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대권 포기 선언' 김두관 전 경남지사

"대권 잠룡? 이제는 '지역일꾼'이라 불러주세요"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별명은 '리틀 노무현'이다.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뚝심 하나로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해 온 모습이 노 전 대통령을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 7·30재보선에서도 정치적 고향을 떠나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경기도 김포에 출마해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값을 톡톡히 했다. 비록 낙선하고 말았지만 <일요시사>가 만나 본 김 전 지사는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저를 낳아준 곳은 경남이지만 정치적으로 저를 키워줄 곳은 김포입니다. 평생 김포에서 정치를 하겠습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지난 선거기간 김포 시민들과 했던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7·30재보선에서 낙선한 이후에도 김포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며 김포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일 김포 지역 도보순례에 나선 김 전 지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재보선에 출마했지만 김포를 제대로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번 도보순례도 이에 대해 반성하는 의미로 김포시를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련했다.

김 전 지사는 재보선 낙선 이후 좌절하기는커녕 김포시민들이 43%나 자신을 지지해주신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냈다고 밝혔다.

동네 이장부터 출발해 군수를 거쳐 장관과 경남도지사까지…. 파란만장한 정치인생을 살아온 김 전 지사는 지금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점에 서있었다. <일요시사>가 김 전 지사의 김포 도보순례에 동행해 그간 쌓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전 지사와의 일문일답.

- 많은 분들이 김 전 지사님의 근황을 궁금해 합니다. 재보선 이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 김포 금쌀축제라든지, 김포 아줌마축제 등 각종 김포 지역문화행사들을 찾아다니며 김포 시민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지난 7·30재보선에서 김포에 출마하긴 했지만 김포의 역사성이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반성하는 의미로 낙선 이후 김포시민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고 김포시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이번 도보순례를 기획한 것도 같은 이유인지요?
▲ 그렇습니다. 저는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포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으로서 김포의 현장들을 직접 확인하고, 김포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할 필요성을 느껴 이번 도보순례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지난 재보선에서 대권주자급 거물로 분류되는 김 전 지사께서 정치신인에게 패하는 이변이 연출됐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보니 원인이 무엇이었다고 보십니까?
▲ 기본적으로 저 개인의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에서 공천이 확정되고 제가 김포에 온지 20여일 정도 밖에 안 된 시점에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짧은 기간에 김포시민들의 신뢰를 획득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야권에서 유력한 주자라고 하더라도 ‘김포시와 무슨 연관관계가 있느냐’란 측면에서 보면 김포시민들이 저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선거에서 무려 43%의 김포시민들이 저를 지지해주셨습니다. 저는 오히려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보선 낙선은 내 탓, 지도부 원망 안 해"
"김포 전역 도보순례하며 질책 겸허히 듣겠다"


- 일각에선 지난 재보선 패배의 원인을 김 전 지사님의 잘못 보다는 공천 잡음 등 당 지도부의 실책 탓이라고 분석합니다. 억울하지는 않으셨는지요?
▲ 설사 객관적인 정세나 조건이 불리했다고 하더라도 저나 손학규 후보 정도면 그런 불리한 조건을 뛰어넘어 승리했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 김 전 지사님과 함께 재보선에 출마했던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경우는 낙선 이후 정계은퇴까지 선언했는데 손 전 고문의 행보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우리 정치권에서 손 전 고문처럼 풍부한 정치적 경력과 리더십을 가진 분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손 전 고문의 정계은퇴는 상당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손 전 고문께서 비록 정계은퇴를 선언하셨지만 다가오는 2017년 대선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다시 정권을 획득하는 데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실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 선거가 끝난 이후 김포시민들과 직접 만나보니 현재 김포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이던가요?
▲ 김포시는 지난 98년 군에서 시로 승격한 이후 수도권에서도 가장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입니다. 김포시가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다보니 지역주민들께서는 ‘교통문제’와 ‘교육문제’를 가장 많이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비록 현직에 있지는 않지만 지금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보고 싱크탱크 역할을 할 ‘김포미래발전연구원’ 설립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또 현재 김포시장과 김포시의원 절반이 새정치연합 소속입니다. 제가 새정치연합의 김포시 당협위원장을 맡게 되면 이분들과 힘을 모아 교통문제와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김 전 지사께서는 2016년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십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해에 대선이 있어 김 전 지사님이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보궐선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 차기 대선 출마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 출마해 ‘대선은 아무나 도전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점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대선을 준비할 만한 처지도 안 됩니다. 저는 일단 차기 총선에서 김포시민들을 대표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포시의 주요 현안들을 챙기고 제가 국회에 가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 또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 지난 대선이 끝난 후 1년간 독일에서 유학을 하셨습니다. 독일 유학에서 어떤 성과를 얻으셨습니까? 향후 정치권에 복귀하신 후 국내 정치에 반영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입니까?
▲ 저는 한국 정치가 롤모델로 삼아야 할 나라는 미국이나 영국이 아니고 바로 독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에 가보니 우리 정치 현안과 관련해서 배워야 할 점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특히 정권이 바뀌더라도 좋은 정책들은 승계해서 마무리 해주는 정책 승계 문화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여야를 뛰어넘어 연대하는 모습 등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반드시 배워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이 유럽의 중심 국가가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정치의 힘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지금 전반에 걸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독일의 사례를 잘 도입해 적용하면 우리나라가 일류 국가로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 전 지사님과 비슷한 시기에 손 전 고문께서도 독일 유학을 하셨습니다. 독일에서 서로 만남은 자주 가지셨는지요?
▲ 당시 독일 베를린에 손 전 고문 뿐만 아니라 김황식 전 총리와 윤영관 전 외교부장관 등도 거주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손 전 고문과 김 전 총리는 바로 제 옆방을 쓰셨습니다. 그래서 자주 식사도 함께 하고 독일 정치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독일 정치에서 배운 점들을 한국 정치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힘을 모으자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습니다.


-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계십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갈등지수가 매우 높은 나라에 속합니다. 우리나라의 갈등지수가 높아진 원인으로는 ‘대기업의 횡포’ ‘비정규직 차별’ ‘영호남 대립’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정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승자독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갈등을 녹여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리나라의 단순 다수 소선구제와 비교해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민심이 있는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되는, 국민들의 주권이 가장 잘 반영되는 제도입니다.

- 보수진영에선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대해 ‘이석기와 같은 인물들이 걸러지지 않고 대거 국회로 진입할 수 있다’며 우려하기도 합니다.
▲ 저는 설사 한국 사회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국회에 진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포용하지 않으면 바깥에서 더욱 과격해지고, 극단적으로는 테러조직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이런 세력들도 국회라는 민의의 장에 녹여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현안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틀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들을 끝장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합니다.

- 정동영, 정대철 상임고문 등 외곽에서 ‘신당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분들도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신당 창당 후 원내진입을 수월하게하기 위해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 두 고문께서 워낙 우리 당이 지리멸렬하고 있으니까 걱정을 많이 하시다보니 여러 가지 모색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도 무조건 신당을 창당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제가 있을 것입니다. 당을 혁신시키고 변화시키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혁신하지 못하고 계파 담합 같은 것들이 계속 이어지면 우리 당에 무슨 희망이 있느냐? 그럴 바에는 신당을 창당하자 이런 의미일 것입니다. 아직 신당 창당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도 않는데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은 지나친 예단입니다.

"독일 유학에서 우리 정치가 가야할 길 목격"
"정치가 발전해야 일류국가 진입 가능"

- 신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저도 지금 우리 당을 걱정해서 새로운 모색을 해보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런 움직임들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60년의 정통을 가진 정당이고 10년 동안 국정 운영을 한 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당이 지금 비록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혁신하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한다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희망도 없다면 결단해야겠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당 비대위에 기대를 걸고 그들이 당을 변화 시킬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재보선 패배 이후에도 새정치연합이 좀처럼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내놓고 있는 개혁안들이 새누리당의 개혁안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파격적인 개혁이 필요한 때가 아닌지요?
▲ 우리가 내놓는 개혁안이 새누리당보다 조금 더 신중하긴 한 것 같습니다. 타이밍도 한 박자씩 늦긴 합니다. 저도 우려하고 있지만 당에서 명망이 높은 원혜영 의원께서 혁신위원장을 맡으셨기 때문에 잘해나가실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혁신위가 좀 더 개혁적인 안들을 내놓을 수 있도록 저도 꾸준히 조언 하고 돕겠습니다.

- 지금 정치권이 개헌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개헌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헌법에서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운용되고 있느냐에 대해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헌법을 바꿔야 한다면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공화국인가 하는 의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개헌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권력구조 개편에만 국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민들 대부분은 권력구조 변화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그것보다는 불공정한 시장이 어떻게 개선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개헌은 앞으로 50년, 100년을 내다보고 해야 합니다. 개헌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풀기보다는 정파를 배제하고 큰 틀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김포시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떤 활동들을 펼칠 예정이십니까?
▲ 저는 군수도 하고, 도지사도 하고, 장관도 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원외에 있지만 지역 현안들을 꾸준히 챙기면서 그 당시 형성한 인적 자원들과 경험들을 잘 활용해 김포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 만약 차기 총선에서 원내에 진입하게 된다면 어찌됐든 당의 중진으로서 김포시 발전을 위해 힘쓰고 김포시민들에게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 여기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날로 발전하는 <일요시사>가 되길 바랍니다. 저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대담/김포=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김두관 전 경남지사 프로필>

▲ 남해 고현면 이어리 이장
▲ 제38, 39대 남해군 군수
▲ 제5대 행정자치부 장관
▲ 노무현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 제34대 경상남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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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