 차기 대선에 관한 세미나를 연 것입니까? 국회 외통위원장을 지낸 친박 인사인 안홍준 의원은 “당내 인사로 정권 창출이 어렵다면 대안으로 반 총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 그날 세미나를 연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국회의원 연구단체로서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다보니 선거와 관련된 내용도 자연스럽게 주제로 선정된 것입니다. 안 의원의 발언도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과정에서 나온 사견일 뿐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확대해석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무성 대표 취임 후 대대적인 당무감사가 실시됐습니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당무감사와 조직강화특위(이하 조강특위)를 통해 친박계 당협위원장을 대거 쳐내려 한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 당 지도부가 조강특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인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당원들 목을 자르고, 위원장 목 자르고 새로운 사람을 심고 하는 게 조강특위라고 생각하면 잘못된 것입니다. 조강특위는 원래 있던 분들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10여곳 정도 비어 있는 당협위원장을 새로 모시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마치 자신들이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 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여야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동시에 할 수 있다면 찬성하고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오픈프라이머리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입니다. 또 오픈프라이머리는 자칫 경쟁력 있는 후보가 선출되기보단 지역의 유지들만 대거 선출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 우려가 됩니다. 제도적인 보완만 이뤄진다면 기본적으로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 요즘 정치권에선 홍 의원님을 ‘김무성 저격수’로 부릅니다. 여러 인터뷰에서 김 대표를 향해 무척 강한 발언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발언에 매우 신중하신 것 같습니다. 김 대표와 청와대가 화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입니까?
▲ 제가 김무성 저격수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저는 그저 김 대표가 잘한 것은 잘했다고 했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제가 할 일이 없어서 김무성 저격수를 하겠습니까? 말이 안 됩니다. 국가와 당, 국민과 당원을 위하는 마음은 김무성 대표와 저 모두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 주가하락, 사이버검열 때문 아냐"
"단통법 일단 지켜봐야, 폐지는 반대"

- 내년 원내대표 출마설이 들립니다. 출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 지금 미방위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정치인은 뭐든지 가능성이 있는 거지만 위원장직을 맡고 있어 부담이 됩니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내년에 무엇을 하겠다고 미리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미방위 위원장이십니다. 미방위와 관련해서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단통법 때문에 국회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단통법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생각이십니까?
▲ 저는 단통법을 개정할 수는 있지만 아예 폐지하자는 것은 반대입니다. 시장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개정을 하더라도 일단은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단통법이 시장에서 조금씩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미방위에서는 시장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 하면서 보완할 점에 대해 검토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보지도 않고 여론에 떠밀려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새누리당에서도 벌써부터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있지만 저는 조금 더 지켜보고 나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규제개혁’을 무척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작 정부와 여당이 사이버 검열, 게임산업 규제, 단통법 등 신규 규제를 쏟아 내면서 잘 나가던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 어떤 회사에 맞춰서 규제를 하고, 어떤 회사에 맞춰서 규제를 풀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일례로 카카오톡의 경우는 사이버 검열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전부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이 발견됐기 때문이지 그것 때문에 주식이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정부와 여당은 전체적인 큰 그림에서 규제를 풀자는 것이 대원칙입니다. 하지만 법안들을 실제로 시행해보면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정부여당이 만들어 낸 법안들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것인지, 기업의 발전을 돕는 것인지는 긴 호흡을 가지고 두고 봐야 합니다.

 

<mi737@ilyosisa.co.kr>


<홍문종 의원 프로필>

▲ 시민일보 회장
▲ 제15대, 16대 19대 국회의원
▲ 경민대학교 이사장
▲ 새누리당 사무총장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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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