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홍금애 집행위원장

"올해 국감성적 C⁺, 이것도 후한 점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홍금애 집행위원장은 벌써 16년째 국감 현장을 지키고 있다. 국회 내에서는 나름 유명인사로 통한다. 올해 국감장에서도 어김없이 막말과 고성은 오갔지만 의원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 된 것은 홍 위원장과 NGO모니터단의 역할이 컸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이하 모니터단)은 법률소비자연맹을 주축으로 270개 시민단체가 연대해 만들어진 국회 의정감시기구다. 매년 국감 때마다 1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모니터링 요원으로 파견해 상임위원회 및 개별 의원별로 활동 상황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국감이 끝난 뒤에는 우수 상임위와 의원들도 선정해 시상한다.

홍 집행위원장은 이런 모니터단을 16년째 이끌고 있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저승사자’로 불리고, 모니터단 내에서는 꼼꼼한 성격 탓에 ‘왕언니’로 불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막말과 고성은 오갔지만 모니터단의 등장 이후 국감 현장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의원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 된 것은 홍 위원장과 모니터단의 역할이 무척 컸다.

홍 위원장은 올해 국감을 어떻게 지켜봤을까? <일요시사>가 올해 국감을 총정리하기 위해 홍 위원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홍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모니터단이 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16년이 됐다. 그런데 아직도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모니터단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따로 광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일반 국민들은 정치라고 하면 다 눈을 돌려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도 의외로 많다. 매년 국감 때마다 모니터단으로 활동할 1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는데 지원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걸러내는 데 애를 먹을 정도다.

- 모니터단에서 이번 국감의 성적을 C로 평가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은 휴가도 반납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며 국감을 준비했는데 너무 점수가 짠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하더라.

▲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이 밤을 새는 것과는 별개로 좋은 결과가 나와야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19대국회는 2012년 D에서 시작해서 2013년도 C, 올해는 C로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C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왜 이렇게 높은 점수를 주셨냐고 한다. 아직도 국감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많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볼 땐 그 점수도 후한 점수다.

- 역대 국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던 적은 언제였나?

▲ 18대 국회 3차년도였다. 그땐 B를 줬다.

- 이번 국감을 모니터링하며 제일 먼저 고쳐야 할 구태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 국회의원들의 막말이나 당파싸움도 문제지만 진짜로 내실 있는 국감이 되려면 피감기관이 시정조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저희가 조사해보니까 매년 중복 시정조치 요구를 받는 사항이 너무 많았다. 숙제를 내놓고 숙제검사를 하는 사람이 없는 격이다. 그래서 작년부터 우리는 국감에서 지적된 시정조치사항을 피감기관이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시정조치사항을 잘 점검하는 의원들에게는 가산점도 주고 있다.

- 이번 국감에서 그래도 칭찬할 부분이 있다면?

▲ 이번 국감에선 그래도 의원들이 정책국감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당히 보였다. 또 피감기관에 이렇게 질문을 하면 이렇게 대답을 할 거라는 것까지 미리 예측을 할 정도로 의원들이 많이 준비를 했더라.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피감기관장들이 당황하는 모습도 많이 연출됐다. 이런 것이 올해 국감의 특징이고 칭찬할 부분이다.

-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베스트 국감 의원과 워스트 의원을 꼽는다면?

▲ 워스트는 누가 뭐래도 국감 기간에 방중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본인만 다녀왔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국감 기간에 의원들을 10명이나 데리고 방중을 했다. 지금까지 여당 대표가 국감 기간에 의원을 10명이나 데리고 해외로 나갔던 전례가 없다.

그리고 여야를 막론하고 당 대표나 원내대표들이 국감에 대체로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베스트는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이다.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이외에도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 오제세 의원, 박병석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끝까지 자리를 비우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초선 의원 중엔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정말 열정적으로 했다.

베스트는 '이진복' 워스트는 '김무성'
시정조치사항 이행토록 국회가 감시해야

- 일각에선 모니터단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민단체는 아무래도 진보정당 쪽으로 팔이 굽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 만약 우리가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신다면 얼마든지 고치겠다. 하지만 우리 모니터단에는 극좌파, 극우파인 분들이 모두 섞여 있다. 한 쪽으로 쏠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우리의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는다면 16년이나 모니터단을 이끌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의 해외 국감이 매년 구설에 오르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외유성 일정으로 논란이 됐는데 외통위 국감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는가? 모니터단이 해외국감까지도 따라갔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다.

▲ 저희는 외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보니까 해외국감 모니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해외국감의 경우는 아예 평가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상태다. 사실 저희는 해외국감 자체가 필요하지 않고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상으로 하든지, 그쪽에서 일부 사람을 호출하든지, 몇 년에 한 번씩 나가든지 하는 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저희가 회의록을 통해 해외국감에서 나온 지적사항들을 살펴보면 ‘교민들 간의 교류를 원활하게 할 것’ ‘한글학교를 활성화시킬 것’ 등이 전부였다. 겨우 그런 말을 하기 위해 돈을 그렇게 많이 쓰면서 거기까지 갔다 오는 것이 옳은가 의문이다. 국감 전체 비용이 15억 정도 드는데 그중 5억 정도를 외통위가 쓰더라.

- 매년 이런 구태가 반복되다보니 ‘국감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국감을 준비하느라 일을 제대로 못해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있다.

▲ 자원봉사 모니터요원들이 국감을 하루만 지켜봐도 ‘국감이 없었으면 나라가 정말 어떻게 됐을까?’ 이런 말을 하신다. 국감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분리국감이나 상시국감을 논의해야 하는 것이지 국감을 없애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 모니터단의 활동으로 국감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성과는?

▲ 상상이 되실지 모르겠지만 국감이 처음 시작됐을 때는 국회의원들이 한 명씩 차례대로 질문만 하고 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국감장에는 질문하는 의원과 피감기관장 정도만 있었다. 피감기관장은 나중에 이에 대한 답변을 실무진이 적어주면 일괄적으로 한 번에 쭉 읽었다. 그래서 우리가 국감 방식을 일문일답 방식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해 관철시켰다.

또 과거에는 의원들이 후원회를 국감 기간 중에 집중적으로 열었다. 피감기관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것도 못하게 막았다. 그리고 인터넷 방송을 만들어서 국감을 일반 국민들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 이런 것들이 다 바뀌었다.

- 앞으로 모니터단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 국감에서 지적된 시정조치사항의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부서가 신설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국감이 내실화 되려면 국감 때만 호통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시정조치사항이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 또 감사원을 국회로 가져와서 국감 중 문제가 지적된 사람들은 바로 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우리들의 1차 목표다.

 

<mi737@ilyosisa.co.kr>


<홍금애 위원장 프로필>

▲ 법률소비자연맹 창립 멤버
▲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
▲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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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