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MLB 3인방' 류현진·추신수·윤석민

시작되는 꿈의 무대 “출격 준비 완료!”

[일요시사=사회팀] 야구인들의 축제, 꿈의 무대라 불리는 메이저리그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메이저리그 경기 소식에 야구팬들은 벌써부터 설렌다. 특히 ‘코리안 3인방’의 거침없는 활약이 예상되면서 올 시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곧 마운드에 오를 류현진·추신수·윤석민 선수의 빛나는 성적을 기대해본다.

어느덧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개막이 다가왔다. 미국 본토 개막일은 오는 31일이지만 LA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22일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1999년부터 야구 흥행과 세계화를 위해 일본·멕시코·푸에르토리코 등 해외에서 정규리그 개막전을 실시해왔다.

올해의 개막전은 호주에서 열린다. 호주에서 개막전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따스한 봄날씨와 함께 찾아온 메이저리그 개막이 많은 야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올해는 류현진(27·LA다저스)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 윤석민(28·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슈퍼코리안 3인방’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기대되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메이저리거 3인방

[류현진]

류현진은 시범경기 3경기 만에 흠잡을 데 없는 투구를 선보이며 2년차 징크스 우려를 날렸다. 코리안 빅리거 중 가장 믿음직한 행보라는 평가다. 류현진은 세 번째 시범경기 등판인 지난 11일 애리조나에서 열린 오클랜드와의 시범경기(8대8)에 선발로 나와 5이닝을 3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막았다.


5회 초 선두타자 마이클 테일러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려 솔로홈런을 내줬다. 삼진 4개를 뺏는 동안 볼넷은 1개뿐이었고 몸에 맞는 공은 없었다. 류현진의 시범경기 성적은 3경기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했다. 70개의 공으로 5회를 책임지며 선발투수로서 가치를 충분히 입증한 것이다.
 

류현진은 경기 후 “내가 가진 모든 구종(직구·체인지업·커브·슬라이더)을 던졌다. 전체적으로 낮게 제구돼 만족한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편안하다. 호주 선발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LB닷컴도 “류현진이 견고한 투구로 5이닝을 막았다”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17일 콜로라도전에서 한 번 더 던진 뒤 호주 시드니로 날아가 23일 개막 2차전에 나간다.

지난 시즌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통해 좋은 경기를 보여줬지만, 허니컷 코치는 “체인지업에 대한 상대팀의 연구가 충분한 만큼 커브와 슬라이더를 더 날카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사실 류현진은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서 하던 식으로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다 초반 스타트가 좋지 못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칭스태프의 두둑한 신뢰를 쌓았다.

오는 23일 오전 11시 애리조나와 호주 개막 2차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주 먼저 미국으로 건너가 몸 풀기에 돌입했다. 스프링캠프 합류 전부터 다소 슬림해진 몸으로 자신의 노력을 보여줬다. 날렵해진 몸으로 변해서일까. 시범경기서도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볼 끝에 힘이 느껴질 정도다. 10kg 이상 감량했다고 알려진다.

다저스 트레이너는 “류현진이 무거운 몸으론 충분히 러닝을 소화할 수 없다는 걸 안 것 같다. 투수는 러닝을 많이 해야 한 시즌을 버티는 체력이 완성되는 만큼 류현진이 체력 보강 차원에서 감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버페이스를 우려하기도 하지만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선수로 알려진 만큼 스스로 조절을 잘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올 시즌에는 체인지업보다 커브나 슬라이더 등 제3의 구종이 더 힘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2년 한화 좌완 류현진 LA다저스에 입단했을 때 한 MLB 전문가는 “미국 무대가 어떤 곳인데 한국 투수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 망신만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반대로 류현진은 지난해 엄청난 성적을 냈다. 막강 다저스 선발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시즌 내내 선발을 지키며 192이닝을 던져 14승 8패 154탈삼진 평균자책 3.00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맹활약으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1위를 차지해 디비전시리즈까지 올랐다. 지난 시즌 한 MLB 전문가는 ‘운’이라며 그를 평가절하 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적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어느 때 보다 확실하게 준비하는 그의 태도 때문이다.

한 시즌에
한국인 3명이나

[추신수]

추신수는 지난 13일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를 통해 ‘이상적인 톱타자’라는 극찬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추신수는 선구안과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는 능력, 볼넷을 이끌어내는 능력, 상대 투수를 지치게 하는 능력을 고루 갖췄다”며 “출루율의 가치가 높아진 지금 추신수는 이상적인 톱타자”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FA 자격을 얻었다. 텍사스와 7년간 1억300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계약을 맺으면서 ‘1억달러의 사나이’라 불렸다.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다. 초대형 계약을 했지만 그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계약 후에도 오전 5시30분에 가장 먼저 출근할 정도로 초심을 잃지 않았다. 론 워싱턴 감독은 “추신수는 전형적 톱타자의 예”라며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도 분명히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호평했다.

‘슈퍼코리안’ 올 시즌 긍정적 전망 이어져
“매운맛 보여준다” 빛나는 성적·활약 기대

그러나 추신수는 ‘FA로이드 후유증’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 야구계에서도 통용되는 FA로이드 후유증은 FA 대형 계약을 체결한 선수 가운데 상당수가 계약 첫해 부상과 부진으로 헤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잠식시키기 위해서일까. 추신수는 가장 빨리 캠프에 합류해 몸을 풀고 있다. 아침일찍 나와 웨이트트레이닝과 캐치볼, 타격 훈련을 이어가며 매일같이 훈련을 반복한다.

추신수는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없다. 이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아메리칸리그 투수와 겨뤄봤기 때문에 리그 적응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상을 겪어봤기 때문에 리그 적응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추신수는 지난 시즌 출루율 4위를 기록하며 출루 기계로서 명성도 떨쳤다. 신시내티 톱타자로 타율 0.285와 홈런 21개, 도루 20개, 타점 54개를 남겼고 0.423의 높은 출루율 보였다.

텍사스는 추신수에게 ‘잭팟’을 안기며 우승 꿈을 부풀리고 있다. 텍사스는 아직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다. 시범경기 스타트는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에도 허벅지와 허리 통증으로 시범경기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실전에서는 달랐다. 추신수는 다년 계약으로 여유있게 시즌을 치를 수 있다. 초반에 다소 부진하더라도 충분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그의 몸값에 걸맞은 성적을 단기간에 보여주지 못할 경우 그 이상의 비난을 각오해야 하는 게 메이저리그다. 언론과 여론은 항상 그를 주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추신수의 타율은 0.176(17타수 3안타)이다.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곧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해 정상까지 올라온 추신수 특유의 의지와 집중력이 있기에 순탄한 출발이 예상된다.


한편, 추신수는 지난 12일 뉴욕타임스 지면 하단 광고 ‘BULGOGI?’라는 제목에 추신수 선수가 웃는 모습으로 젓가락에 불고기 한 점을 들고 독자들에게 권하는 포즈를 취했다. 이번 광고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전 세계 주요 언론에 ‘한식광고 월드투어’를 하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추신수가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격 준비 ‘이상무’
컨디션 조절이 관건

[윤석민]

윤석민은 볼티모어와 3년간 최대 1325만달러(약 140억5000만원)에 계약하고 지난달 입단했다. 꿈의 리그에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윤석민은 지난달 19일 볼티모어와 공식 입단식을 갖고 다음날인 20일 볼티모어의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에드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첫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중이었던 그는 “훈련이 즐겁다”는 말로 소감을 전했다. 벅 쇼월터 감독은 “계약 이전부터 꾸준히 공을 던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냈고 “야구는 (다 같은) 야구다”라는 말로 한국 무대에서의 9년 경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류현진과 추신수를 바라볼 때가 조금 다르다. 윤석민의 성공을 확신하는 쪽은 “류현진이 미국에서 통했다면 윤석민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류현진은 한국에서 7년 내내 꾸준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윤석민은 9년 동안 10승 이상을 거둔 적이 2번뿐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윤석민은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계약 협상과는 상관없이 빡빡한 스케줄에 따라 개인 훈련을 했고, 어깨 상태도 어느 때보다 좋다. 빅리그 선발을 맡는다면 반드시 그 기회를 잡아 풀타임 선발 투수를 꿰차겠다”고 말했다.

윤석민의 보직은 불펜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선발은 이르다.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우발도 히메네스를 비롯해 크리스 틸먼, 미겔 곤잘레스, 천웨인 등 선발진이 이미 구색을 갖춘 상태기 때문이다. 하지만 댄 규켓 부사장은 윤석민의 선발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시범 경기 일정 중 윤석민이 선발투수로서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선발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저스 시절 박찬호를 지도하기도 했던 데이브 훨러스 볼티모어 투수코치는 “윤석민이 박찬호보다 미국 문화와 야구에 대한 이해력이 높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류] 2년차 징크스는 없다
[추] 팀내 핵심타자로 우뚝
[윤] 마운드 자리잡기 시동

물론 불안감도 배제할 수는 없다. 월러스 코치는 “통역을 통해도 선수의 의도가 맞는지 항상 의문이 든다”며 “언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올시즌에 한해 마이너리그 강등 옵션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무사히 자리를 잡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하지만 그는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비자 문제로 실전 무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볼티모어 구단은 지난 11일 “윤석민의 비자 발급 절차가 마무리돼 14일 스프링 캠프가 있는 플로리다주 사라소타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번주 시범경기에서 그의 실력을 검증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민은 직구가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윤석민의 주무기는 고속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지만 원하는 선발을 꿰차기 위해서는 치열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끊임없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투구수와 별개로 언제나 힘있는 모습을 각인시켜줘야 한다.
 

물론 충분히 그럴 만한 선수로 평가받지만, 계약 협상 기간이 거의 석달이나 걸린 데다 비자 문제까지 겹쳐 상대적으로 충분한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려보단 기대감이 크다. 좋은 기회가 온 만큼 절박함을 안고 시즌을 맞는다면 놀라운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그의 몸 상태는 곧바로 실전 마운드에 올라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다행히도 첫 등판에 1.5군 정도를 상대하게 될 전망이어서 심리적 부담감도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추 초심유지
윤, 눈도장 절실

3명의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한 시즌에 동시 출격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야구팬들은 3명의 선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렇듯 슈퍼코리안 메이저리거 3인의 멋진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깊은 한숨을 쉬는 이들도 있다. 바로 KBO(한국야구위원회)다.

윤석민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다는 소식이 마냥 좋지는 않은 표정이다. 지난해 2년 연속 700만 관중 돌파에 실패한 KBO는 흥행 감소 원인 중 하나로 한국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꼽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류현진, 추신수였다. 실제로 지난해 MLB 시청률은 한국 프로야구 시청률을 넘어섰다.

국내 야구팬들이 KBO보다 MLB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거기에 윤석민까지 진출하게 됐으니 걱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서중부에서 활약하는 류현진과 추신수에 이어 동부에서 뛸 예정인 윤석민까지 생각하면 한국 프로야구가 서서히 힘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한국 선수들이 맹활약할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편, 탬파베이 내야수 이학주와 시애틀 1루수 최지만도 생존경쟁도 주목할 만하다. 마이너리그에서 각각 6년, 4년간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이들은 올해 빅 리그 입성을 목표로 땀 흘리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성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학주는 11일 보스턴전 1타수 1안타로 시범경기 타율이 0.500(8타수 4안타)이 됐다.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곧 제대로 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1경기에 1∼2타석씩 나설 뿐이지만 잠재력이 나타나고 있다. 시애틀의 최지만도 9경기에서 타율 0.364(11타수 4안타)와 3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언론들의 평가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주가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USA투데이>는 “22살의 최지만은 지난해 세 번의 승격을 거쳐 트리플A 무대까지 올라왔다. 타석에서의 침착함이 예전의 몇몇 실망스러운 부분보다 나아졌다”고 상승세를 짚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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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