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김무성 저격수'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친박이 김무성 견제? 못한 것 못했다 말했을 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무성 대표의 갑작스런 개헌 언급과 사과,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 친박계의 난데없는 반기문 띄우기까지 최근 새누리당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련의 사태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측근이라는 '친박 핵심'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을 만나봤다.

새누리당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무성 대표가 방중 기간 난데없이 ‘개헌 봇물론’을 터뜨리자 청와대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김 대표가 사과까지 했지만 친박계는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반기문 띄우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처럼 청와대와 김 대표 간에 긴장 기류가 흐르자 ‘친박 핵심’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김무성 저격수’로 변신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홍 의원이 쏟아낸 발언들을 살펴보자. “김무성 개헌론으로 국정감사 실종되다시피 했다.” “김무성 개헌론 사과, 알맹이 없는 사과다.” “조강특위 잡음, 김 대표가 당을 처음 맡아서 잘 모르는 것 같다.”
하나 같이 김 대표가 듣기에는 뼈아팠을 발언들이다. 하지만 홍 의원은 ‘김무성 저격수’라는 평가에 대해 절대 사실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가진 시점도 김 대표와 청와대가 화해 제스처를 취하던 때라 김 대표에 대한 홍 의원의 평가는 이전보다 많이 너그러워져 있었다. 일련의 사태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측근이라는 홍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홍 의원과의 일문일답.

- 최근 개헌 논란과 김무성 대표의 사과,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 여야 대표가 대표 연설을 통해서도 이야기 했습니다만, 지금은 개헌보다 경제문제가 더 심각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야 대표 모두 공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개헌이나 세월호 문제 등 정치적인 문제들이 많이 불거졌지만 앞으로는 정치적 문제보다는 경제 살리기와 관련된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집권 3년차에는 유력 대선후보가 떠올라 개헌 논의가 힘들어진다”며 또 다시 개헌 논의에 불을 지폈습니다.
▲ 야당은 개헌을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에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은)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입니다. 개헌이라는 것은 야당으로서는 호재입니다. ‘개헌론을 붙들고 정치적 주도권을 잡아야 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제 살리기가 시급한데) 그건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당에서도 공감하고 있지 않습니까?
▲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의원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아직은 이르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민생 살리기가 더 급하기 때문에 민생문제에 먼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제살리기에 집중하기 위해) 개헌론은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히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친박이 반기문 띄운다? 지나친 예단"
"경제 어려운데 개헌 논의 늦춰야"


- 개헌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김무성 대표의 발언 때문입니다. 김 대표가 무리한 대권행보를 하면서 당내 계파갈등이 커지고, 당청 간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김 대표가 개헌론 발언으로 청와대와 잠시 마찰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일단은 청와대와 조율이 잘됐습니다. 김 대표가 대통령을 위해서 공무원 연금 개혁을 비롯해서 모든 일을 앞장서서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실제로 그런 행동들을 하고 계십니다. 제가 보기엔 앞으로 당청간의 문제는 별 탈 없이 잘 진행되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 김 대표가 개헌을 언급하면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콕 찍어 말했습니다. 오스트리아식 개헌은 총리의 권한이 대통령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김 대표가 대통령보다 총리직을 더 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 이원집정부제는 계파 간에 돌아가면서 권력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계파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제도일 수도 있습니다. 개헌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런 나름대로의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국방과 내치를 따로 분리해 통치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냐, 또 얼마만큼 의미가 있느냐 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 대표가 취임 이후 실시한 각종 당직 인선 결과를 보면 친이계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이에 대한 친박계의 불만은 없습니까? 정권을 잡은 것은 친박계인데 친이계가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 상황입니다.
▲ 현재 새누리당 내에는 친박, 친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권파냐, 비당권파냐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친이계의 약진에 대해서는 별로 비판하고 싶지 않습니다.

- 새누리당은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지만 정작 새누리당 대권후보들은 새정치연합 후보군들에 비해 낮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그동안 새누리당에는 박근혜라는 걸출한 리더가 있어서 박근혜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전심전력을 다하다 보니까 주변인물들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고, 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치라는 게 형님이 없어지면 작은형이 자연스럽게 큰형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 대선까지는 아직도 3년이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처음 재보선에 출마했을 때는 지지율이 고작 5% 아니었습니까? 지금 당장의 지지율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친박계 의원들이 모여서 차기 대선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부제가 ‘반기문 사무총장 출마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였습니다. 이를 두고 친박계가 반 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옹립하려 한다는 설이 파다합니다.
▲ 그것은 지나친 예단입니다. 아직 대통령 임기가 1년 7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차기 대통령에 관해서 자꾸 이야기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새누리당은 민생 살리기에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 그렇다면 왜 벌써부터 차기 대선에 관한 세미나를 연 것입니까? 국회 외통위원장을 지낸 친박 인사인 안홍준 의원은 “당내 인사로 정권 창출이 어렵다면 대안으로 반 총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 그날 세미나를 연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국회의원 연구단체로서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다보니 선거와 관련된 내용도 자연스럽게 주제로 선정된 것입니다. 안 의원의 발언도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과정에서 나온 사견일 뿐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확대해석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무성 대표 취임 후 대대적인 당무감사가 실시됐습니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당무감사와 조직강화특위(이하 조강특위)를 통해 친박계 당협위원장을 대거 쳐내려 한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 당 지도부가 조강특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인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당원들 목을 자르고, 위원장 목 자르고 새로운 사람을 심고 하는 게 조강특위라고 생각하면 잘못된 것입니다. 조강특위는 원래 있던 분들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10여곳 정도 비어 있는 당협위원장을 새로 모시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마치 자신들이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 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여야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동시에 할 수 있다면 찬성하고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오픈프라이머리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입니다. 또 오픈프라이머리는 자칫 경쟁력 있는 후보가 선출되기보단 지역의 유지들만 대거 선출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 우려가 됩니다. 제도적인 보완만 이뤄진다면 기본적으로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 요즘 정치권에선 홍 의원님을 ‘김무성 저격수’로 부릅니다. 여러 인터뷰에서 김 대표를 향해 무척 강한 발언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발언에 매우 신중하신 것 같습니다. 김 대표와 청와대가 화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입니까?
▲ 제가 김무성 저격수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저는 그저 김 대표가 잘한 것은 잘했다고 했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제가 할 일이 없어서 김무성 저격수를 하겠습니까? 말이 안 됩니다. 국가와 당, 국민과 당원을 위하는 마음은 김무성 대표와 저 모두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 주가하락, 사이버검열 때문 아냐"
"단통법 일단 지켜봐야, 폐지는 반대"

- 내년 원내대표 출마설이 들립니다. 출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 지금 미방위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정치인은 뭐든지 가능성이 있는 거지만 위원장직을 맡고 있어 부담이 됩니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내년에 무엇을 하겠다고 미리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미방위 위원장이십니다. 미방위와 관련해서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단통법 때문에 국회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단통법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생각이십니까?
▲ 저는 단통법을 개정할 수는 있지만 아예 폐지하자는 것은 반대입니다. 시장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개정을 하더라도 일단은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단통법이 시장에서 조금씩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미방위에서는 시장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 하면서 보완할 점에 대해 검토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보지도 않고 여론에 떠밀려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새누리당에서도 벌써부터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있지만 저는 조금 더 지켜보고 나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규제개혁’을 무척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작 정부와 여당이 사이버 검열, 게임산업 규제, 단통법 등 신규 규제를 쏟아 내면서 잘 나가던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 어떤 회사에 맞춰서 규제를 하고, 어떤 회사에 맞춰서 규제를 풀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일례로 카카오톡의 경우는 사이버 검열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전부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이 발견됐기 때문이지 그것 때문에 주식이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정부와 여당은 전체적인 큰 그림에서 규제를 풀자는 것이 대원칙입니다. 하지만 법안들을 실제로 시행해보면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정부여당이 만들어 낸 법안들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것인지, 기업의 발전을 돕는 것인지는 긴 호흡을 가지고 두고 봐야 합니다.

 

<mi737@ilyosisa.co.kr>


<홍문종 의원 프로필>

▲ 시민일보 회장
▲ 제15대, 16대 19대 국회의원
▲ 경민대학교 이사장
▲ 새누리당 사무총장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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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