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MLB 3인방' 류현진·추신수·윤석민

시작되는 꿈의 무대 “출격 준비 완료!”

[일요시사=사회팀] 야구인들의 축제, 꿈의 무대라 불리는 메이저리그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메이저리그 경기 소식에 야구팬들은 벌써부터 설렌다. 특히 ‘코리안 3인방’의 거침없는 활약이 예상되면서 올 시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곧 마운드에 오를 류현진·추신수·윤석민 선수의 빛나는 성적을 기대해본다.

어느덧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개막이 다가왔다. 미국 본토 개막일은 오는 31일이지만 LA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22일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1999년부터 야구 흥행과 세계화를 위해 일본·멕시코·푸에르토리코 등 해외에서 정규리그 개막전을 실시해왔다.

올해의 개막전은 호주에서 열린다. 호주에서 개막전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따스한 봄날씨와 함께 찾아온 메이저리그 개막이 많은 야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올해는 류현진(27·LA다저스)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 윤석민(28·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슈퍼코리안 3인방’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기대되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메이저리거 3인방

[류현진]

류현진은 시범경기 3경기 만에 흠잡을 데 없는 투구를 선보이며 2년차 징크스 우려를 날렸다. 코리안 빅리거 중 가장 믿음직한 행보라는 평가다. 류현진은 세 번째 시범경기 등판인 지난 11일 애리조나에서 열린 오클랜드와의 시범경기(8대8)에 선발로 나와 5이닝을 3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막았다.


5회 초 선두타자 마이클 테일러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려 솔로홈런을 내줬다. 삼진 4개를 뺏는 동안 볼넷은 1개뿐이었고 몸에 맞는 공은 없었다. 류현진의 시범경기 성적은 3경기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했다. 70개의 공으로 5회를 책임지며 선발투수로서 가치를 충분히 입증한 것이다.
 

류현진은 경기 후 “내가 가진 모든 구종(직구·체인지업·커브·슬라이더)을 던졌다. 전체적으로 낮게 제구돼 만족한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편안하다. 호주 선발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LB닷컴도 “류현진이 견고한 투구로 5이닝을 막았다”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17일 콜로라도전에서 한 번 더 던진 뒤 호주 시드니로 날아가 23일 개막 2차전에 나간다.

지난 시즌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통해 좋은 경기를 보여줬지만, 허니컷 코치는 “체인지업에 대한 상대팀의 연구가 충분한 만큼 커브와 슬라이더를 더 날카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사실 류현진은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서 하던 식으로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다 초반 스타트가 좋지 못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칭스태프의 두둑한 신뢰를 쌓았다.

오는 23일 오전 11시 애리조나와 호주 개막 2차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주 먼저 미국으로 건너가 몸 풀기에 돌입했다. 스프링캠프 합류 전부터 다소 슬림해진 몸으로 자신의 노력을 보여줬다. 날렵해진 몸으로 변해서일까. 시범경기서도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볼 끝에 힘이 느껴질 정도다. 10kg 이상 감량했다고 알려진다.

다저스 트레이너는 “류현진이 무거운 몸으론 충분히 러닝을 소화할 수 없다는 걸 안 것 같다. 투수는 러닝을 많이 해야 한 시즌을 버티는 체력이 완성되는 만큼 류현진이 체력 보강 차원에서 감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버페이스를 우려하기도 하지만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선수로 알려진 만큼 스스로 조절을 잘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올 시즌에는 체인지업보다 커브나 슬라이더 등 제3의 구종이 더 힘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2년 한화 좌완 류현진 LA다저스에 입단했을 때 한 MLB 전문가는 “미국 무대가 어떤 곳인데 한국 투수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 망신만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반대로 류현진은 지난해 엄청난 성적을 냈다. 막강 다저스 선발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시즌 내내 선발을 지키며 192이닝을 던져 14승 8패 154탈삼진 평균자책 3.00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맹활약으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1위를 차지해 디비전시리즈까지 올랐다. 지난 시즌 한 MLB 전문가는 ‘운’이라며 그를 평가절하 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적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어느 때 보다 확실하게 준비하는 그의 태도 때문이다.

한 시즌에
한국인 3명이나

[추신수]

추신수는 지난 13일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를 통해 ‘이상적인 톱타자’라는 극찬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추신수는 선구안과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는 능력, 볼넷을 이끌어내는 능력, 상대 투수를 지치게 하는 능력을 고루 갖췄다”며 “출루율의 가치가 높아진 지금 추신수는 이상적인 톱타자”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FA 자격을 얻었다. 텍사스와 7년간 1억300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계약을 맺으면서 ‘1억달러의 사나이’라 불렸다.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다. 초대형 계약을 했지만 그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계약 후에도 오전 5시30분에 가장 먼저 출근할 정도로 초심을 잃지 않았다. 론 워싱턴 감독은 “추신수는 전형적 톱타자의 예”라며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도 분명히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호평했다.

‘슈퍼코리안’ 올 시즌 긍정적 전망 이어져
“매운맛 보여준다” 빛나는 성적·활약 기대

그러나 추신수는 ‘FA로이드 후유증’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 야구계에서도 통용되는 FA로이드 후유증은 FA 대형 계약을 체결한 선수 가운데 상당수가 계약 첫해 부상과 부진으로 헤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잠식시키기 위해서일까. 추신수는 가장 빨리 캠프에 합류해 몸을 풀고 있다. 아침일찍 나와 웨이트트레이닝과 캐치볼, 타격 훈련을 이어가며 매일같이 훈련을 반복한다.

추신수는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없다. 이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아메리칸리그 투수와 겨뤄봤기 때문에 리그 적응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상을 겪어봤기 때문에 리그 적응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추신수는 지난 시즌 출루율 4위를 기록하며 출루 기계로서 명성도 떨쳤다. 신시내티 톱타자로 타율 0.285와 홈런 21개, 도루 20개, 타점 54개를 남겼고 0.423의 높은 출루율 보였다.

텍사스는 추신수에게 ‘잭팟’을 안기며 우승 꿈을 부풀리고 있다. 텍사스는 아직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다. 시범경기 스타트는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에도 허벅지와 허리 통증으로 시범경기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실전에서는 달랐다. 추신수는 다년 계약으로 여유있게 시즌을 치를 수 있다. 초반에 다소 부진하더라도 충분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그의 몸값에 걸맞은 성적을 단기간에 보여주지 못할 경우 그 이상의 비난을 각오해야 하는 게 메이저리그다. 언론과 여론은 항상 그를 주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추신수의 타율은 0.176(17타수 3안타)이다.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곧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해 정상까지 올라온 추신수 특유의 의지와 집중력이 있기에 순탄한 출발이 예상된다.


한편, 추신수는 지난 12일 뉴욕타임스 지면 하단 광고 ‘BULGOGI?’라는 제목에 추신수 선수가 웃는 모습으로 젓가락에 불고기 한 점을 들고 독자들에게 권하는 포즈를 취했다. 이번 광고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전 세계 주요 언론에 ‘한식광고 월드투어’를 하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추신수가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격 준비 ‘이상무’
컨디션 조절이 관건

[윤석민]

윤석민은 볼티모어와 3년간 최대 1325만달러(약 140억5000만원)에 계약하고 지난달 입단했다. 꿈의 리그에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윤석민은 지난달 19일 볼티모어와 공식 입단식을 갖고 다음날인 20일 볼티모어의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에드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첫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중이었던 그는 “훈련이 즐겁다”는 말로 소감을 전했다. 벅 쇼월터 감독은 “계약 이전부터 꾸준히 공을 던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냈고 “야구는 (다 같은) 야구다”라는 말로 한국 무대에서의 9년 경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류현진과 추신수를 바라볼 때가 조금 다르다. 윤석민의 성공을 확신하는 쪽은 “류현진이 미국에서 통했다면 윤석민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류현진은 한국에서 7년 내내 꾸준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윤석민은 9년 동안 10승 이상을 거둔 적이 2번뿐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윤석민은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계약 협상과는 상관없이 빡빡한 스케줄에 따라 개인 훈련을 했고, 어깨 상태도 어느 때보다 좋다. 빅리그 선발을 맡는다면 반드시 그 기회를 잡아 풀타임 선발 투수를 꿰차겠다”고 말했다.

윤석민의 보직은 불펜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선발은 이르다.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우발도 히메네스를 비롯해 크리스 틸먼, 미겔 곤잘레스, 천웨인 등 선발진이 이미 구색을 갖춘 상태기 때문이다. 하지만 댄 규켓 부사장은 윤석민의 선발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시범 경기 일정 중 윤석민이 선발투수로서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선발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저스 시절 박찬호를 지도하기도 했던 데이브 훨러스 볼티모어 투수코치는 “윤석민이 박찬호보다 미국 문화와 야구에 대한 이해력이 높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류] 2년차 징크스는 없다
[추] 팀내 핵심타자로 우뚝
[윤] 마운드 자리잡기 시동

물론 불안감도 배제할 수는 없다. 월러스 코치는 “통역을 통해도 선수의 의도가 맞는지 항상 의문이 든다”며 “언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올시즌에 한해 마이너리그 강등 옵션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무사히 자리를 잡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하지만 그는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비자 문제로 실전 무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볼티모어 구단은 지난 11일 “윤석민의 비자 발급 절차가 마무리돼 14일 스프링 캠프가 있는 플로리다주 사라소타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번주 시범경기에서 그의 실력을 검증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민은 직구가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윤석민의 주무기는 고속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지만 원하는 선발을 꿰차기 위해서는 치열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끊임없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투구수와 별개로 언제나 힘있는 모습을 각인시켜줘야 한다.
 

물론 충분히 그럴 만한 선수로 평가받지만, 계약 협상 기간이 거의 석달이나 걸린 데다 비자 문제까지 겹쳐 상대적으로 충분한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려보단 기대감이 크다. 좋은 기회가 온 만큼 절박함을 안고 시즌을 맞는다면 놀라운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그의 몸 상태는 곧바로 실전 마운드에 올라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다행히도 첫 등판에 1.5군 정도를 상대하게 될 전망이어서 심리적 부담감도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추 초심유지
윤, 눈도장 절실

3명의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한 시즌에 동시 출격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야구팬들은 3명의 선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렇듯 슈퍼코리안 메이저리거 3인의 멋진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깊은 한숨을 쉬는 이들도 있다. 바로 KBO(한국야구위원회)다.

윤석민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다는 소식이 마냥 좋지는 않은 표정이다. 지난해 2년 연속 700만 관중 돌파에 실패한 KBO는 흥행 감소 원인 중 하나로 한국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꼽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류현진, 추신수였다. 실제로 지난해 MLB 시청률은 한국 프로야구 시청률을 넘어섰다.

국내 야구팬들이 KBO보다 MLB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거기에 윤석민까지 진출하게 됐으니 걱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서중부에서 활약하는 류현진과 추신수에 이어 동부에서 뛸 예정인 윤석민까지 생각하면 한국 프로야구가 서서히 힘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한국 선수들이 맹활약할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편, 탬파베이 내야수 이학주와 시애틀 1루수 최지만도 생존경쟁도 주목할 만하다. 마이너리그에서 각각 6년, 4년간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이들은 올해 빅 리그 입성을 목표로 땀 흘리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성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학주는 11일 보스턴전 1타수 1안타로 시범경기 타율이 0.500(8타수 4안타)이 됐다.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곧 제대로 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1경기에 1∼2타석씩 나설 뿐이지만 잠재력이 나타나고 있다. 시애틀의 최지만도 9경기에서 타율 0.364(11타수 4안타)와 3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언론들의 평가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주가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USA투데이>는 “22살의 최지만은 지난해 세 번의 승격을 거쳐 트리플A 무대까지 올라왔다. 타석에서의 침착함이 예전의 몇몇 실망스러운 부분보다 나아졌다”고 상승세를 짚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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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